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1
071화.
한 마리 여우가 있었다,
밀렵꾼에 의해 어미를 잃은 새끼 여우는 비와 추위로 인해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우에게 뜻하지 않은 기적이 일어났다.
어미를 죽인 인간, 이 잔인한 종족이 죽어 가는 여우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처음에는 같잖았다.
어미를 죽인 원수들이 아닌가.
하지만 그들은 어린 여우에게 따뜻한 보금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해주며 극진히 보살폈다.
짐승은 단순한 것 같지만, 의외로 영악하다.
자신에게 잘 대해 주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를 분간할 줄 안다.
특히 여우는 매우 똑똑한 짐승.
어린 여우는 인간의 진심을 읽고 과거의 원한을 잊었다.
사실 같은 인간이라는 거지, 그들이 어미를 죽인 건 아니니까.
그들의 손길을 받으며 자란 여우는 야생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지만, 매우 행복했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를 예쁘게 여겼고, 여우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 행복이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여우의 행복은 갑작스레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 막을 내리고 말았다.
마을을 덮친 불행은 역병.
매우 강력한 전염성 질병은 산골 외진 곳에 있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여우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왜 이렇게 오래 잠을 자는 거지?
울어도 보고 물기도 해 봤지만, 도무지 사람들은 깨어나질 않았다.
이렇게 오래 잠을 자면 배가 고플 텐데.
걱정이 된 여우는 추운 겨울, 눈을 헤치며 토끼와 쥐 등의 먹이를 사냥해 왔다.
물론 여우가 사냥해 온 양이라고 해 봐야 한 사람의 허기조차 채울 수 없는 정도.
하지만 여우는 그저 자신이 받은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이 걱정되어 끊임없이 먹이를 사냥했다.
무리한 사냥으로 인해 허기가 지고, 상처도 늘어났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물어 온 먹이를 먹지 않았다.
부패하고 벌레가 들끓어도, 그저 사람들이 일어나 이것을 먹기를 바라며 사냥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몇 주가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일어나질 않았고, 여우는 지쳐 버렸다.
당장 눈앞에 있는 먹이를 먹는다면 허기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여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의 곁으로 가 꼬리를 만 채로 포개어 누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다시금 일어나 있기를 바라며.
*
‘여우는 죽었다.’
몇 주 동안 먹이를 먹지 못했으니 죽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당시 죽은 여우는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어떻게?
‘그게 고대 파편의 힘이지.’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비, 그 고대의 파편이 하필이면 여우의 시체에 스며든 것이다.
과거, 사람들에 의해 목숨을 구해진 여우는 고대의 파편이라는 신비한 힘에 부활하였다.
두 개의 꼬리를 가진 이미호라는 존재로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불행하게 만든 게 아냐.”
아마 녀석도 알고 있을 거다.
다만 부정하고 싶을 뿐.
그래야만 자신의 행복이 유지될 테니까.
“너.”
손가락으로 여우를 가리켰다.
“네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거지.”
「웃기지 마!」
콰콰콰콰콰!
뿜어대는 영압의 기세가 거의 폭풍이 되었다.
피부가 따끔할 정도의 그 기세는 분명 굉장한 수준이었지만.
‘이미호의 수준은 이 정도인가.’
정보는 있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몰랐다.
과거 경험했던 구미호와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의 나도 그때와는 다르니까.
스릉.
뽑아 든 이상한 띠의 검을 꽉 쥐었다.
긴장?
긴장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이미호는 한국 땅에선 유일하게 2개의 파편을 흡수한 괴물이니까.
「제발….」
스으으-
녀석이 내뿜는 영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건 폭풍 전의 고요와 같은 것.
「…우리 앞에서 사라져!」
웅웅!
분노와 함께 입에서 토한 것.
그건 영롱한 빛을 내뿜는 구슬이었다.
『여우 구슬』
구미호가 발휘하는 힘, 영력의 상징.
비록 칠색 영롱한,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나름의 영롱한 빛을 뿜고 있다.
그것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인정받을 만하다.
그렇기에.
팟!
치고 나갔다.
폭발하듯 앞으로 튀어 나가 거리를 좁혔다.
그 순간.
파지직!
녀석의 주위로 엄청난 양의 스파크가 튀었다.
‘번개!’
