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필멸자가 외부, 그리고 고대의 존재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요인은 시간이다.
불멸을 사는 그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의지를 넓히는 과정을 거친다.
설령 향상심이 없는 존재라 해도 자연스레 시간이 쌓이면서 그 업이 쌓이는 것.
하지만 필멸자는 어떤가.
필멸.
말 그대로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향상심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쌓이는 업에서 차이가 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설령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도 그 시간의 차이는 넘을 수 없는 벽과도 같았다.
하지만 종말을 비롯한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시련은 필멸자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그로 인해 몇몇은 초월의 영역에 도달하여 불사에 가까운 시간을 얻기도 했다.
다만 그것은 영원하지 않은 것이었기에 여전히 미지의 존재들과는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필멸자라는 건 영원히 그들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결국 목적을 위해 창조된 피조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뛰어넘었다.’
아자토스의 내부, 그 거대한 의지라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짧은 순간에 불과하나 지금까지 경험한 시련을 통해 아자토스의 의지에 흡수되지 않을 수 있었고, 시간과 공간이 뒤틀린 그곳에서 의지를 확장할 수 있었다.
필멸자이나 필멸자이지 않은 존재.
나와 동료들은 드디어 그 영역을 손에 넣은 것이다.
「감히, 감히 창조주에 대항할 셈이냐!」
아자토스의 분노가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거대한 우주와 같았던 놈의 진체, 공개되지 않았던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검은 기운이 혓바닥처럼 넘실대는 덩어리.
태초의 우주에서 일부분을 따온 것만 같은 그것이 바로 아자토스의 진체였다.
아마 조금 전이었다면 그 진체를 바라볼 수조차, 인지할 수도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다르다.
‘크다. 그리고 강력하다.’
아자토스의 진체를 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생명의 근원이라 불리는 그 거대한 존재감을.
물론 존재감이 크다는 건 힘의 크기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 그가 아자토스인지, 만물의 근원이라고 불리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물을 압도하는, 절로 경외감이 들게 하는 존재의 등장.
하지만.
“…우린 굴복하지 않는다.”
온몸을 저리게 하는 그 절대적 의지에 맞서 결의를 다졌다.
결의를 다진다.
단순히 마음가짐을 고치는 게 아니다.
콰아아아아!
내 육신의 주위로 의지의 보호막이 생겨났다.
그것은 그저 몸 주위를 보호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육신을 물들였다.
나를 상징하는 건 무색.
존재감이 없었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과거의 정체성이 드러난 것.
영웅은 정렬의 붉은색.
윌리엄은 용기의 황금색.
예일은 숭고한 흰색.
각자 다양한 자신만의 고유 색깔의 의지로 무장하여, 빛에 휩싸인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본래는 미지가 진체를 숨길 때 사용하던 것과 같은 색색의 실루엣으로 인해 아자토스가 장악하려는 지배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의지의 검은 만물을 베어낼 수 있다.’
지이잉!
양손에 생겨나는 무채색의 검.
의지로 빚은 검은 차원의 영역 너머에 있는 아자토스와 미지의 존재들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물론 아자토스 또한 쉽게 공격을 허용할 생각이 없는 듯.
쐐애액!
혓바닥과도 같은 몸 주위의 검은 기운을 채찍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팟!
그 공격을 피해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진다.
파파파파팟!
하지만 그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조금 전, 사다 흐글라와 같은 무한히 뻗어오는 촉수와 같은 움직임.
스스스스!
공간을 완전히 장악한 검은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그 하나하나에 깃든 미증유의 기운은 스쳐도 즉사할 소멸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것.
그것을 알기에.
쾅!
의지로 빚은 검을 휘둘러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
각자가 발휘한 의지의 무기를 통해 공간을 장악하는 검은 기운에 맞섰다.
조금 전이었다면 감히 저항할 수 없는 기운을 몰아낸다.
비록 조금씩이긴 하지만 공간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아자토스의 의도를 막아낼 수 있었다.
‘확실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전투 경험이 전무하다.’
만물의 근원인 아자토스.
그 힘은 당연히 우리를 아득히 압도할 정도였지만, 결함이라는 게 존재했다.
그것은 전투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
전투 경험이 없다는 건 곧.
‘힘만 강한 아이와 다를 바 없다는 것.’
세 살짜리 꼬맹이에게 강력한 힘을 쥐여준 꼴이었다.
물론 그 압도적인 힘은 필멸자 나부랭이를 압사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자, 그 결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놈의 치명적인 문제는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탄생할 때부터 만물의 근원, 완벽한 상태로 태어났기에 별다른 경험과 수련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의지가 이어진 것만 해도 생명을 소멸시킬 수 있으며, 또한 다시금 소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
처음부터 전지전능했기에 배움의 기회란 게 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기에 놈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
그것에 기교가 담겨 있지 않았다.
‘단순하다. 그 힘을 받아쳐 낼 정도의 힘만 있다면 충분히 저항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는 그것을 받아칠 힘이 없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스으으!
쇄도해 오는 놈의 기운에 맞서.
스윽!
의지의 검으로 베었다.
