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
005화.
“이거 강화 총이야, 이 개새끼야!”
울려 퍼지는 낭랑한 음성.
하지만 흉터의 사내, 통칭 불곰이라 불리는 정운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뭐지?’
여긴 치안의 나라 대한민국이 아닌가?
꿈에서 깨고 보니 내가 미국 슬럼가의 흑인이라니?
이딴 소설도 아닐 테고, 총이라니.
‘아니, 장난감 총이 아니었다고?’
그럴 리가!
분명 장난감 총이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 난 소리도 타앙-, 얄팍하기 그지없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무릎을 관통한 거지?
요즘 아이들은 저렇게 흉악한 무기를 가지고 노는 건가?
그 험하다는 러시아 아이들도 저런 흉기는 가지고 놀진 않을 거다.
“미친!”
자연스레 나오는 욕설.
그건 상대를 위협하거나 격앙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놀란 감정, 그것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불법 개조한 건가?’
몇 번 겪은 적 있었다.
하지만 그건 비비탄이 아닌 쇠구슬을 발사하는, 그야말로 살상에 맞게 개조된 무기였다.
조금 전 바닥에 튕겨 날아가는 하얀 조각을 보았다.
그건 쇠구슬이 아닌 비비탄이었다.
고작 비비탄 따위로 사람의 몸뚱이에 구멍을?
꿀꺽.
긴장으로 인해 마른침을 삼킨다.
분명한 건 저 장난감, 아니 총이 몸뚱일 꿰뚫을 수 있는 관통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총.
그것이 가져다주는 위기감이란 칼 밥을 먹고 사는 건달들을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
『+99(Max) 비둘기 퇴치 비비탄 총
분류 : 화기(글록)
내구도 : 4/5
고유 효과 : 無
강화 효과(9/99) : 위력 미약하게 상승
강화 효과(15/99) : 속도 미약하게 상승
강화 효과(20/99) : 명중률 미약하게 상승
강화 효과(30/99) : 관통력 미약하게 상승
……
강화 효과(99/99) : 위력, 속도, 명중률, 관통력 대폭 상승풀강 효과(Max) : 낮은 확률로 목표 완전 관통설명 : 비둘기를 퇴치하기 위한 장난감 총. 본래는 따끔한 충격을 느껴야 하지만 풀 강화를 이룬 비비탄은 쫓는 게 아니라 사냥하는 용도가 되어 버렸다』
이름에서 나와 있듯 본래 목적은 비둘기 퇴치용이다.
하지만 강화, 그것도 99 풀강화를 한 이 비비탄 총은 더는 장난감이라 부를 수 없는 화기가 되었다.
쇳덩이까진 무리여도 바위 정도는 깊숙하게 파고들 수 있는 위력.
심지어 풀강 특수 효과인 ‘완전 관통’은 일단 발동하기만 하면 무조건 대상을 뚫는다.
설사 그게 강철이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다.
그렇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웬걸?
“이야, 아프겠네.”
놀리는 게 아니다.
진짜 뚫릴 줄 몰랐기에 놀라서 한 말이다.
“너….”
흉터, 녀석이 움직이려고 한다.
“그만.”
하지만 총을 겨눠 그 행동을 제지했다.
“내 총이 불을 뿜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물론 뇌관을 터뜨리는 게 아니기에 불이 뿜어져 나올 턱이 없다.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해 본 것뿐이다.
그러나.
“….”
효과는 굉장했다!
바짝 얼어붙은 녀석들은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질 못한 채 굳은 채로 서 있었다.
타앙-
재차 울리는 얄팍한 소음과 함께.
퍽!
흉터 녀석의 옆, 벽면에 비비탄이 파고들었다.
파고들었다는 표현보다는 터졌다는 게 맞을 거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플라스틱 비비탄이 터졌고, 벽에 흔적이 남았다.
위협은 그걸로 충분하다.
“….”
바로 옆, 비비탄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 흉터 녀석의 얼굴이 굳는다.
역시 법보다는 주먹, 주먹보다는 칼, 칼보다는 총이지.
“가서 전해. 곧 찾아갈 테니 괜히 사람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걸 우리보고 믿으라고?”
하긴.
