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김대웅이 전이한 시간 이동자 특성은 내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목적인 듯 수많은 시간을 이동하였고, 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다.
‘대장의 인격이 분리될 수밖에 없었겠군.’
비록 전부는 아니나 그 일부를 겪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감정이 피어났다.
배신, 배신, 배신.
대장이 말했던 대로 인류의 역사라는 건 배신의 역사와 다를 바 없었다.
누구는 종말을 막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의 노력으로 얻은 편안한 생활을 누리다가 통수를 쳤다.
신인이라는 인격이 왜 생겼는지, 급기야 요그 소토스라는 미지로 변화한 원인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시간 이동을 할 때의 대장은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스스로는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외면에 불과한 것뿐.
내면의 성장.
의식의 확장을 이룬, 극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극의 영역을 이룬 지금의 나는 감정이 흔들릴 일이 없었다.
어떠한 상황, 어떠한 일이 일어났건 굳건하게 뿌리 박힌 신념이 흔들릴 일은 없다.
‘나는 인류를 구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내 진정한 목적은 인류를 구원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를, 그리고 동료들의 삶을 원한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나와 동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미래였다.
인류?
살아 있으면 좋을 테지.
하지만 그게 우선시 될 일은 없다.
내게 있어서 그들은 구하면 좋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 주가 될 순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건, 어떻게 배신을 했건, 나로 인해 어떠한 이득을 누리건 상관없었다.
수많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결말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연 대장이 지금과 같은 특성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자신과 같은 일을 겪으며 타락하기를 바랐던 건가?
처음에는 그러한 생각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니었다.
웅웅웅!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그 결말을 볼 때마다 다른 시간의 내가 쌓은 업이, 그 의지가 내게 흡수되었다.
“아!”
그리고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신념이 흔들리지 않았구나!’
다른 시간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 현재, 미래, 그 어느 시간의 나도 신념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다른 시간의 나 또한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반드시 종말을 막겠어!’
‘동료들을 구할 거야!’
‘흔들리지 마라. 이 종말의 끝을 봐야겠어!’
그 확고한 의지가 내게 흡수되어 쌓이고 쌓인다.
‘이게 대장이 준비한 선물이로군.’
뒤늦게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이, 쌓이는 신념이 대장이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뭔가 익숙하다.
이 광경,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스크루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신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스크루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상은 그와 흡사했다.
‘…이것도 시련의 일종이라는 건가?’
다양한 시간대의 나를 흡수하면서 어렴풋이 깨달은 게 있었다.
그것은.
‘아자토스, 그리고 크툴루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현상이 어쩐지 자연스럽지 않다.
뭐랄까.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교하게 맞물린, 어떠한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할까.
그리고 그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듯하다.
태초부터 존재했다는 아자토스나 크툴루마저도 장기 위의 말처럼 움직이는 어떠한 존재의 흔적.
‘설혹 장난감 말이라 해도 상관없다.’
어쩌면 이 모든 운명을 만든 누군가가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내게 주어진 소명을 다할 뿐이다.
웅웅!
의지를 쌓을수록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
그의 말처럼 이전의 나라면 크툴루와 아자토스를 상대하는 게 불가능했을 거라는 점이다.
수많은 시간 대의 내가 쌓아 올린 의지를 흡수하면서 의지의 영역은 더욱더 확대되었다.
그렇게 확대된 의지를 펼치자 지금 내가 보고 있느 시간대를 넘은 곳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건, 아자토스인가?’
어딘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향상심을 장착한 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아자토스의 불길한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힘이라는 건.
‘가공할 만하다!’
그 말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천외천.
경외를 느끼게 할 수밖에 없는 굉장한 힘.
‘놈 또한 다양한 시간대의 자신을 흡수하고 있구나!’
아자토스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존재하며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
그 또한 지금의 나와 같이 다양한 시간을 이동하며 그 시간에 있는 자신을 흡수하고 있었다.
단순히 의지를 확장하는 정도가 아니다.
무한하리만큼 많은 자신을 탐식했고, 그렇게 힘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아자토스만이 아니다.
‘크툴루!’
아자토스를 이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크툴루.
놀랍게도 르뤼에의 궁전에서는 소환의 의식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놈 또한 성장하고 있다.’
놀랍게도 소환의 의식을 진행하는 크툴루 또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의식의 확장을 통해 얻은 절대적인 감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아자토스와 마찬가지로군. 놈 또한 무한한 시간 대의 아자토스를 탐식하고 있다.’
아마도 그 소환의 의식이라는 게 무한한 시간대에 존재하는 아자토스를 잡아먹는, 그리하여 단 하나만을 남기는 일인 것 같다.
아자토스, 크툴루.
두 존재가 나란히 무한한 시간대의 아자토스를 잡아먹고 있다.
그렇기에 소환의 의식은 더욱더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너희가 성장한다면 나도 마찬가지.’
