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1
031화.
“쌍룡검? 혹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다는…?”
의문이 든 강회장이 뇌까렸다.
“예. 바로 그 쌍룡검입니다.”
“…하지만 그건 행방이 묘연하다고 알려진 보물이 아닌가?”
“일단은 그렇게 알려지긴 했죠.”
그리 답하며 송윤식을 바라봤다.
행방이 묘연했던, 심지어 실존하는지도 확실치 않은 쌍룡검을 그가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 아는 게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 보물을 송윤식이 소지하고 있었고, 이를 사용해 각지에서 몰려든 각성자들에게 대항했다는 것이다.
“….”
조금 망설인다.
그도 그럴 게 당황스러울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검은달로 인해 모진 고문을 당했고, 심지어 아내도 죽었다.
아무리 강회장과 각별한 사이라 해도 같은 목적으로 온 것을 알았으니 복잡한 생각이 들 테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입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 시선은 강회장을 향해 있다.
그를 신뢰하고 있기에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말문을 연 것이다.
“아버지께서 얻었는지, 그것까지는 모릅니다. 다만 당신이 남긴 게 이순신 장군이 사용한 쌍룡검이며 훗날의 인연을 위해 보관해 두라는 말을 전하였습니다.”
‘훗날의 인연?’
우연히 쌍룡검이라는 보물을 소지하게 되었다,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의문이 든 건 ‘훗날을 위한다’라는 대목이다.
‘뭔가를 알고 있는, 흡사 종말이 올 것을 알고 대비하라는 투 같은데?’
그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조금 더 깊이 파고들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쿨럭!”
검게 죽은 피를 게워 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는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시간이 없다.
공진단으로 기력을 회복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약간의 시간 벌이에 불과한 것.
이미 육체가 상해버린 송윤식은 이제 곧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쌍룡검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건 실례의 수준이 아니라 무례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
잠깐 날 바라보던 송윤식이 다시금 강회장에게 향한다.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그 모습은 나를 향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
“한 가지만 묻겠네.”
떨리는 음성.
죽음이 임박했다.
“쌍룡검. 그것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당연한 권리다.
모진 고문과 아내의 죽음에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왜?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쌍룡검이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향후 인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적어도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끝까지 쌍룡검을 지키려 했던 이에게 보이는 내 진심.
“만약 쌍룡검을 제게 맡겨 주신다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보구를 차지하기 위해 둘러대는 말은 아니다.
쌍룡검은 몇 존재하지 않는 유산 형태의 보구다.
종말에 일어날 시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래 존재하고 있던 유물이 보구가 되는 형식.
그렇기에 그 가치는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것.
인류를 이롭게 하겠다는 건 결코 과장이나 허언이 아니었다.
“인류를 이롭게 하겠다…?”
물론 판단은 그의 몫이다.
내 진심이 전달되지 않았다거나 일말의 의심을 품고 쌍룡검을 넘기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내가 지고 가야 할 운명의 무게겠지.’
그래서 기다렸다.
본래 쌍룡검의 주인이었어야 할 송윤식의 결정을.
“윤식이.”
지금껏 침묵을 지키던 강회장이 입을 열었다.
“예.”
“내 처음으로 자네에게 부탁하겠네.”
그 한마디와 함께.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 무슨!”
“눈앞에서 배우자를 잃었고, 심지어 모진 고문까지 당한 자네의 심정을 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나.”
피가 절절 끓는 듯한 심정으로 힘겹게 단어 하나하나를 내뱉는다.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지킨 보물을 달라고 하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지 알고 있네.”
“….”
“불신의 싹을 틔웠을 테지. 모든 게 밉고, 모든 게 의심이 될 테지. 하지만 말일세. 인류를 이롭게 하겠다는 말,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지 않겠다는 윤찬 군의 말은 사실일세.”
강회장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여기서 송윤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라 그다.
