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2
062화.
부르르.
끔찍했던 기억에 진저릴 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연단 끝에 완성한 진시황의 육신, 그것을 차지한 서복은 마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종말을 헤쳐 오며 수많은 적을 상대했지만.
‘그런 괴물은 처음이었지.’
서복은 급이 달랐다.
뭐랄까, 당시 상대했던 존재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인간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면 놈은.
‘초월자.’
괜히 마선이라 불릴 만한 게 아니었다.
태양을 형상화한 한 번의 공격으로 불멸의 황궁이 무너져 내렸고, 백의는 엄청난 타격을 입어야 했다.
‘그’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아마 거기서 궤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희생 덕에 나와 윌리엄, 그리고 백의의 중요 간부는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고 후에 서복에게 복수할 수 있었다.
“네 손으로 진시황을 죽일 순 없었겠지. 의심이 많은 진시황이 목숨을 잃을 만한 위험을 남겨 두지 않았을 테니까.”
진시황은 의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렇기에 서복의 꼬임에 넘어갔음에도 마지막 최후의 보루는 남겨 두었다.
어떤 경우에도 서복이 진시황의 목숨을 해할 수 없다는 조건.
그렇기에 서복은 진시황을 죽여야 그 육신을 차지할 수 있음에도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때를 기다렸지. 작금의 우리와 같은 이들이 나타나 진시황을 죽이기를 말이야.”
회귀 전, 우린 그 사실을 모른 채 진시황을 죽였고 서복은 오랜 시간 연단으로 완성한 진시황의 육신을 차지했다.
그로 인해 거대한 재앙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아니다.
펼쳐질 미래를 이미 겪어 봤기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는다.
“자, 내 손에 잡힌 네가 무얼 할 수 있지?”
「커커컥!」
진시황의 육신을 차지하지 못한 놈은 한낱 연단술사에 불과하다.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는, 고작해야 사람들의 눈이나 속이는 술사.
「사, 살려다오. 만약 살려만 준다면 불로불사, 영생의 힘을….」
“지랄!”
간사한 세 치 혓바닥은 통하지 않는다.
스윽!
검광이 번뜩였고.
툭!
놈의 머리가 떨어졌다.
육신이 먼지처럼 흩어진다.
본래는 연단이 끝난 진시황의 육신을 차지하여 마선이 된 채 종말의 재앙이 될 존재였다.
하지만 녀석은 그 미래를 맞이하지 못한 채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끝났다!’
마침내 끝났다.
그리고.
“우웩!”
조금 전부터 목에 걸려 있던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 냈다.
‘역시 너무 무리했나.’
몸을 갉아 먹는 광폭화, 부작용이 심각한 스테로이드, 게다가 모르핀까지 사용했다.
약쟁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투여량.
심지어 모르핀으로 인해 억제되었던 고통이 몰려오며 삭신이 쑤셔 온다.
아니, 쑤시는 정도가 아닌가.
‘이거 한두 군데가 부러진 게 아닌 것 같은데?’
손목은 물론 갈비뼈 부근도 아려온다.
진시황의 무지막지한 언월도를 받아 내느라 아주 갈려 버린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이지.
완전히 몸이 망가지기 전에 일을 끝낼 수 있었으니까.
“치유해 드릴게요.”
예일이 다가와 회복을 발현했다.
화아악-
순백의 빛이 퍼진 순간 어느 정도 고통이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귀찮은 녀석들은 모두 처리했고.’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며 상념에 빠져 있을 때.
그그긍!
옥좌 아래, 그곳에 설치된 기관 장치가 발동해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드러냈다.
“이건…?”
“척 보면 척이잖아. 보물 창고로 향하는 길이지.”
진시황을 쓰러뜨려야만 비로소 열리는 비밀의 장소.
“꺄아악!”
모두가 그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비명이 울려 퍼졌다.
예일, 그녀가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펄쩍 뛰었다.
“왜? 뭔데?”
“무슨 일이야!”
놀란 일행이 다가가 묻는다.
“저, 저기….”
“저기?”
“버, 버….”
“버?”
“벌….”
“벌? Bee?”
