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스스스-
보이진 않지만, 느껴진다.
놈의 의지가, 크툴루의 존재가 흩어지고 있음을.
그것은 ‘의심’으로 인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의혹에서 시작되었던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
하지만 그건 이내 거대해졌고, 지금 놈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타고난 능력을 제외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닐까.
처음, 미약했던 의심은 이대 거대해져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놈의 존재 자체를 희미하게 만들 만큼.
그것은 내게 찾아온 유일한 기회.
놈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길이었다.
그렇기에.
『집중』
지금껏 발휘하지 않았던 의지의 힘을 빌렸다.
이미 놈의 마음속에는 의심의 싹이 텄고, 더는 인간의 힘으로 크툴루를 압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력』
집중을 통한 전력의 발휘.
그로 인해.
웅웅웅!
손에 쥔 승리의 검이 검명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진동이 아니다.
화아아악!
장내를 찬란하게 밝히는 어마어마한 빛.
승리의 빛이 뿜어져 나와 크툴루의 내부를 모두 장악하였다.
『승리』
집중과 전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다.
그 기운이 승리의 검에 모여들었다.
「….」
혼돈이 잠재한 크툴루의 눈, 그곳에 깃든 건 허망이었다.
내가 방출하는 승리의 기운을 느낀 순간 놈은 포기했다.
그리고 그건.
스르륵.
놈의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사라져라!”
놈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망설이지 않고 검을, 승리의 검을 수직으로 내리 그었다.
슥.
손에 느껴지는 감각.
그건 분명 크툴루의 진체를, 그 본체를 갈랐어야 할 테지만.
팟!
“…?”
사라졌다.
막 반으로 갈라지려던 크툴루의 몸이 완전히 사라졌다.
쿠쿠쿠쿠쿵!
그와 함께 들려오는 굉음.
천지사방에서 들려오는 그건 경고음이었다.
‘…무너지고 있다!’
이 세상이, 크툴루의 내면이 무너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
원래라면 임의로 내면의 세계를 벗어나는 건 불가능할 테지만.
『이동』
지금은 아니다.
이미 이곳이 내 영역인 탓도 있지만, 승리의 의지를 손에 넣어 한층 더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기에 의지를 발현하는 것으로.
슈슈슉!
크툴루의 내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둠에 잠긴 세계.
그곳은 르뤼에의 궁전이었다.
본래는 나와 크툴루만이 있어야 할 그 공간에.
“…너였군.”
불청객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나의 일부여.」
나를 일부라 칭할 수 있는 존재.
찬란한 황금빛에 휩싸인 무언가는 바로.
“아자토스.”
이 모든 일의 근원인 아자토스였다.
놀랍게도 녀석은 찬란한 황금빛에 휩싸인, 전체적으로 인간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건 놀랄 수밖에 없는 일.
‘내가 진체를 확인할 수 없다니.’
승리의 의지를 손에 넣었음에도 놈의 의지, 그 본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왜?
‘놀랍도록 빠른 성장!’
믿을 수 없지만, 놈은 성장해 있었다.
영겁의 시간 동안 성장을 해보지 않은 생명의 근원은 향상심과 그 의지를 통해 자신을 단련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시간의 자신이 잡아먹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쿠쿠쿠쿠쿠!
놈은 지금 범접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존재가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크툴루의 소환 의식이 없었다면 그 성장은 걷잡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소환의 의식이라. 나의 일부를 통한 소환이라 강력하긴 하지만, 강제로 당할 정도는 아니었지.」
크툴루가 진행한 소환 의식.
하지만 그건 아자토스가 거부하지 못할 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아니, 원래는 거부할 수 없었을 테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르다.
모든 시간대의 아자토스를 흡수한 지금의 녀석은 그 모든 것을 거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하지만 응했다. 어째서일 것 같지?」
놈은 내게 물었다.
물론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크툴루를 탐식하기 위해.”
「정답!」
내 말에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아자토스.
「이 녀석이 이래 보여도 나의 가장 거대한 일부 중 하나거든.」
비록 혼돈이라는 찌꺼기를 배출한 셈이었지만, 그건 분명 힘의 손실이었다.
그렇기에 아자토스는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크툴루가 필요했다.
「아무리 많은 나를 흡수해도 일정 이상의 영역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말이야. 마치 무언가에 제동이 걸린 것처럼.」
그 제동이란 건 바로 크툴루와 같은 놈의 품을 벗어난 존재들이었다.
온전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대의 자신을 흡수한다 해도 더욱더 강력한 힘을 얻지는 못할 터였다.
「그래서 이렇게 왔지!」
스윽.
손을 들어 올린다.
둥실.
그 손짓과 함께 허공에 떠오르는 건 바로 크툴루였다.
「쯔쯔. 형편없이 당했군. 완전히 의지를 잃어버렸어.」
내 공격으로 인해 의지를 상실한 크툴루는 예전의 그 오만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뜬금없지만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크툴루를 들어 올린 상태에선 나를 응시한다.
「아무리 형편없는 녀석이라 해도 나의 가장 많은 일부를 가져간 크툴루를 이런 꼴로 만들다니.」
타고난 용량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크툴루 상대로 승리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기적과도 같은 것.
「확실히 넌, 내가 창조한 일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존재다.」
놈의 칭찬에 기뻐할 수 없다.
‘어떻게든 탐식하는 걸 막아야만 한다.’
아자토스가 직접 밝혔던 것처럼 놈은 크툴루를 통해 완전한 하나가 되려고 한다.
지금 상태에서도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힘을 발휘하는데, 크툴루마저 흡수한다?
그럼,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하필이면 시간 대가 이렇게 맞물릴 줄이야.’