오직 그만이 송윤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앞으로 세상은 변할 걸세. 변화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야말로 대변혁의 시대가 오겠지. 모르긴 몰라도 그로 인해 인류는 지옥을 경험하게 될 거야. 그 지옥에서 인류를 구원해 줄 이.”
강회장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그게 윤찬 군일세.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 젊은 청년이 그 막중한 짐을 질 걸세.”
아마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콧방귀를 끼고 말았을 것이다.
“으음….”
하지만 강회장의 말이다.
수십 년 동안 그를 보좌해온 송윤식은 알고 있을 것이다.
황당무계한 지금의 모든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윤식이.”
“…예.”
“자네는 내가 본 그 누구보다 바른 사람이었어. 수많은 업적을 이뤘으나 재계의 더러움을 견디지 못해 은퇴했을 정도로. 그런 자네이기에 부탁하겠네. 인류를 위해 자네가 지킨 그 보물을 넘겨줄 수 없겠나?”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뜻밖이군요.”
고심 끝에 떨어진 한마디.
“형님이 누군가를 위해 무릎을 꿇는 날이 올 줄이야.”
회장님이란 호칭은 형님으로 변했다.
“예, 형님이 그리 생각한다면 그것이 설령 거짓이라 해도 믿어야지요.”
송윤식의 얼굴이 드리워져 있던 의심의 그늘이 사라졌다.
“…가까이.”
그의 숨결이 닿는, 가까운 곳까지 귀를 가져갔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쌍룡검이 해악을 끼치는 누군가에게 넘어간다면 세상에 큰 불행이 찾아올 거라고.”
“….”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무언갈 알고 있었다.’
송윤식의 아버지, 그는 종말에 관해 무언가를 알고 있던 게 분명하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모른다.
“솔직히 아직도 확신은 없네. 세상이 변할 거라는 말도, 자네 세상을 구원할 거라는 것도. 하지만 강직하신 회장님이 무릎을 꿇은 것도, 그리고 자네의 눈에도 거짓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야.”
생각해 보면 천운이다.
만약 송윤식이 강회장과 친분이 없었다면?
강회장을 대동하지 못한 채 이곳을 찾았다면?
하나의 요소라도 빠졌다면 송윤식이 나를 신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다.
‘종말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당장 특성과 아무런 능력이 없는 강회장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적어도 반년 정도는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 내야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했던 것을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쌍룡검은….”
그리고 그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누구도 찾을 수 없는 비밀의 장소를.
“감사합니다.”
그 장소를 듣고 난 후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부디 나와 아내의 고통이 헛되지 않기를….”
툭-
힘없이 떨어진 고개.
“….”
차갑게 식어 가는 친우의 육체를 감싸 안은 강회장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슬픔을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
베일에 싸인 각성자 세력 검은달.
놈들이라면 지금의 변고를 눈치챘을 가능성이 크니 서둘러야만 한다.
*
강회장 소유의 비밀 별장.
“….”
묵직한 감촉이 느껴지는 검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무려 3m에 달하는 거대한 환도 한 쌍.
“쌍룡검.”
명장으로 알려진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다고 알려진 검.
하지만 내게는 이순신 장군의 검이 아니라 몇 존재하지 않는 유산형 보구로 각인되어 있는 보물이다.
스릉-
힘을 주어 검을 빼내자 예기를 품은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보통 검은 아니네.’
처음 보는 실물이지만, 범상치 않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조선 시대에 사용했던 검이다.
보통 검이라면 이가 빠지거나 녹이 슬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당장 실전 무기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예기를 품고 있었다.
『감정사의 눈』
내게 허락된 재능인 감정사의 눈을 발휘했다.
그 순간, 쌍룡도가 지닌 능력이 정보창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쌍룡검
분류 : 검
등급 : 최하급 보구(封)
내구도 : 50/250
고유 효과 : ???
설명 : 鑄得雙龍劍 千秋氣尙雄 盟山誓海意 忠憤古今同(쌍룡검을 만드니 천추에 기상이 웅장하도다. 산과 바다에 맹세한 뜻이 있으니 충성스런 의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도다)』
‘역시!’