“꺄악, 벌레!”
“…벌레?”
창백히 질린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그곳엔 붉은색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기어다니고 있었다.
사람이 죽을 때는 눈 하나 까닥하지 않더니.
‘괴물은 안 무섭고 벌레는 무서운가 보네.’
고개를 저으며 벌레가 기어다니는 곳으로 다가갔다.
먼지가 되어 흩어진 서복의 흔적 근처, 굴러다니는 각종 단약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를 손으로 집었다.
“꺄아악!”
자기가 잡은 것도 아니면서 호들갑은.
게다가 이건 보이는 것처럼 진짜 벌레도 아니다.
『적화단(赤化丹)
분류 : 소비용품(의약품)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영구적으로 감각 증가
1회 한정 적화 상태로 변화
설명 : 연단술사 서복이 온갖 영약을 섞어 만든 환단.
복용 시 일시적으로 몸을 기화시켜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다.』
환단처럼 보이는 게 벌레고, 벌레처럼 보이는 게 환단이다.
의심, 불신이라는 인간의 믿음을 이용한 환술을 부여한 서복은 벌레와 단을 바꿔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다.
번쩍!
벌레, 아니 적화단을 강화했다.
그렇게 한동안 강화해 마침내 이성 강화를 완료했다.
『+99(★★) 적화단(赤化丹)
분류 : 소비용품(의약품)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영구적으로 감각 증가
1회 한정 적화 상태로 변화
강화 효과(9/99) : 영구적 감각 극미량 증가
강화 효과(15/99) : 영구적 감각 미량 증가
강화 효과(20/99) : 영구적 감각 극소량 증가
……
강화 효과(99/99) : 영구적 감각 보통 증가
풀강 효과(Max) : 영구적 감각 보통 증가
초월 효과(★) : 적화 1회 추가 사용
초월 효과(★★) : 특수 기벽 ‘육감(六感)’ 획득』
무한의 강화사는 모든 물품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특별한 조건이 있는 전용 보구 같은 건 불가능하지만, 이런 소모품쯤이야.
감각의 증가, 특히 무엇보다 특수 기벽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그거 강화한 거 아니에요? 도대체 벌레를 왜…?”
벌레를 강화하는 모습을 본 예일이 의문을, 정확히는 벌레 보듯 바라본다.
왠지 기분 나쁜 얼굴이네.
가만?
이렇게 해 보면?
검지와 엄지로 벌레를 집은 채.
“아-”
입을 크게 벌려 벌레를 가져갔다.
벌린 입 안에 그대로 벌레를 떨어뜨리고.
으적!
“꺄악, 꺄아아악!”
아주 난리다.
물론.
“우웁!”
“으음….”
영웅과 윌리엄의 표정도 그리 좋진 않다.
하지만 놈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솨아.
상쾌한 향이 온몸에 퍼진다.
일순간 감각이 더 예리해진 것만 같은, 기이한 느낌이 육신을 휘감았다.
‘감각 자체도 그렇고, 뭐랄까….’
조금 전 운천필승으로 느꼈던 것처럼 대기의 흐름, 사람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확실히 전투에서 도움이 되겠어.’
이 감각을 항시 유지할 수 있으면 전투에 많은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제, 출발해 볼까요?”
적화단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진시황의 죽음과 함께 열린 비밀 계단.
그것은 진시황이 그간 쌓아 놓은 보물이 쌓인 보고로 들어가는 입구다.
‘이번에는 반드시.’
회귀 전에는 얻지 못했던 것.
이번에는 훼방꾼도 없으니 반드시 그 보물을 완성하고야 말 것이다.
*
“와!”
“아름다워….”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
하지만 천장과 벽, 곳곳에 박힌 야광주가 마치 밤하늘을 연상케 했다.
회랑에도 이와 비슷한 풍경이 연출되었지만, 아무래도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좀 더 장관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인위적인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디어.’
어둠이, 밤하늘이 끝났을 때 우리를 반긴 건.
번쩍, 번쩍!
금은보화가 뿜어 대는 찬란한 빛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나오는 건 감탄사뿐.
