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혼돈을 구성하는 다양한 의지.
용기를 시작으로 크툴루의 내부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의지를 흡수하였다.
결의, 각오, 희생, 숭고.
4개의 의지를 흡수하였고, 그 과정이란 건 용기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육신이 녹아내리는 것과 같은 시험이 동반되었고, 나는 그것을 모두 이겨냈다.
‘하지만…부족하다.’
5개의 강력한 의지를 흡수하여 강해졌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뭐랄까.
여기서 더, 무언가가 갖춰줘야 알을 깨고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러한 간질간질한 기분.
하지만 기감 확장을 통해 크툴루의 내부를 뒤져 봐도 남은 의지는 없었다.
‘아니, 분명 남은 게 있다.’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 퍼즐, 그것을 맞출 수 있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너무 희미하기에 기감으로는 찾을 수 없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직접 몸을 움직여 혼돈의 내부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딘지도 알 수 없는 혼돈의 공간, 그곳에 몸을 숨긴 작고 미약한 의지를.
웅웅!
그건 미약하고, 새하얀 빛을 발산하고 있는 의지였다.
“….”
그것을 보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을 흡수해야 나는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짐작이 아닌 확신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 아직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의지를 흡수해야만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홀린 듯 흰빛을 향해 다가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네 놈-」
일갈과 함께.
스으으으!
주변, 혼돈의 기운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눈치챘나?”
갑작스러운 현상이 나타내는 건.
「잘도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군.」
크툴루의 등장이었다.
놀랍게도 녀석은 자신의 내부에,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분신을 만들어 냈다.
「다행히 아직 완전한 변화를 이루진 못했군.」
흘깃, 나를 응시한 녀석이 말했다.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필요했을 테지.」
놈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에는 흰빛을 내뿜는 마지막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눈치챈 이상 이루어질 일은 없을 거야.」
“…조금만 늦게 눈치를 채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둔감해도 내 힘이 약화되는 것을 모를 턱이 없지.」
내가 흡수한 의지는 혼돈을 구성하는 재료들이었다.
그것을 흡수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크툴루에게 신호가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녀석이 내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냥 모르고 넘어가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역시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흘러갈 턱이 없었다.
우려했던 대로 놈은 내 앞에 나타났고, 마지막 남은 의지를 막아서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웅웅웅!
의지를 흡수하여 더욱더 날카로워진 의지의 검을 생성한 후.
팟!
놈을 향해 쇄도했다.
지금 놈과 내게 필요한 건 대화 따위가 아니었다.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힘을 겨루는 것.
하지만 그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카앙!
새로이 벼린 의지의 검이 크툴루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타격을 주지 못했다?
단지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쩌적!
내 의지로 빚은 검에 균열이 일었다.
그 엄청난 충격을 이기지 못한 대가.
“…어떻게?”
의문이 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크툴루가 강하다 해도 내 의지의 검을 튕겨내다 못해 박살 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조금 전 전투로 증명되지 않았던가.
게다가 지금은 내부에 깃든 의지를 흡수하여 더욱더 강해진 상태다.
그런데도 의지의 검은 놈이 만든 분신을 베지 못했다.
어째서?
「네 놈, 단단히 착각하고 있구나.」
착각?
「이곳은 나의 세계다. 내 의지력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나만의 세계.」
아!
그 순간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크툴루의 내부, 그러니까 그의 의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곳이었다.
‘그렇군.’
크툴루가 변화를 눈치챈 순간부터 이곳은 용담호혈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위기의 순간에도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
하지만.
「발악해도 소용없다.」
크툴루는 그러한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푸욱!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곳에서 뻗어 나온 촉수가, 날카로운 가시와 같은 그것이 어깨를 꿰뚫었다.
“크윽!”
마지막 순간 몸을 틀지 않았다면 머리가 꿰뚫린 채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호오? 반사신경이 꽤 대단하군. 피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말대로다.
‘느껴지지 않았다!’
놈의 공격, 그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감, 그것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번 일격으로 죽음에 이르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어디 얼마나 피할 수 있는지 두고 보지.」
놈의 의지와 함께.
파파파파팟!
사방에서 쇄도하는 날카로운 촉수.
감히 그것을 상쇄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흡!”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겨우 공격을 피해내는가 싶었지만.
푹, 푸푸푹!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든 촉수로 인해 몸이 걸레짝이 되었다.
하지만.
『완전 치유』
의지력을 사용하여 그것을 되돌렸다.
아니, 되돌리려 했다.
『간섭』
크툴루가 내 의지력에 간섭했다.
그리고.
『반전』
간섭으로도 모자라 완전 치유의 힘을 되돌렸다.
주르륵.
치유되었어야 할 상처에서 새빨간 선혈이 흘러내린다.
「말했을 텐데. 이곳은 나의 세계. 내 의지로 모든 게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그렇다.
이곳은 크툴루의 세계, 그렇기에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놀라운 권능과 의지력을 발현할 수 있었다.
그것은 흡사.
‘창조주.’
모든 만물을 지배하는 창조주와 같은 절대의 권능.
심지어 그건 내 의지에 간섭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긴.
다른 곳도 아니고 이곳은 놈이 만든 세계니까.
똥개도 자신의 집구석에선 먹고 들어가는 법.
그게 크툴루 정도 되는 거대한 존재라면 더더욱이 그럴 테지.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그 돌파구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것을 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짧은 시간.
