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5
025화.
“커, 커컥!”
괴로운 듯 바동거리며 공중에 떠 있다.
그 신비한 현상의 근원이라면 나다.
“왜? 계속 당해 줄 줄 알았어?”
중년인의 특성은 회귀 전 몇 번 겪어 봤었다.
다만 워낙 오래전 기억이라 금방 떠올리지 못했을 뿐.
하지만 몸으로 직접 겪어 보고 나선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림자 속박.”
육체를 움직이지 않은 채 그림자를 움직여 대상을 속박하는 특별한 특성.
녀석이 허공에 떠오른 이유는 바닥의 그림자, 몰래 다가온 놈의 그림자를 내가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켁! 어, 어떻게…?”
간파당한 게 놀라웠던지 의문을 토한다.
하긴,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할까.
그림자를 배후로 움직여 움직임을 속박할 줄 말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이용하여 본체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것도.
종말을 20년간 경험하지 않은 내가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할 기현상이긴 하다.
“그건 알 필요 없고.”
물론 그 사실을 설명할 이유는 없다.
꽈악-
답 대신 그림자를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커컥!”
고통에 찬 신음이 다시금 터져 나왔다.
“봐서 알겠지만, 내가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거든. 그래서 궁금한 게 있는데, 답해 줄 거지?”
대답은 들을 필요 없다.
그래서 곧장 물었다.
“네가 소속된 세력은?”
“…켁. 꺼, 꺼져!”
“그래. 쉽게 답할 생각 없겠지.”
슬쩍 정도환을 응시했다.
갑작스레 벌어진 광경에도 여전히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눈을 하고 있다.
‘감정이 죽은 상태.’
본래도 감정이 무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딸과 손녀의 죽음은 그의 감정을 완전히 죽여 놓았다.
마치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처럼 말이다.
모든 감정을 잃어버린 그에게 중요한 건 이 싸움의 승자, 자신의 염원을 이뤄 줄 파트너를 선별하는 것이었다.
물론 싸움에서 이겼다고 반드시 그게 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그가 판별할 수 있는 건 무력적인 부분밖에 없다.
그렇기에 눈치 볼 필요 없이 내가 할 행동을 개시했다.
“그러니까 입을 열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되는 거지?”
너클을 뺐다.
맨주먹을 그대로 앞으로 뻗었다.
퍼억!
“끄윽!”
분명 놈과 나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하지만 허공에 뻗은 주먹으로 인해 녀석의 얼굴에 상흔이 생겼다.
이게 그림자 속박의 단점이다.
은밀하게 그림자를 움직여 적을 속박할 수 있는 특성이지만, 반대로 그 그림자가 공략당하면 꼼짝달싹할 수 없다.
그림자의 존재가 발각되면 힘을 못 쓰는 특성이라는 것.
본체가 된 그림자를 움켜잡은 채.
퍽, 퍼억!
바닥에 보이는 그림자를 연이어 공격했다.
“….”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
하지만 표정에 깃든 감정에 공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겠지.’
겉으로 보기에 나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딩에 불과하다.
경험도 일천한, 고작 고딩 따위가 독심을 품어 봐야 뭐 얼마나 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비록 겉은 피도 안 마른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그 속은 종말을 20년 넘게 구른 백전노장.
닳고 닳다 못해 마모되어 버린 감정으로 인해 섬뜩함을 느꼈을 정도다.
그런 내게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 소위 말하는 고문은 아무런 죄악감도 느낄 수 없는 평범한 행위에 불과했다.
마치 감정이 무뎌진 정도환처럼.
퍽, 퍼퍽!
아무런 죄악감이나 감정의 변화 없이, 오직 목적을 위해 중년인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무차별적인 폭력이 시작된 지 1분이 지났을 무렵.
“커흐헉….”
심하게 부어오른, 그리고 피를 흘리는 중년인.
“어때? 이제 말할 마음이 생겼을까?”
“…끄으.”
힘없는 눈동자에 담긴 공포.
아마 지금쯤이면 느꼈을 것이다.
내가 다른 고딩과는 다른 존재라는 걸.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퉤!”
피가 섞인 침을 뱉는다.
물론 예상하고 있기에 고갤 돌려 피했다.
“역시 쉽지 않네.”
이를 통해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라는 거네.’
평범한 일상을 소화하던 이들이다.
그런데 이 정도 고통을 감수하며 비밀을 지킨다?
꽤 충성심이 강하다.
적어도 이들이 속한 세력이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데 어쩌지? 나는 반드시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이 수상쩍은 배후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불안해.’
이 녀석들, 거슬린다.
마치 입 안에 박힌 가시처럼, 깔깔하기만 하다.
이번 기회에 놈들에 관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저벅.
그림자의 멱살을 움켜쥔 채로 가까이 접근했다.
속박당한 녀석은 움직이지 못했고.
꽈악!
그림자를 내팽개친 채 놈의 본체를 잡아 올렸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놈은 힘없이 들어 올려진 채 나를 바라본다.
놈의 오른팔을 쥐었다.
“계속 닥치고 있어.”
“….”
물론 반응은 없다.
하지만 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강화』
놈의 왼팔을 대상으로 강화의 기운을 흘려보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그 기운에 저항할 수 있을 테지만, 1분간의 구타로 힘이 약해진 상태.
“크으으으!”
갑작스레 파고드는 이질적인 기운에 신음을 토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번쩍!
새어 나오는 황금빛.
하지만 이내 그 빛은 검게 변했다.
“끄아아아악!”
그 순간 짐승의 울부짖음과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육체 강화의 실패를 나타내는 현상.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
육체 강화.
