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0
040화.
“나이스 타이밍!”
한 끗 차이였다.
만약 조금만 늦었으면 놈들은 갈로스를 쓰러뜨렸을 테고, ‘자격’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았다.
정확한 타이밍에 전장에 합류했고, 좀비를 일으켜 갈로스를 향한 공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
다급히 주위를 살피는 놈들.
하지만 눈치챌 수 있을 턱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있는 위치는 섬의 끝, 절벽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 뒤였으니까.
그곳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확인하며 좀비를 부렸다.
섬의 끝, 절벽에 자리한 바위 뒤에 숨은 채 다시금 상황을 확인했다.
거대한 도끼를 든 주황 머리칼의 사내.
‘정오의 힘. 확실히 강력한 특성이긴 하지.’
지금 녀석이 발휘하는 특성이 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정오의 힘.
그것은 지금껏 나온 그 어떤 특성보다 강력하다.
순간의 괴력만큼은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아주 강력하지만.
‘문제는 그게 일시적이라는 거.’
절정의 힘을 발휘하는 건 고작해야 1시간에 불과하다.
이후로 1시간마다 괴력이 줄어들며 2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유지력은 최대 3시간.
단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게 순간의 괴력이었다.
적어도 12시부터 1시까지, 놈의 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된다.
‘그나마 저 녀석이니까 갈로스와 맞상대가 가능한 거지.’
주황 머리와 대치한 청동상 갈로스를 응시했다.
1단계 보호 시스템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는 가디언.
놈의 힘은 현 인류가 상대하기에 벅찬, 그야말로 괴물의 영역에 있는 존재였다.
대치하고 있는 게 정오의 힘 각성자가 아니라면 단숨에 육신이 으깨지고 말 정도의 괴물.
‘역시 예지의 힘인가. 전략을 무척 잘 짰네.’
진형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틴타겔 성 공략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짜 왔다는 것을.
정오의 힘으로 갈로스를 잠시간 묶어 두고 후미에 배치한 원거리 공격으로 코어를 노리는.
하지만 놈들은 한 가지 변수를 간과했다.
바로 나, 그리고 내 옆에서 좀비를 부리는 정도환이었다.
“그으어….”
갈로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시체를 일으켜 가드를 세운다.
푹, 푸푹!
날아온 암기와 화살이 좀비의 육신에 꽂혔지만, 적어도 투사체에 관해서 망자들은 무적에 가깝다.
육체를 망가뜨리는 공격이 아닌 이상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어!”
갈로스의 코어를 보호하면서 대치한 주황 머리칼 사내를 공격하도록 했다.
그로 인해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갈로스를 막는 것만 해도 벅찬 상태인데 거기에 좀비가 물고 늘어지고 있으니.
“이익!”
분노할 수밖에.
하지만 내가 준비한 건 이게 끝이 아니다.
스윽.
메고 있던 배낭에서 꺼낸 길리슈트.
주변의 암석과 색을 맞춰 온 그것을 착용한 채 엎드렸다.
철컥.
준비해 온 저격용 에어건을 꺼내 장전했다.
그리고 지체할 것 없이 발사.
“끄악!”
납탄이 향한 곳은 후미의 진영.
코어를 노리는 무리가 모인 곳이었다.
“적이다!”
“어디, 어디야?”
갈로스 이외의 적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놈들의 고개가 사방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눈치챌 턱이 있나.
무려 이성으로 초월 강화한 길리슈트는 내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발각될 일이 없다.
게다가.
퍼억!
“끄윽!”
납탄을 발사할 때의 소리도 나지 않는다.
『초월 강화(★) : 총알을 발사할 때 소음이 발생하지 않음
초월 강화(★★) : 보통의 확률로 총알이 출혈 효과를 발생』
소음기를 장착한 것과 같은 초월 효과 덕분이다.
주변과 동화하는 길리슈트, 게다가 소리까지 나지 않으니 놈들이 날 발견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우선은 이놈들부터.’
주황 머리는 갈로스가 상대하도록 내버려 두고.
