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9
059화.
갑작스러운 단계의 상승.
내가 바라던 바였다.
“기꺼이 그리하겠습니다.”
2선을, 귀찮은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모처럼이군.」
마치 태산처럼 굳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신.
「바닥에서부터 이곳까지 올라온 자를 보는 건.」
이신은 유명 무가의 자손이 아니다.
그야말로 바닥부터, 병사에서부터 시작해 대장군의 지위에 오른 입지적 인물.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스윽!
손에 쥔 검을 한 번 휘두른다.
놀라운 건 녀석이 휘두른 검의 검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시커멓게 칠해진 검병 위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승영(承影).’
그것은 진시황이 이신에게 하사한 보구인 승영이었다.
‘이신 자체만으로도 강적이지만, 승영으로 인해 그 전력은 더욱더 상승.’
진 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장수인데 거기에 보구가 더해졌다.
특히 승영이란 검은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유형무형(有形無形)의 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대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번쩍!
이상한 띠의 검, 그 능력의 보석을 발동했다.
『발동 능력 : 광전사, 수호자, 신속의 검』
구성을 조금 바꾸었다.
다수가 아닌, 단일 상대인 것도 있지만.
‘단숨에 끝낸다.’
진시황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선 그가 신임하는 대장군 이신을 단숨에 제압해야 한다.
그래서 약간의 모험을 걸었다.
스으으으으-
검에 박힌 검은색 보석, 흑요석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내 육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머리는 쭈뼛 서고, 붉게 물든 눈으로 인해 세상에 새빨갛게 변한다.
『광폭화』
원탁의 기사 중 일인이자 광전사 모드레드의 능력.
짧은 순간 신체의 능력을 향상하여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발휘하는, 어떻게 보면 정오의 힘과 비슷할 수 있지만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한다.
뚝, 뚜욱-
눈가에서 흐른 피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건 연출이 아니라 진짜 피다.
광폭화는 내 피를 제물로 삼아 발휘하는 양날의 검과 같은 능력.
출혈량이 상당하기에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다.
「사이한 기운!」
꺼림직한 기운을 느낀 이신.
팟!
놈이 달려든다.
손에 쥔 검 승영은 여전히 검신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치 한 마리 야수처럼, 거칠게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놈의 손이 번뜩였다.
내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여 뻗은 검격.
캉!
「음?!」
하지만 승영이 내 육신에 닿는 일은 없었다.
수호자.
능력의 보석으로 발현한 퍼시벌 경의 능력이 육신 주변에 보호막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전, 몽무의 파괴를 막기 위해 검에 발현했던 그 능력을 본래의 용도에 맞게 발현하여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신의 공격이 워낙 강력하기에 얼마 버티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자유롭다.
“크아압!”
짐승의 울부짖는 듯한 외침.
광폭화에 영향을 받은 기합성과 함께.
번쩍!
신속의 검을 펼쳤다.
광폭화로 육체의 능력이 폭발적으로 향상되었는데, 거기에 신속화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하나의 섬전과 같은 궤적이 완성되었다.
콰앙!
한차례 퍼지는 폭발음과 함께.
지이익-
이신의 몸이 튕기듯 뒤로 밀려났다.
1:1에선 적수가 없다는 용맹한 장수가 형편없이 뒤로 밀렸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다.
지면을 박차며 다시금 짓쳐 들어 전력이 실린 검을 휘둘렀다.
쾅, 콰쾅!
충돌할 때마다 일어나는 폭발.
일체의 기교도 부리지 않았다.
향상된 능력을 이용한 공격을 그대로 쏟아부었다.
승영?
보이지 않는 검?
어차피 순간이다.
게다가 일방적인 공세로 인해 놈은 내게 공격할 틈을 찾지 못했다.
이대로 전투를 끝낼 생각으로 놈을 몰아쳤다.
「흐아아아압!」
하지만 놈은, 이신이란 대장군은 백전용사.
수많은 전쟁터와 일기토를 승리로 이끈 용장이었다.
당장 불리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의 승부를 받아 냈다.
