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
007화.
“그러니까 이게 수천 년 된 삼이다?”
사모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설명을 들은 회장은.
“농이 지나치군.”
피식- 웃으며 단언했다.
“안사람에겐 통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냐.”
알고 있다.
그에게 어떠한 거짓말도 통하지 않은 거란 걸.
맨손으로 시작해 이만한 기업을 일으켜 세운 거물이다.
오죽 많은 사기꾼을 만나 봤을 것이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통찰력은 범인을 넘어섰을 터.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자백은 아니나 은근히 돌려서 시인했다.
물론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회장님이 깨어나셨다는 게 중요하죠.”
그것이 어떤 식이었든 결과적으로 호랑이가 깨어났으니 말이다.
“확실히 그렇지.”
거짓말에 대한 부분을 그냥 그렇게 넘긴다.
“그렇다면 묻지. 내 치매 증상이 완치된 게 확실한가?”
기대감을 담은 그 질문에.
“아뇨.”
단언하는 그 말에.
“이봐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색이던 사모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인의 몸이지만 재벌가를 지탱해 온 안 주인, 그 기세가 제법 사납다.
“그만 앉지.”
화난 사모님을 진정시키는 호랑이.
“당신, 지금 이 이야길 듣고도….”
“그만.”
오랜 병환으로 노쇠했으나 특유의 그 눈빛, 마치 호랑이와 같은 그 압도적인 눈빛에 사모님이 자리에 앉았다.
“지금은 호전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증상이 악화될 겁니다.”
“그런가? 지금은 이렇게 멀쩡한 것 같은데.”
“예. 짧지만 완치된 것과 같은 효험을 보이는 거죠.”
“아쉽군.”
본인의 병세를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마치 남 이야기하는 듯하다.
사실 그게 거래의 기본이긴 하다.
거래를 하는 사람은 절대 아쉬워하는 티를 내선 안 된다.
그것이 몸에 밴 사람이기에 평정심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듣기론 내 병세를 완치할 약을 찾아왔다고 들었는데.”
“물론 들었던 그대로입니다.”
“조금 전에는 완치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것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상자 안에 있는 장뇌삼을 흔들어 보였다.
“진짜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로군.”
“맞습니다.”
확실히 거래에 통달한 사람이라 말이 잘 통하긴 한다.
“이 삼은 효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한 것.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흐음.”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바라본다.
진실을 캐내려는 장사꾼의 시선.
그러나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살았어도, 장사에 도가 텄어도 내 진실을 파헤치진 못한다.
20년.
무려 20년 동안 종말에서 굴렀던 내 심상을 캐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어렵군.”
“무엇이 말입니까?”
“자네. 좀처럼 읽기가 힘들어. 마치 노련한 장사꾼, 아니 백전노장을 보는 듯해.”
“칭찬 감사합니다.”
몇 마디 덕담이 오고 간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서로의 진심을 읽어 내려는 수 싸움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중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누그러진 말투.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아무리 그렇지 않은 척을 해도 결국 치료 약이 가장 필요한 건 강회장이었다.
“얼마를, 아니 무엇을 원하나?”
치료 약이 있다는 전제하에 거래를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대화로 내게 치료 약이 있음을 확신한 것 같다.
“아시겠지만, 회장님의 병세는 현대 의학으로는….”
“잡설은 치우지. 말하게. 자네가 원하는 것. 바로 이곳을 찾은 목적을.”
확실히 통찰력이 있다.
내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이곳에 왔음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화가 편하지.
“제… 후원자가 되어 주십시오.”
“….”
뜻밖의 말에 강회장도 조금 당황한 듯하다.
사실 이건 나도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본래는 몇 가지 조건으로 장뇌삼만을 전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 와서, 정확히는 정신을 차린 강회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을 바꿨다.
‘강회장,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사람이다.’
종말을 겪으며 다양한 군상을 만났다.
그중에는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의인, 거물이 될 법한 태산, 갱생이 불가능한 악인이나 살인자도 있었다.
직접 대화해 본 강회장은 충분히 종말에서도 거물이 될 법한, 흐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섰다.
‘이 정도의 카리스마,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변화를 이끌지도 모른다.’
나는 회귀했다.
그것도 종말이 일어난 지 1년 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도중 떠올린 것은 ‘변화’였다.
이 사람이 살아 있다면 어땠을까?
이 사람이 죽었으면 살육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내게 기회가 주어졌고, 강회장은 살려도 될 만한 거물이었다.
“후원자가 되어 달라? 하! 전혀 생각지 못한 조건인데.”
다시금 턱을 쓰다듬는다.
그러고서는 빤히 나를 응시.
“왜지? 억만금을 달라고 해도 능히 줄 수 있을 텐데. 굳이 후원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위험한 일인가?”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하고, 어쩌면 목숨도 잃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중차대한 일이라는 건 말해 줄 수 있다.
“재밌군.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목숨이 달린 일을 하겠다?”
“예.”
“그리고 그 일을 위해 내 후원이 필요하고?”
“예.”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다.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어째 기괴한 사건에 엮이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은 불평을 해 대고 있으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진실을 말한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좋지. 억만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까짓 후원. 못 해 줄 것도 없지.”
화끈해서 좋다.
별 볼 일 없는 장사꾼이었다면 자신의 손익을 따지기 위해 이리저리 계산기를 두드렸을 테지만, 확실히 강회장은 배포가 다르다.
‘아니면 벌써 손익이 섰는지도 모르지.’
물론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 없으니 그것까진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적극적인 후원, 내 약속하지.”
