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8
038화.
팽팽하게 불어난 근육.
그건 내게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다.
『장사』
엄청난 육체의 발달을 이뤄 주는, 헐크와 같은 괴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어째서 이 사람이?’
익숙한 특성이지만, 한편으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을 생각하고 찾아왔는데, 뜬금없이 그의 아버지인 올리버의 특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 말이 맞는 모양이군.”
당황한 내 표정을 읽은 올리버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이 신비한 힘을 각성한 이후 항상 불안했었지. 대가 없는 힘이란 없는 법. 언젠가 당신들과 같은, 똑같이 신비한 힘을 가진 이가 찾아올 것이라고 느꼈으니까.”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목적은 뭐지?”
“어….”
당황하여 옆의 정도환을 응시했다.
“….”
하지만 여전히 얼음장 같은 표정을 유지할 뿐,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 줄 턱이 없다.
“예, 뭐. 일단은 각성자를 찾아오긴 했는데.”
“역시 그렇군.”
확신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버.
뭔가 단단히 착각은 하고 있지만, 각성자를 찾아온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뭘 할 셈이지?”
“…일단은 동맹, 함께 힘을 합치자는 제안을 할 셈이었습니다.”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할 셈은 아니고.”
“어…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닙니까?”
“아니라면 다행이로군.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예. 말씀해 보십시오.”
“목적이 뭔가?”
“목적이라….”
“세계를 지배한다거나. 사람들을 죽여 그 희생 위에 금자탑을 쌓는….”
“말 잘했습니다.”
약간 망상(?)에 빠진 것 같긴 한데, 이건 기회다.
“확실히 그러한 목적으로 각성자를 노리는 이들이, 아주 엿 같은 조직이 있습니다.”
“…자네는 아니고?”
“물론이죠. 애초에 그럴 목적이었다면 조금 전 말했던 것처럼 가족을 인질로 잡거나 무력을 사용했겠죠.”
“음. 그렇지.”
“이렇게 모르는 척 방문한 것만 해도 제 의사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최대한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
침묵을 지킨 올리버의 뜨거운 시선이 내게 향했다.
“….”
진실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확실히 거짓이 아닌 것 같군.”
“이게 거짓말이면 똥물에 튀겨 죽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똥물? 그건 굉장히 끔찍한 표현인데?”
“예.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겁니다.”
“진심이 전해지는군.”
“믿으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했던 건 뭐지?”
“음흉하고 엿 같은 조직에 관한 거 말이죠?”
“그래. 자네는 분명 해악이 될 만한 조직이 있다고….”
“그래서 이곳을 찾아온 겁니다.”
본래의 목적은 윌리엄을 동료로 하기 위함이지만.
‘장사 특성이라면 무시할 만한 게 아니지.’
뜻밖의 수확(?)이랄까?
그의 아버지인 올리버가 먼저 특성을 각성했다.
그건 윌리엄에겐 듣지 못했던 또 다른 진실.
‘나로 인한 나비 효과로 각성의 의식이 빨라졌다.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가 영향을 미쳤겠지.’
그 모든 게 나라는 나비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각성의 의식이 이렇게 빨리 일어나지 않았다면 올리버가 먼저 각성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변했다.
그리고 내 계획 또한 그에 맞춰 변화할 거다.
지금 올리버를 꼬시는 것처럼.
“어때요? 함께 할 의사가 있습니까?”
“….”
내 물음에 한동안 침묵을 지킨다.
고심할 수밖에 없을 거다.
아무리 어느 정도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사안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평화롭기 그지없는 현대를 살다가 각성자니 인류를 위협하는 조직이니 뭐니.
실감이 날까?
게다가 갑자기 찾아온 동양인 청년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나 같아도 현실감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분명한 건 혼자 있으면 가족을 지키긴 힘들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에게 가장 위협이 될 수 있을 만한 진실을 이야기했다.
“…협박인가?”
“아뇨. 진실입니다.”
지금은 내가 빨랐지만, 언제고 검은달은 애덤스 일가를, 윌리엄을 노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혼자인 올리버가 가족을 지킬 순 없다.
불편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조금 전에 말했던 그 조직은 검은달이라는 놈들입니다. 점조직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수만이 넘는 각성자들을 보유한 최고 단체죠. 이게 말이 쉬워 수만이지, 쉽게 이해시켜 드리자면 올리버 씨와 같은 신비한 힘을 지닌 이가 수만이라는 겁니다. 과연 그들이 작정하고 들이닥친다면 올리버 씨는 감당이 가능하겠습니까?”
“수, 수만?!”
동요한 듯 동공이 확장된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 손을 잡아야 합니다.”
선택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
물론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가 이 손을 잡듯 말든,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올리버 씨와 윌리엄을 우리 쪽으로 데려갈 거다.
“아무래도 고민의 여지는 없는 것 같군.”
결심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내 손을 잡았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어려운 길이 아닌, 쉬운 길을 선택했다.
아, 물론 그건 내게도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굳이 비호감을 살 필요 없이 이렇게 손을 잡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마 이제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할….”
생각보다 쉽게 설득한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말을 이으려 할 때였다.
드드득.
지면에서부터 느껴지는 한 차례의 진동.
“…음?”
처음에는 집중하고 있어야 겨우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러나.
드드드드득!
이내 그건 가만히 있어도 알아챌 수 있는 큰 진동이 되었다.
쨍그랑!
격한 진동에 의해 유리가 깨지고,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 충격음을 냈다.
“오, 올리버!”
“에밀리아!”
