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4
024화.
“별 같잖은 새끼가!”
흥분해 나선 건 실눈이다.
하지만 당장 덤비진 않았다.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중년인과 눈을 마주치며 잠깐 머뭇거렸다.
끄덕-
결정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중년인.
“죽이진 마. 물어야 할 게 많으니까.”
“예. 딱 죽이지 않을 정도만.”
승인을 받은 실눈이 앞으로 나선다.
뚜둑-
위협적으로 손가락 관절을 꺾으며 조금 전과 같은 살의를 발산한다.
확실히 사람을 죽여 본 경험이 있는, 피 맛에 꽤 취한 상태가 분명하다.
“자, 잠깐….”
정도환, 내 말에 흥미가 동한 그가 만류하려 했지만.
“어르신!”
중년인의 날 선 말이 그를 붙잡았다.
아니, 정확히는.
‘속박.’
보이지 않는 힘이 그의 육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부들부들 몸을 떠는 정도환.
그건 속박계 특성을 통한 움직임의 통제가 분명했다.
“거 보십쇼. 이렇게 검은 속내를 금방 드러낸다니까.”
조금 전까지 같은 편이니 뭐니, 온갖 말로 설득하더니 다급해지니 이빨을 드러낸다.
그리고.
“….”
정도환, 그의 눈에 서늘함이 깃들었다.
‘쯔쯔.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야지.’
각성의 의식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다들 고만고만한 상태.
하지만 정도환은 사존, 가장 강한 10명의 인간 중 하나가 될 존재다.
적을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멍청한 짓.
그런데 지금 이놈들은 명백히 선을 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뭐, 그건 그렇다 쳐도.’
이 세력, 마냥 우습게 볼 녀석들은 아닌 것 같다.
‘신속과 속박. 나름 특성에 대한 효율을 바탕으로 짠 파티.’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와 적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자.
단순히 무력으로 파티를 짠 게 아니라 특성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원 배분이었다.
다 고만고만한 각성자들이 있는 지금 이 둘의 협공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얼마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를 제외한다면.’
놈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물론 녀석들이 그걸 깨달을 턱이 없지만.
“새끼!”
한 차례의 욕설과 함께.
팟-
사라진다.
흐릿한 잔영을 남기는 그 움직임은 조금 전보다 더욱더 빠르다.
정면.
“흐읍!”
기합성과 함께 뻗어 오는 주먹.
전진하는 속도와 힘이 실린, 나름의 회심 일격이다.
‘빨라.’
확실히 빠르다.
평소였다면 아무리 2주간 단련했다고 해도 그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 그것도 사존이라는 강자를 만나기 전 만반의 대비를 한 상태였다.
『+99(★) 콘택트렌즈(원데이)
분류 : 추가 장식품
내구도 : 7/7
고유 효과 : 시력이 극미량 증가
강화 효과(9/99) : 시력이 극미량 상승
강화 효과(15/99) : 동체 시력이 극미량 상승
강화 효과(20/99) : 극히 희박한 확률로 은신 관련 능력 포착……
강화 효과(99/99) : 시력과 동체 시력이 미량 상승
풀강 효과(Max) : 시력과 동체 시력, 은신 발견 확률 극소량 증가 초월 효과 : 극히 희박한 확률로 시간의 왜곡 발생(상대와 시간의 격차 0.5초) 설명 : 시력 교정 및 보호를 위해 착용하는 콘택트렌즈.
초월 강화를 통해 시간의 왜곡 현상을 일으키는 진귀한 보물로 탈바꿈했다.』
일회용 콘택트렌즈에 초월 강화를 부여하여 동체 시력을 증가시켜 두었다.
그렇기에 가능하다.
신속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놈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단순히 움직임만 읽는 게 아니다.
돌아가는 눈동자.
디딤발의 방향.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을 토대로 놈의 공격 방향을 예측했다.
그리고.
드르륵.
힐리스를 이용해 순식간에 옆으로 물러났다.
