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7
067화.
신인이 강회장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애초에 같은 존재가 둘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 모든 사실을 들은 이후 의구심이 드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당장 나만 해도 회귀를 통해 과거로 돌아왔다.
물론 그건 회귀의 돌을 소지한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번 세계에서는?’
내가 회귀자로 돌아온 이번 세계, 이번에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회귀의 돌을 획득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회귀는 존재가 둘로 나뉘는 게 아니라 과거로 돌아오는 것이라 그 가능성을 배제해야겠지만.
‘굳이 회귀가 아니더라도 환생, 타임 슬립, 시간 여행, 평행 세계 이동 등 다양한 현상이 있을 수 있다.’
온갖 초월적인 현상이 가득한 곳.
회귀도 가능한데 나머지도 안 될 것 없지.
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기엔 이 세계가, 종말이라는 세계는 너무 미지의 것이었다.
자, 생각해 보자.
만약 이러한 현상 등으로 또 다른 강회장이 과거로 돌아왔거나 혹은 평행 세계에서 이동해 왔다.
‘강회장은 신념을 굽힐 만한 인물은 아니다. 검은달,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계획한 건….’
종말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종말 전부터 각성자들을 모아,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다.
경쟁이 없는, 홀로 우뚝 선 최고의 세력을 만든다면 인류가 서로 피 흘리는 일도 없을 테니까.
앞으로 일어날 시련에서도 하나로 뭉쳐 최소한의 피해로 이겨 낼 수 있을 테니까.
아, 물론 그건 전적인 내 생각이다.
“하나 물어볼게요.”
괜히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이 없도록 직설적으로 물었다.
“만약 강회장님이 어떤 특별한 계기를 통해 과거로 돌아온다. 그럼 어떻게 종말에 대비하실 생각입니까?”
“….”
한동안 대답이 없다.
하지만 이내.
“감히 누구도 덤빌 수 있는 최고의 세력을 만들겠지. 그게 인류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일 테니까.”
“그로 인해 흘리는 피는….”
“대의를 위해선 사소한 것은 그냥 넘길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일세.”
확실히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여기서 다른 내용을 말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강회장이라면 분명 신인과 똑같은 구상을 했을 게 빤하니 말이다.
다행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해서.
하긴 그게 호랑이지.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잠깐의 침묵 이후 흘러나온 음성.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요?”
“그걸 내게 묻는 건가?”
“그냥요. 궁금해서요.”
물끄러미 강회장을 응시했다.
어떻게 보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 늙은 호랑이는 덤덤했다.
꾸며 낸 것?
아니.
그것은 선천적인 배포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는 말을 이런 곳에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황상 내가 신인일 가능성이 꽤 큰 것 같은데.”
“그렇죠.”
“그렇다면 망설일 게 있나?”
“그 말은….”
“죽여야지.”
“….”
자신을 죽이라는 말을 태연하게 건넨다.
“진담이십니까?”
“허허! 이 늙은이를 좋게 봐주는 건 좋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목숨으로 장난칠 정도로 그리 배짱이 대단한 인물은 아닐세.”
“그게 더 대단한데요? 목숨으로 장난칠 정도가 아닌데 태연하게 죽이라니. 어디 평범한 일반인이 그렇게 말한답니까.”
“흠.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 것 같군. 하긴, 내가 좀 대단한 인물이어야 말이지.”
“농담이 아니라 정말 대단하십니다.”
“칭찬은 그 정도면 된 것 같고. 그래서?”
“예.”
“어떻게 할 셈이지? 나는 윤찬 군, 자네가 어떤 선택을 해도 그것에 따를 생각이네.”
“….”
잠깐 말을 아꼈다.
“솔직히 말하면 나를 없애는 선택을 하길 바라네.”
“아뇨.”
솔직히 생각할 것도 없다.
“이거 왜 이러실까.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시는 분이.”
“….”
“저에 대한 시험이라면 관두시죠. 이건 뭐, 재미도 없고.”
“…눈치챘나?”
“예. 연기가 좀 어설프십니다.”
그건 일종의 시험이었다.
내가 조금 전 강회장을 시험했듯, 강회장 또한 날 시험한 것이다.
여기서 내가 그를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면.
‘신뢰가 무너지는 거지.’
목숨이 위험한 건 둘째치고 그 순간 우리의 신뢰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설령 강회장의 죽음으로 끊어지는 것이라 해도.
“비록 종말을 막기 위해 회귀하긴 했지만, 제 사람을 죽여서까지 극한의 이득을 볼 생각은 없네요. 그게 설령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라 해도 말입니다.”
종말을 막는 것?
인류 모든 이들을 살리는 위대한 길이다.
하지만 내 사람을 죽여 가면서까지 이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신인? 그까짓 녀석 별거 아닙니다. 제게는 강회장님이 더 소중하니까 죽이라니 뭐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도 마십쇼.”
“…고맙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어쩐지 냉철하기만 한 이 호랑이에게서 사람의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 참 곤란하게 됐어.”
“뭐가요?”
“전선에 나설 일이 없을 줄 알았더니 말년에 이게 참.”
지금까지야 특성을 개화하지 않은 일반인이었기에 정보를 주로 담당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지.’
이중 특성, 게다가 그게 특성 흡수와 부여라면 전선에 나서는 정도가 아니라 선두에 서야 하는 게 맞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줄 수 있겠나?”
강한 힘에는 그만한 책임과 대가가 따르는 법.
강회장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겠지만, 그건 꽤 힘든 일이 될 겁니다.”
“내게 이 특별한 힘이 생겼을 때부터 각오한 바였네.”