여우 구슬은 여러 가지 속성이 담긴 신비한 구슬.
지금 발휘된 건 번개의 장막, 전류가 흐르는 방어막을 만들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힘이다.
구미호류가 까다로운 이유가 이거다.
각종 속성을 사용하여 온갖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패턴을 파악하는 게 힘들다.
‘일단 하나.’
빠르게 뒤로 몸을 뺐다.
번개의 장막에 손을 댔다간 경직 효과로 인해 역으로 당할 수 있다.
「도망갈 수 없다!」
하지만 단단히 화가 난 녀석은 날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번쩍!
섬광이 일었다.
오싹!
전신을 휘감아 도는 오싹한 감각.
스산한 그 감각은 오른쪽 뒤에서 느껴지는 것.
돌아보면 늦는다.
번쩍!
신속의 검, 생각할 것도 없이 검격을 날렸다.
카앙!
손아귀가 저릿하다.
놈, 이미호가 손톱을 길쭉하게 내밀어 클로처럼 사용하고 있다.
‘하필이면 번개라.’
번개는 자연 속성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다.
속도와 파괴력은 물론 경직을 유발하는 특수 효과까지.
하필 여우 구슬에 깃든 속성이 번개라는 건 예상외의 상황일 수밖에 없다.
번쩍!
다시금 섬광이 번쩍이며 뒤, 사각지대를 노린다.
맞서지 않았다.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는 곳을 피해 앞으로 굴렀다.
「쥐새끼 같은 녀석!」
거리를 벌린 채 자세를 잡았다.
조금 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진 않는다.
그럴 수밖에.
‘강력한 만큼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지.’
여우 구슬의 사용은 엄청난 영력을 요구한다.
물론 이미호 정도의 요물이라면 금방 그 힘을 회복할 수 있을 테지만, 약간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연속 사용은 두 번.’
대충 탐색은 끝났다.
스윽.
코트 안, 준비하고 있던 것 중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주황색 절연장갑.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막는, 고전류 작업을 하는 직업을 위해 고안된 장비 중 하나였다.
내 전투 스타일은 완벽을 추구한다.
그건 직업과도 연관이 있다.
일개 강화사에 불과하기에 전투에 도움이 되는 온갖 보조 도구를 사용한 것, 그것이 습관처럼 굳은 것이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여우 구슬을 상대할 걸 알고 있었고, 각 속성을 대비할 만한 수단을 준비했다.
번개를 부린다면 고무를 통해 그것을 방지하면 그만.
곧바로 양손에 장갑을 꼈고.
「인간, 죽어!」
능력을 회복한 이미호가 섬광과 함께 옆을 노렸다,
카앙!
육감을 활용한 방어와 함께.
팟!
저릿한 충격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검을 베었다.
파지직!
순간적으로 발현되는 번개 장막.
주변을 감산 그 전류를 건드린다면 검을 타고 흐른 번개의 기운으로 인해 경직 현상이 일어날 테지만.
서걱!
그대로 가슴을 베었다.
「크흑!」
용케 몸을 틀어 피했지만.
뚝.
새빨간 선혈이 베어진 가슴, 그 상처 사이에서 새어 나온다.
그 순간.
웅웅!
여우 구슬이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색을 확인한 즉시.
여우 구슬의 속성을 변화시킬 속셈.
『광폭화』
『절대 승리』
모드레드의 광폭화.
아서 왕의 절대 승리.
두 개 보석의 힘을 동시에 발현하였다.
스스, 츠츠츠!
새어 나오는 검붉은 기운과 이와 대조되는 황금빛 기운.
콰앙!
지면을 박찬 순간 육신은 공간을 넘어 여우에게 닿는 중이었다.
「하압!」
조금 늦었다.
화륵!
여우 구슬에서 발현된 푸른 불꽃.
찰나 수십 개 생성된 그것이 사방으로 흩어진 채 쇄도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스윽!
차분하게 검을 휘둘렀다.
스스슥!
허공에 어지러이 그려지는 궤적.
비록 윌리엄이나 강호의 무사들처럼 일정한 형식으로 만든 검격은 아니나 빠르고 강하다.
최소한의 동선을 그리는 궤적으로 인해.
팟!
이미호가 발현한 여우불이 꺼졌다.
하지만 받아 내야 할 건 하나가 아니다.