물론 이렇게 몰아치기만 한다면 승리는 내 것이 될 거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크합!”
힘을 주어 놈을 밀어냈다.
쭈욱 밀린 놈이 멀리서 숨을 가다듬는다.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다.’
광폭화의 페널티로 지금도 계속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없기에 내가 지쳐 나가떨어지기 전에 승부를 끝내야 한다.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품속에 넣어둔 그걸 꺼냈다.
『+99(★★)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분류 : 소비용품(약품)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순간적으로 신체 능력을 소량 향상
고유 부작용 : 24시간 이후 보통의 확률로 기력 감소, 신경 장애, 탈모, 피부 괴사 등의 부작용 발현
강화 효과(9/99) : 신체 능력 향상률 소량 증가
강화 효과(15/99) : 신체 능력 향상률 소량 증가
강화 효과(20/99) : 페널티 소량 감소
……
강화 효과(99/99) : 페널티 보통 감소
풀강 효과(Max) : 신체 능력 향상률 보통 증가, 페널티 보통 감소
초월 효과(★) : 낮은 확률로 페널티 완전 무시
초월 효과(★★) : 낮은 확률로 신체 능력 향상 대폭 증가
설명 :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신체 전반에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단백질 합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빈도를 총체적으로 증가시킨다.
-반드시 부작용을 동반하기에 질병, 혹은 신체 호전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면 과다 투여를 금지한다-』
쭈우욱!
망설일 것 없이 주사기를 배에 꽂았다.
스테로이드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놈들은 이게 뭐 하는 짓인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지만, 그건 직접 겪어 보면 알게 될 거다.
부우욱-
주사를 꽂기 무섭게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그냥 스테로이드도 아니고 2성 초월 강화된 것이기에 금방 효과가 발현되었다.
뚝.
눈에서 흐른 선혈이 지면에 닿기 무섭게.
콰아앙-
지면을 박찼다.
그 엄청난 힘에 의해 바닥, 대리석이 박살난 것이 느껴진다.
다르다.
그도 그럴 게 전신 강화 두 번에 광폭화, 게다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까지 투여했다.
이건 뭐 내가 생각해도 괴물이 따로 없다.
아무리 이신이 타고난 장사라 해도, 수백 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용장이라 해도 지금의 나를 감당하긴 힘들 것이다.
콰앙!
그리고 그건 곧 증명되었다.
“크흡!”
단 한 방.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손아귀가 찢어지며 피가 흘러나왔다.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쾅, 쾅, 콰콰콰쾅!
폭격.
전력을 다해 놈을 두드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어떤 공격에도 버틸 것만 같았던 대장군은.
「큭, 크윽!」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거친 호흡을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전력을 담은, 최소한의 동선을 그린, 그야말로 최적의 공격.
「이놈-」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발악하듯 검을 휘두르지만.
카앙!
퍼시벌 경의 능력이 나를 보호해 주었다.
방어를 무시한, 오직 공격 일변도의 공격에.
뿌득!
승영을 쥐고 있던 놈의 손목이 꺾였다.
부러질지언정 검을 놓치지 않겠다는 녀석의 의지가 만들어 낸 진풍경.
하지만 이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들어 올리지 못한 놈의 오른팔을 잘랐다.
푸화악!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가 시야를 가릴 때.
스윽!
목을 그었다.
「….」
몽무가 그러했듯 육체에서 떨어지려는 목을 한 손으로 부여잡는다.
「훌륭하다!」
굴욕적인 패배.
하지만 진정한 사내인 이신은 그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대와 같은 장수와 싸울 수 있음에….」
마지막 말을 전하려던 이신.
하지만 그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쓸모없는 놈!」
진시황.
그의 손에서 발현된 적색 기운이 창과 같은 형태로 이신의 육신을 꿰뚫었다.
「….」
허무함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던 그의 육신이.
파스스-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주군에 의해 명예롭지 않은 죽음을 맞이한 장수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짝짝짝-
아끼던 장수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
「축하한다.」
아니,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새로운 말이 생겼으니까.’
