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
003화.
강지환, 강지은.
아직 고등학생에 불과하지만,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꽤 유명한 인사들이다.
뛰어난 영재라거나 신동처럼 본인들의 역량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이 이란성 쌍둥이 남매는 흔히 말하는 좋은 수저, 그것도 다이아몬드 수저를 타고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외가는 법조계, 친가는 재벌.
승계권과 거리가 먼 막내아들의 소생이었지만, 그것만 해도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환경이다.
좋은 배경에서 태어난 남매, 하지만 아이들은 바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모든 게 다 갖춰진 환경, 오냐오냐하는 집안 때문만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반사회성 성격, 품행장애를 일컫는 말.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사회성, 그리고 감정의 교류를 나눌 수 없는 성향을 타고났다.
거기에 모든 사건 사고를 덮어주는 배경까지.
브레이크가 밟히지 않는 자동차는 살인을 위한 흉기일 뿐이다.
그런 남매의 폭력적인 성향은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에서까지 나타났으나 그것이 조명되는 일은 없었다.
말이 나오기 전에 그 모든 것을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십수 년을 살아왔다.
고등학교에 온 사이코패스 남매의 잔혹한 성향이 두드러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개구리, 잠자리를 해부하듯 김진호가 해부된 것이다.
이유?
딱히 없다.
개구리, 잠자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당했겠는가.
그저 가장 나약한, 뒷말이 나오지 않을 최약층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다.
그들에게 그건 지루한 학업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유일한 활력소, 한순간의 여흥이다.
*
“하암, 지루해.”
쌍둥이 중 동생 강지은이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재미없어.”
강지환 역시 마찬가지.
행동대장들이 당했음에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놈들보다 강해서?
아니.
녀석들은 알고 있다.
굳이 따까리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그 화려한 배경에 알아서 겁을 집어먹고. 어떠한 부조리에도 부당하다 말 한번 못했으니까.
“….”
놈들을 뒤로한 채 걸었다.
“건방져.”
“건방지네. 다음에는 저 녀석으로?”
“좋아. 해 보고 싶은 실험이 많거든.”
“재밌겠네.”
피하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인지 나를 향한 담화를 이어 간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걸 집었다.
그리고.
저벅-
천천히 녀석들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내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뭐야?”
의아함이 깃든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묻는다.
그런 남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철퍽.
“꺅!”
조금 전 진호에게 던진 썩은 우유를 머리칼에 붓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아무리 반사회성 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라도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머리칼에 진득하게 붙은 치즈 덩어리를 급하게 털어 내는 강지은.
“너….”
당장에라도 죽일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강지환.
퍽!
놈의 안면에다가 우유 팩을 던져 버렸다.
“퉤, 퉤! 이런 X발!”
잔여물이 입에 들어갔는지 연신 침을 뱉기 바쁘다.
“그동안 편하고 좋았지?”
“너, 두고… 꺅!”
협박하려는 강지은의 머리칼을 잡아 그대로 잡아당겼다.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지금 당장 해봐.”
“놔! 이거 놓으라고!”
머리칼을 잡은 손을 할퀴려고 한다.
하지만.
“꺄악!”
더욱 힘을 줘 잡아당기자 그 반항은 이내 사라졌다.
아무리 지금 몸뚱이가 형편없어도 편하게 자란 여자애 하나 제압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싫다고. 지금 당장 해 보라니까?”
“꺅!”
따가리도 없고 집안의 도움도 없는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익숙지 않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게 전부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과한 반응.
하긴, 누구에게도 이런 취급을 받아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과 치욕에 아주 몸이 부들부들 떨릴 거다.
“너, 후회하게 될 텐데?”
동생과는 달리 그래도 남자라고 제법 무게를 잡는다.
“그러니까~ 후회하게 해 보라고.”
“….”
반응이 없다.
다만 주섬주섬 책상 밑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뒷짐을 쥔다.
‘다 보인다, 이놈아.’
고등학생이라곤 하지만, 허울만 멀쩡한 애송이일 뿐이다.
놈이 무엇을 하려는지 나와 같은 전문가에게는 환히 보였다.
그리고.
휙!
가까이 다가온 녀석이 손을 휘두른다.
이미 대비하고 있었기에 뒤로 살짝 몸을 빼며 잡고 있던 머리칼을 끌어당겼다.
서걱!
“꺄아악!”
섬뜩한 소음과 함께 울려 퍼지는 소리.
그건 머리칼을 잡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비명이었다.