제 발로 사지에 들어가는 미친놈이 누가 있을까.
“그래서 뭐?”
안 믿으면 어쩔 건데?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위협적으로 총을 들어 보인다.
움찔-
내 사소한 행동 하나에 몸을 떠는 건달들.
“믿든 안 믿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중요한 건 내게 이 총이 있다는 거지. 안 그래?”
“….”
침묵은 곧 긍정의 대답.
놈들은 깨달은 것이다.
내가 총을 가진 이상 어떠한 대화도, 협박도 통하지 않는단 사실을.
“그러니까 꺼져. 시간 되면 알아서 찾아갈 테니까.”
마지못해 물러서는 놈들.
뒤, 길을 터 준 놈들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였다.
“….”
“….”
흉터와 덩치, 둘의 눈빛 교환이 보인다.
하- 이것 봐라?
그와 함께.
쉬익!
손이 움직인다.
품에 지니고 있던 사시미, 날카로운 그것이 내 가슴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타앙-
“으아악!”
총은 손보다 빠르다.
발사된 비비탄이 사시미를 휘두르던 놈의 팔목 관절을 정확히 관통했다.
하지만 놈이 끝이 아니다.
“죽어!”
“썅!”
동시에, 사방을 점하며 달려든다.
각자 손에 하나씩 연장을 든 채로.
총은 하나고 사람은 다섯이다.
그 수의 이점을 생각하여 덤벼든 것일 테지만, 오판이다.
허리춤에 감춰 두고 있었던 또 하나의 비비탄 총, 역시 비둘기 퇴치용으로 산 것이며 99 강화가 되어 있다.
타앙, 탕-
두 발.
타탕-
그리고 또 두 발.
“끅!”
“끄악!”
총과는 다른 연사력 덕분에 순식간에 네 명이 쓰러졌다.
하지만.
“쌰앙-”
흉터.
용케 접근하는 데 성공한 녀석이 사시미를 아랫배에 쑤셔 넣는다.
턱-
“…?”
하지만 기대한 살점을 꿰뚫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우드득!
“끄아아악!”
오히려 사시미를 찌른 놈의 손목이 부러져 덜렁거렸다.
“고생했다.”
수고한 녀석의 배에.
타앙-
“끄아악!”
그대로 비비탄을 발사.
푸욱!
하필 완전 관통이 발동하여 아랫배에 구멍이 뚫렸다.
피가 줄줄 새어 나온다.
그나마 다행한 점이라면 내장을 피해 간 덕분에 치명상은 아니라는 정도.
“끄윽, 끄으윽-”
하지만 고통은 진짜다.
부러진 손목, 그리고 아랫배를 움켜쥔 녀석이 고통에 신음하며 입술을 깨문다.
그래도 칼 밥 좀 먹었다고 고통이 상당할 텐데도 잘 참는다.
“미안해서 어쩌지. 내가 준비성이 좀 철저해서 말이야.”
준비한 건 비비탄 총만이 아니다.
패딩 안쪽에 감춰져 있는 건 날것에서부터 날 보호해 줄 방검복이다.
『+99(Max) 호팡 배송으로 받은 방검복
분류 : 방어구(방검복)
내구도 : 15/20
고유 효과 : 날붙이 저항(미약)
강화 효과(9/99) : 날붙이에 대한 저항력 미량 상승
강화 효과(15/99) : 날붙이에 대한 저항력 미량 상승
강화 효과(20/99) : 날붙이에 대한 저항력 미량 상승
……
강화 효과(99/99) : 날붙이에 대한 저항력 소폭 상승
풀강 효과(Max) : 강한 반발력으로 상대 손목을 부러뜨림설명 : 호팡 새벽 배송으로 주문한 방검복. 날붙이에 대한 미량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99 강화를 통해 웬만한 날붙이로부터 착용자를 완전 보호하는, 심지어 상대의 공격을 되돌리는 효과까지 갖추게 되었다』
손목이 부러진 건 녀석이 아마추어라서가 아니다.
방검복의 풀강 효과, 반발력에 의해 놈의 손목이 부러진 것.
“이러면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하- 한숨을 쉬며 놈들을 차례로 응시했다.
