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희망의 불씨가 피어난다.’
의지의 영역을 넓히면서 현재 내가 있는 곳 이외의, 전 세계의 상황을 감지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중국, 미국 등 각국에서 저항이 일고 있었다.
그것은 나도 예상치 못한 일.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세계가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 세계는 크툴루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리고 그가 정한 절대의 규칙이 있으니, 그것은 ‘반동의 법칙’이다.
강한 시련과 강한 존재가 나타나면 이에 반동하여 다른 존재가 나타나는 것.
혹자는 말한다.
이미 신인에 의해 크툴루의 법칙이 깨어진 것 아니냐고.
그렇기에 크툴루가 봉인에서 해제되어 나온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였다.
물론 신인에 의해 세계의 법칙은 깨졌다.
하지만 세계에는 자아가 있었다.
특히 이 세계는 자정 작용을 위하여 깨어진 법칙의 일부가 복구되었으니, 그중의 하나가 반동의 법칙이었다.
외부의 신, 그리고 고대의 신이 탄생하면서 이에 저항하기 위한 이들, 유일급 특성을 개화한 인류가 나타나게 된 것.
그들로 인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나와 일행이 르뤼에의 코어를 박살 낼 시간을, 그 희망을 말이다.
“….”
고갤 들어 정면을 바라본다.
보이는 건 파괴된 숭례문과.
「키이익!」
그곳을 지키는 괴물들이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다.
수천.
엄청난 수의 괴물이 파괴된 숭례문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키익!」
「캬악!」
분명 인간을 먹이로 생각하는 녀석들이 괴성을 지를 뿐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단 점이었다.
‘그럴 테지.’
놈들의 본능을 억누르는 것.
그건 바로 상위의 존재, 외부 신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키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파괴된 숭례문을 지키라는 특별한 명령을.
투툭, 투투툭!
쏟아지는 검은 비.
「캬아악!」
그리고 대지의 생명 에너지를 갉아먹은 괴물이 탄생했다.
누군가는 늘어나는 괴물의 숫자에 경악할 테지만.
“….”
아무런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그건 뭐랄까.
수천 마리의 개미 떼를 바라보는 인간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할까.
내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는, 그저 수만 많은 벌레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설령 크툴루의 권능에 의해 더욱더 강화된 괴물이라 해도 말이다.
“방해된다.”
파괴된 숭례문, 그곳으로 가는 길을 막은 놈들은 귀찮은 훼방꾼에 불과하다.
“사라져라.”
그저 살의를 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
무형인 의지가 유형화되어 폭풍과도 같이 괴물들을 덮쳤다.
털썩.
쓰러진다.
쿵, 쿠웅!
하나가 아니라 수천, 파괴된 숭례문을 지키고 있던 놈들이 모두 쓰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 그 모든 괴물이 쓰러지는 광경은 기이할 수밖에 없는 것.
「….」
쓰러진 놈들은 단 하나도 예외 없이 움직이지 못했다.
생명이 사라진 것이었다.
굳이 의지를 무기로 만들 필요 없이 그 압도적인 힘으로 놈들의 목숨을 거두었다.
저벅.
한 차례 기적을 행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나아간 곳의 끝에는 절반이 파괴된 숭례문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했을 유적에는.
솨아아아!
엄청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기운의 근원을 감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요그 소토스.’
숭례문 너머, 그곳에는 고유의 결계를 펼친 요그 소토스가 있었다.
본래는 이 모든 일의 배후였으나 크툴루의 등장으로 그에게 굴복한 김대웅의 혼돈.
놈은 르뤼에에서 진행되는 의식을 위하여 자신을 고유 결계 안으로 숨겼다.
그건 혹시 모를 위협을 대비하기 위한 것.
자신이 가진 결계의 코어, 그것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요그 소토스를 비롯한 몇몇 존재는 르뤼에의 궁전에 펼쳐진 결계, 그것의 코어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 숭례문을 찾았다.
다른 동료들 또한 코어를 가지고 있는 외부, 고대의 신을 찾아간 상황.
사실 각개 격파는 무척 위험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 결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단 한 명.’
놈들이 펼친 고유 결계는 단 한 명만이 뚫을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과 공을 들인다면 결계를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고오오오오!
창공에 떠 있는 르뤼에의 궁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각각의 결계를 파괴하기 위해 시간을 쓰게 된다면 크툴루는 아자토스를 아래로 끌어내릴 테고, 그렇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지 놈들은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그 주체가 누군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누가 주체가 되든 그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끔찍한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므로.
“후우-”
심호흡을 통해 흥분과 긴장, 여러 가지 감정을 날려 버린다.
“…가자.”
무심.
어떠한 감정의 동요 없는 상태를 만든 후 숭례문 안으로 진입했다.
파직!
물론 저항은 있었다.
침입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강력한 압박이, 엄청난 힘의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저벅.
그 힘의 저항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전진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지잉!
차원을 넘는, 익숙한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현기증과 함께 도착한 곳.
“….”
그 순간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붉게 물든 대지, 그리고 어설프게 지어진 집이 곳곳마다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머릿속에 곧장 떠오르는 기억.
‘윤찬. 나를 강화해라!’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 속에서 처절하게 외쳤던 김대웅의 음성.
“아기 돼지 삼형제와 늑대.”
회귀 전, 김대웅이 최후를 맞이했던 장소였다.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기 위해 육체 강화를 시도했고, 그는 강화의 실패로 인한 대가로 폭사하고 말았다.
물론 그로 인해 특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던 그는 시간 이동자라는 유일의 특성을 개화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무척 그리운 장소 아닌가?”