비록 놈들처럼 존재 자체를 탐식하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시간대의 나를 통해 내 의식은 더욱더 확장되어 간다.
꿈틀.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지금껏 알껍데기에 둘러싸여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무언가 알 수 없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깨어난다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인이나 요그 소토스와 같이 전혀 다른 인격이 태어나 내 몸을 지배할지도 모른다.
익히 겪은 상황이었기에 그러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아니. 나는 나다.’
나를 지배할 수 있는 건 오직 지금의 나뿐이다.
불길함?
오히려 그것은 지금의 나를 유지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마음의 평정심을 이루어 그 모든 불길함을 쫓아냈다.
‘때가 되었다!’
그렇게 쌓인 의지는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흡수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슥, 스슥.
내 육신 주변을 감싸기 시작한 것.
의지로 뽑은 실, 그 어떤 것으로도 벨 수 없는 그 실을 하나씩 뽑아 몸을 보호했다.
스륵, 스르륵.
그건 뭐랄까
그래, 누에고치.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누에고치처럼 오나전히 육신을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
「어리석구나, 인간!」
칠흑의 어둠.
그곳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든다.
주륵.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눈을, 그리고 볼과 턱에 머물렀다가.
뚝.
이내 지면에 떨어졌다.
강성현.
강회장이라 불리는 그는 지금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혈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온몸에 난 상처로 인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완전 치유』
특성의 사용으로 진한 녹색 빛이 그를 휘감은 순간.
번쩍!
조금 전의 혈인은 없었다.
즐겨 입는 회색의 정장마저도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완전 치유.
그것은 일부 치유 특성을 개화한 이만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강회장이 누구인가.
무려 특성의 흡수와 부여를 할 수 있는 이.
그는 수많은 이들의 특성을 흡수하였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여전히 발악해 볼 셈이냐?」
어둠 속 들려오는 의지.
그것은 슈브 니구라스.
요그 소토스의 아내이며 수많은 자식을 낳은(물론 진짜로 낳은 게 아니라 미지로 변화시킨) 위대한 어머니였다.
「영민한 너라면 알고 있을 텐데. 힘의 차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
슈브 니구라스의 말에 강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음메에-」
어둠 속에서 태어난 새끼 양.
그것은 슈브 니구라스의 권능으로 탄생한 어둠의 양이었다.
퍼억!
인지하지도 못했다.
어느 순간 달려온 슈브 니구라스의 새끼 양이 그의 몸뚱이를 박았고.
휘이익-
엄청난 충격에 의해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갔다.
퍽, 퍼억, 퍼퍽!
한 번이 아니다.
어디에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새끼 양으로 인해 다시금 강회장의 육신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호호호호호!」
피를 본 슈브 니구라스가 기괴한 웃음을 토했다.
그것은 전투가 아니라 일종의 유흥이었다.
피, 공포, 광란.
여러 가지 감정을 이끌어내는, 그리하여 그것을 즐기는 놀이.
아무리 강회장과 동료들의 힘이 강해졌다고 해도 미지를, 그것도 요그 소토스의 아내를 상대하는 건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완전 치유』
하지만 강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거푸 공격을 당하더라도 계속 자신을 치유하며 오히려 고통의 시간을 늘렸다.
「흐음.」
슈브 니구라스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인간이라면, 하찮은 이 필멸자라면 당연히 자신을 경배하며 공포에 떨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인간은 뭔가.
물론 처음에는 누구나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자신의 권능을, 새끼 양을 본 놈들은 다들 몸을 납작 엎드린 채 그녀를 경배하였다.
공포에 질린 그들의 심장을 먹는 건 슈브 니구라스가 가장 즐기는 유흥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강회장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공포?
오히려 호승심을 느끼는 듯 무언가를 세심히 살피고 있을 뿐이다.
「시시하군.」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을 잡아먹는 건 시시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만 끝내기 위해.
「메에에-」
권능을 강화하였다.
칠흑의 어둠 속, 그곳에 수천 마리에 달하는 새끼 양을 풀었다.
조금 전에야 유흥을 위해 사정을 봐줬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만, 이 시시한 유흥을 끝내자꾸나.」
슈브 니구라스의 말과 함께.
“그래. 그건 나도 찬성일세.”
지금껏 침묵하고 있었던 강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유흥의 끝.
그것은 그도 찬성하는 바였다.
다만 슈브 니구라스가 바라는 것과 달리 그 승자는 자신이 될 테지만.
「음메에-」
「메에에에-」
하지만 이러한 자신감과 달리 어둠 속에서 달려드는 새끼 양의 공격은 예측할 수 없는 것.
그렇기에.
“빛이여!”
그건 윌리엄이 엑스칼리버라는 보구의 능력을 끌어낼 때 사용했던 시동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화아아아악!
엄청난 빛이 강회장의 육신에서 뿜어져 나와 공간을 장악한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보이는 것.
놀랍게도 강회장의 손에는 엑스칼리버와 비슷한 형태의 검, 빛의 검이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