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1
051화.
「3호 갱. 그곳에 옥새(玉璽)가….」
마치 뇌 속에 직접 전달되는 듯한 그 음성을 전달받은 사내.
“분부대로.”
양손을 중앙에 모으며 합장하는 사내.
노란 승복과 민머리의 그는 소림 특성을 개화한 각성자였다.
그것도 일반 승려가 아니다.
미간과 이마 사이, 그곳에 찍힌 1개의 점, 계인(戒印)은 그의 신분이자 특성의 진화 정도를 나타내는 것.
저벅.
임시로 지어진 천막을 나온 그가.
“모두 들어라!”
넓게 펼쳐진 숲, 그곳이 떠나갈 정도의 우렁찬 외침을 토했다.
스스스.
수풀이 흔들리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무리.
그들 또한 승려복을 입은, 하나 같이 소림 특성을 개화한 각성자였다.
그 수만 해도 수백.
이 많은 이들이 눈앞에 있는 승려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왜?
비록 1개의 계인을 받았지만, 그는 현재 최고 직위, 방장(坊長)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특성을 부여해준 이를 위하여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텔레파시를 통해 명령을 하달받았다.
“지금부터 전원 병마용, 3호 갱으로 이동한다.”
“예.”
“명을 받습니다.”
이미 대기하라는 명을 받고 있었기에 대답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탓!
지면을 박차며 나아가는 소림.
움직인 건 비단 그들만이 아니었다.
쉭, 쉬쉬쉭!
동서남북, 사방에서 검은 그림자가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소림과 마찬가지로 명을 받은 무당, 아미, 곤륜, 종남, 공동, 점창, 청성, 그리고 개방.
구파일방 중 화산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병마용, 3호갱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
파사삭!
영웅의 주먹에 의해 산산이 부서진 보명.
“허억, 헉….”
마침내 끝난 전투에 안도하며 거친 숨을 내뱉는다.
지친 건 영웅만이 아니다.
“아이고, 죽겠다.”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는 윌리엄.
“후우-”
좀처럼 티를 내지 않은 얼음장, 정도환 또한 많이 지친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모두 고생했어요.”
전투가 끝난 후 제일 바쁜 건 예일이었다.
당장 성녀에겐 전투 능력이 없다.
물론 나중이 되면 웬만한 특성을 다 발라 버릴 정도의 무력을 발휘할 테지만, 그건 아직 나중의 일이다.
지금 녀석의 쓰임새라 한다면.
화아악!
밝게 빛나는 빛, 치유였다.
“감사합니다.”
예일의 치유를 받은 윌리엄이 감사를 표했다.
조금 전까지 전신에 가득하던 땀이 사라진다.
그도 그럴 게 성녀의 치유라는 건 단지 상처만을 치유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원기(元氣)라 불리는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그것을 채워주기도 한다.
그건 모든 치유 특성을 통틀어 오직 성녀만이 가능한 기적.
물론 특성을 진화하지 않은 지금은 쥐꼬리만큼 회복될 테지만.
“받아.”
미리 꺼내 둔 공진단 네 알을 던졌다.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하십쇼. 이제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갈 참이니까.”
물론 보통의 공진단이 아니다.
이성 강화, 게다가 원기 회복 효과에 중점을 두어 완성한 것으로 한 알만 먹어도 상당한 기력이 회복될 것이다.
“잠깐!”
공진단을 씹던 영웅이 뭔가 생각난 듯 나를 바라본다.
“왜?”
“조금 전에 본격적인 전투라고 말한 것 같은데.”
“잘 들었네.”
“…지금까지 한 게 본격적인 게 아니었어?”
질린다는 눈빛.
그건 윌리엄도 마찬가지였다.
‘번역기 성능 하나 끝내주네.’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는데도 놈이 찰떡같이 내용을 알아듣는 이유는 강화된 번역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성을 인식하여 이어폰으로 곧장 그 내용을 번역해 주는, 원래는 번역률이 엉망인 거지만 강화를 거쳐 완벽한 번역기로 거듭났다.
그렇기에 영국인 하나가 끼어 있어도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당연하지.”
“…당연해?”
“지금 우리가 마주친 병사들 상태가 어땠지?”
“보병에 궁수, 그리고 기마병 정도.”
“자, 보통 전쟁이라 하면 병사가 있고, 그 위에….”
“…장군이 있지.”
“정답!”
“빌어먹을!”
잘 듣고 있던 윌리엄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잘 쉬어 두라고. 이제 장군을 잡으러 가야 하니까.”
불평하는 놈들을 뒤로한 채 정면을 응시했다.
기이한 어둠에 파묻혀 있는 전방, 그곳에 이번 전투의 하이라이트인 지휘부가 도사리고 있다.
1호나 2호 갱에는 없는, 오직 3호 갱에만 볼 수 있는 장군.
“슬슬 가 보죠.”
휴식을 마친 일행과 함께 그곳을 향해 나아갔다.
*
처음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걸어가자.
스스스스-
주변에 희뿌연 안개가 맺히기 시작했다.
꿀꺽!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키는 영웅과 윌리엄.
정도환이야 원래 감정이 없는 양반이라 그렇다 치고.
‘이건 용감한 거야, 겁을 상실한 거야?’
의외로 유일한 여자인 예일이 덤덤하다.
조금 전에도 그랬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음에도 덤덤한 신색을 유지했다.
사이비로 인해 워낙 큰 위기를 겪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일지도.’
회귀 전, 교주에 의해 인간 같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꼭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침착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뭔가 통달했다고 할까.
‘가만?’
어떻게 보면 오랜 시간 종말을 헤쳐 온 생존자와 같은 모습.
‘나쁜 건 아니니까.’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진 모르겠다.