사람 냄새가 난다 해도 여전히 그는 호랑이였다.
“지금까진 생포한 각성자들을 죽이거나 혼백을 불러 정보를 얻는 데 이용했습니다.”
검은달과 전쟁하며 숱한 각성자들을 생포했다.
그들의 생포 목적이라고 하면 검은달에 대한 정보 획득, 그리고 영혼의 단지를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강회장님의 특성 흡수. 그것을 이용하여 놈들의 특성을 빼앗을 겁니다. 그리고 괜찮은 특성이 있다면 우리 사람에게 나눠 줄 수도 있겠죠.”
“그래. 그래야겠지.”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무엇이?”
“짐작이긴 하지만 특성을 흡수하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을 겁니다. 그래도 괜찮겠냐는 말입니다.”
“그게 뭐 어때서?”
“…예?”
“종말이지 않은가. 현대의 질서를 들이대면 안 되지. 사람을 죽이는 일. 이제 그건 일상이 될 터인데 그게 무엇이 문제가 된다고.”
확실히 난 사람은 난 사람이다.
이건 뭐, 종말을 헤쳐 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신 무장이 단단하다.
“그런 사소한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네. 그게 내 역할이라면 충실히 해야지. 그보다….”
잠시 뜸을 들인 그가 물었다.
“검은달과의 양립. 그건 생각해 보지 않을 셈인가?”
여기서 기업인이라는 것이 확 티가 난다.
이득을 위해선 얼마 전까지 원수라 해도 손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성향.
“무립니다.”
“흠.”
“어차피 검은달과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애초에 협상할 마음도 없고, 신체를 좀먹는 암 덩어리를 내버려 두면 몸만 상할 뿐이지요.”
서로 신념이 확고하다.
비록 놈들이 인류를 위한 길을 걷는다고 해도 그 방식과 신념이 다르다면 양립할 수 없다.
“억지로 이어 붙이려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테니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오히려 양립의 가능성보다는.
“확실히 제압할 수 있을 때 제압하는 것. 그게 중점이 될 겁니다.”
놈들은 자기가 최고라 생각할 테지만 글쎄.
‘이미 그 차이는 좁혀지고 있다.’
보구의 발현, 그 전조를 통해 확실히 차이를 좁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강회장의 특성 개화로 그 차이는 더욱더 좁혀지게 될 것이다.
“자네의 생각은 확실히 알겠네.”
“뜻이 잘 전달되었다면 다행입니다.”
그렇게 일련의 주제에 대한 주제가 마무리되었다.
후룩.
앞에 놓인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나저나 이렇게 둘이 대화하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로군.”
“그렇죠. 중국에서의 일정이 생각보다 길어졌으니.”
“그래서.”
“예.”
“자네야 알아서 잘할 테니, 나머지는 어떤가?”
그들이라 하면 동료들을 말하는 것.
“다들 빠른 속도로 성장 중입니다. 뭐, 분에 넘치는 인재들이니만큼 조금만 핸들링해 줘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죠.”
“내가 듣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
“…예?”
“한영웅.”
아!
강회장이 뭘 말하려는지 알겠다.
“그간의 전투에서 그만이 활약이 저조하다는 소릴 들었네만.”
이 영감, 또 언제 감시의 눈길을 붙였대.
하여간 일반인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양반이라니까.
그런 양반이 특성까지, 그것도 이중 특성을 얻었으니 앞으로의 성장이 정말 가늠이 안 된다.
“확실히 영웅의 활약이 부족한 게 사실이죠.”
그간의 전투를 떠올려 본다.
공로로 따진다면 정로환이 단연 1등, 윌리엄과 예일이 공동 2등, 그리고 영웅이 3등일 것이다.
리우옌이야 이제 막 동료로 합류한 뒤라 활약을 논하기엔 뭐하고.
어쨌든 네 명 중 가장 활약이 저조하다 생각될 정도로 영웅은 별다른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무기를 쓰지 않는, 박투술은 상당히 어렵거든.’
망자를 부리는 정도환과 검을 쓰는 윌리엄, 그리고 일행을 보조하는 치유사.
그들에 비해 맨손 전투를 펼쳐야 하는 영웅의 활약이 저조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억지로 무기를 쥐여 줄 순 있겠지만.
‘보검으로 무를 써는 셈이지.’
권왕은 맨손 전투에 특화된 특성.
당장 불리하다고 해도 무기를 쥐여 주는 건 오히려 전투에 대한 경험과 숙련도를 없애 버리는 꼴이다
“뭔가 수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면 자신감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감의 하락이라….”
활약이 저조한 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터.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괜한 걱정입니다.”
하지만 그 말에 단언할 수 있다.
“제가 아는 영웅은 이 정도에 쓰러질 녀석이 아닙니다. 이보다 더한 시련도 홀로, 묵묵히 이겨 낸 녀석입니다.”
아무런 도움도 없이, 오히려 대기만성이라는 기벽으로 인해 고통만 받았던 놈은 그 혹독한 시련을 견뎌 내고 종말에서 살아남았다.
“이까짓 게 시련? 에이, 시련 축에도 못 끼죠. 아마 금방 털고 일어날 겁니다.”
“그런가? 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것 같은데?”
“회귀 전, 제가 제일 신뢰했던 동료 중 하나거든요.”
이미 회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바 있기에 숨길 이유가 없다.
“그 한마디로 자네의 믿음에 대한 이유가 납득이 가는군.”
“잘할 겁니다.”
그건 그냥 일방적인 믿음이 아니다.
‘괜히 영웅이 아니니까.’
한영웅.
녀석은 영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바로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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