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7
077화.
“…여기, 원래 이렇게 조용했던가요?”
과거 파리로 여행을 와 본 적이 있던 예일이 의문을 뱉어 냈다.
“그럴 리 없지. 여기 파리의 중심가거든. 관광지도 많아서 매번 사람이 넘치는 곳이었지.”
“그런데 왜?”
“말했잖아. 곳이었다고. 두 번째 전조와 함께 상황이 바뀌었거든.”
“그 말은….”
“어. 카타콤. 그게 이런 유령 도시를 만든 원인이지.”
현재 나와 일행 전부가 도착한 곳은 파리, 카타콤의 입구가 있는 곳이다.
본래는 파리의 시민, 그리고 관광객으로 북적여야 할 그곳은 한산하기만 했다.
한산한 정도가 아니지.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유령 도시가 되어 있었다.
“카타콤이라 하면….”
“본래는 로마 시대부터 있었던 채석장이에요. 근데 루이 16세가 도시 미화 정책을 펼치면서 묘지를 파헤쳤고, 그 유골을 모두 모은, 아주 끔찍한 장소가 되었죠.”
가이드를 받은 적이 있는 듯 예일이 유창한 설명을 이어 갔다.
“그리고 지옥의 입구가 있다거나 악마가 돌아다닌다는 둥의 소문이 있기도 하고요.”
“악마라. 확실히 심상치 않은 곳이로군.”
예일의 설명에 강회장이 턱을 쓰다듬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눈치 빠른 이 양반은 대강 깨달았을 것이다.
이번 여정이 상당히 힘들 것임을.
“그나저나 그 녀석이 카타콤으로 들어간 건 확실하죠?”
생각에 빠진 강회장에게 물었다.
“확실히 카타콤에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았네. 믿을 만한 녀석의 보고니 확실할 걸세.”
“예. 그럼 다행히고요.”
이번 일은 확실한 정보가 필수다.
왜냐하면.
‘지옥을 들어가는 셈이니까.’
카타콤 안, 그곳은 정말 지옥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곳이다.
웬만한 각오가 아닌 이상, 그에 합당하는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들어가기를 꺼렸을 정도로.
하지만 녀석이, 그 특성을 개화한 놈이 그곳에 들어갔다면 충분히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다.
더불어.
‘잘만 하면 그것들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가장 중요한 녀석과 함께 부수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경기가 열리기 전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어서 올 생각은 없었지만, 녀석이 들어갔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남은 불안감을 털어 내며 카타콤의 입구로 이동했다.
“워. 이거 들어가기도 전에 살벌함이 느껴지는데?”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듯 영웅이 말하자.
“음. 진짜 그러네.”
윌리엄이 받았다.
일행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에 동의했다.
단 한 명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래요? 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오직 예일만이 카타콤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느끼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괜찮은 것 같다고?”
예일의 말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말.
하지만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내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부정한 힘에 가장 격하게 반응해야 할 성녀가 괜찮은 것 같다니.’
카타콤 안을 지키고 있는 존재는 신성함의 반대에 선 악마들이다.
성녀라는 특성을 개화한 예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 반응했지, 덜하진 않을 터.
그러나 녀석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다.
전조가 그러한 것처럼 회귀 전과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높은 확률로 카타콤 내부의 상황도 바뀌었을 것이다.
물론 그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최대한 회귀 전과 같아야 내가 지닌 정보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죽치고 있을 순 없지.’
결국, 움직여야 한다.
조금의 불안감은 있지만, 나는 나를, 그리고 지금까지 성장한 동료들을 믿는다.
“가 보죠.”
혹여 있을 변수를 없애기 위한 만반의 준비는 갖춰 두었다.
그렇기에 망설이지 않고 카타콤의 입구, 그곳을 넘어 내부로 들어섰다.
지잉-
틴타겔 성에서 느꼈던 이질감이 육신을 감싼다.
분리된 공간, 혹은 강력한 결계를 넘었다는 증거.
‘카타콤 내부는 모든 이동 관련 특성을 차단한다.’
순간 이동이나 공간 이동, 그리고 포탈 등.
