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9
069화.
영웅이 민석이라는 두려움을 이겨 낸 그 순간, 우연처럼 윤찬도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먹물을 발라 놓은 것처럼 새카만 밤.
슈우웅!
별안간 그곳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뭐?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하지만 그건 환상이 아니었다.
새카만 밤하늘에 빛의 꼬리를 만들며 떨어지고 있는 건 유성비.
‘설마, 설마… 아니겠지?’
에이, 그냥 유성이겠지.
그러나 한 가닥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건 잠깐이면 충분했다.
슈우우우우-
유성비가 내린다.
“미친!”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유성비 자체도 흔히 발견되는 현상은 아니었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치 불꽃 축제와 같이 수천, 수만 개가 동시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설명하는 건 하나.
첫 번째, 두 번째 전조에 이른 세 번째 전조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빨리 온다고?’
물론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조도 일찍 시작되었다.
하지만 세 번째 전조는 그것과 달리 조금 특별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세 번째 전조 이후 정확히 한 달 뒤 종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작 한 달.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예측할 수 있는 건.
‘모든 전조가 회귀 전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세 번째 전조 이후, 종말도 훨씬 빨리 다가올 확률이 높다.’
높은 확률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건 괜한 예측이 아닐 것이다.
“….”
심각한 얼굴을 한 채 펼쳐지는 유성비를 응시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본래는 대기와 함께 사라져야 할 빛의 흔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셀 수 없는 유성이 그대로 떨어졌다.
우주에서 떨어진 건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고 해도 그 속력으로 인해 엄청난 굉음과 폭발을 동반하지만, 이번 유성은 그렇지 않았다.
분명 한국 땅 여기저기에 떨어지고 있음에도 적막함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찍이 떨어져 있던 빛의 꼬리가 내게 이어졌다.
번쩍!
엄청난 빛이 옥상을 환하게 밝힌다.
잠깐 멀어진 시야를 회복한 이후.
웅웅웅.
바로 눈앞, 작은 공명음을 토하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이게 진짜 나왔네?”
거대한 무언가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파편.
그건 내게 무척 익숙한 것이었다.
『고대의 파편』
고대의 파편이라 불리는, 신비한 힘을 품은 조각이었다.
‘이것으로 인해 불신이 시작되지.’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조, 그 모든 현상을 평화에 찌들어 있던 인류에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전조와는 비교할 수 없다.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
고대의 파편은 특정한 조합을 완성해야만 힘이 발휘되는, 기벽과 똑같은 원리로 적용된다.
조합을 완성, 자신의 전력을 강화하는 방식.
물론 그것을 가져오는 과정 중 약탈, 살인 등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파편에 새겨진 문자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눈앞에 있는 조각, 그 파편에 새겨진 글귀를 응시했다.
『天』
선명하게 보이는 글귀.
“…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대의 파편을 얻은 거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꽤 높은 확률로 각성자의 손에 들어가기도 하니까.
그런데 천이라니.
내가 알기로 천은 전 세계에 다섯 개 이하로 떨어진, 입수 난이도 최상의 것이었다.
설마 내 손에 그 귀한 파편이 떨어질 줄이야.
“아무래도 휴식은 끝난 것 같네.”
시작된 세 번째 전조.
일행에게 편하게 휴식하라 말해 뒀지만, 아무래도 그 달콤한 휴식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
태왕 그룹의 회의실.
그룹의 중역들도 입장할 수 없는, 오직 선택된 몇몇이 입장 가능한 그곳에 자리가 채워졌다.
“….”
침묵에 휩싸인 장내.
그곳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윤찬을 비롯한 강회장, 영웅, 윌리엄, 예일, 정도환, 그리고 새로이 합류한 리우옌이었다.
“어제 한 건 했더라?”
본격적인 회의 전, 영웅을 향해 말했다.
“한 건은 무슨. 지금도 너무 늦었지.”
머리를 긁적인 영웅이 답했다.
쑥스러워 가볍게 말했지만, 그게 절대 가벼운 게 아니었다.
‘특성을 한 단계 진화한 건 물론 폭마의 특성까지.’
일전에 처리한 정민석.
폭마라는 강력한 특성을 개화한 놈을 잡아 왔다.
그 특성은 고스란히 강회장이 흡수하게 되었고, 더불어 녀석과의 결투를 통해 특성을 1단계 진화.
‘가장 괄목할 만한 건 두려움을 없앤 것.’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더 주목한 건 녀석이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것이었다.
나름 지옥 훈련을 거치고 그간 괴롭혀 오던 정민석마저 스파링에서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오랜 시간 담아 두었던 성격, 두려움을 떨쳐낼 순 없었다.
그러한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굳이 나서진 않았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그건 오직 자신의 힘으로 이뤄 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괜히 인위적인 도움으로 그것을 무마했다간 언제고 다시 터질 문제.
그렇기에 홀로 극복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렸다.
그리고 어제, 그 믿음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정민석과의 싸움을 계기로 오랜 시간 동안 쌓아 두었던 두려움이라는 짐승을 이겨 냈다.
그건 살포시 짓는 여유로운 웃음만 봐도 알 수 있다.
항상 어딘가 긴장되어 보이고, 조급해 보이던 녀석이 회귀 전과 같은 여유를 되찾았다.
‘지금부터 빠르게 성장할 테지.’
