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무한』
크툴루, 놈은 의지력을 적극 활용했다.
그 의지력으로 인해 생겨난 무한한 촉수가 사방에서 쇄도했다.
빈틈 하나 보이지 않는, 절대의 공격.
물론 같은 의지력을 발한다면 상쇄할 수 있겠지만.
‘내게 남은 에너지는 많지 않다.’
크툴루의 권능을, 인류를 파괴하려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녀석은 그 모든 것을 안중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함정에 걸려든 셈이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니.’
막대한 페널티를 안게 되었지만,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무념무상』
그것은 자신을 잊는, 오직 하나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육체를 만든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살의』
눈앞의 적, 크툴루를 향한 지독한 살의를.
『승리』
반드시 승리할 거라는 믿음을 부여하였다.
에너지를 보존하는 자연체를 이룩하고 거기에 살의와 승리라는 확고한 믿음을 보탰다.
지금의 나는 오직 크툴루라는 존재를 없애기 위한, 모든 영역을 그것에 집중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기에.
카앙!
다가오는 무한의 촉수를 쳐낸다.
물론 아무리 무념무상의 영역에 들어간 육체라 해도 그 무한한 공격을 상쇄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스윽.
마치 스스로 비껴가는 것처럼 촉수가 스쳐 지나간다.
우연?
슥, 스윽!
한 번이 아니다.
수십, 수백, 수천, 우연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필연이 된다.
‘승리라는 믿음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승리라는 믿음으로 인한 운의 영역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승리를 위해서 공격을 비껴가는 행운의 영역마저 건드렸다.
놈의 촉수는 그 행운의 영역에 속해 있었기에 나를 멀쩡히 걸어가는 나를 맞추지 못했다.
물론 모든 공격이 그렇게 비껴가는 건 아니다.
캉, 카앙!
그 영역에 속하지 않은 예외적인 공격을 쳐내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었다.
그렇게.
저벅.
크툴루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조금은 놀란 듯한 모습.
하지만 그러한 놀람에 상관 없이.
저벅, 저벅.
나아간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분명 멀리 떨어져 있었던 크툴루에게 가까이 접근했을 때였다.
「…승리를 향한 믿음이 운의 영역마저 영향을 주고 있는 건가?」
뒤늦게야 그것을 알아챈 듯 중얼거린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
그렇게 말하는 녀석을 향해 공격하려고 할 때였다.
스으으으-
그것이 무슨 현상인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근처에 있었던 크툴루가 어느새 저 멀리, 이동한 상태였다.
‘이건…?’
그것이 평범한 현상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무한』
크툴루는 다시금 무한의 촉수를 이용하여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카카캉!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녀석을 없애야 하는 건 분명하다.
지금의 현상에 현혹되지 않은 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반복된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갔을 때 크툴루는 다시금 그만큼의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아무리 다가가도, 또 다가가도 그 거리를 좁혀지지 않았다.
그제야 놈이 어떠한 의지를 발휘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무한의 굴레』
내가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무한의 굴레로 인한 거리 차이는 절대 좁혀지지 않는다.
「크하하하하하!」
승리를 직감한 듯 광기 어린 웃음을 토해낸다.
「이미 무한의 굴레는 시작되었다. 네 녀석은 나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벌써 수십 번.
놈을 향해 접근하려 했지만, 무한의 굴레로 인한 거리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의지에도 급이 있다는 건가.’
이전까지는 크툴루와 같은 영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완전무결의 영역에 이르게 되면서 의지를 발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각기 말은 달라도 의지를 다룰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같은 영역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크툴루는 그 차이를 보여주려는 듯 무한의 굴레를 통한 고유의 영역을 전개하였다.
그것은 지금의 내 의지로는 파훼할 수 없는 것.
같은 의지력의 구현에도 급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무한의 굴레를 파훼하지 못한다면 이대로 힘이 빠져 소멸에 이르고 말 것이다.
아니, 그냥 소멸이 아니라 크툴루라는 존재에게 먹히는 끝을 맞이할 테지.
‘내가 놈에게 먹히면 모든 게 끝이다.’
완전무결의 영역에 다다른 나를 탐식하게 된 크툴루.
분명 놈은 굉장한 힘을 얻을 테고, 그 힘을 통해 아자토스를 쓰러뜨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동료들의 삶은 끝이 난다.
‘그렇게 둘 순 없지.’
무한의 굴레를 보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의지를 발현하는 것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약화』
약화했다.
무엇을?
무한의 굴레로 인해 벌어진 거리를.
크툴루와 나와의 거리,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추상체를 약화하였다.
한 번이 아니다.
『약화』
『약화』
…
수십, 수백 번.
그와 함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이건?!」
경악하는 크툴루.
그럴 수밖에.
무한의 굴레로 인해 절대 좁혀지지 않아야 할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약화한 건 무한의 굴레로 인해 벌어진 거리.
하지만 약화하는 권능을 통해 그 거리를 점차 좁혀질 수밖에 없었고, 이윽고 닿을 수 없어야 할 우리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까지 닿게 되었다.
지금 여기서 필요한 건.
스윽!
놈을 베는 것.
양손, 의지로 빚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카카칵!
크툴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지의 보호막을 두른 상태였다.
『절대 방어』
그것은 절대 방어.
의지력으로 뭉쳐진, 절대로 깨지지 않는 보호막이었다.
하지만.
『약화』
의지로 빚은 검이 닿을 때마다 약화의 권능을 사용하여 그 보호막의 힘을 약화했다.