어쩌면 그 짧은 시간으로 인해 나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발버둥을 치는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은 발버둥 치는 것.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한다면.
「고통에 몸부림쳐라!」
크툴루의 태도였다.
놈은 단번에 나를 끝낼 수 있음에도 그것을 실행하지 않았다.
어째서?
‘자신을 궁지로 몬 나를 용서할 수 없을 테지.’
녀석은 묘하게도 인간과 닮았다.
아니, 놈이 인간을 창조했으니 인류가 놈을 닮았다고 해야겠군.
놈은 지금 위대한 자신을 궁지로 내몬 내게 복수를 감행하고 있다.
복수가 무엇인가.
고통 없이 죽이는 건 복수가 아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최대한 괴롭히면서 잔혹하게 죽이는 것.
그것이 복수의 기본 골자였다.
그렇기에 놈은 단숨에 나를 끝낼 수 있음에도 가지고 놀고 있다.
마치 배부른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사냥 연습을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건.
‘기회다!’
내게는 더없는 기회였다.
지이이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한 작업을 시도한다.
자신의 세계에서 놈은 분명 절대적인 왕이자 창조주였다.
그 의지에 나는 장난감처럼 저항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 내 의지를 덮어버린다면?
그걸 조금씩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은 손끝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나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도.
푸푸푸푹!
가시와 같은 놈의 촉수가 나의 육신을 농락하고 있었다.
이미 전신은 걸레짝이 되었다.
“쿨럭!”
내부 장기가 손상되어 죽은 피가 흘러 내렸다.
완전 치유를 통해 그 모든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 테지만, 소용없는 짓.
어차피 간섭과 반전이라는 의지를 통해 놈은 나의 모든 의지를 되돌릴 수 있으니까.
여기서 해야 할 일은.
“크윽!”
철저하게 당해주는 것이다.
놈이 기뻐하도록.
그 기쁨에 취해 내가 하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크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연기가 아주 잘 통한 모양이다.
통쾌한 웃음을 터뜨린 놈은 처참한 나의 몰골을 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보아라! 이것이 너희와 나의 차이다. 본디 인간은 내가 창조한 피조물에 불과한 것. 감히 창조주의 의지를 반하는 행동을 하니 이런 꼴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제대로 신이 났다.
「그러니 기회를 주마.」
폭풍과 같았던 놈의 맹공이 사그라졌다.
주륵.
물론 그로 인해 내 몸은 걸레짝이 된 사태였지만.
벌집이 된 육신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지경이 되어 있었다.
그 몰골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지이이잉-
내가 돌파구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내게 복종해라.」
그리고 놈은 예상한 제안을 던졌다.
「네놈이 괘씸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너와 같은 인재를 놓치는 게 더욱더 아쉽다.」
하하.
이건 숫제 인간이다.
향상심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크툴루는 어느새 인간에 가까워져 있었다.
「너와 네 동료들이 내 계획에 동참한다면 내 뜻을 이루는 게 더욱더 빨라질 테지.」
“세계의 지배 말이냐?”
시간을 끌어야 하는 나로선 당연히 놈의 말에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조금만 더.
「아자토스를 처치하고 놈을 삼키게 되면 나는 온전한 신이 된다.」
그건 과언이 아니다.
아자토스마저 삼키게 된 크툴루는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완전한 신.
그래.
내가 완전무결이 되었듯, 놈은 완전무결한 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은 세계에 그리 큰 간섭을 할 수 없지. 결국, 세계를 다스리는 건 왕이다.」
신은 방관자다.
물론 필요할 때는 적절히 개입할 테지만, 그 모든 것을 관리하진 않는다.
「나는 세계의 왕을 너로 정했다.」
인심 쓰듯 말한다.
「무려 세계의 왕이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영원한 권력을 쥐게 되는 자리. 그건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영광의 자리이니.」
이곳이 녀석의 세계이기 때문일까.
의지가 실린 그 말은 내 심지를 흔들 정도였다.
‘깜빡 잘못하면 넘어가겠군.’
만약 지금의 내게 돌파구가 없었다면 놈의 감언이설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그것을 실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라는 것이 강력한 의지가 깃든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물론 너의 동료들 또한 세계의 중신이 되어 너와 같은 권력을 누리게 될 것이다.」
“….”
마치 진짜 고민하는 것처럼 열연을 펼쳤다.
「선택의 시간은…음?」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네 녀석….」
크툴루가 눈치를 챈 것 같다.
하긴.
모르는 게 이상한 거지.
이미 내가 마련한 수는 놈이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로 커져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적절한 답이 됐을 테지?”
웅웅웅!
내 주변, 마치 보호막과도 같은 의지의 영역이 둘러싸고 있다.
그것은 크툴루가 지배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내가, 나만의 의지로 만든 나의 영역.
놈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기에 작지만, 나만의 영역을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완전 치유』
곧바로 완전 치유를 사용하여 걸레짝이 된 내 육신을 복원했다.
『간섭』
『반전』
놈은 그것을 되돌리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
“소용없어. 내 육신만큼은 네 영역에서 벗어났으니까.”
놈의 의지는 내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그렇기에.
“2차전을 시작해 볼까?”
지금부터가 진정한 2차전의 시작.
아니, 어쩌면 진정한 전투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