그도 그럴 게 바로 눈앞에 보물의 산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금은보화로 만든 산이 있었다.
황금이 뿜어내는 빛으로 인해 눈이 부실 정도.
그 빛은 한참이 지나서야 적응이 될 정도로 강렬했다.
“다들 멈춰요.”
보물에 이끌린 그들의 자연스러운 걸음을 만류했다.
저벅.
먼저 한 걸음 걸어가 입구에 설치된 팻말을 응시했다.
「과욕초화(過慾招禍)」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명심하세요.”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주의를 주었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 절대 보물에 손을 대지 마세요.”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데?”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지.
“밖에 팻말 보이지?”
“어.”
“과욕초화. 지나친 욕심을 화를 부른다.”
“설마…?”
“보물을 집으면 귀속되고 귀속된 보물이 있음에도 다른 보물에 손을 대면 보고가 무너지거든.”
후에 성장하여 마선이 된 서복을 죽이고 황궁에서 보고로 가는 길을 발견했고, 이곳에 당도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그놈의 욕심이 문제였지.’
팻말에 쓰인 과욕초화, 그 글귀를 보고도 욕심을 부린 이가 있었다.
그것으로 인해 보물은 부패해 버렸고, 황궁은 무너져 우리는 보상을 얻지 못했다.
‘빌어먹을 새끼.’
언젠가 그놈을 찾아가 면상에 주먹 한 방을 갈겨 줄 셈이다.
뭐, 그건 일단 넘어가고.
“그런데 여기서 원하는 보물을 찾을 수 있어?”
윌리엄이 의문을 전했다.
금은보화를 제외하고도 검과 방어구, 워낙 많은 보물이 널려 있어서 뭐가 좋은지, 혹은 뭐가 중요한 것인지 분간할 수 있을 턱이 있나.
“있지.”
확실히 대답해 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불가능해도 내게는 그 일이 가능하다.
『감정사의 눈』
무한의 강화사가 지니는 고유 능력.
이 능력이 있으면 어떤 효과를 지닌 보물인지, 어떤 등급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능력을 펼친 채로 주변을 훑었다.
‘새삼 이런 말 하기 그런데, 엄청나긴 하네.’
대충 훑어도 어마어마한 보물이 가득하다.
그냥 보물만이 아니라 최하급 보구부터 시작해 하급 보구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있다!’
금괴 사이에 꽂힌 검.
언뜻 보면 낡은 검집으로 인해 그냥 유물 정도로 보이는 그것은.
『순균(純鈞)
분류 : 검
등급 : 하급 보구
내구도 : 200/200
고유 효과 : 존귀의 위압감을 뿜어 적의 능력 하락
설명 : 천년 적근산이 무너지자 주석이, 만년 약야강이 마르자 구리가 나왔다. 뇌공은 철을 두드렸고 교룡이 주검로를 받들었다.
구야자는 하늘의 명을 받아 피를 토하면서도 10년을 갈아 검을 완성했다. 허나, 진이 다하여 죽고 만다.
구천이 물었다.
‘누군가 내게 비단 천 필의 준마, 일 천호의 두 개의 큰 성, 세 곳의 부유한 향(鄕)을 주겠다고 하는데 이 검과 바꿔도 되겠는가?’
이에 설촉이 답했다.
‘바꿀 수 없습니다.’
구천은 의도적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묻는다.
‘왜 그런가? 이유를 말해 보라.’
설촉은 격동하여 크게 외친다.
‘이 검은 하늘과 사람이 같이 만든 둘도 없는 역작이기 때문입니다! 이 검이 이미 절창(絶唱)인데, 그까짓 준마와 성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구천은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이 옳다. 무가지보(無價之寶)이니 내가 영원히 소장하겠다.’』
최하급 보구보다 한 단계 높은 하급 보구.
그것은 내 계획을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열쇠였다.
“윌리엄. 이걸.”
그렇기에 윌리엄에게 그것을 가지라 말했다.
“….”
조금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검을 품에 넣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순균은 여덟 개의 열쇠 중 하나.
앞으로 찾아야 할 열쇠가 7개는 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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