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4
054화.
지이잉!
묵직한 몽무의 일격이 검에 닿은 순간 손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충격을 느껴야만 했다.
오죽하면 그때 발생한 충격파로 이명이 들릴 정도다.
하지만 그게 다다.
「…뭐?」
내 무기는 파괴되지 않았다.
당연하지.
『수호자』
원탁의 기사 중 하나인 퍼시벌 경의 능력.
본래는 내게 전해지는 피해를 흡수하는 일종의 보호막과 같은 능력이지만, 그것을 검에 주입했다.
몽무가 발현한 무기 파괴를 그 보호막으로 씹었고.
‘그게 끝이 아니지.’
다음으로 일어난 일.
파사삭!
「허!」
오히려 몽무의 몽둥이를 박살 냈다.
『최강의 검』
호수의 기사 랜슬롯, 원탁의 기사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그의 다른 이명은 브레이커(Breaker)였다.
어떻게 보면 무기 파괴와 같은 능력.
하지만 나는 몽무의 능력을 수호자로 상쇄했고, 놈은 그러지 못했다.
서걱!
높게 솟은 양팔, 그 사이로 파고들어 놈의 허리를 깊숙이 베었다.
부릅뜬 두 눈의 몽무.
쿵!
마침내 놈이 무릎을 꿇었다.
「놀랍군.」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어 간다.
「재야에 이런 강자가 숨어 있을 줄이야.」
그 음성에는 허무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천하제일을 꿈꾸었으나 모든 게 한낱 꿈에 불과하구나.」
스윽.
양단된 허리가 갈라지려 하지만, 왼손으로 겨우 붙잡으며 생을 유지한다.
그것은 마지막 인사를 위해서였다.
척.
양손을 포개는, 포권이라 불리는 존경의 뜻을 전하는 몽무.
「그대의 승리다.」
스르륵.
패배의 인정과 동시에 상체가 미끄러지며 하체와 분리되었다.
툭.
마침내 지면에 떨어진 상체와 함께.
파스스-
마치 모든 게 환상이었던 것처럼 그 육신이 빛의 모래가 되어 바스러졌다.
하지만 승리를 즐길 새가 없다.
‘나머진?’
내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 일행을 바라보았다.
*
‘내가 몽무를 상대하는 사이, 왕전을 처리해.’
일행에 특명이 떨어졌다.
홀로 떨어진 몽무를 윤찬이 상대하는 사이 그들은 병력을 대동하여 왕전과 20만 대군에 맞서 싸워야 했다.
3만, 그리고 12만의 난민을 대동하여 정규군과 싸우라니.
하지만 일행 중 누구도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으어-”
“그어어!”
죽음의 인도자 정도환이 일으킨 좀비가 부족한 병력을 충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되살아난 좀비는 두려움을 모르는, 어떻게 보면 장수가 가장 원하는 형태의 병력.
싸우면 싸울수록, 전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쟁은 일행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물러서지 마, 공격!」
죽이면 죽일수록 더 강해지는 병력이라니.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전쟁의 형태에 천하지략가인 왕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의 기세의 승부.
유리한 상황임에도 한번 기세가 밀려 버리자 속절없이 밀려나야만 했다.
게다가 그들을 지휘하는 장수, 영웅과 윌리엄의 전력도 상당했다.
사방에서 피어나는 주먹의 잔상.
그간의 훈련을 통해 더욱더 성장한 영웅의 권법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상태였다.
퍼퍼퍼퍽!
아무렇게나 내지른 듯한 그 주먹에 의해 주변을 에워싼 병력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쓰러졌다.
하지만 적군도 마냥 당하진 않았다.
“와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다가온 창병.
거리를 유지한 그들이 사방에서 찔러 댄다.
하지만.
촤르륵!
그들의 창은 영웅의 육신에 닿지 못한 채 모두 부러졌다.
“어딜!”
윌리엄이었다.
그의 검이, 분명 창보다 리치가 짧은 검을 든 그가 모든 창을 부러뜨렸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부웅!
