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육신을 나의 의지로 감쌌다.
그로 인해 크툴루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그게 곧 승리를 뜻하는 건 아니었다.
카캉!
내게 쇄도하는 촉수, 그 무한한 공격을 튕겨 내자 요란한 불똥이 튀었다.
저릿.
손아귀는 그 충격으로 인해 전기가 통한 듯한 저릿한 통증이 피어올랐다.
‘현실과는 또 다른 강함이군.’
그건 예상했던 것 이상의 강함.
확실히 자신의 영역 안에서 펼쳐지는 공격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카카카캉!
손을 쓰는 데 있어서 주저함은 없다.
강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 또한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용기』
『결의』
혼돈의 재료 중 하나였던 용기와 결의, 그 2개의 의지를 발현하였다.
파직, 파지직!
붉은, 그리고 노란색 스파크가 몸 주위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 스파크가 내게 전해 주는 힘이란 단순한 강화의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한 단계 발전한 것처럼, 조금 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카앙!
촉수를 쳐내는 움직임에 거침이 없다.
조금 전까지 손아귀에 느껴지던 통증이란 것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놈이 발휘하는 무한을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스스스.
어느새 주위를 가득 장식한 촉수는 사라진 뒤였다.
「내 영역에서 이 정도의 활약을 펼칠 수 있다니!」
새삼 다시 봤다는 듯 나를 응시한다.
‘여유?’
그 칭찬에 좋아할 수 없다.
전투의 와중에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것.
그건 여유의 증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군. 세계의 왕이 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물론 그러한 말을 내뱉는 건 내 후회를 끄집어내기 위해서지, 그것을 되돌리기 위한 게 아니다.
오히려 놈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팟!
의지를 움직여 놈에게 접근해 공격을 가하려 했다.
하지만.
스르륵.
마치 유령처럼 미끄러진 크툴루는 금방 내 공격의 영역권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공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필살』
숨겨 두고 있었던 하나의 의지를 발현한다.
고오오오!
그 순간 나는 볼 수 있었다.
회색으로 물든 공간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를.
“….”
느껴지는 기운에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건….”
내 눈에 들어온 건 이 공간 전체를 파괴할 듯한 거대한 촉수.
어디를 가더라도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공격.
「쥐새끼처럼 잘만 피하더니, 어디 이것도 피해 보아라!」
크툴루가 자신감을 내보인 이유가 있었다.
필살의 의지.
그것은 이 공간 전체를 메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공격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쿠쿠쿠쿠쿠!
점차 아래로 떨어지는 그 촉수를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죽을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니.’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
그것은 크툴루가 지금까지 막고 있었던 하얀색의 구체, 마지막 남은 의지였다.
‘희망!’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그것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희망.
이 하얀색 빛은 희망이라는 생기 넘치는 빛과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음을 말이다.
타타탓.
달린다.
크툴루가 사라짐으로 인해 그것을 막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그 거대한 필살의 의지는 이미 내 몸을 내리누르고 있었지만.
텁!
‘잡았다!’
희망, 그것을 손에 쥔 순간.
콰앙!
필살의 의지가 만든 거대한 촉수가 공간을 짓눌렀다.
*
「으하하, 으하하하하하!」
촉수로 인해 검게 물들어 버린 세상.
그곳에서 크툴루는 광기에 찬 웃음을 토해냈다.
「멍청한 녀석. 고작 그 작은 의지를 잡아서 무얼 하겠다고.」
윤찬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을 획득하지 못하게 하려고 훼방을 놓기도 했지만, 사실 크게 상관없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란 말인가. 미약한 희망에 모든 것을 걸다니.」
그것은 희망.
크툴루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약하다 못해 존재조차 느껴지지 않는 아주 작은 것.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 그것을 향해 뛰어드는 윤찬의 모습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죽을 걸 알면서도 달려드는 부나방과 같구나!」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날파리와 같은 나약한 모습.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이제 의식도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준비를….」
이제 자신의 내면에서 나와 의식의 마지막을 준비하려고 할 때였다.
스으으.
필살의 의지로 인해 검게 물든 세계, 그곳에서 미약한 빛이 흘러 한 차례 번쩍였다.
잘못 보았나?
다시금 빛이 점멸한 곳을 응시하는 크툴루.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 보아도 그곳에서 빛이 점멸하는 일은 없었다.
역시 착각이었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번쩍!
검게 물든 세상에 벼락이 내리는 듯한 환한 빛이 일었다.
그리고 그것은.
화아아악!
어둠에 물든 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다.
그와 함께 보이는 것.
「넌….」
내면의 중앙.
그곳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화아악!
조금 전, 내면의 세상을 밝히게 한 새하얀 빛을 내뿜은 채로.
「…윤찬?」
당연하게도 그는 윤찬이었다.
필살의 의지에 의해 납작하게 눌렸어야 할, 존재조차도 남지 않았어야 할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멀쩡하다?
그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조금 전의 존재와 같다고 생각할 수 없는, 강렬한 빛과 힘으로 무장한 이.
그것은 크툴루가 얕잡아 보던 희망의 빛이었다.
“희망이란 건 가장 더움이 커진, 가장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하는 법이지.”
희망.
누군가는 그것을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아니다.
희망은 가장 위기의 순간 큰 힘을 발휘하는 것.
「호오?」
하지만 살아남은 윤찬을 확인한 후에도 크툴루는 그리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차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내 필살의 의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니. 과연 대단해.」
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부딪치며 요란한 소릴 낸다.