불과 1cm. 근소한 차이로 스치고 지나가는 주먹.
만약 공격 방향을 읽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턱이 부서지고 말았을 테지.
하지만 놈은 실패했다.
“…어?”
당황하여 일그러지는 얼굴.
나름 전력을 다한 일격을 피할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휘릭.
찰나의 순간, 몸을 돌려세웠다.
실눈, 놈이 내 앞에서 빠르게 전면을 향해 나아간다.
꽈악.
주먹을 쥐는 순간 손아귀에 느껴지는 이물감.
주먹을 감싸고 있는 건 조금 차가운 감촉을 지닌 너클.
『+99(★) 허술한 청동 너클
분류 : 무기
내구도 : 20/20
고유 효과 : 모든 맨손 주먹 피해 극미량 증가
강화 효과(9/99) : 맨손 주먹 피해 미량 증가
강화 효과(15/99) : 맨손 주먹 기술 극미량 증가
강화 효과(20/99) : 극히 희박한 확률로 1.5배 피해를 주는 치명타 효과 발생……
강화 효과(99/99) : 맨손 주먹 기술 미량 증가
풀강 효과(Max) : 맨손 주먹 피해, 기술 소량 증가
초월 효과 : 희박한 확률로 2배 피해를 주는 회심의 일격 효과 발생설명 : 맨손 주먹 피해와 기술을 증가시켜주는 허술한 청동 너클.
초월 강화를 통해 확률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너클로 진화했다.』
준비한 건 콘택트렌즈만이 아니다.
다른 각성자를 만날 상황까지 예상치 못해 화기류까진 준비하지 못했어도 최소한의 준비는 해뒀다.
스으으-
운 좋게 렌즈의 초월 효과인 시간의 왜곡이 발생해 아주 느리게 놈이 스쳐 지나간다.
“이거나 먹어!”
놈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욱여넣었다.
뻐억!
“커헉!”
새우처럼 휜 녀석의 몸이 발작하는 것처럼 튀어 올랐다.
물론 그것으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명치에 꽂힌 오른 주먹을 대신해 왼 주먹을 턱에 꽂으려 했지만.
지이잉!
갑작스레 들려오는 이명과 함께 몸이 굳었다.
마치 통나무가 된 듯한 뻣뻣한 그 감각은 속박이었다.
비록 그 속박의 힘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타탓!
실눈 녀석이 빠져나갈 만한 충분한 시간이었다.
“쯧!”
혀를 차며 멀찍이 떨어지는 실눈을 응시했다.
놓친 먹이에 대한 미련도 잠깐.
고갤 돌려 오른쪽, 그곳에 서 있는 중년인을 바라봤다.
“1:1 할 것처럼 온갖 폼은 다 잡더니, 결국 나서네?”
“….”
하지만 내 말에 대답이 없다.
답을 원해서 한 말은 아니다.
‘어떤 속박 특성이지?’
속박이라고 해서 다 같은 특성은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속박 특성이 존재하기에 급선무는 녀석이 어떤 종류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지금 말을 건넨 것도 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잠깐의 시간 벌이.
“보통 놈이 아니다. 합공한다.”
상황을 파악한 듯 실눈을 향해 말한다.
“하지만….”
“닥쳐!”
서릿발 같은 기세.
“죽고 싶지 않으면 내 말에 토 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합공이다.”
“…예.”
상하관계가 명확한 듯 그 노여움을 버텨 내지 못한 채 수긍한다.
확실히 눈치가 빠르네.
아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가?
너무 쉽게 신속을 파훼한 존재, 그것도 각성자가 명확한 나를 경시할 순 없겠지.
생각이 조금이라도 붙어 있다면 녀석처럼 행동하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말하면 저 실눈이 머저리 같은 거고.
그나저나 우리 사존의 반응은?
“….”
그냥 담담하다.
아무런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 무심한 눈으로 중년인과 나, 그리고 실눈을 번갈아 응시한다.
