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어리석구나!」
다가오는 나를 향한 아자토스의 일갈.
「고작해야 내 일부에 불과한 힘을 하나로 합쳤다고 해서 근간인 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자신감이 아니라 당연한 말이다.
나와 동료들, 그들의 힘은 아자토스의 일부를 합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부라는 표현처럼 그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 일부분의 큰 덩어리가 아자토스일 테니, 사실 일원화를 이루었다고 해도 그 근간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할 테지.
“그렇지. 우리는 분명 너의 일부를 통해 탄생한 존재.”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분명 놈의 일부를 통해 탄생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일부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분명 근간은 아자토스의 일부였다.
하지만 그건 근간일 뿐이지, 지금 나와 일행은 그 근간을 뛰어넘은 힘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것은 성장이었다.
일부의 힘에 만족한 게 아니라 정진하여 성장하였다.
본래는 한계가 분명했을 힘을 초월하였고, 도달하지 못할 영역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놈의 말은 틀렸다.
놈이 전한 일부의 근간만이 아니라 그 성장한 모든 힘이 합쳐진 상태.
그것은 분명 아자토스에게 위협이 될 만한 힘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
“너는 그것을 알고 있을 테지.”
「무슨….」
“그렇기에 이렇게 의지를 전하는 것 아닌가? 내가 너의 일부라고, 이 모든 게 일부일 뿐이라는 걸 주지시키기 위해.”
「….」
그저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놈은 분명 의지의 힘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언어의 힘’.
내가 놈의 일부라고 각인시켜 그 힘을 제한하도록 만드는 것.
하지만 나는 그러한 놈의 수작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미 나는 깨달았다. 성장한 우리의 힘은 충분히 네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그건 조금 전 내가 행한 기적으로 판명 났다.
놈이 전력을 사용하여 발현한 파괴의 의지.
그것을 파괴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힘의 증명은 끝났으니, 놈이 전하는 의지에 흔들릴 일은 없다.
「…정녕 끝까지 갈 셈이냐?」
“끝까지 가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이 영원한 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네 녀석이 그걸 원하건, 원하지 않건, 내가 그것을 원하니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쟁의 종지부.
내가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에 그것은 실현될 수밖에 없다.
「오만하군.」
불쾌함.
놈의 의지를 통해 그것이 전해진다.
「물론 네 녀석이 이렇게 성장한 건 나의 예상 밖에 있는 일이다.」
내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녀석은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그건 네가 무섭거나 두려워서가 아니다. 다만 귀찮은 일을 피하려는 것일 뿐.」
귀찮은 일이라.
이 모든 일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내게 놈의 생각은 끔찍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대단하신 분은 이 모든 그저 귀찮아할 뿐인 것을.
그렇기에 더욱더 화가 난다.
이 대단한,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 하는 생각이라는 게 이렇다는 것에.
더 좋은 세계를 만들 수 있음에도 그저 귀찮다며 안일하게 치부하고 있다.
막중한 자리에는 그만한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자토스를 비롯한 지고의 존재들은 그럴 만한 책임감과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놈들은 안 된다.’
그렇기에 다시금 확고한 결의가 솟아오른다.
이런 놈들에게 세계를 맡길 수 없다.
조금 달라졌어도 놈들의 근간은 바뀌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패하게 된다면 세상은, 그리고 인류는 여전히 이 엿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아무래도 네 녀석에게 현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구나.」
내 결의를 읽은 아자토스가 강렬한 의지를 전한다.
「보아라! 이것이 나의 전력. 가장 위대한 존재의 힘이니라!」
변화.
그것을 깨달은 순간 놈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움찔!
몸이, 아니 의지가 그것을 거부하였다.
콰콰콰콰콰!
그 찰나의 순간 뿜어져 나오는 파도와 같은 기운.
황금빛 넘실대는 그 기운은 해일처럼 나를 덮쳤다.
부르르!
그 기운에 노출된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우주!’
접촉한 순간 느껴지는 건 광활한 우주였다.
마치 무한히 펼쳐진 우주와 같은 미지의 힘.