지역을 넘어갈 수 있는 특성을 차단하는 결계다.
게다가.
투웅!
다시금 밖으로 나가려 해도 투명한 벽에 막힌 것처럼 나갈 수 없다.
카타콤의 문제를, 그 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다.
“자, 그럼….”
조심스레 이동을 명할 때였다.
“…음?”
기묘하게 거슬리는 게 있다.
입구의 오른쪽, 분명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다가갔다.
“….”
아마 육감이 아니었으면, 그리고 그것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면 그냥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여깄었군.”
이곳에 온 목적 중 하나.
덥석.
자연동화로 숨어 있는 녀석을 붙잡았다.
“헉!”
놀란 녀석이 경기를 일으키듯 펄쩍 뛴다.
하지만 자연동화 기벽과 그 특성을 제외하면 별다른 전투 능력이 없다.
완력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아 놓은 후.
“진정해, 해치지 않을 테니까.”
해치긴, 앞으로 함께할 소중한 동료인데.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아주 풍족하게 보살펴 주마.
“정, 정말인가요?”
토끼 눈과 같이 커진 두 눈은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럴 만도 하지.
주변에 일어난 끔찍한 참상.
그건 일개 소년에 불과한 녀석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었다.
아무리 겁을 상실한, 질풍노도의 꼬맹이라 해도 공포에 잡아 먹히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이지. 그러니까 안심하라고. 자, 심호흡 좀 하고.”
정신이 나간 녀석을 위해 잠깐의 여유를 주었다.
“후우-”
다행히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게 아닌 모양.
심호흡하며 조금은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다.
“이름은?”
줄곧 궁금했었다.
그토록 애타게 찾던, 나를 애먹인 녀석의 이름이 무엇일까.
“진우요. 박진우.”
“박진우.”
그 이름을 머리에 새긴 후.
“형이 궁금해서 그러는데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지?”
주변에 가득한 시체.
대부분은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몇몇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온기가 남아 있다.
게다가 가슴 쪽에 보이는 검은달 배지는 놈들의 소속을 말해 주는 것.
나름 강력한 세력을 구성한 놈들이 이렇게 형편없이 당할 정도 분명 무언가가 있다.
물론 카타콤 안에는 아주 강력한 존재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카타콤 깊숙한 곳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데.’
현자의 정보에 의하면 녀석은 카타콤 깊숙한 곳, 은밀한 자신의 연구소에 박혀 있다.
그런 녀석이 입구부터 나와 학살했다?
그건 현자의 정보와는 전혀 다른 사실이다.
그렇기에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자연동화를 통해 그 모든 광경을 보았을 진우, 녀석의 입을 통해서.
“그게….”
막 무어라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 때였다.
“으악, 으아아아악!”
마치 미친 것처럼 발버둥 치며 한곳을 가리킨다.
오싹!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위압감.
지익!
배낭을 열어 발악하고 있는 녀석을 욱여넣었다.
일반인인 녀석은 앞으로 일어날 전투를 감당하지 못할 테니 어떻게든 숨겨야만 한다.
휙, 뒤로 돌았다.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기운.
‘…설마?’
녀석이 가리킨 곳으로 고래를 돌린 순간.
「음메에-」
나는 볼 수 있었다.
염소 머리와 인간의 몸, 그리고 검은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괴물.
“…바포메트?!”
바포메트.
놈은 이곳에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한, 아니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아주 강력한 존재였다.
*
『종말, 그리고 18년 후』
드드드득!
대지가 격동하고.
콰아아아!
대기가 고통에 울부짖듯 굉음을 토한다.
“….”
이 엄청난 변화에 정렬한 이들, 인류는 침묵을 지킨 채 자리를 지켰다.
채 1,000명이 되지 않는 인원.
그들 모두는 최후의 전쟁에서 승리한 백의, 그곳에 소속된 이들이었다.
여전히 선두에 선 검성 윌리엄은 굳건한 신념이 담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윌리엄을 도와 백의를 최후 승자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강존 신윤찬.
본래는 강호 소속으로 적이었으나 윤찬의 돌발 행동으로 합류한 독마 리우옌.
