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처음에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수명을 바쳐가며 발휘하는 의지의 힘이란 건 생각보다 더 대단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
희망에서 뛰어노는 의지는 더욱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힘의 위력이란 건 아자토스의 예상마저 뛰어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으하하하하!」
다시금 터져 나오는 아자토스의 웃음.
그 웃음에는 무한한 자신감과 발악하는 이들에 대한 조소가 담겨 있었다.
「희망이란 말이지…?」
아자토스는 느끼고 있었다.
이들이 발휘하는 의지 속에서 느껴지는, 마치 심장의 박동과 같은 그 의지를 말이다.
일견 미약해 보이는 그것은 분명 이들에게 거대한 힘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그 증거로 아자토스가 발현한 파괴의 힘을 막아내고 있지 않은가.
물론 가까스로라는 표현이 적절한 게 겨우 막아내는 수준이었지만.
하지만 그것에는 분명 한계라는 게 존재했다.
비틀-
육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희망은 어리석은 꿈. 현실은 잔혹한 법이지.」
아자토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희망을 좇아 힘을 발휘하던 일행 전원, 그들의 육체는 노쇠하다 못해 서 있는 것도 힘들 지경이 되었다.
희망이란 이름에 자행된 희생은 그들의 한계치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였다.
노쇠하다는 표현도 약해 보일 정도로 그들의 육신은 망가졌다.
털썩.
제일 먼저 타오가 쓰러졌다.
부들부들-
어떻게든 일어나보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될 턱이 있나.
거의 모든 생명력을 다 소진해 버린 그의 육신은 메마른 고목처럼 바짝 말라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일곱 명이 힘을 합하여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한 명이 빠진다?
“크으으….”
그 구멍은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이를 꽉 깨물고, 비릿한 맛이 올라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육신이 바쳐주지 않는 의지의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콰콰콰콰콰!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아자토스의 파괴 의지가 일행의 의지를 압도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승부를 갈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털썩!
산 넘어 산, 암존 마저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그럼, 여기서 절망을 더 선사해 주마.」
승리를 직감한 아자토스가 쐐기를 박기 위해.
『절망』
파괴의 의지에 부여된 절망의 의지.
물론 그건 아자토스에게 향한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윤찬을 지키려는 일행에게 전해지는 절망.
이 절망의 의지가 더해진 파괴는 희망에 의해 강화된 그 힘을 완전히 압도하였다.
“….”
마치 하나의 재앙처럼 다가오는 그 기운을 맞닥뜨린 건 유일하게 서 있는 한 사람, 바로 강성현이었다.
부들부들.
물론 그라고 해서 어떻게 멀쩡할 수 있겠는가.
마치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하게 생명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꺼질 듯한 생명의 불꽃.
하지만 이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 강력한 의지로 무장하고 있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오.”
회귀 전, 윤찬과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말했던 대웅의 말.
상황은 다르지만, 그 내용은 같다.
동료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그 숭고한 희생에 선 강성현은.
『무한의 강화』
자신에게 주어진 힘 이상의 의지를 발현하였다.
번쩍!
분명 생기를 잃어가던 육신에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 빛은 죽어가는 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생기와 위력을 품고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번쩍번쩍!
수십, 아니, 수백, 수천 번.
무한하다시피 빛을 번쩍여 강성현의 힘이 되어 주었다.
무한의 강화.
본래는 윤찬의 정체성이었어야 할 그것을 강성현이 발현하였다.
무한히 강화하는 그 힘을 토대로.
척!
다가오는 재앙, 파괴의 의지에 맞섰다.
“으아아아아아-”
특별한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맨손으로, 윤찬을 해하려는 그 의지를 멈추게 만들었다.
「호오?」
그건 분명 기적이라 부를 만한 광경이었다.
힘을 상쇄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육신의 힘으로 다가오는 파괴를 붙잡다니.
「만약 네게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지금보다 더욱더 강력한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아자토스가 전한 의지.
한낱 피조물에게 강력한 존재라니.
그것은 칭찬을 넘은 극찬이었다.
그건 일종의 인정이나 다름없었다.
이 순간, 아자토스는 강성현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하나의 존재로 완전히 인정하였다.
그럴 수밖에.
마치 천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인 아틀라스처럼 강성현은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이지만 그 초월적인 의지는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생명이 다 하기 전, 마지막으로 불꽃을 태우는 일종의 기적.」
회광반조(回光返照).
사람은, 아니 살아 있는 모든 건 죽기 직전 아주 잠깐이지만 본래의 힘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곤 한다.
지금 강성현이 발휘하고 있는 힘이 바로 그러한 종류였다.
죽음의 문턱에 선 그는 회광반조 현상을 통해 마지막 기적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지속될 수 없는 기적이었다.
츠츠츠츠!
희망을 먹어 치운 절망이 더욱더 커졌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해야 할 강성현의 상태는.
비틀-
위태위태했다.
아니, 위태함을 넘어서서 금방이라도 잡아먹힐 듯했다.
콰콰콰콰콰!
강성현의 육신이 그 기운에 잠식되어 반쯤 파묻힌 형상이 되었다.
그것은 파괴의 기운이었다.
당연히 파묻힌 그의 육신은 파괴되어 완전히 소멸에 이르렀다.