회귀 전에도 두려움을 이겨 낸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아, 물론 대기만성이라는 기벽으로 인해 성장 속도가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초반에 성장이 느리다는 극악의 단점이 있는 대기만성.
하지만 이번 세 번째 전조를 통해 그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그건 넘어가고.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죠.”
영웅의 성장을 축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회의에 들어갔다.
“…어제 그 현상을 보신 분?”
스윽.
손을 든 건 영웅와 예일, 두 사람이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이런 조각을 얻었어?”
옥상에서 얻은 고대의 파편을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아니.”
“아니요.”
아쉽게도 둘은 고대의 파편을 얻지 못한 것 같다.
하긴, 확률이 높은 편이 아니니까.
“그게 뭔데?”
윌리엄이 물음에.
“세 번째 전조의 시작을 알리는 물건.”
“세 번째?”
“으음….”
세 번째 전조.
이미 전조에 대해 내게서 들은 적 있는 그들이 침음성을 흘린다.
사태의 심각성을 단번에 깨달은 탓이다.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전조가 훨씬 일찍 시작된다고 봐야겠군.”
강회장은 내 이야기의 핵심을 짚어 냈다.
“예. 그리고 종말 또한.”
“….”
침묵이 휘감아 돈다.
직접 경험해 본 적 없으나 충분한 설명을 통해 종말이, 그 지옥이 어떤지 간접적으로 체험해 봤기 때문이다.
종말이 다가온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뭐, 당장은 종말이 시작된 게 아니니 그렇게 무게 잡을 필요는 없고요.”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일어나는 건 아니다.
지금도 회의를 소집한 건 종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 세 번째 전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전 세계에 떨어진 고대의 파편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이 찾아올 겁니다.”
아직 고대 파편의 용도에 대해 몰라 다들 눈치만 보고 있지만, 곧 시작될 거다.
‘고대로부터 시작된 가장 치열한 경기가.’
이 자리는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대비할지에 관해 모인 것이었다.
“고대의 파편이 떨어졌으니 이제 곧….”
회의의 주제로 돌아가 그것에 대해 설명하려고 할 때.
「아아! 들리십니까?」
그보다 먼저 귓가에 울리는 음성이 있었다.
“음?”
“뭐야 이거?”
“갑자기 말소리가…?”
“어디…?”
당황한 이들이 고개를 좌우로 살핀다.
그러나 음성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을 턱이 없다.
귓가에 들리는 이 음성은 인근이 아닌, 여기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것이니까.
“쯧.”
혀를 찼다.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고 했는데, 그걸 막네.’
회의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최대한 이득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본래는 며칠 뒤에나 나와야 할 ‘진행자’의 음성이 귓가에 꽂히고 있었다.
조금 김이 새긴 하지만, 별수 없지.
가만히, 들려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고개를 돌려 봐야 저를 찾을 순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과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니 말입니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럼, 궁금할 겁니다. 대체 왜? 이 녀석은 뭐 하는 녀석이기에 갑자기 이렇게 말을 전하는 걸까? 예. 그래서 제 소개를 간단히 드리자면 저는 이번 경기의 진행을 맡은 진행자입니다.」
세 번째 전조가 특별한 이유는 진행자라는 존재의 등장이다.
물론 녀석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없지만, 종말이라는 세계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인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첫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여러분, 조금 전 세계에 일어난 변화를 보았을 겁니다. 밤하늘을 장식한 유성비. 그것은 여러분들이 알던 일반적인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고대의 파편이라는, 신비한 힘을 지닌 조각이 이 세계에 발현된 아주 중요한 순간이지요.」
음?
듣다 보니 조금 이상하다.
분명 내가 기억하기론(물론 그 대부분이 현자가 전해 준 정보지만) 지금과 같은 내용의 말은 없었다.
고대의 파편이니 신비한 힘이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회귀 전, 녀석이 전해 준 내용은 이제부터 시작될 경기에 관한 것이 주를 이뤘었다.
‘시간의 여유를 주지 않고 시작한 만큼 고대의 파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넘어갈 셈인가?’
시일이 앞당겨진 만큼 그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 같다.
어이쿠, 친절하기도 하지.
그렇게 친절할 거면 종말도 좀 쉽게, 친절하게 만들어 주던가.
별것도 아닌 걸로 생색은.
「그런데 이 고대의 파편이라는 게 참 얄궂은 녀석이지요. 누구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손에 넣었는데, 또 누군가는 구경도 못 해 봤을 테니 말입니다.」
말 그대로다.
고대의 파편이 떨어지는 곳은 무작위.
내가 天의 파편을 얻은 건 지극히 운이 좋아서일 뿐, 원래라면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제가 진행하는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선 이 고대의 파편이 필수. 그렇다면 지금 파편을 얻은 이들만 앞으로 진행될 경기에 참여하는 거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고대의 파편은 전 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그 파편을 찾으십시오.」
운이 좋은 각성자는 파편을 얻었다.
하지만 나머지 파편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어딘가로 흩어졌다.
이제부터 시작될 경기, 그 중요한 스트림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대의 파편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
「하지만 파편을 얻는 게 그리 쉽진 않을 겁니다. 파편의 기운에 오염된 강력한 괴물, 잊힌 존재들이 그것을 지키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운이 좋은 소수를 제외하고선 그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빌어먹을 파편의 전쟁이.”
종말 전, 가장 많은 피가 흐를 파편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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