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쿠쿠쿵!
무너져 내린다.
엄청난 방어를 자랑하는 르뤼에의 궁전이.
아니, 그걸 무너져 내린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츠츠츠츠!
소멸하고 있었다.
건물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것처럼 회색으로 물든 궁전이 사라지는 중이다.
“크윽!”
양팔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고통.
그럴 수밖에.
한계 이상의 힘을 내기 위하여 두 팔을 희생했다.
회색으로 물들어 버린 팔은 더는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는다.
‘피해야 한다.’
르뤼에의 궁전이 소멸하면서 남기는 파괴의 흔적.
그것에 노출되면 아무리 나여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궁전의 소멸이 아니라, 공간 자체의 삭제였으니까 말이다.
비록 팔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두 다리는 멀쩡하다.
『전광석화』
의지를 활용하여 뛰었다.
본래는 출구가 없어야 할 테지만, 이번 공격으로 인해 곳곳에 구멍이 났다.
그곳을 통해 도약.
탓!
밖으로 빠져나오자 펼쳐지는 건 한없이 높은 창공이었다.
그도 그럴 테지.
르뤼에의 궁전은 공중에 떠 있었으니까.
그것도 지상과는 한참 떨어진, 엄청 높은 상공 말이다.
슈우우우욱!
아무리 내가 대단한 영역을 손에 넣었다 해도 중력의 법칙까지 거스를 정도는 아니다.
그 법칙에 의해 빠르게 아래로 하강했고, 그 압박감이 육신을 덮쳐 온다.
『비행』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슈우우우욱!
어림도 없는 일.
의지의 힘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기반이 있어야만 한다.
하늘을 나는 것, 그건 내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떨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지상의 윤곽이 드러날 때쯤.
『저속』
내 무게를 극단적으로 낮게 하여 마치 깃털이 떨어지듯 천천히 낙하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쿵!
무사히 지면에 안착하는 그 순간.
“윤찬!”
“이 새끼!”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자, 한껏 미소 짓고 있는 동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르뤼에의 궁전 밑에는 녀석들이 있었지.’
생각해 보니 궁전 밑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르뤼에의 궁전으로 가기 위한 의식을 위해 코어를 지니고 있었던 그들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크툴루는?”
강회장의 물음에.
“뭘 그런 걸 묻습니까. 당연히 해치웠겠죠.”
“쉽지 않은 전투였던 모양인데?”
한껏 웃음을 짓는 그들을 보며.
“…아니. 놈을 해치우지 못했어.”
“….”
나는 절망적인 말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뭐?”
“하지만 르뤼에의 궁전이 사라지고 있는데….”
위, 창공에 떠 있는 르뤼에의 궁전이 소멸하고 있었다.
“크툴루는 어떻게든 제거한 셈이지만, 아자토스.”
사실 크툴루를 온전히 제거하지도 못했다.
마지막 순간, 나는 보았다.
‘아자토스가 크툴루를 집어삼키는 것을.’
양팔을 희생한 최후의 공격.
하지만 그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자토스는 크툴루의 탐식을 마쳤다.
그렇게 놈은 진화를 하고 있었고, 변화하는 아자토스를 두고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당장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르뤼에의 궁전과 함께 소멸하는 것보다는 여기서 동료들과 함께 후일을 도모해야 했으니까.
“그보다 상처가.”
예일.
녀석이 내 양팔을 보곤 한달음에 달려왔다.
『치유』
치유라고 해도 같은 치유가 아니다.
사라라락!
빛의 가루가 모여들어 양팔을 치유한다.
따스한 느낌과 함께.
스윽.
놀랍게도 팔이 재생되는 기적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내가 승리의 의지를 얻었다고 해도 도달할 수 영역은 다른 법이지.’
승리의 의지는 전투에 적합하다.
치유나 다른 부가적인 효과는 예일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르뤼에의 궁전으로 간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동료들과 함께해야 할 최후의 일전이 남았으니까.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쿠쿠쿠쿠쿵!
멀리서 느껴지는 절대적인 기운.
“모두 준비해.”
그것을 느끼며 동료들에게 경고했다.
“이건…?”
“미친! 무슨 이런 기운이!”
뒤늦게 그 기운을 접한 동료들이 비명과도 같은 경악성을 토해 냈다.
처음에는 넓게 퍼진 듯한 그 기운은 이내 한 지점으로 응축되기 시작해.
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의 근원지는 사라진 르뤼에의 궁전이 있는 곳이었다.
콰르릉!
별안간 울려 퍼지는 뇌성과 함께 하늘을 가득 장식한 건 먹구름이었다.
그리고.
번쩍!
찰나의 순간 세상을 환히 밝히는 황금색 벼락이 지상에 떨어졌다.
그와 함께 나는, 우리는 볼 수 있었다.
「반갑다.」
황금색 실루엣.
‘아니! 실루엣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르뤼에의 궁전에서 보았던 아자토스의 실루엣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다.
찬란한 빛을 뽐내는 황금색 형체는 진체.
전지전능한 힘을 얻은 아자토스의 모습이었다.
「나는 아자토스. 마침내 완전한 하나가 된, 유일한 하나인 존재.」
크툴루를 흡수한 놈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불완전한 힘은 완전해졌고, 그것은 유일한 하나라 표현할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
“….”
놈의 말에 나는, 그리고 우리는 침묵했다.
‘의지가 일지 않는다.’
놈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막상 그러한 의지를 불태우려 해도 좀처럼 의지가 피어나지 않는다.