「그런데 그래서?」
달라지는 것?
없다.
「고작해야 그 나약한 희망이라는 것에 의존한 네가 뭘 할 수 있지?」
크툴루가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쿠쿠쿠쿠쿠!
그와 함께 다시금 세상을 덮치는 거대한 기운이 있었다.
『필살』
『필살』
『필살』
…
하나가 아니다.
수십 개가 중첩된 형태의 필살 의지가 하강하고 있었다.
막고, 또 막아도 결국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한 점을 알려 주기 위한 크툴루의 의지 발현.
“…확실히 넌 강하다.”
그리고 윤찬이 입을 열었다.
“지금의 나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니, 어쩌면 이미 아자토스를 넘어섰을지도 모르지.”
윤찬은 인정했다.
눈앞에 있는 크툴루, 이 존재야말로 최강을 대표할 수 있는 존재라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혼돈의 근원이면서 향상심을 가지고 있다.
그 향상심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를 성장시켰을까.
짐작하기조차 힘든 시간 동안 단련한 그는 재능과 노력, 그 모든 것을 합한 결정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그 간극을 메꾸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위에 있다는 그 자신감. 그것이 네가 범한 치명적 실수다.”
크툴루는 더할 수 없이 완벽하다.
사실상 현재 가장 정점에 있는 존재.
하지만 그것이 작은 틈을 만들고 말았다.
가장 위에 있기에 가장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있던 윤찬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용기』
내려오는 필살의 의지를 보며 조금 전 얻은 의지를 발현한다.
파직, 파지직!
붉은 스파크가 전신을 휘감아 돈다.
『결의』
파직!
이번에는 노란색 스파크였다.
붉은, 그리고 노란색 스파크가 전신을 휘감아 돌며 서로 충돌을 일으켰다.
『각오』
스으으으.
스파크 위를 청색의 안개와 같은 기운이 덮는다.
그로 인해 맹렬하게 부딪치던 스파크의 충돌은 어느새 잠잠해졌다.
『희생』
스스, 스스스!
녹색 안개와 같은 것이 용기와 결의, 각오가 만들어 낸 기운 위를 코팅하듯 덮었다.
『숭고』
네 개의 기운이 육신을 가득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빈틈이 존재했다.
숭고의 기운, 황금색 그 기운은 사이사이에 파고들어 그 빈틈을 완벽하게 메꾸었다.
그리고.
『희망』
마지막 희망.
화아악!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와 5개의 기운을 뒤덮었다.
그것은 융화의 과정이었다.
본디 다른 5개를 하나의 의지로 만드는 과정이었고.
콰콰콰콰콰콰!
본래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인한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무 강렬하여.
쿠쿠쿠쿠쿠!
아래로 떨어지는 중첩된 필살의 의지를 밀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게 무슨….」
그 엄청난 광경에 크툴루마저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만약 저 아래에 깔린 게 자신이라면, 중첩된 필살의 의지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과 같은 기적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인데.
화아아악!
장내를 뒤덮은 새하얀 빛은 칠색의 영롱한 빛으로 바뀌었다.
「이, 이건?!」
그리고 그 순간 크툴루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 혼돈의 재료가 되었던 의지가 하나로 융합하여 전혀 다른, 새로운 의지가 완성되었음을.
그것은 바로.
『승리』
분명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던 그 미지의 의지가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
승리.
그것은 수많은 의지 가운데서도 가장 영롱한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승리라는 건 의지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과정을 거쳐 마침내 도달할 수 있는, 절대로 하나의 의지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
하지만 나는 그것에 도달하였다.
용기, 결의, 각오, 희생, 숭고, 그리고 희망이라는 의지를 하나로 합했기 때문이다.
‘강화사의 조합, 그 권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한의 강화사, 내가 지닌 권능 중 하나인 조합으로 인해서였다.
그것을 통해 따로 독립된 의지들을 하나로 조합할 수 있었고, 마침내 원하던 승리의 의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이놈!」
지금껏 여유를 부리던 크툴루.
놈은 무엇 때문인지 눈에 띄게 당황하며 고성을 내질렀다.
그럴 테지.
승리의 의지는 놈도 예상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쿠쿠쿠쿠!
조금 밀려났던 필살의 의지가, 이 공간을 전부 내리누르려는 중첩된 의지가 하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리의 의지를 얻었어도 여전히 위협이 되는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한 게 아니다.
“….”
내려오는 필살의 의지를, 중첩된 그것을 바라보며.
『꿰뚫어라』
의지를 발현하였다.
그것은 정해진 의지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낸, 모든 것을 꿰뚫는 의지.
부우우우웅!
양손에 쥐어진 의지의 검이 멋대로 불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콰쾅!
아래로 하강하는 필살의 의지를 꿰뚫었다.
한 번이 아니다.
콰쾅, 콰콰콰쾅!
수십, 수백 중첩된 그 의지를 모두 박살 냈다.
스르륵.
그로 인해 엄청난 압박감을 가진 의지가 해소되었다.
「….」
“….”
회색으로 물든 세계.
그곳에서 나와 크툴루는 서로를 응시했다.
“…이게 끝이 아니지.”
하지만 내가 보일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역 확장』
의지.
단순히 그것을 품은 그 순간.
부우우우웅!
회색으로 물든 세계가 하얀, 승리의 기운으로 물들었다.
놈이 지배하고 있던 내면의 세계, 그것이 이제 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제 입장이 반대가 되었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혼돈의 세계는 승리의 세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