뚝, 뚜욱-
강지환이 손에 쥐고 있는 건 공업용 커터칼.
그 날카로운 칼에 팔이 베인 강지은이 바둥거린다.
“….”
하지만 강지환, 놈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쌍둥이 동생이 다치건 말건 알 바 아니라는 듯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대단해.”
난 놈의 그런 모습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역시 이때부터 싹이 보이는 녀석이었네.”
“뭐라 지껄이는 거지?”
“아, 그런 게 있어.”
사실 이 쌍둥이 남매, 정확히는 강지환. 종말에서도 익숙한 놈이다.
도살자 강지환.
종말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한 미치광이 살인마.
어떤 특성을 얻었는지, 혹은 본래부터 인격에 장애가 있었던 건지.
거침없이 사람들을 죽여 악명을 날렸다.
미래의 살인마가 지금 내 앞에 있다.
물론 과거와 같이 흉악하기 그지없는 정글도를 손에 들진 않았지만, 커터칼은 든 상태로.
‘어휴, 이거 PTSD 제대로 오네.’
과거, 한창 악명을 떨치던 중인 녀석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당시엔 지금과 상황이 정반대로, 놈의 모습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때마침 등장한 유현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겼지만.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경험이었다.
“…죽인다.”
“어째 그 말이 그냥 협박처럼 들리진 않는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수천 명을 학살한 놈의 입에서 죽인다는 말을 들으니 오싹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금의 녀석은 내가 알고 있는 종말의 도살자가 아니다.
휙!
엉성한 자세로 커터칼을 휘두르는 양아치일 뿐이다.
상체만 앞으로 기울고 하체는 뒤로 빠지는, 전형적으로 연장을 처음 써보는 듯한 자세.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런!’
간신히 피하긴 했는데, 깜짝 놀랐다.
‘내 몸뚱이도 정상은 아니었지!’
상대가 워낙 나약해서 잠깐 깜빡했다.
이 빌어먹을 몸뚱이도 과거의 내 것이 아니란 것을.
녀석의 허약한 칼질에도 목숨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단 사실을 말이다.
드르륵, 쾅!
교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태가 심각해지는 거 같자, 누군가 선생님을 부르러 갔을 것이다.
“….”
주위의 소음, 그리고 반응에도 여전히 놈은 나만을 노려본다.
놈의 부담스러운 눈길에 깃든 건 명백한 살의.
고작해야 19살이란 나이에 놈은 진정으로 사람을 죽이고자 살심을 품었다.
역시.
“아무래도 넌 안 되겠다.”
솔직히 잠깐 고민했었다.
미래에 살인자가 될 거라는 이유로 과거의 놈에게 제제를 가하는 게 맞나?
내가 알고 있는 미래가 이번에도 똑같이 진행된다는 보장이 있나?
확신이 없기에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 놈의 독기가 가득한 눈빛을 보니 흔들렸던 마음이 자리를 찾는다.
의지가 확고해진다.
‘놈은 반드시 저지른다.’
어쩌면 그 기폭제가 종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진호에게 그랬듯 놈은 남들 모르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게 종말에는 그 성향이 더욱더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일 테고.
「죽어, 죽어, 죽어!」
살인만이 유일한 쾌락인 것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하던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심이 굳었다.
내가 방심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스윽!
펜싱 하듯 커터칼을 힘껏 찌른다.
놈은 본능적으로 내 급소를 노렸다.
“…미친 새x!”
놈은 정말로 날 죽이고자 한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운동화 덕분에 상승된 이동속도는 놈이 공격하는 순간 재빨리 움직여 놈의 칼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리고.
퍽!
“악!”
그대로 팔목을 내려쳐 놈의 손에서 커터칼을 떨어뜨렸다.
바닥을 구르는 커터칼을 발로 차서 멀리 떨어뜨린 후.
퍼억!
그대로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으!”
광대뼈를 때린 손가락 마디가 쑤신다.
제대로 때린 것 같은데, 샌드백 한번 쳐 보지 않은 주먹은 낯선 타격감에 고통을 호소할 뿐이었다.
“큭!”
광대뼈를 맞은 녀석이 얼굴을 움켜쥔 채 주춤주춤 물러난다.
아무리 독기를 품고 있어도 익숙하지 않은 고통에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보폭을 크게 벌려 빠르게 접근했다.
퍽!
명치에 깊숙이 주먹을 꽂았다.
“웨엑!”
반사적으로 헛구역질하고자 상체를 숙인 놈의 뒤통수를 잡아 고정한 후.
빠악!!