“내가 나약했어. 애초에 그냥 조져 놓고 시작하는 건데 말이지.”
회귀 전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평범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을 상대하다 보니 조금 나약했던 것 같다.
“뭐,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 같으니.”
총을 들었다.
“자, 잠….”
놀란 흉터, 그리고 건달들이 뭐라 덧붙이려 했지만.
탕, 타앙-
연이어 울리는 총성과.
“끄으악!”
“컥!”
“끄으윽!”
비명.
정확히 24발.
그 24발의 비비탄은 놈들의 팔과 다리를 박살 내는 데 충분한 탄 수였다.
“말을 전하는데 입만 멀쩡하면 되는 거 아냐?”
호의에는 호의로.
적의에는 그보다 더한 적의로.
종말을 살아가면서 내 마음속에 자라난 신념이다.
그리고 그건 평화의 시대인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럼.”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전하며 걸음을 옮겼다.
더 일이 커지기 전에 강씨 집안, 여기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거참, 생긴 건 인삼같이 생긴 게 더럽게 비싸네.”
네모난 나무 상자.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이끼(?)와 흙, 그리고 삼(蔘)이다.
가느다란 뿌리를 가진 그것은 도라지, 인삼과 같은 하급의 삼이 아니라 무려 장뇌삼근처에서 열리던 오일장, 그곳 약재상에서 거금 10만 원을 들여 11뿌리 세트를 구입했다.
갑자기 건강에 관심이 생겨서?
물론 지금 몸뚱이가 워낙 허약해서 관심이 있긴 하지만, 장뇌삼 11뿌리 먹는다고 갑자기 장사가 된다거나 할 일은 없다.
미래, 종말 후에나 등장할 엘릭서를 먹는다면 또 모르겠지만.
장뇌삼 한 뿌리를 들고서는.
번쩍.
강화를 시도했다.
번쩍, 번쩍!
수십 번 번쩍이는 황금빛.
장뇌삼, 그러니까 약초로 분류되는 삼의 경우에는 잡템이 아닌 ‘소비 용품’으로 분류되기에 풀강화가 가능하다.
그렇게 99 강화를 마친 후 감정사의 눈을 발휘.
『+99(Max) 심마니 이춘삼 씨의 피와 땀이 깃든 장뇌삼분류 : 소비용품(약초)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일시적인 스테미나 증가
강화 효과(9/99) : 스테미나 증가 폭 미량 상승
강화 효과(15/99) : 일시적인 총명함 상태
강화 효과(20/99) : 일시적인 피부 노화도 하락
……
강화 효과(99/99) : 암에 대한 소량의 저항력
풀강 효과(Max) : 1시간 동안 치매 증상 완치
설명 : 심마니 이춘삼 씨가 정성을 들여 가꾼 장뇌삼. 강화에 강화를 거듭한 이 장뇌삼은 일시적으로 모든 치매 증상을 완치하는 기적을 보일 수 있다』
회귀 전에도 여러 약초를 강화해 본 적이 있기에 장뇌삼의 효과 또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초월 강화’가 아니기에 영구적인 효과가 붙진 않았지만, 일시적으로 다양한 능력을 상승시켜 준다.
하지만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 눈에 보이는 건 풀강 효과 ‘1시간 동안 치매 증상 완치’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것은 강씨 집안, 지금은 감당하기 힘든 그들에게 사용할 일종의 뇌물.
「…태왕 그룹 강성현 회장이 쓰러져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꼬박 한 달이 지났습니다. 다행히 의식은 회복했으며 주변의 도움을 통해 조금씩 호전을 보이던 상태라고 알려졌는데요. 최근 전해지는 정보에 의하면 노환으로 인한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스마트폰, 스피커 폰으로 틀어 놓은 뉴스에서는 최근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태왕 그룹 회장 강성현의 병세에 대한 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 통 큰 태왕 그룹에선 손주에게 손을 쓴 원수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지 지켜볼까?”
일순간 치매 증상 완치.
아마 그 효과를 보게 된다면 억만금을 주고라도 구매하려고 할 것이다.
설사 그게 손주 손녀에게 손을 쓴 나라고 해도 말이다.
물론 그게 1시간, 일순간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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