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신살.
그것은 내 고유의 의지가 아니었다.
미스틸테인, 신을 죽이기 위해 탄생한 보구의 힘을 구현한 것.
『능력 복사』
보구의 능력을 복사한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다.
지금 발현된 신살의 힘은 미스틸테인에 깃든 것을 압도하는 것.
그럴 수밖에.
그 능력 또한 강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 육신만 강화한 게 아니라 보구의 능력, 복사한 그 능력까지 강화하여 놈에게 절망적인 일격을 선사하였다.
‘외부의 신. 일단 신이라는 격을 얻게 된 이상 신살의 힘을 벗어날 수 없으니.’
지상으로 떨어진 거대한 창으로 인한 변화.
「그어어어-」
그곳에 보이는 건 햇볕에 녹은 젤리와 같은 형상의 요그 소토스였다.
신살에 깃든 고유의 기운에 의해 진체 곳곳이 녹아내려 진득하게 흘러내린다.
충격으로 인해 충혈된 눈은 붉게 물든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용케 버텼군.”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버틴 것을 보면 역시 미지의 부왕에 적합한 강인함이 아닐 수 없다.
“한 방 더 먹어라.”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콰콰콰콰콰!
조금 전과 같은,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력한 신살의 기운을 품은 거대한 빛의 창이.
투콰앙!
그대로 놈을, 놈이 있는 지면을 관통하였다.
먼지나 다른 흔적이 일어나진 않았다.
그것은 오직 요그 소토스를 저격하기 위해 일으킨 권능.
조금 전에는 그 위력의 범위를 조절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곳에 어떠한 충격도 주지 않은 채 온전히 요그 소토스를 가격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성장 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직 익숙지 않은 능력이 익숙해지고 있다.’
아자토스 내부, 그곳에서 의지의 힘을 키웠다.
그건 어떻게 보자면 갑작스러운 성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힘에 적응할 만한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 힘을 사용하면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쳐라.”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콰앙!
신살의 창을 계속해서 생성하여.
“매우 쳐라!”
콰쾅, 콰콰콰쾅!
놈의 확실한 소멸을 이끌기 위하여 연이은 공격을 가했다.
지끈!
의지와 정신력의 소모로 인해 두통이 파고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기서 확실히 요그 소토스를 끝내지 않으면 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기세를 잡은 지금 확실히 끝내기 위한 전력의 동원.
그 파괴적인 행위가 계속해서 요그 소토스의 진체를 가격하였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후우-”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쉬이이이-
충격의 여파로 수증기와 같은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다.
그곳에 요그 소토스는 없었다.
녀석의 남긴 흔적인 작은 파편만이 남아 있을 뿐.
꿈틀.
끈질긴 생명력을 보유한 놈의 일부가 꿈틀 댄다.
‘코어로군.’
그 몸의 일부 안에 감춰져 있는 게 코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일부를 향해 접근하던 때였다.
콰아아아아!
걸음을 멈추게 하는 강렬한 기운.
“….”
창공을 응시했다.
그 기운의 근원지는 머리 위에 떠 있는 녹색의 궁전 르뤼에였다.
「…나약하구나, 요그 소토스여.」
본래는 들리지 않아야 할 누군가의 의지가 들린다.
‘크툴루!’
극의 영역에 이르렀기에 크툴루가 요그 소토스를 향해 전하는 의지를 엿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네 소멸은 나의 계획에 있는 것이었으니.」
크툴루는 철저했다.
놈은 요그 소토스를 비롯해 코어를 지키는 모든 미지를 신뢰하지 않았고, 최후의 수단을 남겨두고 있었다.
「자, 이제 때가 되었다.」
스으으으!
녹색 안개가 피어났다.
그 안에 깃든 엄청난 기운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무한뇌전(無限雷電)』
조금 전 신살의 창을 발현하며 구상한 권능.
쿠르릉!
노한 하늘, 먹구름이 드리운 그 공간에서.
번쩍!
푸른색 번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묠니르의 힘, 그것을 복사하여 나만의 권능으로 만들었다.
번쩍, 번쩍!
의지로 만든 번개가 연신 세계에 푸른 빛을 드리운다.
“크으으-”
엄청난 정신력의 소모로 인한 부작용이, 고통이 육신에 찾아들었다.
하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다.
크툴루가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기에 최대한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힘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이어진 벼락의 공격.
“그만!”
갑작스레 들려오는 음성과 함께.
스팟!
벼락이 꽂히는 그곳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포착할 수 있었다.
“흡!”
경호성을 발하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간발의 차로.
스윽!
무언가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조금만 반응이 느렸다면 그 공격에 의해 목이 잘리고 말았을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벌린 채 수상쩍은 무언가를 바라본다.
“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경악성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다, 윤찬.”
익숙한 음성.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건 인간, 정확히는 김대웅이었다.
절그럭, 절그럭.
손에 쥔 염주를 돌려대는 그 모습은 분명 회귀 전의 김대웅이 분명했다.
아니.
“또 수작질인가?”
조금 전에도 그렇고 요그 소토스는 김대웅을 이용하여 내 심신을 흔들려 했다.
바보도 아니고, 그것에 당해줄 턱이 없지.
“수작질이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네가 알던 그 김대웅이 맞다.”