지금껏 강화한 그 어떤 물품에도 볼 수 없었던 등급란이 보인다.
분명 이건 회귀 전 논란을 빚어낸 보구가 분명하다.
다만.
‘封. 아직 봉인 상태를 뜻하는 거겠지.’
아직 보구의 힘이 발휘되는 전조가 시작되지 않아 봉인 상태로 표시된 것 같다.
당장 어떠한 힘도 발휘할 수 없는, 그냥 예리하기만 한 검.
물론 후에, 전조가 시작되면 굉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지만, 지금 당장은 그 어떤 영향력도 끼치기 힘들다.
‘그럴 리가 있나.’
내가 기를 쓰고 쌍룡검을 찾으려 했던 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함이 아니다.
수많은 각성자가 소속된 검은달, 놈들에 대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쌍룡검이 필요했던 탓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솔직히 지금도 조금 망설여지긴 하지만, 더는 망설이고 있을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쌍룡검, 한 쌍의 검을 양손에 쥔 채로.
『분해』
강화사의 능력 중 하나, 분해를 발현.
화아악-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와 쌍룡검을 감쌌다.
쩌적.
검에 일어나는 균열.
처음에는 균열에 불과했으나 이내 영역을 확장한 균열로 인해.
파챠챵!
한 쌍의 검이 산산이 부서졌다.
빛의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그 광경을 강회장이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툭!
잠깐의 상념 뒤 지면에 떨어진 것.
그건 분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재료와 삼색의 영롱한 빛을 내는, 아이의 주먹만 한 구슬이었다.
“드디어!”
감격에 차 그것을 집었다.
『진화의 구슬』
현재 지닌 특성을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보물이자.
‘처음으로 보구를 분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
진화의 구슬.
말 그대로 특성을 진화시키는,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 얻을 수 있는 희귀한 보물이다.
본래는 그 특정 조건을 알아내는 게 무척 힘들지만, 내게는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다.
강화사가 진화의 구슬을 얻는 법.
보구를 처음으로 분해하면 된다.
물론 쌍룡검은 아직 전조가 진행되지 않아 보구의 능력이 발현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감정사의 눈으로 본 정보창에는 최하급 보구로 분류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진화의 구슬이 나올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지금의 결과를 창출했다.
‘이것으로 확실히 앞서 나간다.’
비록 쌍룡검이라는 보구를 잃게 되었지만, 상관없다.
진화의 구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강화사의 능력이, 그 힘이 지금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파삭!
손에 쥔 진화의 구슬을 부수었다.
스스스스-
구슬 속에 들어 있던 하얀 안개와 같은 기운이 새어 나온다.
“스읍!”
마치 마약을 하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그 모든 기운을 콧속으로 흡수했다.
츠츠츠츠!
몸 안에 들어온 기운.
지금 내겐 낯설지만, 회귀 전에는 무척 익숙한 것이다.
그건 진화의 증명.
강화 특성이 처음을 지나 다음 단계에 들어섰다.
그게 무엇을 뜻하느냐.
남들이 기어 다니는 수준에 불과할 때, 나는 뛸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셈이다.
‘슬슬 준비를 해 볼까.’
진화의 구슬을 얻어 특성의 진화를 이뤘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면을 구르고 있는 쌍룡검의 분해 재료.
진화의 구슬을 제외한 그것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느냐?
『복원』
분해한 물품을 다시금 본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
물론 진화의 구슬이 빠졌지만, 상관없다.
진화의 구슬은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처음으로 보구를 분해하는) 나오는 추가 물품이기 때문이다.
바닥에 있는 건 쌍룡검의 분해 재료 모두.
그것이 온전히 있기에 복원을 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25%.
엄청 희박한 확률이지만 괜찮다.
내게는 운수대통이 있으니까.
운수대통으로 인해 복원의 확률은 50%가 된다.
무려 절반의 확률.
화아아악!
복원을 통한 황금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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