마찬가지로 다른 세력이었으나 윌리엄의 삼고초려로 뜻을 굽히고 백의와 뜻을 함께하게 된 현자 율리우스 등.
그들 모두는 윌리엄과 한뜻이 되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고작 이 정도로 놀라기엔 지금껏 지금까지 겪어 온 시련과 과정이 너무 혹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면만을 바라보길 얼마.
쿠아아앙!
멀찍이 떨어진 곳, 그곳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검은 연기를 동반한 그 폭발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츠츠츠츠츠!
새어 나온 연기가 서서히 형체를 이루어 간다.
잠시 후 완성된 것은 거대한 문이었다.
거대하고 네모난 문, 그리고 그 안은 핏빛의 기운으로 칠해져 있다.
스윽.
그리고 그 문을 뚫고 나오는 존재가 있었다.
「….」
미남자다.
흑요석을 박아 넣은 듯한 눈동자와 탈색한 듯한 하얀 머리칼, 그리고 조소를 머금은 입.
마치 세상을 비웃는듯한 그의 등장에 윌리엄을 비롯한 백의의 모두가 움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오오오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그의 기도가 장내를, 아니 세상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기세는 18년 동안 온갖 시련을 헤쳐 온 최후의 생존자들에게도 긴장감을 심어 줄 만큼 위협적이었다.
도대체 그가 누구이기에?
“…벨제뷔트.”
폭식의 대악마.
지옥의 지배자.
온갖 대단한 이명을 지닌 그는 초월자라 불리는 악마들 가운데서도 정상에 선 존재.
「모처럼의 지상 나들이로군.」
눈앞에 있는 인간들을 확인한 그의 입꼬리가 더욱더 올라간다.
「흔치 않은 이 기회를, 피의 파티를 즐겨야겠지.」
스윽.
그의 가벼운 손짓에.
콰챠챠챠챵!
지옥의 문을 봉인하고 있던 결계가 깨졌다.
그 순간.
척척척.
벨제뷔트의 뒤로 무수히 많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옥군단.
본래는 지하, 유황으로 가득한 폐허에 있어야 할 그들이 지상에 나타난 것이다.
「가라, 그리고 영원히 지속되는 이 전쟁을 끝내라!」
지옥의 지배자는 영원히 지속되어 온 신마전쟁(神魔戰爭)을 끝내길 원했다.
「대공을 명을 따릅니다!」
우렁차게 대답한 지옥군단이.
두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며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목표는 정렬해 있는 인류, 바로 백의를 향한 것.
스릉-
그 모습을 본 윌리엄이 검을 빼 들었다.
“영광(Glory)!”
열화판이 아닌 진(眞) 엑스칼리버에 깃든 영광의 힘이 모두에게 깃든다.
사기는 상승하고 육체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까앙!
강존 신윤찬.
그가 모루를 두드리며 맑은 쇳소리를 냈다.
번쩍, 번쩍!
백의에 속한 모두의 무구가 한 차례 번쩍이며 임시 강화가 이루어졌다.
무기의 날을 갈고, 방어구의 내구도와 광택을 더한다.
비록 영구적인 효과는 아니지만, 영구 강화와 중복이 가능하기에 단기 전투에 매우 유용하다.
“우와아아아아-”
그와 함께 장내를 떨어 울리는 함성.
이 용맹한 전투의 함성으로 전투에 대한 고양감이 차오른다.
온갖 보조 효과를 더해 주는 특성과 능력으로 인해 백의의 전력은 한층 상승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이.
「하찮은 인간!」
「피의 제물이 되어라!」
순식간에 접근한 지옥 군단이 강력한 기운을 발산하며 맹공을 가했다.
화르륵!
지옥의 불길,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강력한 불길이 백의를 덮친다.
“….”
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우웅!
그들을 보호하는 황금빛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아라!」
머리 위, 인류에게 보호막을 걸어 준 이들이 나타났다.
펄럭펄럭!
순백의 날개를 펄럭이는 그들은 전투 천사.
눈앞의 악마, 지옥 군단에 대항하기 위해 백의가 깨운 선의 존재들이었다.