보통은 약화의 권능에 의해 보호막이 얇아지거나 사라졌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이이잉-
보호막은 건재했다.
그리고.
휘휘휘휙!
여전히 주변을 둘러싼 위협적인 촉수의 움직임도 변하지 않았다.
스윽.
승리를 위한 행운.
그 영역으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공격을 피하고.
카카캉!
검을 휘둘러 나머지 공격을 튕겨냈다.
‘괜히 절대의 보호막이 아니로군.’
크툴루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산재했다.
놈이 펼친 절대의 보호막.
그것은 절대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닌 것처럼 절대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절대, 그것은 절대 약화되거나 감소하지 않는 것.
그렇기에 약화라는 권능에 노출되고도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절대?’
그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절대라는 건 존재하는가.
이 모든 건 의지력으로 인해 구현된 것.
그 의지라는 것에 절대라는 게 성립할 수 있을까.
‘아니.’
결단코 그럴 일은 없다.
세상에 절대라는 건 존재할 수 없는 것.
그것을 떠올리며.
『절대 약화』
나는 절대에 대항하는 절대의 의지를, 약화의 권능을 발현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콰챵!
약화의 권능에 노출된 절대의 보호막은 산산이 부서졌다.
「이런!」
절대를 깨부수는 법은 간단했다.
절대와 절대가 만나 서로 상충하는 것.
크툴루를 보호하던 보호막마저 사라진 상태.
「나는 크툴루다! 혼돈의 화신. 너희 인류를 창조한 절대자!」
그와 같은 행위는 나를 겁주려는 게 아니다.
의지력을 발현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작업과도 같은 것.
내 심상을 흔들어 어떻게든 더욱 큰 의지력을 발하려는 의도였으나 소용없는 짓.
‘나는 나를 믿는다.’
내가 흔들리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심마도 내게 위협이 될 수 없다.
『불굴』
절대 굴하지 않는 의지력으로 정신을 무장한다.
「노옴-」
그것에 분노한 것일까.
크툴루는 더욱더 큰 의지를 부여하여 새로운 권능을 발현하였다.
서걱!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잘린 촉수 하나가 꾸물거리며 바닥에 떨어진다.
하나?
아니, 하나가 아니다.
툭, 투투툭!
수십 개의 촉수가 그곳에 떨어졌고.
츠츠츠!
이내 하나의 형상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건.
“…강성현, 윌리엄, 영웅….”
이곳 르뤼에의 궁전 아래, 지상에 있어야 할 동료들이었다.
강성현, 윌리엄, 영웅, 예일, 리우옌, 타오, 빙빙, 암존을 포함해 청와대에서 방어하고 있을 전상혁과 진우까지.
겉모습만 같은, 전혀 다른 존재 아니냐고?
아니.
“윤찬….”
본디 인류를 창조한 건 크툴루다.
당연히 똑같은 인간을 창조할 수 있었고, 그것은 아자토스의 일부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권능에 의해 똑같은 자아를 가진 동료들이 탄생하였다.
화아아악!
예일이 일으킨 빛이, 신의 권능이 강력한 힘을 부여한다.
“….”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 이들은 네가 알던 너의 동료들과 똑같은 이들. 그들을 짓밟을 수 있겠느냐?」
크툴루는 내게 선택을 강요했다.
과연 똑같은 의지와 자아를 가진 동료를 해칠 수 있겠느냐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뭔가 잘못 생각한 것 같은데?”
놈은 자신이 창조주기에 그 모든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휙!
돌연 등을 돌리며 크툴루를 바라보는 동료들.
“나를 지배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
“나는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까.”
놈은 한 가지를 착각하고 있었다.
의지가 없는 인형을 만든 게 아니라 동료들의 의지를 그대로 부여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의지는 크툴루라는 창조주에게 대항할 수 있을 정도.
그냥 인형으로만 만들었다면 모를까, 그들의 자유 의지는 크툴루에게 대항할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다.
「감히, 네 놈들이 내 의지에 반하겠다는 것이냐!」
이에 분노한 크툴루가 소리쳤다.
그 노한 음성이 르뤼에의 궁전에 가득히 울려 퍼졌지만.
“하아압!”
“으랴!”
동료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자유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크툴루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건방진!」
뜻하지 않은 공격에 당황하는 크툴루.
하지만 여전히 그는 강력했다.
쉬이이익!
무한이라는 의지가 실린 촉수가 동료의 전신을 난자한다.
푸푸푸푹!
아무리 극의 영역에 이른 동료들이라 해도 크툴루의 의지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
“컥!”
“크흑!”
“쿨럭!”
무한의 촉수에 당한 그들은 치명적인 상처에 피를 게워 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극심한 부상.
하지만.
씨익.
그들은 웃었다.
왜?
“…방심했군.”
무한.
그 의지력을 발휘한 게 내가 아닌 동료들이었기 때문이다.
「….」
놈은 내가 아닌 동료들에게 무한의 촉수를 발현했다.
그 말인즉, 내게는 그만큼의 틈이 생겼다는 거고, 나는 그 틈을 놓칠 만큼 어리석은 이가 아니었다.
푸우욱!
의지로 빚은 검.
승리를 위한 검이 크툴루의 복부 깊숙한 곳에 박혀 들었다.
「….」
승리를 예상하였다.
하지만 그건.
「…걸려들었군.」
크툴루의 함정.
쩌어억!
녀석의 몸이, 아니 정확히는 거대한 입이 벌어지며.
꿀꺽!
기다렸다는 듯 나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