운이 없었다.
크툴루를 다 요리한 순간 아자토스가 소환되다니.
그 시간은 나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죽 쒀서 개를 준 꼴이다.
‘아니. 어쩌면 놈은 이것조차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짐작이긴 하지만, 어쩐지 그 시간 또한 녀석이 임의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 반드시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놈이 선택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나는, 놈의 행위를 막는다.
크툴루를 탐식하여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것을 막아야만 그나마 승산을 점쳐볼 수 있을 테니까.
『집중』
『전력』
『승리』
집중과 전력을 통한 승리의 발현.
하지만 조금 전 크툴루를 공격했던 때와는 또 다르다.
“으아아아압!”
더욱더 많은 힘을 통제하기 위한 한 차례의 기합성.
웅웅웅!
화아아악!
르뤼에의 궁전에 울리는 검명과 함께 어둠을 밝히는 찬란한 빛이 장내를 집어삼켰다.
「호오?」
그 엄청난 힘의 발현에 아자토스의 반응은 작은 흥미일 뿐이었다.
하지만 놈이 어떻게 반응하던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의지를 담는다.
그렇게 완성된 의지를.
“하압!”
하나의 형상으로 완성한다.
그건 거대한 빛의 검이었다.
승리의 의지를 통해 만들어진 그건 ‘약속된 승리의 검’.
엑스칼리버의 이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르다.
오히려 엑스칼리버가 이 승리의 검을 본떠 만든 아류작에 불과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의 검.
“가라!”
그리고 그것을 힘차게 수직으로 휘둘렀다.
쿠쿠쿠쿠쿠!
르뤼에의 궁전은 물론 시간과 공간을 베어버리는 빛의 검.
그건 분명 크툴루나 아자토스와 같은 절대적인 존재들을 소멸시킬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부족해.」
아자토스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카앙!
아래로 떨어져 내렸어야 할 약속된 승리의 검은 중간에 가로막혔다.
놈, 아자토스가 생성한 검에 의해서.
「너희는 무기라는 걸 사용하더군. 그래서 나도 한 가지를 창조해 냈지.」
놀랍게도 아자토스는 크툴루도 사용하지 않는 무기를 만든 상태였다.
물론 의지를 통해 빚어낸 것이지만, 그것은 분명 놀랄 만한 변화였다.
무기는 보잘것없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변화가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인식의 변화라는 건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영겁의 시간 동안 최고의 존재로, 정점에 선 존재로 활동하던 아자토스가 그 인식을 바꿨다는 건 아무래도 내게 좋지 않은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약속된 승리의 검을 막는 검이라. 그렇다면 이 검의 이름은 평화의 검이 맞겠군.」
승리를 반드시 전투를 동반한다.
하지만 평화가 있다면 승리 또한 없다.
그렇기에 아자토스의 검은 평화를 상징하는 검으로 약속된 승리를 방해하는 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 번 막아 보아라. 내가 유일한 하나가 되는 지금의 상황을.」
놈은 알고 있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탐식의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강력한 힘을 얻은, 내가 닿을 수 없는 영역에 닿은 놈에게 피해를 주는 건 승리의 의지를 얻은 지금의 내게도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쩌어어억!
황금빛 찬란한 실루엣이 갈라지며 거대한 입의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오라! 이제 우리는 진정한 하나가 될 것이다!」
허공에 뜬 크툴루를 향한 말.
본래의 크툴루라면, 홀로 독립의 개체가 된 혼돈의 존재라면 그것을 거부했을 테지만.
「….」
스르륵.
지금은 달랐다.
나로 인해 거의 모든 의지를 상실해 버린, 그 의지가 꺾여버린 크툴루는 그것이 소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자토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림없다!”
포기?
나는 그런 것 모른다.
그것은 단순하게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포기의 의지를 품은 순간 모든 게 끝나버린다.
그렇기에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인류의, 지금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구세주였으니까.
『집중』
『전력』
조금 전과 같은 집중을 통한 전력을 끌어냈다.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한다.
『희생』
희생을 통한 힘의 증폭.
‘설령 이 팔을 쓰지 못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그러한 의지로 인해.
웅웅웅!
승리의 검이 터뜨리는 검명이 더욱더 강해졌다.
어디 검명뿐일까.
화아아악!
엄청난 빛, 아자토스의 찬란한 황금빛마저도 무색하게 할 정도의 강렬한 빛이 르뤼에의 궁전을 장악했다.
하지만 그건 내 용량 범위를 넘어선 힘.
츠츠츠츠!
승리의 검을 쥔 손아귀가 파괴되고 있었다.
그 힘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정도였고, 그것을 발휘한 나마저도 파멸로 이끌 정도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더, 더욱더!’
여기서 아자토스가 크툴루를 탐식하게 되면 모든 게 끝난다.
그러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발휘한다.
펑!
그 힘을 견뎌내지 못한 팔의 일부가 터져나갔다.
화끈!
피어나는 엄청난 고통.
이건 완전 치유와 같은 회복의 권능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
그야말로 파괴를 위한 힘이었다.
씨익.
하지만 웃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가능하다.’
내 진체를 파괴할 정도의 힘.
그렇기에 이 힘은 놈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아아아!”
비명과도 같은 기합성.
한계 이상의 출력을 뽐내는 승리의 검, 그것을 휘두른다.
목표는 아자토스가 아니다.
“크툴루!”
탐식의 먹이가 되고 있는 크툴루를 향한 최후의 일격!
콰콰콰콰콰쾅!
수직으로 떨어진 승리의 검이 크툴루를 비롯하여 르뤼에의 궁전을 반으로 갈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