그간 든 검에서 피어난 옅은 빛의 흔적, 검기(劍氣)였다.
강철도 두부처럼 벨 수 있게 하는 아주 특별한 힘.
경지에 이른 검사만이 발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아무리 검왕이라고 해도 진화를 이뤄야만 흉내라도 낼 수 있지만, 지금 그는 미약하게나마 그것을 뿜어 대고 있었다.
그것이 가능한 건 그가 손에 쥔 일본도가 과거의 명장이 만든 검이기 때문이었다.
『초월 효과(★★) : 검을 더욱더 날카롭게 하는 신비한 힘을 발휘』
그로 인해 윌리엄의 검은 무쇠도 베어 낼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비록 보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검기를 흉내 내는 수준까지는 발현할 수 있게 된 것.
등을 맞댄 영웅과 윌리엄.
십존의 가능성을 지닌 이 두 사람은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 적군을 무참히 학살하기 시작했다.
살인에 대한 두려움?
이미 환상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기에 그 손길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히려 이것은 좋은 훈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환상과 현실을 분간하기 힘든 고유 영역.
그곳에서 수백, 수천의 적들을 학살하며 살인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과 두려움을 없애고 있었다.
그건 엄청난 속도의 성장.
“….”
하지만 전장을 뛰는 그들보다 더욱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가 있었다.
스으으.
치열한 접전으로 인해 죽어 버린 난민과 병사들, 그들의 혼을 흡수하는 정도환이었다.
고유 영역은 환상이지만 실제다.
그렇기에 그 혼백을 흡수하는 게 가능했고, 정도환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 혼백은 영혼의 단지에 축적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으윽!”
전투로 죽은 시체에서 좀비를 일으켰다.
사용한 만큼의 혼백을 채울 수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적에게 죽음을….」
좀비가 아닌 죽음의 병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본래는 부족한 혼으로 인해 각성자가 아니라면 꿈도 못 꾸었을 일.
하지만 지금은 워낙 많은 시체와 혼이 있기에 그것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혼은 계속해서 수집할 수 있기에.
‘얼마 남지 않았다.’
죽음의 병사를 만드는 그의 눈동자에 기대가 담긴다.
영웅, 윌리엄, 그리고 정도환의 대단한 활약상.
어디 그들만의 활약뿐일까.
“적을 죽여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최전선에서 일어난 활약에 사기가 상승한 병력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본래는 죽음만을 기다리던 아군 병력은 용기백배하여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그건 단순한 활약에 힘입은 사기가 아니었다.
아직도 남은 쌍룡검의 효과, 게다가 후미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성녀의 힘.
차차창!
달려간 그들이 수적 우위에 있는 적군과 격돌했다.
「….」
후미, 전장을 바라보던 왕전의 눈동자가 빛난다.
「따라와라.」
자신의 친위대와 함께 전장을 이탈, 은밀하게 적 진영을 향해 달려갔다.
『배후 급습』
왕전의 기벽.
소수 병력과 함께 적의 배후로 이동하기까지 좀처럼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집중해도 힘든데 이런 전쟁통이라면 발견하고 싶어도 불가능.
자신과 같은 반가면을 쓴 10명의 친위대와 함께 은밀하게 이동한 왕전, 그의 목표는 후미에 있는 정도환이었다.
‘놈이 술법(術法)을 부리고 있다.’
왕전의 눈은 날카로웠다.
짧은 순간, 정도환이 망령을 일으킨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별동대를 움직였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게 정도환이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스윽.
손가락으로 정도환을 가리켰고.
쉬이익!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나아간 친위대가 정도환의 주변을 지키던 호위대와 부딪쳤다.
“끄윽!”
“꺽!”
수십 명에 달하는 호위대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은밀히 접근하여 단숨에 목숨을 끊어 놓은 친위대, 다음 목표는 정도환이었다.
“….”
하지만 호위병의 죽음에도 그는 침착하기만 하다.
단지 주변을 에워싼 왕전의 친위대를,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예상치 못한 적의 침착함.
「죽어!」
하지만 왕전은 자신의 목적을 다할 뿐이었다.