“끅!”
“악!”
계속 납탄을 발사해 원거리 각성자들을 공격했다.
“집중해! 총알이 날아온 위치로 놈을 찾아!”
그래도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닌지, 집중하며 총알이 날아온 위치를 탐색하려 한다.
그런데 그게 쉬울까?
「복종하라!」
검은 안개와 같은 기운, 죽음의 힘이 죽음에 이른 이를 좀비로 부활시켰다.
“그으어….”
조금 전까지 무리에 섞여 공격을 가하던 동료, 하지만 이젠 적이 된 좀비가 무리를 공격한다.
“이런 썅!”
좀비 셋.
놈들이 집중하고 있는 진영을 흐트러뜨렸다.
주위에 집중할 수 없는 지금이 기회!
퍽!
“윽!”
위치를 발각당할 가능성이 사라졌기에 안심하고 납탄을 발사했다.
그건 악순환의 시작.
좀비로 인해 총알이 발사된 위치를 파악할 수 없고, 안심하고 총알을 발사할 수 있는 나로 인해 사상자가 속출한다.
그리고 그 사상자는 다시금 좀비가 되어 진영에 혼란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만 전투가 계속되었다면 수월하게 승리를 가져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검은달, 확실히 놈들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스르륵.
인기척.
보청기가 아니라면 결코,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소음에.
벌떡 일어나 오른쪽에 놓아두고 있었던 일본도를 휘둘렀다.
서걱!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베었지만, 손에 감촉이 느껴진다.
“끄륵….”
숨이 넘어가는 신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이.
가슴을 베인 그는 은신 특성을 개화한 각성자였다.
털썩.
지면에 쓰러진 그를 잠깐 응시했다.
‘위치를 발각당했다!’
그 증거로.
“….”
좀비를 상대하고 있는 이들의 시선이 어느새 내게 고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휘유.”
더는 위치를 숨길 수 없음을 알기에 드러냈다.
“용케 파악했네? 탐색 관련 특성을 가진 놈이 있었나 봐?”
내 말에.
움찔.
무리 중 살짝 몸을 떠는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코트 안에 숨겨 두고 있었던 암기를 던졌다.
쉬익, 퍽!
속도 증가 효과에 치중하여 완성한 암기는 정확히 놈의 미간을 관통했다.
“탐지 특성은 귀찮아서 말이야.”
찰나에 벌어진 일에 다들 눈을 껌뻑인다.
“이 새끼-”
“죽인다!”
이어지는 분노와 함께.
쐐액!
놈들이 투척한 암기와 화살이 쇄도했다.
비록 방탄검복과 각종 보호 장비를 차고 있지만, 그것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머리나 다른 급소에 명중 당한다면 아무리 나라도 전투 불능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스릉!
미리 꺼내둔 3m에 달하는 환도.
물론 그건 쌍룡검이었다.
『쌍룡검
분류 : 검
등급 : 최하급 보구
내구도 : 250/250
고유 효과 : 아군의 사기 상승
고유 저주 : 상대의 원거리 무기가 치명타로 작용할 확률 100% 상승
강화 효과(9/99) : 아군의 공격력 보통 상승
강화 효과(15/99) : 아군의 방어력 보통 상승
강화 효과(20/99) : 아군의 명중률 보통 상승
강화 효과(30/99) : 아군의 치명타 확률 보통 상승
……
강화 효과(99/99) : 모든 공방 능력이 보통 상승
풀강 효과(Max) : 해전(海戰) 중이라면 모든 능력이 대폭 상승
초월 효과(★) : 특수기 ‘장군의 함성’ 사용 가능(1)
초월 효과(★★) : 기벽 ‘필생즉사필사즉생(必死卽生必生卽死)’ 획득
설명 : 鑄得雙龍劍 千秋氣尙雄 盟山誓海意 忠憤古今同(쌍룡검을 만드니 천추에 기상이 웅장하도다. 산과 바다에 맹세한 뜻이 있으니 충성스런 의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도다)』
쌍룡검은 장군의 검이다.