아자토스는 미지로 뒤덮인 그 우주의 힘을 완전히 각성한 상태였다.
『태초의 우주』
츠츠츠츠!
그와 함께 주변 광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세계는 어둠에 물들었고.
번쩍!
어둠으로 물든 세계에 작게 점멸하는 빛이 있었다.
그건 별이었다.
칠흑의 어둠 속 밝게 빛나는 별이 점멸하며 그 어둠을 약하게나마 비춰주고 있었다.
‘…놈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별이 아니다.
놈은, 아자토스는 어디에?
아무리 의지를 확장하여 주변을 뒤져봐도 아자토스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설마 이곳에 나를 가둬둔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무렵.
콰앙!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은 태초에 일어난 폭발인 빅뱅.
그리고 그 폭발로 인하여.
반짝반짝!
몇 개 존재하지 않았던 별이, 폭발로 인해 흩어진 파편이 별이 되어 우주의 검은 몸체에 박혔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그그그긍!
폭발과 함께 이어지는 굉음.
우주 전체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일어난 변화.
“….”
그 순간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놀랍게도 그 변화라는 건 우주에 생성된 별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었다.
그긍, 그그그긍!
무수히 많은 별이 한데 뭉치기 시작하여 거대한 형상을 이룬다.
『진신진체(眞身眞體)』
그것은 아자토스의 진신진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의 완전한 형태였다.
「이것이 바로 우주를 지배하는 나의 온전한 모습.」
별이 뭉쳐 만들어진 그건 거인이었다.
아니, 이걸 거인이라 표현할 수 있나.
“…코스모.”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그 단어를 내뱉었다.
코스모.
범우주적인 존재.
아니, 우주 그 자체,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를 칭하는 말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머릿속에서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아자토스의 기억 잔재가 내게 알려줬을지도.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가 코스모라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게 중요할 뿐.
「하찮은 존재여. 네가 감히 나를 감당할 수 있다 말할 수 있겠느냐?」
말투 또한 상당히 고압적이다.
그럴 수밖에.
찌릿찌릿.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스레 풍기는 놈의 기운이 내 육신을, 그리고 의지마저 제압하고 있었다.
조금 전, 변신의 순간 움직이지 못한 것도 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놈의 의지는 조금 전과 달리 나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상태였다.
“굉장하군.”
평가를 원하는 놈의 장단에 맞춰 나는 솔직한 내 심정을 말했다.
“확실히 내가 감당하기 힘든,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힘이야.”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코스모라는 존재가 된 아자토스는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놈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같은 코스모뿐.’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코스모라는 건 우주 그 자체인 존재.
전 우주를 뒤져도 오직 아자토스, 녀석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유일한 존재이기에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그것은 아무리 성장한 나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었다.
「…포기한 것이냐?」
수긍하는 내 말에 아자토스가 물었다.
수긍이라.
“…그럴 리가!”
인정했을 뿐이지, 수긍이 아니다.
분명 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너는 상상할 수 없겠지만, 내겐 너희와 같은 존재를 상대할 만한 유일한 가능성이 있지.”
물론 일반적인 방법으로 놈의 힘에 근접할 수 없다.
하지만 내게는 유일한 하나의 희망이 존재했다.
「허튼짓!」
구구구궁!
놈의 팔이, 그 거대한 의지가 움직였다.
퍼엉!
그 순간 오른팔이 날아가 버렸다.
이걸 뭐라 불러야 할까.
소멸?
아니, 처음부터 내 오른팔이라는 게 존재했던 걸까?
본래 있었던 것조차 인지할 수 없는 소거.
그것은.
『복원』
복원이라는 의지를 통해서도 회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른팔을 완벽하게 잃었다.
문제는 그게 단지 육체에만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지마저 줄어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인한 의지로 가득 차 있던 게 줄어들었다.
「이것은 존재 자체를 소거하는 일. 당연히 그 의지 또한 사라질 것이다.」
육체만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놈의 공격으로 인해 의지 또한 줄어들었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 놈의 공격은 소거.
