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1
041화.
상대는 각성자 수십이었다.
물론 내겐 놈들의 가장 강력한 공격 수단인 투사체가 먹히지 않았지만, 어르신이 부리는 좀비는 다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해 투사체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팔과 다리, 혹은 머리를 자르면 그것이 곧 전투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빤히 보이는 그 공략법을 실행하지 못했다.
못했다?
정확히는 할 수 없다는 게 맞을 거다.
쌍룡검과 장군의 함성,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나약한 좀비를 일반 각성자 수준으로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과 방어는 물론 움직임의 속도까지 빨라진 좀비들은 빠르게 놈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리고 지금.
“그, 그만해. 제발….”
마지막 생존자 하나가 물러나며 사정한다.
녀석은 자비를 원하고 있었지만.
“그어-”
좀비는 그저 주어진 명령을 실행할 뿐이었다.
콰직!
무자비한 발길질에 의해 잘 익은 수박처럼 머리가 깨진 녀석은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게 끝이었다.
30에 달하던 검은달 조직원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죽었다.
“그으윽!”
그리고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좀비 10기가 주변에 모여들었다.
놈들의 보호를 받으며 옆을 바라봤다.
콰앙!
한차례 충돌과 함께 울리는 폭음.
그곳에 있는 건 청동검과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갈로스와 주황 머리 사내였다.
“이놈! 반드시 죽인다!”
성난 주황 머리의 외침.
그 시선이 향한 곳에 있는 건 눈앞에 있는 갈로스가 아니라 나였다.
왜 그렇지 않을까.
갑자기 끼어들어 훼방을 놓은 셈이다.
심지어 30명에 달하던 부하를 모두 잃었으니 분노할 수밖에.
“그럼 진즉 도와주지 그랬어.”
녀석의 신경을 긁기 위한 말이다.
놈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빤하다.
갈로스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1단계 보호 시스템과 함께 등장한 놈은 눈앞에 있는 적을 우선시한다.
그 점을 이용해 갈로스를 자신에게 묶어 두고 원거리 공격으로 코어를 노렸을 테지만.
‘내 등장으로 모든 게 무산됐단 말이지.’
나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하긴, 누군들 보호막이 펼쳐진 이곳에 다른 침입자가 들어올 것을 예상했을까.
아무리 예지의 힘이 있다고 해도 그 모든 변수를 알아낼 순 없을 것이다.
덕분에 지금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뭐, 완전히 우연은 아니지.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걸 반대로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흐아압!”
괴성을 지른 놈이 갈로스를 힘으로 밀어낸다.
지익-
괴력에 의해 몸체가 뒤로 밀린다.
“이야!”
정오의 힘이라.
하여간 괴물이라니까.
아마 현재 상태로 갈로스와 1:1로 저렇게 붙을 수 있는 것도 저 특성이 유일할 거다.
하지만.
‘슬슬….’
시선을 위로 두었다.
하늘의 중앙에 위치한 해가 서쪽으로 조금 자리를 옮겼다.
그렇다는 건 정오의 힘이, 놈의 괴력이 슬슬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으아아아아!”
잠시나마 갈로스를 힘으로 밀어낸 주황 머리가 달려온다.
그러나 곧바로 자세를 잡은 갈로스가 청동검을 휘둘렀고.
스윽!
미세한 차이로 스치듯 등을 베었다.
아마 놈은 생각했을 것이다.
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해 나를 먼저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명백한 오판이다.
푸확!
“크윽!”
고작 스쳤을 뿐이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의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쯔쯔.”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갈로스의 검, 볼품없어 보이는 저 청동검은 보구다.
100% 확률로 출혈이 걸리는 사기적인 보구.
그렇기에 약간 베이는 상처만 입어도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온다.
특별한 치료, 약물 없이는 좀처럼 지혈이 힘든 것.
“크읍!”
하지만 작정한 듯 입을 악물고 돌진한다.
어떻게든 나를, 그리고 어르신을 물고 늘어질 생각인 것 같은데.