본래는 단단한 그 기운을, 아자토스의 진체 일부를 베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걱!
더욱더 날카로워진 의지의 검은 그 기운의 일부를 베었다.
「크악!」
전지전능한 존재의 신음이 들려온다.
비록 진체가 손상되지 않았지만, 의지가 꺾인 것에 대한 고통을 느낀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해도 고통을 느낄 수밖에.
본래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희망, 그 가능성으로 인해 의지의 검은 더욱더 날카롭게 변했다.
‘가능성과 희망. 그 의지의 힘은 강력하다.’
조금 전까지는 작은 불신의 씨앗이 있었다.
과연 이 의지의 검으로 아자토스의 진체를 베어낼 수 있을까?
정말 그를 상대하는 게 가능할까?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만물의 근원인 아자토스인데?
그러한 불신은 의지의 검을 무디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아자토스를 상대로 누가 승리를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러한 믿음과 신념을 가질 수 있는 건 크툴루와 같은 특출난 존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하지만 점차 놈을 상대하면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깨달음을 얻었다.
전지전능한 존재라 생각했던 아자토스가 사실은 미숙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전지전능하기에 오히려 불완전함을 얻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의지의 크기는 더욱더 커졌다.
더욱더 날카로워졌으며, 그 예기는 아자토스의 단단한 진체마저 벨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쉬이익!
여전히 이 근원의 공격이 매서운 건 사실이다.
단 한 순간의 빈틈도 놓치지 않는 무한한 기운이, 스치기만 해도 소멸에 이르는 그 절대적인 힘을 무시할 순 없었다.
카앙!
처음에는 일부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정신이 흐트러지면서 강한 충격에 손아귀가 저릿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방심할 수 없다.’
방심할 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방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쉬쉬쉬쉭!
분노한 그 의지를 담아 무한히 뻗어오는 검은 기운.
바늘도 통과할 수 없는, 완벽히 사방을 에워싼 공격은 대항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어나라.”
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하여 나 또한 의지의 검을 만들었다.
슈슈슈슉!
검은 기운에 대항하기 위해 생성된 의지의 검이 불어나기 시작했고.
파파팟!
이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쾅, 콰콰콰쾅!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폭음.
그 공격을 통해 어느 정도 숨 쉴 틈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아니.
스으으으!
내가 생성한 의지의 검에도 공격은 그치질 않았다.
다시금 뻗어오는 그 기운을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
‘피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패하게 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의지를 발현해야 한다.
그리고.
팟!
내 육신은 하나의 선이 되어 사방에서 짓쳐 드는 그 검은 기운을 매끄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한참 동안 검은 기운을 피해 의지를 움직였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던 공격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순간이 있었다.
스스스.
그제야 검은 기운이 물러나고 아자토스의 진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놈의 공격에도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무한하게 이어질 것만 같았던 놈의 흐름이 끊겼다.
그럴 수밖에.
녀석이 발현한 검은 기운은 의지의 힘.
하지만 그 공격을 무한하게 이어 나갈 순 없었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존재라 해도 공격의 잠깐 숨을 돌릴 ‘틈’이라는 게 필요했고, 그것이 지금의 순간이었다.
“….”
찰나,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무한한 아자토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동료들과 눈이 마주친다.
“….”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굳이 말로 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탓.
의지가 닿은 순간 몸이 절로 움직였다.
공간을 넘어 어느새 아자토스를 눈앞에, 공격의 거리 안에 두었다.
“하아압!”
기합성은 습관과도 같은 것.
더욱더 의지를 다지기 위한, 내 의지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과 같은 것이었다.
“흐아아압!”
“이놈-”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
필멸자에 불과했던 때와 같은 습관으로 인한 기합성을 발하며 각자의 무기를, 의지의 힘을 실었다.
콰앙!
거대해진 의지의 검이 아자토스의 진체를 공격하였으나 가로막혔다.
웅웅웅!
그를 보호하는 절대의 보호막, 그건 만물의 근원인 아자토스를 보호하는 태초의 경계였다.
「애를 썼으나 소용없는 일. 나는 이곳에 존재하나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건 너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니.」
아자토스의 진체는 이곳에 없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먼 곳에 존재하는 그 진체를 공격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
그것은 과거가 될 수도 있고,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어디에도 존재하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태초의 경계라는 건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었다.
그 경계를 넘어 놈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크툴루와 같이 그 경계 너머에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불가능?’
그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정말 태초의 경계를 넘는 게 불가능한가?
오직 크툴루만이, 그 경계 너머에 있는 존재만이 가능하다고?
‘누가 그렇게 정했지?’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것에 도전하려고 한다.
설령 아자토스가 태초의 경계를 통해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해도.
‘결국 놈의 진체가 이곳에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이곳에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한다.
결국, 그건 존재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 존재함을 믿고.
“흐아아아압!”
힘찬 기합성과 함께 의지를 더욱더 공고히 한다.
콰아아아!
그것에 맞춰 양손에 든 검이 하나로 합쳐 거대한 무채색의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서걱!
태초의 경계를 넘어 아자토스의 진체에 상흔이라는 수치를 남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