육체와 함께 의지도 없앨 수 있는, 저항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퍼엉!
이번에는 왼팔이다.
‘보이지 않아.’
그리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피하고자 해도 피할 수 없는 공격이다.
그렇게.
펑, 퍼엉!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잃었다.
머리와 몸만 남은 나는 저항할 수 없는 미약한 상태가 되었다.
「하하하하! 마치 벌레와 같구나.」
놈에게 있어서 나는 발버둥조차 치지 못하는 벌레.
언제든 짓이겨 죽일 수 있는, 그런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다.
“….”
하지만 놈의 만행에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포?
두려움?
절망?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없었다.
왜냐하면.
“…평범한 방법으로 네게 범접할 수 없겠지.”
내게 흡수된 아자토스의 일부를 일원화하였으나 결국, 그것은 놈에게 미치지 못했다.
성장한 일부를 하나로 하였기에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명백한 오산이었다.
하지만 그게 패배를 시인하는 것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렇기에 평범하지 않은, 너희는 할 수 없는 일을 행할 것이다.”
놈이 코스모가 되어도, 범우주적인 존재가 되어도 바꾸지 못하는 게 있다.
그것은 등가교환의 법칙.
그것은 놈 또한 벗어날 수 없는 절대의 법칙이었다.
막대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대가를 선택했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오.”
과거의 대장이, 그리고 강성현이 했던 그 말을 내뱉는다.
어쩌면 이 말이야말로 우리의 가치관을 나타내는, 그 모든 뜻을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자기희생』
그리하여 발휘된 건 희생이었다.
그 희생양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비록 아자토스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매우 거대하다.
아자토스의 일부를 모두 흡수하였고, 그것을 하나로 만들었으니까.
그렇기에 희생, 나 자신을 바쳐 얻은 대가라는 건.
슈우우우욱!
별이었다.
아자토스의 진신진체를 구성한 건 별보다는 행성이었다.
그 거대한 존재가 모여 진신진체를 이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우주에는 수많은 별이 남아 있었다.
그 작은 별들이 내게로 모인다.
「이놈-」
그 신비한 현상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아자토스가 진신진체를 움직여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터엉!
놈의 공격은 내게 모이는 별에 의해 가로막혔다.
정확히는.
팟!
그 소거의 대가로 별을 바쳤다는 게 맞을 것이다.
나를 대신하여 수많은 별이 희생을 자처하였다.
「우오오오오오!」
흥분한 놈이 수많은 별을 내리치며 소멸시켰지만, 그 별의 숫자는 무한한 것.
우웅, 우우우웅!
그렇게 내게 모인 별이 고열을 발생시켰다.
그것은 태초에 일어났던 폭발을 재현하기 위한 것.
“…끝이다.”
절정에 이른 기운을, 별의 에너지를 한 번에 폭발시킨다.
『빅뱅』
공허만이 가득한 우주에 생명이란 것을 창조하였던 생명의 폭발.
스윽!
폭발음은 없었다.
그저 약간의 소음을 발생시킨 빅뱅은 어둠만이 가득한 우주에 한 줄기 빛을 만들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
그 폭발에 휘말린 아자토스는 저항하지 못했다.
저항할 수 있을 턱이 없다.
빅뱅은 생명을 탄생시킨, 그야말로 대격변을 일으킨 최초의 폭발이었으니까.
하지만 빅뱅에 휘말린 건 아자토스만이 아니다.
나 또한 빅뱅의 영향력에 고스란히 찢겼다.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이란,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아-」
불현듯 찾아온 평화.
『안식』
그것은 안식이었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던 내게 주어진 안식.
흩어지는 의식 속에서 우주를 바라보았다.
번쩍!
그 순간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생명을 가득 품은 별이 반짝이고 있는 것을.
그것은 빅뱅에서도 살아남은 지구.
「나의 사명은 다하였다.」
그 순간, 나는 내 사명이 다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달려왔고, 그 사명을 다하였으니.
스륵.
더는 흩어지는 의식을 붙잡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이 평화를, 안식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질 뿐이었다.
– 무한 강화사의 회귀일지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