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5
045화.
5%.
누가 봐도 낮은, 아니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확률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다.
말이 좋아 5%지, 1,000번을 강화해도 모두 실패할 수 있는 극악의 확률인 것.
그렇기에 육체 강화라는 최고의 전력 강화가 있음에도 시도하지 않았다.
무기나 방어구처럼 파괴되는 것만 해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육체가 파괴되는 페널티는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널티를 알면서도 지금 나는 육체 강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왜?
첫 번째는 전화위복을 얻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확률로 성공 확률과 실패 확률을 뒤집는, 그러니까 육체 강화의 성공 확률을 95%로 만들어 주는 마법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그게 100%는 아니다.
설명에도 볼 수 있듯 보통의 확률, 그러니까 30~50%의 확률이었다.
이 모든 확률을 종합적으로 따져 봤을 때 성공과 실패 확률은 반반 정도라 볼 수 있을 거다.
50%
확실히 5%보다는 10배 증가한 수치지만, 이것만으로 강화를 시도하기엔 모험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육체를 강화했다고 실패하면 영구히 파괴된 신체를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조급함 때문에 무리한 강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나?
‘당연히 아니지.’
검은달로 인해 조급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무리한 모험을 할 정도의 위협은 아니다.
전화위복은 육체 강화를 시도하려는 첫 번째 이유에 불과하다.
사실 육체 강화를 시도하려는 결정적인 이유는 성배 안에 찰랑이는 붉은 액체, 숭고한 피 때문이다.
『숭고한 피
분류 : 소비용품(포션)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파괴된 육체를 복원한다.
설명 : 신인이 흘린 피. 비록 진혈(眞血)은 아니지만, 성배에 깃든 진혈의 자국으로 인해 그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괜히 전용 보구가 아니다.
사흘마다 육체 강화에 실패한 페널티를 없애 주는 숭고한 피가 생성된다.
육체 강화에 실패하더라도 이 숭고한 피만 있으면 영구한 페널티를 없앨 수 있다.
‘아니.’
이게 끝이 아니다.
번쩍!
성배에 담긴 숭고한 피를 강화했다.
별다른 재료가 필요 없는, 일성에 풀강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99(★) 숭고한 피
분류 : 소비용품(포션)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파괴된 육체를 복원한다.
강화 효과(9/99) : 6시간 동안 생명력 재생력 보통 증가
강화 효과(15/99) : 3시간 동안 스테미나 보통 증가
강화 효과(20/99) : 보통의 확률로 중독 효과 제거
……
강화 효과(99/99) : 3분 동안 스테미나 무한
풀강 효과(Max) : 영구적으로 스테미나 극소량 증가
초월 효과(★) : 희박한 확률로 복원된 육체에 신비한 힘이 깃듦
설명 : 신인이 흘린 피. 비록 진혈(眞血)은 아니지만, 성배에 깃든 진혈의 자국으로 인해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강화된 숭고한 피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만능약’이다.
치유, 재생력, 스테미나 증가 등의 온갖 효과가 덕지덕지 붙었다.
‘조금 애매하긴 하네.’
남들이 보면 배부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이성을 봐야 하나?’
초월 강화에 온갖 강력한 효과가 많이 붙기 때문에 이성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재료다.
합성을 위해서는 똑같이 초월 강화된 재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숭고한 피는 사흘마다 생성되기에 당장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합성을 할 수 없는가?
아니.
방법은 있다.
같은 일성의 재료를 사용한다면 합성은 가능하다.
다만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야 40%의 성공 확률인데, 만약 연관이 없는 다른 일성의 재료를 사용한다면.
‘확률은 10%.’
성공이 희박한 확률이지만, 괜찮다.
지금 내겐 전화위복이 있으니까.
이 역전의 기벽이 발동만 해 준다면 성공 확률은 90%가 되어 이성 강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배낭 속에 넣어둔 한약을 꺼냈다.
번쩍!
숭고한 피와 마찬가지로 일성까지 강화.
이로써 똑같은 포션, 그리고 일성 초월 강화로 합성에 필요한 재료는 준비되었다.
그렇기에.
번쩍!
곧장 합성을 시도했다.
빛에 휩싸인 두 개 재료가 하나의 형상으로 합쳐진다.
하지만.
푸스스!
검은 연기가 피어나며 합성의 실패를 알렸다.
“아!”
아무래도 전화위복이 발현되지 않은 것 같다.
하긴, 이 기벽이 발현되지 않는 이상 10% 확률을 뚫는 건….
“음?”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피어나던 검은 연기가 되감기를 한 것처럼 빨려 들어가더니.
화아악!
황금빛으로 바뀐 것이다.
‘기벽이 발동했다!’
처음 겪는 현상이지만, 그걸로 확신할 수 있었다.
전화위복이 발현되어 성공과 실패의 확률이 뒤바뀌었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역전(逆轉)의 현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초월 효과(★★) : 복용 시 강화 예방 효과 발동, 강화 실패에 대한 페널티 1회 감소.』
왔구나!
이성 초월 효과를 본 순간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강화에 대한 페널티 예방, 그것이 내가 기다리던 효과였다.
‘그래. 전용 보구를 초월하는 건데, 이 정도는 나와 줘야지!’
초월 일성이어도 부분 강화는 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부위 강화가 아니었다.
그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각 부위를 따로 강화할 경우 육체의 밸런스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강화법이 아니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전신 강화, 폭사라는 엄청난 페널티를 안아야 하는 그 강화가 효율 면에서는 최고다.
그건 회귀 전, 전신 강화를 통해 전력을 끌어 올린 경험이 있기에 확신할 수 있다.