당황한 에밀리아가 윌리엄과 자식들을 대동한 채 집 안으로 들어왔다.
“숙여!”
괴력을 발휘하여 가족 모두를 안아 든 올리버가 식탁 밑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말릴 수 있으면 말릴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건…?’
솔직히 그를 챙길 여력이 없다.
동요.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감정의 소용돌이.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날을.
별다른 전조 현상이 없는 각성의 의식과는 달리 지구에 한차례 몸살을 일게 한 이 전조 현상이 나타내는 건.
드륵.
힐리스를 굴려 바로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곤 하늘을 응시했다.
“하!”
보인다.
마치 갈라진 것처럼 맑은 하늘에 새겨진 검은 상흔이.
쿠쿠쿠쿠쿵!
하늘이 무너지듯 굉음이 울려 퍼진다.
몸살과 같이 일어나는 강렬한 진동, 그리고 굉음.
지금까지 의심이었지만, 지금은 확신이 되었다.
‘보구가 나타났다!’
지금껏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비한 도구, 보구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였다.
물론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 모든 지 의심해 봐야 하는 법.
지이익!
그래서 배낭의 지퍼를 열었다.
혹시 몰라 항상 소지하고 다녔던 그것을 꺼냈다.
마치 요술 주머니처럼 3m에 달하는 쌍룡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초월 효과(★) : 배낭에 들어간 물체의 무게가 보통 감소초월 효과(★★) : 소량의 공간 확장』
‘공간 확장’이라는 특수한 효과 덕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복원을 통해 성공한 쌍룡검을 넣어 둘 수 있었다.
50%의 확률을 뚫고 복원에 성공한 쌍룡검을 감정사의 눈을 통해 바라보았다.
『쌍룡검
분류 : 검
등급 : 최하급 보구(開)
내구도 : 300/300
고유 효과 : 주위 아군의 사기 진작
설명 : 鑄得雙龍劍 千秋氣尙雄 盟山誓海意 忠憤古今同(쌍룡검을 만드니 천추에 기상이 웅장하도다. 산과 바다에 맹세한 뜻이 있으니 충성스런 의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도다)』
본래 봉(封)이라는 문구를 대신한 건 개(開)였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첫 번째 전조인 각성의 의식, 그 뒤를 잇는 두 번째 전조의 시작, 보구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었다.
*
무너지는 하늘.
몸살과 같은 진동.
그 모든 현상은 얼마간 지속하다가 금방 사라져 버렸다.
“대체 이게 무슨….”
진동이 사라진 것을 느낀 올리버 씨와 가족들이 밖으로 나왔다.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변화라니? 무슨 변화?”
“올리버 씨에게 신비한 힘이 생긴 것처럼 세상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겁니다.”
“그게 좋은 쪽은 아닌 모양이지?”
“그야말로 지옥이죠.”
“지옥….”
올리버 씨가 지옥이란 단어를 곱씹는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고작 두 번째 전조다.
진짜 지옥은 전조가 아니라 대격변, 종말과 함께 시작된다.
지금은 말 그대로 그 전조 단계에 불과할 뿐.
예상치 못한 변화다.
그래서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잠깐!’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이거 어쩌면 기회일지도?’
과거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영국에 있고, 심지어 사존이라는 강력한 동료와 함께다.
“움직이죠.”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움직이다니. 어딜?”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보물을 얻으러요.”
본래는 전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보물.
하지만 두 번째 전조와 함께 그것이 나타났다.
‘엑스칼리버.’
찬란한 황금빛 검을 떠올리며 윌리엄을 응시했다.
약속된 승리의 검이라는 고대의 보물은 회귀 전과 같이 그 주인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
영국의 남서부, 콘월.
영국이라는 섬에서도 땅끝에 자리한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가가 끝없이 펼쳐진 유명 관광지 중 하나였다.
수많은 명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 수 있는 건 틴타겔 성이다.
사방이 바다에 둘러싸인, 그리고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연결된 이 명소는 항상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벼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한창 피크인데도 불구하고 틴타겔 성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관광객이 없어서?
아니.
웅성웅성.
틴타겔 성으로 진입하는 입구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왜?
“이게 대체 뭐야?”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한 커플.
그중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한 젊은 사내가 손을 뻗었다.
투웅!
마치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반발력이 일어나 사내의 손을 튕겨 냈다.
“와!”
신비로운 현상에 사내가 감탄사를 뱉어 냈고.
“하지 마!”
사내의 여자친구는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그를 나무랐다.
수많은 관광객이 있음에도 틴타겔 성이 한적한 이유.
그건 갑작스레 생겨난 반발력이 그들 모두를 입구 밖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 신비한 현상에 두려움을 느껴 달아난 이들도 있지만, 지금 입구에 모인 사람들처럼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온 이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좁은 입구 쪽에 몰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그곳에.
끼이익!
검은 리무진 한 대가 멈춰 섰다.
차 문을 열고 나온 건 동양인 청년과 노인 둘.
“….”
말없이 틴타겔 성을 바라보던 청년, 그의 미간이 좁혀지며 눈썹이 위로 치솟았다.
“하아!”
새어 나오는 한숨.
“왜 그러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청년의 한숨에 검은 한복을 입은 노인이 물었다.
“한발 늦었습니다.”
“그렇다면….”
“예. 놈들이 먼저 진입했습니다.”
동양인 청년 신윤찬.
회귀를 경험한 그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투명한 보호막에 둘러싸인 틴타겔 성, 그 안에 이미 누군가 진입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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