화르륵!
왼쪽 가슴 부근에 닿은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타오르려 했다.
피식.
금방 꺼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입고 있는 코트는 내열 처리가 된 것이었다.
이성 강화를 마친 내열 코트는 여우불의 강력한 열기에서 나를 보호해 주었다.
바지 또한 마찬가지.
일반 청바지처럼 보이는 그것도 내열 처리가 완료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상하체 한정.
머리에 여우불을 맞는다면 화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녹아내리고 말 것이다.
슥, 스스슥!
머리로 오는 여우불을 모두 잘라 냈다.
지금의 내 검술 실력으로는 그 모든 걸 다 막아 낼 순 없지만.
휙!
여우불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절대로 승리하는 운세.
두 기벽의 만남으로 완성된 힘으로 인해 승리하는 우연이 발생했다.
최소한의 불을 막아 내면, 나머지는 이 기벽이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기에 물러나지 않았다.
속도를 유지한 채, 빠른 속도로 이미호에게 접근했다.
그 속도는 무척 빨랐고, 여우 구슬에서 발현된 여우불이 완전히 발현되기 전이었다.
“체크메이트.”
검이 놈에게, 정확히는 여우 구슬에 닿았다.
콰직!
이상한 띠의 검이 영롱한 빛을 발하는 여우 구슬을 부쉈다.
「아아악!」
터져 나오는 비명.
그와 함께.
사아아아아-
여우 구슬에 모여 있던 영력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뿌연 연기와 같았다.
그러나 잠시 후, 그것은 빛의 입자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안 돼, 어째서, 어째서 나만….」
털썩 주저앉은 녀석의 눈망울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일어나는 변화.
스으윽.
마치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것처럼 12세 소녀였던 녀석의 육신이 빠르게 노화하기 시작했다.
여우 구술에 쌓여 있던 영력이 사라지면서 녀석 또한 본래의 모습으로,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
「…왜 나만 불행해야만 하지.」
어미를 잃고, 이후 자신을 정성껏 보살펴 준 인간들도 잃었다.
아마 녀석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죽은 원혼들을 여우 구슬에 봉인한 채 행복의 마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삐뚤어진 생각이다.
죽음에 든 혼은 안식을 얻어야 한다,
녀석이 억지로 붙들어 매는 건 오히려 그들을 괴롭히는, 일종의 저주와도 같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
내 말에 녀석이 고개를 든다.
짧은 순간, 12세의 소녀는 사라지고 그곳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의 노인이 있었다.
「어미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두 잃었어.」
“어미를 잃은 건 맞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의문을 토하는 그때.
여우 구슬에서 새어 나오던 빛의 가루, 그것이 녀석의 옆에 떨어졌다.
그리고.
「미호야.」
희미한 형체, 그건 사람의 혼이었다.
「비록 네가 우릴 묶어 두고 있었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
「미안하구나. 네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 써 줘야 했거늘.」
하나둘, 마을 사람들의 혼이 나타났다.
「엄마, 아빠, 그리고 소중한 내 형제들….」
무리 생활을 하는 여우이기에 함께 생활한 그 모든 마음 사람들은 형제일 수밖에 없다.
「고생했다.」
「그리고 미안하구나.」
「너를 외롭게 해서.」
마을 사람들의 혼이 미호를 감싸 안았다.
그 순간.
쑤욱.
육신에서 빠져나온 혼.
그건 인간이 아니라 작은 토종 여우였다.
「끼익-」
깡충깡충 뛰며 마을 사람들을 핥는다.
그것이 바로 녀석, 미호의 본 모습.
「자, 같이 가자꾸나.」
마침내 안식을 얻게 된 마을 사람들은 미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홀로 녀석을 내버려 둔 점을 사과하며 신나서 방방 뛰고 있는 녀석과 함께 안식을 얻었다.
휘이잉-
불어온 바람에.
스스스스.
미호의 육신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투툭.
그리고 떨어진 것.
『刮』
『目』
괄목(刮目)이라는 두 개의 고대 파편이었다.
녀석이 영혼을 가둘 정도의 강력한 힘을 사용한 건 2개의 파편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걸로 두 개는 구했고.’
나머지 2개, 윌리엄과 예일이 임무에 성공한다면 그 기벽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