다만 지금과 같은 태도를 일관한다면 앞으로 종말을 헤쳐 나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솨아아아.
안개가 걷힌다.
1m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흐릿한 공간이 바뀌었고, 드디어 드러난 광경은.
“와!”
“오!”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온통 흙밖에 없던 지금까지와 달리 석영으로 꾸며진 공간.
그곳에 자리한 건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병마용 2기였다.
일반적으로 보던 보병, 궁수, 기병과는 복장부터가 다르다.
각자 거대한 말에 올라타 있는 건 물론 한 손에는 독특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왼쪽, 2m가 넘는 장신의 장군은 마치 절구 방망이와 같은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짧게 올린 머리, 건장한 체격, 당장에라도 피부를 뚫고 나올 것만 같은 핏줄, 척 봐도 용장(勇將)에 속하는 이로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 그곳에는 왼쪽의 용장과는 조금 다른 이가 있었다.
얼굴을 반쯤 덮는 가면과 같은 투구, 건장하지만, 밸런스가 잡힌 신체, 그리고 뱀처럼 구부러진 연검.
용장보다는 지장(智將)에 가까워 보이는 장수.
그들은 진시황의 최측근.
춘추전국시대를 끝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용장과 지장.
지금 눈앞에 있는 게 바로 그들을 형상화하여 만든 병마용이었다.
‘단순한 병마용이 아니지.’
바래지 않은 색만 봐도 알 수 있듯 2기의 병마용은 단순히 흙으로 구워진 게 아니다.
흙으로 구워진 그릇 안에 영혼이 담겼다.
본래는 전설에 불과한,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었지만, 전오라는 초월적인 현상과 함께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입이 방정이라는 말이 있듯, 영웅의 말이 신호탄이었다.
쩌적.
2기의 병마용, 녀석들의 몸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균열에 불과했으나 이내 그것이 영역을 확장하여.
빠직!
이윽고 산산이 조각나 파편을 흩뿌린다.
「히히히히힝-」
오랜 잠에서 깨어난 적혈마가 장내의 정적을 깨우는 울음을 토했다.
그와 동시에.
휘잉-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한 순간.
「푸르르-」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온 붉은 적혈마와 흰색 한혈보마.
물론 그 말을 이끄는 두 명의 장수 또한 위에서 아래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말해라.」
용장, 당장에라도 불을 뿜을 듯한 부리부리한 눈의 장수가 물었다.
「이곳을 찾은 목적은?」
그리 묻는 용장의 전신에서.
고오오오-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헙!”
기 기세에 짓눌린 일행이 헛바람을 들이켠다.
왜 안 그럴까.
나도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기세가 느껴지는데 말이다.
만약 십존의 가능성을 지닌 이들이 아니었다면 당장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을지도 모른다.
“목적이라….”
애써 태연한 척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티를 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방문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분기점이 발생하니까.’
이 대화가 중요 분기점이 된다.
그건 현자의 정보를 통해 알게 된 사실.
무력을 원하는 이에겐 일당백(一當百) 기벽을.
지혜를 원하는 이에겐 전술가(戰術家) 기벽을.
보물을 원하는 이에겐 대장군의 검과 갑옷을.
이곳에 방문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모든 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몽무와 왕전, 두 대장군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놈들의 정체는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의 대장군 몽무와 왕전이었다.
타고난 괴력을 통해 절정의 무를 뽐냈던 몽무.
냉철한 전략과 전술, 특히 방어술에 능했던 왕전.
절정의 기량을 지닌 두 장군의 시험을 통과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회귀 전, 천마는 이곳에서 일당백 기벽을 얻었지.’
그게 천마가 강호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였다.
다수를 상대할 때 더욱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일당백의 힘은 강자들이 수두룩한 강호에서도 천마를 더욱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말해라.」
다시금 기세를 일으킨 몽무가 대답을 종용한다.
일당백, 전술가, 대장군의 검과 갑옷.
어느 하나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굉장한 보상이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 없지.’
내 궁극적인 목적은 종말에서 오래 살아남는 게 아니다.
종말을 지나 마침내 인류를 구원하는 것.
불가해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선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
그리고 가시밭길의 끝에는 달콤한 열매가,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목적이라면 확실히 있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말해라.」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몽무.
그와 달리 왕전은 이 모든 상황을 뒤에서 유심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대놓고 물어보는 몽무보다 뒤에서 음침하게 서 있는 저 가면 녀석이 꺼림직하긴 하다.
하지만 뭐, 이 길을 선택한 이상 누가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수 없다.
“황제.”
「…뭣이?」
단 한마디.
그로 인해 몽무는 물론 냉정하게 상황을 관찰하던 왕전마저 살짝 몸을 떨었다.
반응 좋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시황제를 죽이고 황제의 위에 오를 참이니까 얌전히 옥새를 내놓는 게 좋을 거야.”
시황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의 황제이며, 불로불사를 꿈꾸었던 탐욕가.
「놈-」
「반역이다!」
엄청난 분노가.
콰아아아아-
폭풍과도 같이 장내에 몰아쳤다.
게다가 그건, 단순한 기세로 끝날 게 아니었다.
츠츠츠츠!
주변의 사물이, 광경이 순식간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석영으로 만든 공간을 사라지고, 그것을 대신한 건 광활한 황무지.
적색을 띤 흙색으로 인해 세상에 온통 붉게 물든 것만 같은 공간.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평지가 아니었다.
“뭐, 뭐야?”
“여긴 대체…?”
사방이 성벽으로 가로막힌 견고한 성.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정렬해 있는 대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서 있는 몽무와 왕전까지.
고유 영역, 업성 함락전.
황제의 위, 옥새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초유의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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