개인의 무력이 아니라 아군 대상을 강화하는 데 특화된 보구.
그렇기에 모든 효과가 아군 강화에 치중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고유 효과가 아닌 ‘고유 저주’ 항목이다.
‘상대의 원거리 무기가 치명타로 작용할 확률 100% 상승’
한마디로 원거리 무기에 대해 취약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왜 온갖 투사체가 날아오는 지금 상황에 이걸 꺼냈을까.
그건 이성 초월 효과 때문이었다.
‘필생즉사필사즉생(必死卽生必生卽死)’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명량해전 당시 두려움에 떨던 부하들을 위해 이순신 장군이 읊은 말이다.
그리고 이 명언은 하나의 기벽이 되어 쌍룡검에 깃들어 있었다.
필생즉사필사즉생.
그리고 현재 내가 지니고 있는 운수대통.
이 두 가지 기벽이 합쳐지면 놀랄 만한 상황이 펼쳐진다.
휘익!
놈들이 쏘아 보낸 암기가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건 뭐랄까.
마치 쏟아지는 빗속을 단 한 방울의 비도 맞지 않고 돌파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 두 개의 기벽이 합쳐진 순간 투사체는 내 육신을 절대 건드리지 못한다.’
물론 그것을 파할 수 있는 기벽이나 고유 효과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해당되지 않는다.
이제 막 보구가 발현되기 시작한 지금, 적어도 내 기벽을 무너뜨릴 만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
놈들이 갈로스를 위해 준비한 이 무리는 지금의 내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종이 인형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쏟아지는 암기의 비를 뚫고서.
팟!
그대로 돌파.
“원망은 하지 마. 나도 지금은 꽤 급하거든.”
서걱!
아직 어안이벙벙한, 얼을 타고 있는 검은달 소속된 조직원 하나를 베었다.
털썩!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하지만 살인이, 그것이 내게 주는 감상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휙, 휙휙!
기계처럼 쌍룡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3m에 달하는 환도는 주변에 걸리는 모든 육신을 가차 없이 베어 버렸다.
양 떼 속에 뛰어든 늑대처럼 학살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어어-”
“그으으.”
놈들이 죽을 때마다 그 시체는 좀비가 되어 적이 되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수십의 인원 차이를 보이던 놈들은 어느새 수적 열세인 상황이 되었다.
암기가 통하지 않는 것을 알고서는 뿔뿔이 흩어진 상태.
그리고 내 주변에는 어르신이 일으킨 좀비가 특유의 괴성을 내며 포진해 있었다.
‘제일 귀찮은 놈은 갈로스가 알아서 처리하고 있고.’
아군의 지원 사격을 받지 못한 주황 머리칼은 갈로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갈로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눈앞에 있는 적을 우선시한다는 것.
그 말은 지금도 힘겨운 주황 머리칼이 갈로스를 무시한 채 이곳으로 올 수 없다는 말이다.
놈들은 갈로스를 상대할 맞춤형 전략을 들고 왔지만.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면 꿀을 빨 수 있다는 거지.’
물론 아직 처리해야 할 녀석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얼마 지나지 않아 처리할 수 있는 문제다.
“전군….”
마치 숨을 몰아쉬듯 그 말을 외치며.
“…진격하라!”
그것은 일성 초월 효과인 장군의 함성.
일순간 아군의 모든 능력을 대폭 상승하는, 명장의 기세였다.
물론 그 아군이라 함은.
“그어!”
“그으어!”
어르신이 생성한 좀비도 포함이었다.
본래는 최하급 망자에 불과한 좀비지만, 쌍룡검, 그리고 장군의 함성까지 더해진 순간 웬만한 각성자 못지않은, 위협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다다닷!
지면을 박차며 달려가는 좀비 떼.
본래는 느릿하기 그지없는 놈들은 놀라운 속도로 뛰어가 적들을 공격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끄으으아아악!”
좀비에게 공격당한 검은달 조직원, 그들의 비명이 장내에 울려 또렷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