“믿겠습니다.”
“믿어도 좋아. 나는 한 번 내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사람이니까.”
확실히 그렇지.
대통령과 면담하여 외환 위기를 끝내겠다고 자신 있게 떠든 그 일화는 정재계에서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건 조금 사족이긴 합니다만.”
“왜? 뭔가?”
사족이라는 말에도 호기심을 보인다.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기업 농사는 잘 지으셨으나 자식 농사는 영 실패하셨습니다”
“….”
얼굴이 굳는다.
“그게 무슨 말이죠?”
자식이라는 말에 먼저 나선 건 역시 어머니다.
비록 지금의 자식들은 그녀의 친자식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애정으로 돌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
“이걸….”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액정에 나오는 건 얼마 전 교내에서 있었던 싸움.
「죽어!」
그리고 칼을 휘두르는 강지환의 모습이 똑똑히 담겨 있었다.
언제든 써먹기 위해 동영상 녹화를 켜 뒀었고, 그것을 이 자리에서 풀었다.
약 10분가량의 동영상이 끝이 나고.
“….”
침묵이 이어졌다.
“…자네 말이 맞아. 확실히 자식 농사는 실패했지.”
회한이 어린 음성을 토했다.
“세상에서 가장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자식 농사라 하더니, 이 강성현이도 마찬가지였어.”
자식들, 그리고 손자들의 일탈을 어찌 몰랐겠는가.
다만 부모, 할아버지라는 이유로 눈감았을 것이다.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겠지, 그런 공통된 부모의 마음으로 말이다.
물론 그렇게 될 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강지환과 강지은, 그리고 그것을 방치한 강철준은 아니다.
‘종말에서도 거하게 사고칠 녀석들이라.’
도살자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강철준.
그 또한 종말과 함께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세 치 혀로 수만 명에 달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이끈 살인마다.
“내 방치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똑똑히 보았어.”
조금 전과 달리 결심이 깃든 음성.
“당신, 그러지 말아요. 제가 잘 타일러 볼게요.”
비록 친모는 아니나, 그게 어머니의 마음이다.
무슨 결심을 했는지 깨달은 사모가 어떻게든 만류하려 했지만.
“유진아.”
“…예.”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식이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태왕 그룹.”
“그래. 내 가장 소중한 자식은 직접 내 손으로 일군 이 태왕 그룹이야. 그런데 그것을 망치려는 벌레가 있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봐야 할까?”
“….”
자식을 벌레라고 표현했다.
그 단어 선택을 통해 강회장이 지금 얼마나 진노했는질 알 수 있다.
“놈들은 내 소중한 자식을 좀 먹는 벌레야. 지금까지 그것을 묵인하고 방관한 것만으로도 부모의 도리는 다했다고 보이는데.”
“….”
아무런 말도 못 한다.
하긴, 저렇게 클 때까지 녀석들이 좀 사고를 쳤을까.
‘호부견자라더니. 호부견자 수준이 아니라 호부충(蟲)자네.’
어떻게 저 거대한 사람 밑에서 벌레들이 나올 수 있는지, 조금 전 강회장의 말처럼 자식 농사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확실한 것 같다.
“고맙네.”
갑작스레 감사를 전한다.
“지금까진 부모의 도리라는 이유로 보고서도 눈을 감았네만, 이로써 확실히 깨달았어. 집안을 좀먹는 벌레는 마땅히 퇴치해야 한다는 걸.”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조폭을 보내 손을 썼다는 것까지 고자질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강하게 나오니 굳이 첨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는 자네에게 손을 쓰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해 놓겠네.”
하하.
첨언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강철준이 더러운 수를 써서 내게 위해를 가한 사실을 말이다.
확실히 통찰력 하나는 기가 막힌 양반이네.
“후원자, 그리고 철준이에 대한 조치. 그거면 치료 약을 받을 수 있는 건가?”
그리고 손익 계산도 확실하고.
“물론입니다.”
“되도록 빨리 받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빠른 걸 원하시니 당장 준비해 드리지요.”
망설일 것 뭐 있나.
지금 당장 여기서 ‘만들면’ 그만인 것을.
*
양해를 구하고 잠깐 주방을 빌렸다.
물론 신성한 의식이라는 이유로 그 누구의 출입도 금지했고.
“보자.”
준비물을 살폈다.
치료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본래 강회장에게 주려고 했던 장뇌삼 9뿌리다.
그냥 장뇌삼이 아니라 99강화를 해 놓은 약초.
일단 한 뿌리를 들고 집중했다.
지잉-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빛.
하지만 그건 성공의 황금빛도, 실패의 파란빛도 아니다.
순백, 새하얀 빛이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분해』
강화사가 사용할 수 있는 건 강화만이 아니다.
분해를 통해 ‘특별한 강화’에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츠츠츠츠!
분자가 재구성되듯 장뇌삼의 형체는 작은 구슬로 변했다.
초월의 구슬이다.
오직 풀강을 해놓은 물품을 분해할 때 얻을 수 있는, 약초류를 강화하는 데 쓰이는 최하급 초월의 구슬.
츠츠츠!
그것을 일곱 번 더 반복했다.
강회장이나 사모가 봤다면 놀라 기겁했을 테지만, 이게 다 더 큰 하나의 목적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초월의 구슬 8개가 완성되었다.
확실하게 확률을 올리는 게 좋으니 그 8개를 모두 손에 쥐고선.
번쩍!
강화를 시도했다.
그건 일반적인 강화가 아니라 한 단계 더 높은 등급, 진화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초월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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