이 금단의 비법은 확률도 무척 낮지만,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굉장히 큰 편이다.
영구적인 육체의 약화는 물론.
“끄악, 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다시금 울부짖는다.
나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대략은 알고 있다.
‘수만 마리의 개미가 물어뜯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
과거 멋모르고 육체 강화를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결과는 실패.
그 실패를 겪은 당사자가 겪은 고통에 대해 상세히 말해 줬었다.
그래도 꽤 오래 종말을 버텨 온 이였다.
그런데도 버틸 수 없는 고통이라 말한 걸 보면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어때, 이제 말할 마음이 생겼나?”
“끄으으으으….”
하지만 대답은 없다.
신음을 흘리며 자신의 왼팔을 바라볼 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팔은 마치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것처럼 주름이 지고 삐쩍 말라 버렸다.
그건 강화 실패 페널티 중 하나.
『노화』
강화 실패 페널티는 하나가 아니다.
수 개의 페널티 중 무작위 중 하나가 발현되는데, 놈에게 발생한 건 노화였다.
마치 80대의 노인의 팔처럼 삐쩍 마른 왼팔은 이제 어떤 방법으로도 복구할 수 없다.
“다음에는 오른팔이야.”
그리고 놈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오른팔 다음에는 양쪽 다리, 그리고 두 눈까지.”
당연히 실패할 게 빤한 강화로 인해 놈은 각 신체에 가해지는 페널티, 그리고 고통으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어디 그래도 그 입이 닫혀 있는지 확인해 볼게.”
말만이 아니다.
곧장 오른팔을 대상으로 강화를 하려던 그 순간.
“다, 담깐!”
입술이 터져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파악했기에 곧장 움직임을 멈췄다.
“입이… 열렸네?”
예상한 바였다.
실시간으로 육체가 노화하는 것을 봤으니 어찌 두렵지 않을까.
아마 정신적으로 강화 실패 고문을 버텨 낼 수 있는 인간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마, 마라겠다. 그러니 데발, 데발….”
눈물과 콧물을 질질 짜며 사정한다.
털썩.
그 진심을 읽었기에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아주었다.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곳에 입을 열 만한 녀석이 너 말고도 있으니까.”
실눈 녀석이 쓰러진 곳에 시선을 두었다.
너는 언제든 죽일 수 있다.
사지로 몰아넣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아랐다. 둥듬한 건….”
“네가 소속되어 있는 세력. 그리고 그 구성원, 그리고 보스가 누구인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생각한 것 이상의 인원이 포함되어 있을 테고, 특히 가장 궁금한 건.
‘대가리.’
이 세력, 그리고 각성자들을 모을 정도의 역량이 있는 대가리.
이 세력의 최종 보스가 누구인지 밝혀내야만 한다.
“우리는 거믄달….”
검은달.
그 말을 내뱉은 순간이었다.
“…으어?”
갑자기 눈을 크게 뜬다.
놀란 건 녀석만이 아니다.
휘오오!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수상쩍은 기운.
드륵!
곧바로 힐리스를 이용해 녀석의 곁에서 물러났다.
“…뭣?!”
녀석의 머리 위, 그곳에 생겨난 건 검은 구체였다.
휘오오오!
마치 블랙홀과 같은 그건 엄청난 흡입력으로 놈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중년인, 그의 육체가 허공에 떠오른다.
“사, 사려 줘!”
어떻게든 끌리지 않기 위해 바닥에 있는 돌, 잡초 따위를 잡아 보지만.
지이익-
흡입력을 이겨 내지 못한 채 검은 구체에 빨려 들어갔다.
비단 그건 녀석만이 겪는 게 아니었다.
실눈.
의식을 잃고 쓰러진 녀석이 검은 구체의 흡입력에 의해 끌려간다.
놀라운 사실은.
‘녀석들 이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발악하는 인간을 빨아들일 정도의 흡입력이다.
그런데 중년인과 실눈, 그 둘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다.
그 기현상이 뜻하는 건 하나.
‘계약!’
가장 강력한, 100대 특성 중 하나라 알려진 것.
서로의 동의하에 계약을 맺고 그것을 어길 시 응당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게 바로 계약의 의식.
‘조건은 세력의 비밀 엄수인가.’
놈을 통해 검은달이라는 세력을 캐려고 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말한 순간 계약 조건이 발동, 놈을 집어삼켰다.
더불어 동료인 실눈마저도.
스르륵.
둘을 집어삼킨 구체, 검은달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취를 감췄다.
“….”
예상치 못한 광경에 잠깐 둘이 사라진 자리를 응시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까다로운 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에 깊게 생각할 여력이 없다.
“다시 인사드립니다.”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환에게 인사했다.
“신윤찬이라고 합니다.”
회귀 전 사존이라 불렸던 인류 최강자 중 하나.
불과 조금 전만 해도 합류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또 생각이 달라졌다.
불쾌하기 그지없는 세력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것도 계약이라는 100대 특성 중 하나를 소지한 자가 관여되어 있는 곳.
그 세력의 규모와 힘을 알 수 없는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강력한 동료들을 모은다.’
본래는 조금 뒤로 미뤄 두었던 계획.
하지만 이미 각성의 의식이 시작된 지금, 게다가 세력을 형성한 이들이 나왔으니 더는 미뤄 둘 수 없게 되었다.
“반갑네. 정도환일세.”
인사를 건네지만 여전히 표정은 무심, 눈은 차갑다.
하지만 그 무덤덤함이 오히려 반갑다.
‘사존.’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영입할 동료.
첫 시작은 눈앞에 있는 사존 정도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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