더 강하고, 젊은 장기말이 말이다.
놈에게 있어서 장수는 나라를 함께 짊어질 친우가 아니라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장기 말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신의 죽음과 함께 일어난 변화.
스르르르-
1선을 지키고 있던 장수들, 백기, 왕기, 장흘 등 진 나라를 구성했던 중요 장수들이 신기루처럼 자취를 감췄다.
익숙한 현상이다.
5선부터 시작해 해당 선의 장수를 쓰러뜨릴 때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 모두 사라졌다.
5선부터 1선까지 모든 장수가 사라졌다.
장내에 남은 건 창평군과 나, 그리고 옥좌에 앉은 진시황뿐.
「외부인 신윤찬에게 10보를 허하고 보구 승영을 하사한다.」
저벅.
이번에 움직인 건 시중이 아니라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던 창평군이었다.
「경하드리오.」
흑색 검병만 보이는 그건 조금 전 이신이 사용했던 승영.
『승영(承影)
분류 : 검
등급 : 최하급 보구
내구도 : 250/250
고유 효과 : 사용자에게만 보이는 무형의 날 생성
설명 : 오래된 옛날 하늘색이 흑백으로 바뀌는 순간 한 쌍의 손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두 손을 맞잡은 곳에 검병이 있다. 검만 보일 뿐 검신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북쪽의 벽에는 은은히 검영(劍影)이 보인다. 검영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밝아지면서 사라진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스름해질 때, 백주와 흑야가 서서히 교차하며 표홀한 검영이 다시 나타난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마침내 이곳까지, 보구를 보상으로 얻는 곳까지 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신윤찬.」
옥좌에서 몸을 일으킨 진시황.
스르륵.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사라졌다.
마침내 드러난 진시황의 실체.
‘이야 사람이 빛난다, 빛나.’
미남자다.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잘생긴 동양인이 눈앞에 있었다.
사실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조금 다르다.
‘코가 높고 눈은 길게 찢어졌으며 가슴은 매처럼 생기고 목소리는 들개 같으며 은혜를 베풀 줄 모르는 사람.’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내용이다.
물론 사마천 본인이 진시황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묘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런 미남자를 두고 외모를 폄하한다?
역사가라 불릴 자격이 없다.
그리고 사마천은 나름 공정한, 그리고 사실만을 기록한 역사가 중 하나.
그렇다는 건.
‘후에 외모가 바뀌었다는 거지.’
그리고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진시황의 외모, 그리고 모든 건 ‘그’와의 만남 이후 바뀌었기 때문이다.
「짐은 인재를 사랑한다. 그리고 신윤찬, 너는 짐의 안목에 들어차는 몇 안 되는 인재이니라.」
폭군답지 않게 사탕발림을 전한다.
「그러니 제안하겠다.」
곤룡포 속에 숨겨 둔 손을 내민다.
스으으!
그 손에 뭉친 붉은 기운이 하나의 환단을 만들었다.
「이것은 네게 영생을 선사할 불로초. 어떠냐. 짐과 함께 세계를 정복해 보지 않겠느냐?」
영생.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밖에 없는 마법의 단어다.
실제로 진시황이 건넨 불로초, 정확히는 불로단(不老丹)은 영생을 살게 해 준다.
다만.
‘진시황과 떨어질 수 없는 지독한 저주도 함께.’
그렇기에 당연히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
하지만 거절하면?
‘탐욕의 왕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
그 제안을 거절한 순간 진시황의 분노와 함께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중화를 통일한, 그리고 영생과 사악한 힘을 손에 넣은 황제의 분노가 가벼울 리는 없다.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번쩍!
손에 쥔 승영이 빛난다.
막간을 이용해 강화를 하는 중이다.
그렇게 약간 시간을 끌면서.
“….”
진시황이 건넨 불로단을 받았다.
「어서 복용하거라.」
재촉하는, 기대에 찬 음성.
그러나.
툭.
그것을 바닥에 떨군 채.
퍼억!
그대로 짓밟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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