별안간 들려오는 음성에 뒤를 돌아봤다.
“…김대웅.”
그곳에 있는 건 김대웅이었다.
아니, 이제는 요그 소토스라 불러야 하겠지.
“나를 흔들 심산인가?”
이제는 김대웅의 인격이 남아 있지도 않은 요그 소토스가 굳이 과거의 장소를, 그리고 김대웅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그건 어딜 봐도 나를 흔들 심산이 분명했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놈은 내 말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미 초월을 넘어 위대한 영역에 도달한 것 같은 네게 이런 하찮은 수가 먹힐 거로 생각한다?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알고 있다니 다행이로군.”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왜?
왜 굳이 이런 무대를 만들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대화를 하고 싶었으니까.”
“대화?”
“그래. 만약 이러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네게 대화할 의지 따위는 없었을 테지.”
사실이다.
만약 회귀 전의 이 환경이 아니었다면 놈과 대화할 이유도 없이 곧장 공격을 시작했을 테니까.
“수작을 부리려는 건가?”
“수작이라. 뭐, 어떻게 보자면 그렇게 여길 수도 있겠군. 하지만 수작보다는 거래라고 보는 게 좋지 않을까?”
“거래?”
“그래. 거래. 서로를 위한 일.”
그렇게 말한 놈은 희미한 웃음을 보이며.
“자.”
품속에 넣어두고 있던 검은 빛의 구슬을 꺼냈다.
“…그건?”
“르뤼에의 궁전을 파괴할 수 있는 코어. 바로 네가 얻길 원하는 그것이지.”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 녀석, 크툴루에게 지배당한 게 아니었나?
“하하!”
내 의중을 읽은 것일까.
놈이 다시금 소리 내어 웃었다.
“확실히 크툴루. 놈은 강하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그리고 당시의 내가 지배당한 것도 사실이야. 놈은 압도적인 힘으로 나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해 충실한 부하로 만들었지.”
그런데 어떻게?
“잊은 건 아니겠지. 내게는 수많은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
그제야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놈은 시간 이동자.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시간을 이동하길 반복한 존재였다.
그로 인해 다양한 인격과 분신이 생겨났고, 놈은 그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자신을 감추고 있었다.
“당시 크툴루에게 지배당한 건 그 수많은 이들 중 하나였을 뿐. 물론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당시 지배당했던 건 요그 소토스라는 중심 인격이었다.
하지만 놈은 그 중심의 인격마저 집어삼켰다.
“그렇다면 넌….”
“그렇다, 윤찬. 과거 너와 함께했던 김대웅이 바로 나다.”
이 회귀 전의 광경으로 결계를 만들어 놓은 건 단지 대화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요그 소토스가 만든 수많은 인격 중 하나, 어쩌면 가장 약했던 존재인 김대웅이 중심의 인격인 요그 소토스를 잡아먹은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하지만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김대웅은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요그 소토스의 인격을 잡아먹을 수 있는가.
그건 불가능….
“설마 불가능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속마음을 읽은 듯 정확히 의중을 찌른다.
“그렇다면 물어보지. 윤찬, 너는 어떻게 아자토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지?”
그 순간 얽힌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게 풀리는 듯했다.
“나 또한 요그 소토스 내부에서 내 의지의 영역을 키웠다. 그건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지. 너도 잘 알 테지, 윤찬. 의식 깊숙한 곳에서의 시간은 영겁과도 같다는 것을.”
의식의 깊숙한 곳.
그곳에서의 시간과 현실에서의 시간은 뒤틀리다 못해 무한한 차이가 있다.
평범한 이라면 그 오랜 시간을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
아마 의지를 키우기는커녕 그 시간에 잡아 먹혀 의지를 잃어버릴 테지.
“하지만 나는 해냈다. 영겁의 시간 동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의지의 영역을 키웠고, 마침내 크툴루에게 지배당한 요그 소토스마저 잡아먹을 수 있었지.”
본래 인간의 인격이던 김대웅은 요그 소토스를 잡아먹고 지금처럼 나타날 수 있었다.
“그래서. 네 목적은?”
전부 이해했다.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
그건 김대웅이라는 존재가 무엇을 원하냐는 것이었다.
“원하는 바라. 그건 무척 간단하다.”
김대웅, 그가 양팔을 벌렸다.
“나를 먹어라, 윤찬.”
“…?”
“지금의 너와 일행의 힘으로 르뤼에의 궁전에 펼쳐진 결계를 파괴한다 해도 크툴루를 처리할 순 없다. 그는 아자토스와 달리 향상심으로 무장한 절대적인 존재. 지금 상태로 놈과 싸운다는 건 자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크툴루라 하면 오랜 시간 동안 향상심을 가지고 정진한 존재.
그 힘의 크기는 지금의 우리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를 탐식하여 하나가 된다면. 그 힘은 분명 크툴루에게 닿을 수 있을 터.”
지금은 김대웅이 지배하고 있긴 하나 그 힘은 외부의 신에 달한 것.
그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면 분명 크툴루와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군.”
그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너는…김대웅이 아니다.”
“무슨 말이지?”
내가 내놓은 결론에 당황한다.
“아주 잘 속였어. 하마터면 깜빡 넘어갈 뻔했어.”
스으으으!
의지를 확고하게 다진다.
그리고.
“그러니까 그만 정체를 드러내!”
일갈과 함께.
콰챠챵!
결계가 깨졌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련, 그것이 만든 환상이 사라지고.
「어떻게 눈치챘지?」
그곳에 있는 건 거대한 눈, 그리고 어둠의 기운을 뿜어대고 있는 요그 소토스.
나를 잡아먹기 위해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던 외부의 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