골이 흔들릴 정도로 니킥을 선물해 주었다.
“끄어억.”
어마어마한 충격을 견디지 못한 녀석이 바닥에 엎어진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에게 더이상의 독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애처럼 울면서 얼굴을 부여잡고 있을 뿐.
“….”
그 모습을 잠깐 응시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이 살인귀를 죽이고 싶지만.
‘살인죄라, 지금은 감당하기 좀 힘들지.’
1년이나 남았는데 감옥에서 헛되이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종말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
최대한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녀석들을 무력화할 방법이 필요하다.
흐느끼며 표독스럽게 바라보는 강지은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마!”
질색하는 것을 무시하고 팔을 붙잡았다.
번쩍! 번쩍!
강지은의 몸의 일부분이 황금빛으로 번쩍거린다.
번-쩍!
기다렸던 시커먼 푸른 빛이 번쩍이자 손을 뗐다.
“너, 이… 고소할 거야!”
“그러든가. 말든가.”
이어서 애처럼 울고 있는 강지환에게 다가갔다.
놈도 강지은처럼 도망가고자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다.
번쩍! 번쩍! 번-쩍!
내게만 보이는 황금빛 번쩍임과 시커먼 푸른 빛이 발했다.
“뭐, 이 정도면 됐겠지.”
쌍둥이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날 봤지만.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본인들도 얼마 지나지 알 것이다.
자신들의 몸이 얼마나 쓰레기가 되었는지.
‘육체 강화는 금기다. 금기를 어기면, 대가를 치러야지.’
쌍둥이의 근육을 강화했다.
운 좋게 몇 번은 강화에 성공했지만, 결국.
‘실패했으니까.’
특정 부분만 강화하는 건 꽤 난도가 높았지만, 숱한 경험으로 어렵지 않게 해냈다.
이제 놈들은 루게릭 환자처럼 서서히 근육이 퇴화할 것이다.
『-3 강지환의 근육
분류 : 신체(근육)
내구도 : 1/3
고유 효과 : 無
강화 실패 효과(-1/-3) : 높은 확률로 근섬유 소실
강화 실패 효과(-3/-3) : 보통 확률로 근육 퇴화
설명 : 육체 강화는 금단의 비법. 이 육신은 날이 갈수록 힘이 빠질 것이며 종내엔 호흡도 못 하게 된다.』
강지은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쌍둥이답게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줬다.
‘이걸로 됐다.’
육체 강화는 일반적인 강화와 다르게 극악한 확률을 지닌다.
아무리 내가 운수대통이라는 기벽이 있다고 해도 금단에 손을 대는 이상 실패가 있을 수밖에.
이것이 내가 육체 강화를 시도 하지 않는 이유다.
실패했을 때의 페널티가 너무 강하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 전무했으니까.
그 가혹한 운명을 이들 쌍둥이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어쩌면 종말이 오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지, 지환아, 지은아!”
비명에 가까운 고함이 울려 퍼졌다.
뒤를 돌아보자.
쓰러진 쌍둥이 남매를 확인한 중년의 담임 선생, 정명환이 책상을 걷어차며 다가왔다.
“너, 너! 이게 무슨 짓-”
그간 수많은 부조리를 눈감아 준 사람답게 전후 사정 따지지 않고 다짜고짜 손을 쓴다.
쌍둥이의 담임으로서, 자신에게 돌아올 여파를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물론.
텁!
“이, 이익!”
그딴 따귀를 맞아 줄 생각은 없다.
손목을 낚아챈 상태 그대로 꺾었다.
“악!”
갑작스런 고통에 놀란 담임이 꽥 소릴 지른다.
아무리 교권이 땅에 추락했어도 나 같은 일개 학생에게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지.
“오늘부로 자퇴합니다.”
당황과 분노로 얼룩인 담임에게 던지듯 내뱉었다.
“뭐, 뭐?”
“….”
내 의사를 명백히 전달했으니 더 말을 섞을 이유가 없다.
어차피 1년 뒤엔 교육이고 나발이고, 힘이 곧 법이 되는 세상인데, 학교 따위를 다녀서 무엇 하리.
책상에 고정해 두었던 스마트폰과 바닥을 굴러다니는 +50 대걸레 자루를 챙겼다.
다시 한바탕하려는 건 아니다.
복도, 그 사이를 지나치며.
콰챵, 콰챠챵!
유리창을 하나씩 깨며 외친다.
“대한민국 고등학교, 족구하라 그래!”
만나서 뭣 같았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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