‘전신을 강화했을 때 전력이 급상승했다. 이후 부분 강화로 인해 육체의 밸런스가 깨져 고생을 하기도 했지.’
회귀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치명적인 페널티를 가진 전신 강화, 그것이 답일 수밖에.
‘그리고 페널티 감소는 전신 강화에 꼭 필요한 효과.’
혹시 몰라 이성으로 초월 강화했고, 원하는 효과를 얻었다.
그렇기에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꿀꺽.
성배에 담긴 숭고한 피를 마셨다.
피라고 해서 꺼림직하게 생각했지만, 혀에 닿는 순간 꿀을 먹은 것처럼 달콤한 맛이 입가에 맴돈다.
스르륵, 넘어간 숭고한 피.
“좋네.”
뭔가 건강해진 기분.
각종 능력이 상승한 듯한 상쾌한 기분을 잠시나마 만끽했다.
1회 페널티를 없애는 예방 주사도 맞았겠다, 이제 정말 결전의 때가 왔다.
『전신 강화』
회귀 전에도 단 한 번만 시도했던 전신 강화를 시도했다.
“크읍!”
불덩이에 들어간 듯, 온몸에 열이 올라온다.
혈관은 팽창하고, 근육이 제멋대로 부풀어 올랐다.
물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를 강화하는 건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은 지옥을 헤쳐 온 나도 입을 열 수밖에 없는 극심한 것.
하지만 참았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인내했다.
그 고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스으으.
팽창한 혈관, 그리고 부풀어 올랐던 근육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화악!
육신에서 뿜어져 나온 찬란한 황금빛이 장내를 감싼다.
“…어?”
그건 의외의 상황이었다.
실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화위복으로 성공, 실패 확률이 역전된 것도 아니다.
“성공…한 거지?”
성공했다.
희박한 확률인 5%를 뚫고서.
‘그때와 같네.’
대장을 잃고, 감정적으로 전신 강화를 시도했다.
사실 당시의 심정은 그냥 그렇게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그 각오가 강화를 성공시켰다고 생각했었는데.
‘될놈될이라는 건가.’
각오?
결의?
웃기는 소리!
될 놈은 뭘 해도 된다.
그게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꽈악!
주먹을 쥐어 본다.
바위도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은 힘이 느껴진다.
단지 느낌만이 아니다.
진짜 바위를 부술 만한, 초인의 근력을 얻었다.
근력은 물론 시력, 청력, 지구력, 스피드, 모든 부분이 전신 강화를 통해 강화되었다.
게다가.
‘아직 한 발 남았다.’
강화가 실패하지 않아 숭고한 피의 효과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는 건 뭐다?
실패 한 번에 대한 페널티를 무시한다는 것.
더욱이 특성의 진화를 이뤄 아직 전신 강화의 기회가 한 번 더 있으니 도전해 볼 만하다.
번쩍!
다시금 전신 강화를 시도하였다.
전신에 부여되는 강화의 기운으로 인해 다시금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지만.
“….”
인내했다.
고작해야 순간이다.
그 순간의 고통만 참아 낸다면 두 번째 전신 강화를 통한 초인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강화가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푸스스-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온다.
‘실패로군.’
아쉽지만, 만족한다.
이제 숭고한 피가 실패의 페널티를 대신해 주고, 효과가 사라지게 될 거다.
그런데 웬걸?
스으으.
연기가 도로 육신에 스며든다.
화아악!
그리고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와 장내를 밝혔다.
“아!”
육신을 감싸는 상쾌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감탄성을 발하고 말았다.
전화위복이다.
지금의 내 강화는 실패한다 해도 그것이 바로 실패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전화위복이라는 필터링을 한 단계 더 거치게 된다.
강화의 실패는 그 필터링을 넘어서지 못한 채 역전되어 성공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숭고한 피의 효과가 남았네?”
두 번의 전신 강화, 그리고 한 번의 실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니다.
‘특성을 진화하지 않으면 3단계 강화를 할 수 없으니까.’
육체 강화는 특성의 진화 단계에 따라 강화할 수 있다.
진화를 한 번 한 상태니 전신 강화는 두 번만 가능한 셈.
아쉽지만,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지금만 해도 어디 가서 괴물 소린 들을 수 있으니까.’
회귀 전에도 하지 못했던 일, 두 번의 전신 강화를 거쳤다.
그럼 지금이 회귀 전보다 강한가?
그럴 리가 있나.
온갖 보구를 걸치고 엘릭서 등을 먹은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
다만 잠재력, 앞으로 터질 포텐을 보자면 지금이 훨씬 낫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두 번째 전조에 2단계 전신 강화, 전용 보구, 심지어….’
아서 왕을 비롯한 원탁의 기사 12인의 고유 특성을 발현할 수 있는 이상한 띠의 검이 있다.
종말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착실히 진행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수확에 나름 만족해하고 있을 무렵.
띠리리리리-
울려 퍼지는 벨소리.
액정 화면에 찍힌 건 ‘호랑이’, 강회장이었다.
보통 내가 하기 전까진 연락하지 않는 양반이 웬일일까.
「이곳으로 와야 할 것 같은데.」
과연 강회장.
다짜고짜 본론을 꺼내는데, 그 음성이 사뭇 진지하다.
“무슨 일입니까?”
허투루 말할 사람이 아니기에 되물었다.
「시작됐네.」
“시작됐다는 건…?”
「한영웅, 성예일, 그리고 윌리엄이 특성을 개화했네.」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소수에게만 허락된 특성의 개화가 이제는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건.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종말이 인류에게 가까이 다가왔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