“으어-”
놈의 앞을 막는 좀비.
그것도 1기가 아니라 10기 전부 전진 배치하여 놈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시간 벌이를 했다.
퍼억!
하지만 정오의 힘을 가진 주황 머리를 막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정확히 한 번.
그 한 번의 도끼질에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반으로 갈라진 좀비가 움직임을 멈췄다.
쌍룡검과 장군의 함성을 통해 나름 성장한 좀비인데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퍽, 퍼억!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5기의 좀비가 당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카앙!
갈로스, 어느새 다가온 놈이 주황 머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크으윽!”
용케 막았지만, 밀렸다.
‘왔네.’
정오가 지났다.
최절정의 괴력을 발휘하던 특성은 1시간이 지나 많이 약화했다.
갈로스에게 붙잡힌 놈을 확인하며 뒤로 빠졌다.
힘도 빠진 상태의 녀석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후가 문제지.’
주황 머리를 처리한 갈로스의 다음 대상은 우리다.
그렇기에 놈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시작하죠.”
“그러지.”
조금 전까지 살아 움직이던 각성자들의 시체가 가득한 곳.
그곳에서 작업이 시작되었다.
번쩍!
시체를 강화했다.
이어서 강화된 시체에 죽음의 기운이 스며들어 죽음의 병사가 완성되었다.
좀비도 마찬가지.
주황 머리칼에 당하지 않은 좀비에서 죽음의 기운을 빼내어 시체로 돌리고, 그것을 다시금 죽음의 병사로 만들었다.
「주인님….」
「…복중….」
비록 100%는 아니지만, 생전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죽음의 병사 15기가 완성되었다.
30기 전원을 완성할 수 있었다면 더없이 좋았을 테지만, 현재 어르신의 수준으로 그 정도를 부릴 순 없다.
“이런 씨바-알!”
그 순간 주황 머리의 최후가 다가왔다.
빠캉!
충격을 견뎌 내지 못한 도끼가 박살 났다.
지금까지야 괴력으로 어떻게든 버텨 냈지만, 정오가 지나 힘이 떨어진 순간 수명이 다하고 만 것.
더는 청동검을 버텨 낼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지자.
촤아악!
주황 머리의 몸뚱이가 반으로 양단된 채 허물어졌다.
「…잠자는 왕을 깨우지 말지어다….」
틴타겔 성의 보물을 지키는 가디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미안. 그 말은 지켜 주지 못할 것 같네.”
영면에 빠진 왕.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깨워야만 내 계획이 완성될 테니까.
번쩍!
장내를 환히 밝히는 눈부신 빛.
섬전을 발현한 죽음의 병사를 비롯.
스으으-
그림자 이동 및 각종 특성을 발현하여 순식간에 갈로스를 에워싼다.
퍼억!
아무리 특성을 발현할 줄 아는 죽음의 병사라도 갈로스를 상대할 수 있을 턱이 있나.
궤적을 그리는 청동검에 의해 허망하게 쓰러진다.
하지만 괜찮다.
그것이 녀석들의 역할이니까.
조금 전, 정오의 힘을 발휘하던 주황 머리를 막아선 것처럼 녀석들의 역할은 시간 끌기면 충분하다.
척.
배낭에서 저격용 에어건을 꺼냈다.
『초월 효과(★) : 낮은 확률로 통한의 일격 발현
초월 효과(★★) : 내구도를 모두 소모하여 필중 효과 발현』
내구도를 모두 소모하여 필중의 효과 발휘.
좀처럼 보기 힘든 이 초월 효과를 띄우기 위해 수백 자루 에어건을 소모했다.
단지 초월 효과만 본 것도 아니다.
기본 강화 효과에 위력, 혹은 치명타, 회심의 일격 등이 포함되어 있어야만 했다.
그 낮은 확률을 뚫고 탄생한 에어건.
철컥!
그것을 장전한 후 렌즈 너머로 목표를 살폈다.