‘돌아가는 상황을 볼 속셈이로군.’
중년인의 태도가 몹시 불손한 걸 깨달았을 테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태도가 아니다.
딸의 마지막 염원을 이뤄 줄 수 있는 파트너.
아마도 지금 그는 이 싸움의 승자를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가 원하는 일이란 건 특별한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보여 줘야지.
놈들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사존에 어울리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그럼….”
살짝 말끝을 흐리며.
드르륵.
힐리스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실눈 녀석의 지척에 도달했다.
“!!!”
미끄러지는 듯한 내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한 듯 커지는 두 눈.
하지만 그건 찰나에 불과했다.
지이잉-
조금 전과 같이 찰나의 시간을 빼앗는 속박 특성이 발휘되었다.
‘알겠다!’
그 순간 놈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기뻐할 새가 없다.
시간을 빼앗긴 그 찰나의 순간을 노려 실눈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당황한 기색은 사라졌다.
스윽.
대신 품속에서 사시미, 회칼을 꺼냈다.
휘이익!
허공에 궤적을 그린 사시미가 아랫배를 향해 쇄도한다.
평상시였다면 그 움직임을 파악하곤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년인의 속박에 의해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물론 속박이 오래 지속되지 않아 금방 그 지배에서 풀려날 수 있었지만, 이미 실눈 녀석의 사시미가 피하기 힘든 위치까지 당도한 상태였다.
이겼다.
환희에 물든 눈동자.
실눈 녀석은 승리를 확신했지만.
카앙!
살짝 휘어진 사시미는 반발력을 이겨 내지 못한 채 내 몸의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단순히 튕겨 나간 것만이 아니라.
파캉!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한 채 두 동강 났다.
“헛?!”
당황한 놈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준비가 좀 철저한 타입이라.”
검은 패딩 안, 그곳에 숨겨진 건 방검복이다.
물론 평범한 방검복이 아니라.
『+99(★) 초박형 경량 방검복
분류 : 갑옷
내구도 : 50/50
고유 효과 : 방어력이 극미량 증가
강화 효과(9/99) : 모든 날붙이 대한 저항력이 미량 증가 강화 효과(15/99) : 모든 타격 무기에 대한 저항력이 극미량 증가 강화 효과(20/99) : 모든 날붙이에 대한 저항력이 극소량 증가 ……
강화 효과(99/99) : 극히 희박한 확률로 날붙이에 대한 피해 대폭 감소풀강 효과(Max) : 모든 날붙이, 타격 무기에 대한 저항력 소량 증가 초월 효과 : 희박한 확률로 날붙이 파괴설명 : 날붙이와 타격 무기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는 방검복. 인터넷 쇼핑몰에서 100,000원에 구매한 것이기에 다소 허술하다.
초월 강화를 통해 날붙이, 그리고 타격 무기에 대한 저항력이 상당히 상승하였다.』
방검복의 보호를 통해 놈의 사시미를 튕겨 냈다.
게다가 희박한 확률로 발현되는 날붙이 파괴가 더해져 사시미가 부러졌다.
반발력에 의해 하늘 높이 치솟은 놈의 양팔을 바라보면서.
퍼억!
너클을 낀 손으로 복부에 한 방.
뻑!
그리고 왼쪽 훅으로 놈의 볼에 강력한 한방을 선사했다.
투툭!
뼈가 부러지는 선명한 감각이 손아귀에 느껴진다.
허물어지듯 힘없이 쓰러지는 녀석을 잠깐 바라보다가.
“하나는 처리했고.”
정도환의 옆을 지키고 있는 중년인을 응시했다.
“….”
굳은 얼굴.
‘아니.’
그 표정 뒤에 감춰진 감정은 놓치지 않았다.
놈의 여유.
그것을 간파한 직후 곧바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컥!”
그와 함께 중년인의 몸이 마술처럼 허공에 떠올랐다.
“잡았다, 요놈!”
그건 마술이 아니다.
녀석의 특성을 파악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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