그건 마치 만파식적의 칠음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다만 그건 보구라는 것의 힘을 빌려 행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아자토스의 의지만으로 일어난 것이 다른 점이었다.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데, 험악한 짓을 벌일 순 없지.」
놈은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심지어 타인인 우리의 의지마저 말이다.
「너희들은 불완전한 아자토스의 기억에 있던 존재들이로군.」
유일한 하나가 된 아자토스는 새로운 인격을 얻었다.
그것은 이전의 아자토스와는 완전히 분리되는 것.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지 않은가. 고작해야 이런 하등한 피조물조차 제어하지 못하다니.」
물론 똑같이 재수 없는 존재라는 건 분명했다.
“글쎄. 그건 너라고 해서 다를 건 없을 것 같은데.”
의지의 힘은 기세의 승부기도 하다.
놈이 우리를 깔아뭉개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나.
「하하하하하!」
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지이잉-
웃음과 함께 찾아온 이명에.
퍽!
고막이 터졌다.
주르륵.
터진 고막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분명 그것으로 인해 소리가 차단됐어야 할 테지만.
「참으로 어리석구나!」
아자토스의 음성은, 그 의지는 고막이 터진 것과는 상관없이 그대로 뇌리에 전해졌다.
「내게 덤비겠단 말이냐? 태초에 탄생한 나를? 완전한 하나가 된 내게 말이냐?」
자만?
아니.
그건 당연히 생기는 자신감이다.
놈은 태초에 태어난, 본래 하나였던 존재.
그 힘과 의지의 크기는 지금의 나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다.
놈을 상대한다는 건 고작해야 피조물에 불과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성장과 향상심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힘의 크기가 아니었으니까.
“….”
그렇기에 다들 침묵하고 있었다.
세게 누르면 오히려 반발하는 윌리엄이나 영웅 또한 그 힘의 크기를 실감한 듯 침묵으로 긍정을 표하고 있었다.
‘끝인가?’
끝.
아자토스의 힘에 압도된 나는 그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니. 완전한 하나가 아니다.’
나는 희망을 보았다.
완전한 하나?
아니.
아자토스, 놈은 아직 완전한 하나가 되지 못했다.
‘나도, 그리고 동료들도 놈의 일부다.’
나와 일부 동료들, 그들은 아자토스의 일부를 통해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렇다는 건 아자토스가 아직 완전한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마저 탐식했다면 놈은 정말 완전한 하나가 되어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었을 테지만, 아직 그렇지 않다.
그렇다는 건.
“…아직, 해 볼 만하다!”
죽어 있었던 의지가 피어난다.
“맞아!”
“놈은 완전한 하나가 아니야.”
“아직 희망은 있어!”
승리의 의지는 동료들에게 전염되었다.
그것을 통해 희망을 엿본 그들 또한 죽어 있었던 의지의 불씨를 불태웠다.
그리고.
콰챠챵!
그로 인해 아자토스가 몰래 펼친 의지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희망을 생각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된 공격조차 하지 못한 채 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미약한 희망을 보았고, 그로 인해 그물을 벗어나 마침내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척척.
동료들이 내 옆으로 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자토스를 향한 도전, 그 정신으로 무장하였다.
「호오? 용케 내 그물을 벗어났군.」
의지의 그물, 그것을 벗어난 우리를 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을 꺼낸다.
「확실히 대단해. 너희는 창조되었으나 그 규격을 벗어난 예외의 존재들.」
본래 창조된 것은 창조주인 존재에게 덤비지 못한다.
하지만 놈은, 크리고 크툴루는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심어 주었다.
그렇기에 그들에 의해 창조되었으면서도 지금과 같이 반기를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구나. 이렇게 성장한 너희를 흡수한다면 완전한 하나를 넘어 더 대단한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을 테지.」
아자토스.
놈의 눈빛에 깃든 건 탐욕이었다.
아직 완전한 하나가 되지 못한 상태기에 꿈을 꾼다.
나와 동료들을 탐식하여 완전한 하나가 된 자신을.
자신의 예상보다 더욱더 강력한 영역에 도달했을 완전한 자신을 말이다.
“그렇게는 안 될걸?”
하지만 나는 그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다.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훑었다.
나와 함께 아자토스에 의해 창조된 이들.
‘그렇다는 건.’
그 일부를 내가 흡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부탁할게.”
“물론!”
내 말의 의미를 깨달은 그들이 각기 내 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순간.
웅웅웅웅웅!
각자의 의지가, 존재가 내뿜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겉돌던 그 의지의 기운은 이내.
스르륵!
내 육신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각자의 의지라는 건 섞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나와 동료들은 아자토스의 일부였던 이들.
그렇기에 다르면서도 같다.
굳이 탐식이 아니라 자유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그 힘을 하나로 합할 수 있었다.
스르르르르-
동료들이 발현한 기운이 내 몸 안, 의지의 공간을 채운다.
파직, 파지직!
물론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달랐던 의지는 서로의 영역을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리를 위하여』
그 모든 건 승리라는 의지 앞에서, 눈앞의 아자토스를 쓰러뜨리기 위한 하나의 목적 앞에서 마침내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어림없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볼 아자토스가 아니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의 합일을 목격한 놈이.
웅웅웅!
의지로 빚은 검을 만들었다.
그것은.
『파괴』
생명의 근원이기에 반대로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콰앙!
그것이 합일을 이루고 있는 내게 쇄도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카앙!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놈이 생성한 검은 내게 닿지 못했다.
정면.
「검은 나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
황금빛 의지를 발산하는 윌리엄.
검왕을 뛰어넘어 검의 지배자라는 의지를 지닌 녀석은 아자토스가 발현한 검을 온전히 받아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