순백의 검과 창을 든 그들이 천공을 지배했다.
「보아라!」
선두, 황금빛 검을 든 이가 소리친다.
그의 머리 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왕관이 있었는데, 그 왕관에 장식된 별은 여섯 개였다.
모든 전투 천사를 다스리는 대천사 중 하나인 카마엘.
「여기 사악한 종자들이 날뛰고 있으니.」
콰르릉!
마치 천둥과도 같은 음성이 귓가에 꽂힌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짧은 순간, 카마엘과 윌리엄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끄덕.
모종의 거래를 통한 동맹.
그리고 지금 그들은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악을… 멸하라!」
카마엘의 명령과 함께.
슈우우웅!
저공비행을 시작한 천사들이 지옥 군단을 향해 나아갔다.
「저 오만한 무리를 심판해라, 모조리 죽여라!」
천사를 본 벨제뷔트가 흥분하여 말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천사란 종족은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제멋대로인, 안하무인의 벌레에 불과했다.
소름 끼치는 날파리 수천이 허공을 장식하고 있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존재가, 태초부터 존재해 왔던 신마전쟁의 서막이 다시금 올랐다.
“우리도 구경만 할 순 없지.”
분명 인류는 이 무대의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련을 넘어 다음으로 가기 위해서는, 종말의 마지막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저벅.
처음에는 느릿하게.
타타탓.
하지만 이내 빠르게.
두두두두두!
그리고 다음 순간 거친 야생마가 된 듯 한창 천사와 대치 중인 지옥 군단과 맞부딪쳤다.
인간과 악마, 사실상 태생부터가 다르다.
육체, 특성,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악마는 인간의 상위 호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서걱!
인간은 악마를 넘어섰다.
18년 동안 종말에서 생존한 인류는 초월자라 불릴 만한 능력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상급 악마도 아니고 군단이 대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하급 악마가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물론 중급, 그리고 그게 상급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콰앙!
상급의 악마 그리고리.
본래는 천사였으나 악마들에게 생포 당해 모진 고문, 정신 세뇌를 통해 타락해 버린 존재.
녹색 빛을 내는 불꽃 검을 손에 쥔 놈들의 공격은 인간의 나약한 피부로는 견뎌 낼 수 없는 열기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물러서지 마!”
윌리엄과 백의의 간부들은 이 불가항력의 존재에게 저항했다.
아니, 그건 저항이 아니다.
카앙!
압도하고 있었다.
인류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
쾅, 콰쾅!
폭발과.
「하압!」
고성과 기합성.
「으아악!」
그리고 비명이 한데 섞인 혼돈의 중심지.
주르륵.
악마와 천사, 그리고 인간이 흘린 피가 지면을 적신다.
피.
생명의 에너지.
각기 다른 종족의 피가 한데 섞이는 진풍경이 펼쳐지던 그때였다.
휘오오오!
피가 한데 뒤섞이며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건 천사도 악마도, 그렇다고 인류의 특성도 아니었다.
파아앗-
느닷없이 생성된 피의 소용돌이가 방울방울 흩어진다.
「….」
그곳에 나타난 것.
그건 염소 머리와 인간의 몸, 그리고 검은 날개를 펄럭이는 존재였다.
‘악마?’
괴물, 아니 악마다.
적이라고 생각한 윌리엄이 엑스칼리버를 들고서는 염소 괴물을 향해 짓쳐 들었다.
“멈춰!”
하지만 그의 옆을 지키던 율리우스가 다급히 그를 제지했다.
「음메-」
염소 괴물, 그의 검은 눈동자가 윌리엄에게 향한다.
그 눈빛이 점점 붉게 물들 무렵.
「사바트의 염소시여!」
율리우스, 현자라 불리는 그가 염소 괴물 앞에서 무릎을 꿇고서는 두 손을 올려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번뜩.
붉게 물들던 눈동자가 다시금 검은색을 되찾았다.
「…신어(神語)를 구사하는 인간이라니, 참으로 오랜만이로군.」
조금 전 염소의 울음과 같았던 염소 괴물, 아니 바포메트가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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