대상은 갈로스, 정확히는 휑한 놈의 몸 안에 자리한 빛나는 구슬인 코어였다.
“고생했다. 이제 편히 쉬어라.”
영면에 빠진 왕을 수호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을 가디언, 그 충직한 기사를 위한 마지막 인사와 함께 장전된 납탄을 발사했다.
콰챠챵!
물론 그 대가로 에어건이 부서졌다.
부서지는 와중에 날아간 납탄 한 발은 곡선을 그리며 갈로스의 주변을 에워싼 죽음의 병사들을 뚫었다.
필중.
그것은 절대적인 법칙.
그 목적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물리적인 모든 법칙을 벗어난다.
그렇게 곡선을 그린 납탄은 궤적을 그리는 갈로스의 검을 피해.
퍽!
그대로 코어를 강타했다.
언뜻 보기엔 유리와 같이 내구성이 없어 보이나 사실 코어는 단단하기 그지없는 껍질에 둘러싸여 있다.
보통의 에어건이었다면 그것을 뚫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모든 강화 효과가 위력에 치중된 에어건은 코어의 단단한 껍질을 뚫는 데 성공했다.
콰챠챵!
마치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화아아악!
빛이 새어 나왔다.
내가 강화를 성공했을 때와 비슷한 찬란한 황금빛, 그 찬연한 빛이 장내를 지배했다.
「자격의 증명….」
코어가 파괴되었으나 여전히 갈로스는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극, 그그극.
녹이 슬어 버린 것처럼 움직임이 뚝뚝 끊긴다.
잠깐 시간이 지났을 때 갈로스는 무릎을 꿇은, 그리고 양손을 내민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불멸의 왕국, 기사들의 성지로…」
그 말을 끝으로 갈로스의 움직임이 멎었다.
가까이 다가간다.
쭉 뻗은 양손의 끝, 그곳에 있는 건 황금빛 열쇠였다.
‘불멸의 왕국, 기사들의 성지로 가는 열쇠.’
회귀 전, 이 열쇠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했던가.
당시의 나는 근처도 갈 수 없었던, 엄청난 보물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감상은 깊게 가져갈 순 없다.
‘놈들이 언제 움직일지 모르니.’
비록 지금은 내가 승리했지만, 검은달 녀석들이 또 어떤 움직임을 가져갈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서둘러야 한다.
“어르신.”
“….”
대답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나를 응시한다.
워낙 말수가 적은 양반이라.
그래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잠시 이곳에 남아 상황을 살펴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네는?”
“잠깐 어디를 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같이 가는 게 좋지 않나?”
이곳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따로 움직이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할 수 있을 거다.
“안타깝게도….”
말끝을 흐리며 손에 쥔 열쇠를 허공에 꽂았다.
철컥!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
“…?”
깜짝 놀란 어르신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이곳은 선택된 이만이 들어갈 수 있는 제한된 공간이라서요.”
공간이 어그러진다.
그리고.
츠츠츠츠!
마치 물감이 번지는 것처럼 폐허가 된 틴타겔 성에 새롭게 그려지는 풍경.
그건 터만 남은 폐허가 아닌, 웅장하고 거대한, 그리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이었다.
“카멜롯.”
불멸의 왕국.
기사들의 성지.
승리의 왕이 영면을 취한 곳.
그리고.
‘보물이, 강력한 보구가 잠든 곳.’
갈로스를 쓰러뜨려 카멜롯에 입성할, 기사의 자격을 증명했다.
남은 건 자격의 증명을 통한 보상을 얻는 것.
물론 종말도 아니고, 전조인 만큼 그 ‘개수’는 무척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얻은 게 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직 나만이, 그리고 회귀라는 경험을 한 나만이 절대적인 게임의 룰을 파괴할 수 있다.
‘힘들게 얻은 만큼 뽕을 뽑아야겠지.’
마음은 가볍게, 양손은 두둑하게.
오늘 불멸의 왕국에 잠들어 있는 보물이란 보물은 모두 거덜 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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