일반인, 아니 설령 어떠한 존재라 해도 육신의 반이 날아갔다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성현은.
“….”
버텼다.
죽음이 임박한 그 순간까지도 윤찬을 지키기 위하여 파괴의 의지를 막아섰다.
“…아직, 아직 나를 넘지 못했다….”
회색으로 물들어 가는 눈동자.
용케 파괴의 의지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크흑!”
“빌어…먹을….”
그것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심정이란 건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강성현 또한 그들과 같이 힘을 소모하였다.
그런데도 끝까지 남아 윤찬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왜 나는 안 되냐고!’
왜 강성현과 같은 의지를, 그와 같은 선상에 설 수 없었던 것일까.
자책하고 또 자책하였다.
아니.
‘지금이라도, 제발!’
지금이라도 그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나에게도 아직 남은 의지가 있다면 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성현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육체를 넘은 한계,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아니, 많지 않은 게 아니라 극소수일 수밖에 없었다.
엄선된 동료들 가운데서도 그러한 힘과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윤찬과 강성현뿐이었다.
그렇기에 강성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었다.
콰콰콰콰!
머리를 제외한 그의 육신이 완전히 파괴의 의지에 파묻혔다.
진한 회색으로 물든 눈동자.
그것은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채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끝이….”
끝을 직감한 그가 뒤를 돌아본다.
윤찬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행동이었지만.
‘…보이지 않아.’
안타깝게도 그는 윤찬을 볼 수 없었다.
단 한 톨의 생기조차 남지 않은 그의 육신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벅.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대지를 딛고 힘차게 걷는 소리를.
고작해야 발걸음 소리.
그것으로 누군가를 분간할 수는 없겠지만, 강성현은 그것을 해냈다.
“…윤찬?”
보는 것이 아니다.
느끼는 것.
그리고 그는 이 발걸음의 주인공이 힘의 일원화를 위해 침묵하고 있던 윤찬이라 확신했다.
“고맙다.”
귓가에, 아니 뇌리에 박히는 선명한 의지.
그건 분명 윤찬의 것이었다.
“아아-”
그 순간 강성현은 묘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에 차오르는 가득한 그건 안도였다.
자신이 도움이 되었다.
그 도움을 통하여 마침내 윤찬이 목적을 이루었다.
그러한 결과에 대한 안도가 희열처럼 온몸을 지배하였다.
스윽.
머리 위, 따스한 손길이 머물렀다.
그리고 그 순간.
팟!
기적이 일어났다.
모든 것을, 모든 생명을 파괴하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아자토스의 의지가, 그 강력한 힘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 압력이 사라진 것을 느낀 강성현은 생각했다.
아!
윤찬이 마침내 경지를 이루었구나.
이것으로 나의 역할은 다하였다.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겠구나.
기꺼이 지옥에 가는 것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에 더없는 기쁨과 안도를 느끼며 눈을 감으려 했다.
“그렇게는 안 돼.”
하지만 다음 순간.
부우웅!
분명 파괴한 것으로 생각한 육신에 들어오는 활력.
“뭐, 뭐?!”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분명 모든 시력을 잃었을 눈은 세상의 풍경을 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
그것은 형용할 수 없는 찬란한 빛, 황금빛인지 흰색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휘광(輝光)을 뿜어대고 있는 윤찬의 모습이었다.
‘따스해.’
그 빛에 노출된 순간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따스함은.
츠츠츠츠!
파괴된 그의 육신을 재생시켜 주었다.
그건 분명 기적이었다.
파괴의 의지로 인해 소멸한 육신은 재생하는 게 불가능한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재생이라고?
아니, 단순히 육신의 재생뿐만이 아니다.
부우우웅!
엄청난 활력이, 조금 전보다 훨씬 강력한 기운과 의지가 몸속에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건?!”
“아아아-”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일행이 휘광에 노출된 순간 잃어버린 힘과 기운, 의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복원』
그건 치유 따위와는 전혀 다른 의지였다.
본래 있어야 할 것으로 되돌리는, 복원의 의지.
예일의 의지가 근간이 된 이 강력한 의지는 다 죽어가던 일행을 완전한 상태로 회복시켜 주었다.
“성현만이 아니라 모두, 정말로 고생했다.”
아자토스가 남긴 일부, 그 나머지의 일원화를 이룰 수 있었던 건 강성현을 비롯한 동료들의 공이었다.
그들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그들이 한계를 넘은 활약을 보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니 지켜봐다오. 나의 마지막 싸움을.”
부우웅!
일행 전원에게 부여된 보호막.
『무적』
그것은 무적의 보호막.
일정 시간 동안 절대로 깨지지 않는 의지였다.
물론 외부에서도 깰 수 없다는 건, 내부에서도 깰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너…!”
그것을 깨달은 영웅이 소리쳤지만.
“그만!”
강성현이 이를 제지했다.
“우리의 할 일은 끝났다.”
비록 완전히 회복하긴 했지만, 이 무대는 그들이 나설 자리가 아니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지켜보는 것.”
어차피 나서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무대는 아자토스와 윤찬, 둘에게만 허락된 것.
“….”
“….”
이러한 점을 깨달은 일행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건 이 무대의 주인공인 윤찬과 아자토스.
드디어 오랜 시간 계속되었던 영원한 전쟁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