“…그래서? 달라질 게 있나? 네가 김대웅이든 아니든, 결국에는 적이라는 게 중요하지. 크툴루의 명령을 받는, 나와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
사실 김대웅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하진 않다.
결국에 중요한 건 우리가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크툴루의 계획을 막아야 하기에 눈앞의 존재를 죽일 수밖에 없다.
“…그럴 테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놈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인다.
“하지만 아주 잠깐,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
시간을 끌려는 속셈인가?
하지만 그건 내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밖에 없다.
‘체력과 의지력이 바닥났다.’
조금 전 요그 소토스를 공격하기 위해 펼쳤던 모든 공격.
그것은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하는 행위였다.
극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해서 만능이 되는 건 아니다.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선 그만큼이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법.
지금의 내게 그 대가라는 건 의지와 정신력이었다.
물론 내 의지의 크기는 크다.
하지만 무한의 강화, 무기 창조, 능력 복사 등 너무 많은 능력을 사용한 나머지 그것을 당장 충당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잠깐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것을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들어주는 거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고맙군.”
“별말씀을.”
그렇게 말하며 회복에 들어갔다.
“윤찬, 네가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분명 회귀 전 네가 알고 있던 김대웅이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그날, 너의 육체 강화 실패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나는 무각성자에서 시간 이동자 특성을 개화할 수 있었지.”
육체 강화로 인한 죽음.
그로 인해 시간 이동자 능력을 각성한 김대웅은 그 특성을 이용하여 종말을 막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처음에는 희망에 찼었다. 이 시간 이동자 특성을 이용한다면 능히 종말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주어진 기회는 한 번이 아니었다.
무려 100번.
100번 동안 시간을 이동하게 된다면 그간 쌓은 경험과 힘, 그리고 보구는 넘쳐날 게 빤했다.
그렇게 희망에 찬 김대웅은 종말을 막기 위한 100번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당연하게도 다른 세계의 너와 함께 종말을 막기 위한 여정을 계속했었지. 물론 많은 방해가 있었지만, 윤찬, 너와 함께여서 그 모든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수십 번 반복되는 그 여정에서 김대웅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었던 건 나였다.
“배신에 배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종말에서 너만큼은 나의 뜻을 믿어주었다.”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
그것의 존재는 단순한 좋은 동료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기에 수십 번의 시간 이동, 실패와 실패 끝에서도 바른 정신을 유지한 채 종말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종말의 끝에 도달했지.”
98번째 기회, 거기서 김대웅은 종말을 막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종말의 끝에 있던 건 우리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 바로 미지라는 넘을 수 없는 괴물의 등장이었다.”
종말을 막은 건 하나의 자격을 증명한 것에 불과했다.
김대웅과 일행 앞에 나타난 괴물.
그들은 미지라 불리는, 이 모든 종말을 주관한 존재들이었다.
수많은 시련과 고난, 역경을 헤치고 나온 김대웅에게도 두려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오직 절망만을 선사하는 괴물들.
“그들은 우리에게 말했지. 단 하나, 오직 한 명만이 미지가 될 수 있다고. 그 한 명만이 진화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이야.”
종말을 막은, 그 끝에 도달한 이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미지로의 진화였다.
물론 그 축복을 얻을 수 있는 건 단 하나.
“당연히 우리는 모두 거부했다. 힘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미지라는 존재와 싸울 준비를 했지. 오직 한 명.”
말을 끊은 김대웅이 나를 바라보았다.
“윤찬. 너를 제외하면.”
“….”
“너는 미지가 되는 것을 선택했고, 그들은 유일하게 그러한 선택을 한 너를 미지로 변화시켰다.”
배신이었다.
그 누구보다 믿고 있었던 나의 배신으로 인해.
“나는, 그리고 종말을 함께하였던 우리는 네게 먹히고 말았지. 그렇기 98번째 시간 이동이 끝난 것이다.”
그 순간 김대웅은 깨달았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이 시련은 누군가를 믿어선 안 되는 함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너의 배신으로 인해 내 영혼을 찢겼고, 그때부터 전혀 다른 인격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신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격이.”
사실 김대웅은 그러한 인격의 생성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놈들이 내 정신을 장악한 순간 나는 깊은 무의식 속에 빠진 채 나 혼자만의 종말을 진행하고 있었지.”
신인과 다른 인격은 주 인격인 김대웅이 깨어나지 못하도록 종말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그곳에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리곤 비극이 시작되었다.
다른 시간의 김대웅을 흡수하여 시간 이동의 한계치를 늘리고 그러한 일을 수십, 수백, 수천 번 반복하며 영겁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신인은 물론 요그 소토스와 다른 인격들이 탄생하여 그의 육신을 지배하였다.
“하지만 크툴루가, 저 존재가 무의식 안에 있던 나를 깨웠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바가 뭐지?”
옛이야기?
왜 그가 이렇게 변했는지에 관해서는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 중요한 건 아니다.
왜 지금 그는 내게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윤찬. 나는 네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다. 결국, 이 시련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설령 네가 크툴루와 아자토스를 처치한다 해도 결국, 또 다른 그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네가 그토록 믿었던 동료들의 배신으로 인해.”
그렇게 화두를 던진 김대웅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렇기에 제안한다. 윤찬, 나와 함께 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완벽한 파괴의 길을 걷지 않겠느냐?”
놀랍게도 김대웅은 아자토스와 크툴루, 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완전한 파괴의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