친위대와 함께 몸소 정도환에게 접근하여.
스윽!
마치 살아 움직이는 뱀과 같은 연검을 휘둘러 적의 급소를 찌른다.
그만이 아니다.
파파파파팟!
사방, 빈틈 하나 없는 연합 공격이 정도환의 육신에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오거라.」
그 순간 울려 퍼지는 죽음의 언어와 함께.
지이이잉-
바닥에 새겨지는 녹색 마법진.
그것은 망자를 소환하는, 죽음의 인도자만이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이었다.
주변을 밝히는 녹광과 함께 나타난 건 이제 갓 중학생이 된 듯한 앳된 소녀, 검 하나 들 힘도 없어 보이는 약자였다.
스으윽!
물론 왕전이나 친위대의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다.
갑자기 나타난 게 소녀든 무엇이든, 지금은 적의 제거라는 목표를 위해 손에 힘을 줄 뿐.
따당!
한차례 예리한 금속성이 울렸다.
“큭!”
가장 선두에 있던 친위대가 충격에 의해 급급히 물러난다.
그건 비단 그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따다다다다당!
“크흡!”
“으윽!”
조금 전의 친위대와 마찬가지로 주춤 물러나는 친위대.
땅!
그건 왕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
가면 밖에 드러난 두 눈, 경악이라는 감정을 담은 그 눈이 정면을 응시했다.
「할아버지… 지킨다.」
가녀린 소녀의 손과 발이 왕전과 수십에 달하는 친위대를 튕겨 냈다.
무기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맨손으로 말이다.
“아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정도환이 환희에 물들었다.
어찌 그렇지 않을까.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는 그의 딸이 지켜 달라 약속한 소중한 보물, 유일한 손녀 윤서영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의 병사 100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진화의 조건을 달성한 그는 마침내 윤서영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자아는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그 어떤 망자보다 강력한, 정도환의 전용 소환수가 완성된 것이다.
『+99(★★) 윤서영
분류 : 전용 소환수
고유 효과 : 인근에 있는 모든 망자의 능력치가 상승하는 ‘죽음의 오라’ 상시 발현
강화 효과(9/99) : 죽음의 오라 범위 소량 증가
강화 효과(15/99) : 죽음의 오라 능력치 향상 소량 증가
강화 효과(20/99) : 1기의 친위대를 지정하여 대상의 능력치 보통 증가
……
강화 효과(99/99) : 친위대 수 3기까지 증가
풀강 효과(Max) : 죽음의 인도자 능력 일부 사용
초월 효과(★) : 10분 동안 주위에 있는 죽음의 병사 일부를 죽음의 기사로 진화
초월 효과(★★) : 특수 기벽 ‘시산혈해(屍山血海)’ 획득
설명 : 죽음의 인도자 정도환, 그의 염원이 담긴 최강의 망자.』
오직 죽음의 인도자에게만 허락된 전용 소환수, 그것이 부활한 윤서영의 또 다른 정체였다.
비단 완성된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지이이잉-
지면에 그려지는 녹색 마법진.
수십 개에 달하는 그것이 녹광을 발현했고.
척척척.
수십의 죽음의 병사가 윤서영의 주위에 정렬했다.
죽음의 병사는 각성자를 처치하여 만들어 낸, 현재 정도환이 부릴 수 있는 소환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병기.
어디 그뿐일까.
뿌드드득!
윤서영이 뿜어낸 죽음의 오라가 닿자 뼈가 뒤틀리는 소릴 내며 변화를 일으켰다.
「죽음….」
「살육….」
붉은 안광을 뽐내는 그것은 죽음의 병사보다 위 단계에 있는 망자인 죽음의 기사.
비록 죽음의 병사 전체는 아니지만, 20%가량이 죽음의 기사가 되어 조금 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죽음의 의지를 실현해라.」
그리고 떨어진 정도환의 명령.
파파팟!
놀라운 속도로 나아간 윤서영과 죽음의 기사, 그리고 병사들.
그 놀라운 움직임은 친위대 못지않은,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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