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6
046화.
부우웅-
새벽녘.
뻥뻥 뚫린 도로를 부드럽게 전진하는 검은 세단.
철두철미한 강회장은 연락을 넣음과 동시에 사람을 보내 편이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해 놓았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세단에 몸을 실은 채 목적지, 비밀 아지트를 향해 나아가던 중이었다.
“어, 어?!”
운전기사의 경호성과 함께.
끼이익!
급정거로 인해 몸이 앞으로 쏠린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 하지만 팔에 힘을 주어 앞 좌석에 코를 박는 일은 사전에 막았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정면을 응시했다.
환한 라이트에 비친 건 사람이었다.
‘8차선 도로에?’
무려 8차선 도로의 중앙, 그곳에 사람이라니.
보통은 귀신이 아닐까 의심할 수 있지만, 그럴 리 없다.
유령과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는 본격적인 종말이 시작되고 나서야 볼 수 있으니까.
귀신은 아니다.
그렇다고 종종 보는 취객도 아니다.
“….”
두꺼운 롱패딩을 입은 고딩 셋.
놈들이 매서운 눈으로 세단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단지 노려보는 것만이 아니다.
자세를 잡는다.
엄지와 검지를 펴 총의 형상을 만들어 조준한다.
우우웅!
검지에 모여드는 빛무리.
그것을 확인한 순간 망설이지 않았다.
콰챠챵!
세단의 앞 유리를 깨며 튀어 나갔다.
쐐액!
놈이 발사한 기탄이 쇄도한다.
얼마 전에도 겪어 본 특성.
당시에는 그 방향과 궤적을 확인하는 게 힘들었지만.
‘보인다.’
지금은 너무도 선명하게 보인다.
전신 강화로 인한 동체 시력의 상승.
게다가 강화된 렌즈가 이를 보조해 지금 내 눈을 피해 갈 수 있는 건 없다.
파앙!
쇄도하는 기탄을 주먹으로 터뜨렸다.
“뭐, 뭐야?!”
너무 간단히 파훼되는 모습에 당황한 듯하다.
하지만 놀라긴 아직 이르다.
팟!
지면을 박차며 뛰었다.
평소 신고 있던 힐리스의 도움이 아닌, 순수한 육체의 힘을 이용한 것.
하지만.
쉬이익!
쏘아진 화살처럼 나아가 순식간에 기탄을 쏜 놈을 근접 거리에 둘 수 있었다.
“…?”
찰나의 순간 거리를 좁힌 날 보며 의문 어린 시선을 보낸다.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놈의.
퍼억!
복부에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헉!”
숨이 넘어갈 듯한 신음과 함께 높게 솟구쳤던 놈이.
쿵!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단 한 방.
그 한 번으로 각성자 하나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어설퍼.’
그 한 번의 교전을 통해 알 수 있다.
놈들은 애송이다.
그래도 검은달에 소속된 놈들은 사람을 죽인 경험, 살의를 품고 있었는데, 이 녀석들에게서 그러한 기세는 느낄 수 없다.
“으아압!”
악을 쓰며 달려든다.
부욱!
발달한 근육이 패딩을 찢고 나오는 것을 보니 올리버와 같은 장사 계열의 특성으로 보인다.
“잡았다!”
멧돼지처럼 돌진한 놈이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며.
꽈아악!
괴력이라 불릴 만한 힘으로 허리를 조인다.
특성을 개화하지 않은 이라면 내장이 모두 터져 죽음에 이를 정도의 힘.
“….”
물론 내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놈의 조이는 힘보다 전신 강화로 인해 성장한 내 근육이 더 단단했다.
“끄으응!”
아무리 힘을 써도 놈의 팔은 내 근육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꽉 잡고 있어!”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고딩 중 하나가.
“하아압!”
기합성을 터뜨리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렇다고 뭐 별다른 행동을 하느냐?
그건 아니다.
다만 집중하고 있을 뿐.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는 헛짓거리가 아니었다.
꿈틀.
몸 안에 침투하는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염력(念力)이로군.’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손을 대지 않고도 물체에 물리력을 가할 수 있는, 일종의 초능력.
놈은 그 염력을 이용해 내 심장에 피해를 주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전신 강화를 이루었다 해도 육체의 강도와 상관없이 내부를 건드린다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드득!
허리를 감싸 안은 놈의 팔을 부러뜨렸다.
“끄아악!”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는 놈의 안면에.
뻐억!
그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쓰러지는 그 모습을 잠깐 응시하다가 품속에 넣어둔 비도 2개를 날려 보냈다.
푹, 푸푹!
“아악!”
양쪽 허벅지를 관통하는 상처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염력은 잘만 사용하면 매우 강력한 특성이지만,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약간의 충격에도 그게 흐트러지는 마당에 허벅지를 관통한 상처에 집중을 유지할 수 있을 턱이 없지.
“끅, 끄으으….”
의식을 잃은 두 명.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는 하나.
“너.”
쓰러져 비명을 토하는 놈의 머리를 지그시 밟아 주었다.
이것이 녀석과 나의 눈높이, 그리고 힘의 차이였다.
“목적은?”
“끄윽….”
대답을 대신한 건 신음뿐.
그래서.
꾸욱!
“끄아악!”
더욱더 힘을 주어 머리를 내리눌렀다.
뿌득, 뿌드득!
아마 여기서 더 힘을 주게 된다면 놈의 머리가 터져 버리고 말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그렇게 나긋나긋한 성격은 아니라서.”
검은달과 관련되지 않은 건 확실하다.
다만 이곳에 나타나 나를 습격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다.
“도, 돈.”
“돈?”
“끄윽, 예. 돈이 필요해서. 고급 차가 지나가길래….”
거짓은 아니다.
‘단순 강도인가?’
의아하진 않다.
각성의 의식이 가속화 하면서 특성을 개화한 이들이 늘어났다.
갑자기 강해진 힘을 주체하지 못한, 혈기가 넘치는 양아치 녀석들은 그 힘을 시험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 중에 금품을 갈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지.
갑자기 힘이 생긴 머저리들이 벌일 만한 짓이다.
뻐억!
대답을 들은 즉시 사커킥으로 놈의 머리를 걷어찼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멀리 날아간 놈은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머저리 고딩 셋을 처리했을 무렵이었다.
쾅, 콰쾅!
조금 멀리 떨어진 도심에서부터 들려오는 폭음.
“….”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새벽녘의 어둠을 물러나게 하는 불길이 치솟아 오른다.
“꺄악!”
“사, 살려줘!”
화마와 함께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종말….”
그 지옥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
「긴급 속보입니다. 오늘 새벽 백화점에 난입한 괴한들이 금품을 갈취하는 장면입니다.」
「CCTV에 찍힌 영상입니다. 한 중학생 무리가 성인 남성을 폭행하는 장면인데요. 마치 무협지에서 보던 것과 같은 움직임을….」
「폭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행과 시비에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
TV 너머로 전해지는 속보.
어느 채널을 돌려도 뉴스 속보가 계속 전해지고 있었다.
“지옥이 따로 없군.”
리모컨으로 TV를 끈 강회장이 말했다.
“이게 자네가 말했던 그 종말인가?”
“그럴 리가요.”
이 양반, 종말을 너무 우습게 아네.
“이건 단지 전조일 뿐입니다.”
“…이게 고작 전조에 불과하다?”
“예. 그리고 지옥이라뇨. 이 정도면 지옥이 아니라 천국이죠.”
“그 종말이라는 게 아무래도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가 보군.”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는 거기도 하고요.”
“그렇군.”
처음에는 조금 놀라는 것 같았으나 이내 담담한 신색을 유지한다.
역시 철혈의 호랑이.
아무리 생각해도 강회장의 치매를 치료한 건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다.
“정말 이게 현실이 될 줄이야.”
“그러게요. 저도 처음엔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종말….”
“….”
이 자리엔 나와 강회장만 있는 게 아니다.
성예일, 한영웅, 윌리엄, 그리고 정도환.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에서도 손꼽히는 강자가 될 그들이 나란히 자리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정도환을 제외하면 모두 일반인에 불과했던 그들은 특성을 개화했다.
‘성녀, 검왕, 권왕, 그리고 죽음의 인도자.’
몇몇은 십존에 들며 이미 그 강함을 입증한 바 있는 특성이다.
‘최후까지 생존했다면 나머지도 십존에 들 만한 가능성이 있지.’
십존에 들지 않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이야 뭐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겠지만, 진화를 거듭하다 보면 장래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존재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침묵을 지키고 있던 어르신, 정도환이 입을 열었다.
“…우릴 이곳에 모이게 한 이유는?”
그건 어르신의 궁금함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소집령에 다들 모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보셨다시피 이제 특성을 개화한 이들이 속속 등장할 겁니다.”
조금 전 흘러나온 뉴스만 봐도 그러한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혼란이 올 테지.”
과연 강회장.
통찰력이 있는 그는 머지않은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고 있었다.
“예. 상상하는 것 이상의 큰 혼란이 찾아올 겁니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이들이 기존의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온갖 범죄를 일으키는 그런 끔찍한 혼란 말입니다.”
“…꼭 그렇게 나쁜 상황이 올까요? 분명히 선의를 가진 사람들도….”
사이비에 된통 당해 놓고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는 듯하다.
하여간 철딱서니 없는 아가씨 같으니.
“물론 선의를 가진 이들도 있겠지. 그런데 그건 소수에 불과해. 기존의 사회 질서를 뒤흔드는 혼란은 기정사실이야.”
그건 내가 인간은 본디 악하다는 성악설을 믿는, 인간 불신을 가지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회귀 전에도 그랬지.’
이미 경험했다.
하물며 띄엄띄엄 진행된 전조에서도 그 정도의 혼란이 찾아왔는데, 예상치 못한 전조의 가속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은 말해 무엇할까.
더욱이.
‘검은달. 이 미치광이 녀석들도 한몫할 테고.’
회귀 전에도 경험하지 못한 대혼란이 찾아올 게 불을 보듯 빤하다.
“그럼 여기서 질문.”
강회장을 비롯해 장내의 모두를 훑었다.
“그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아무래도….”
그리고 먼저 입을 뗀 건 강회장.
“…중심을 잡아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멈춰 줄 제동 장치가 필요할 테지.”
“정답입니다!”
지금 각성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비유하자면 아무것도 모르는 세 살짜리 꼬맹이에게 괴력을 쥐어 준 꼴이다.
그게 무엇이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취해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훈육을 통해 힘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가르쳐야겠지.’
그리고 그 훈육을 위한 보모가 되어 줄 이들이 바로 이곳에 있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질서의 중심, 통제를 모르는 이들의 제동 장치가 되어 줄 단체를 만들 겁니다.”
짧게 윌리엄을 응시했다.
‘그래, 네가 그러했던 것처럼.’
녀석은 개인의 사리사욕이 아니라 종말을 헤쳐 나가기 위한 세력인 백의를 일으켰다.
비록 5대 위상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그 뜻을 접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 뜻을, 위대한 대의를 내가 이어받을 것이다.
“백의. 앞으로 찾아올 혼란을 종식할 새로운 이름입니다.”
찾아올 대혼란에 질서를 세우고, 이미 거대한 세력을 형성한 검은달에 맞서기 위한 단체의 출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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