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
008화.
다행히 강화가 실패하는 일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무려 8개의 초월의 구슬을 사용했다.
본래 초월 강화의 확률은 10%.
구슬 1개당 5%가 올라가니 무려 50%의 확률.
보통 사람도 반반의 확률인데 내게는 운수대통이라는 기벽이 있다.
50%면 100%와 다름없는 확률인 것.
스으으-
희미한 오라를 발산하는 장뇌삼.
그건 초월 강화가 완료된, 진화한 장뇌삼이다.
『(★) 심마니 이춘삼 씨의 피와 땀이 깃든 장뇌삼
분류 : 소비용품(약초)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소량의 스테미나 회복, 일주일간 미량의 스테미나 증가 초월 효과 : ???(비활성화) 설명 : 심마니 이춘삼 씨가 정성을 들여 가꾼 장뇌삼. 첫 번째 초월을 거친 이 장뇌삼은 영구적인 효과를 지닌 특별한 약초로 진화했다』
초월의 증거인 별이 붙었다.
보통은 그 재료가 되는 구슬을 구하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기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주 귀한 별이다.
‘보기 힘든 것만큼 변화도 극적이지.’
일시적이었던 효과는 일주일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으로 변했다.
영구적인 효과는 아니라 해도 지친 육체에 활력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기엔 충분한 것.
그런데.
지잉-
불현듯 찾아온 현기증.
핑- 하는 그 느낌은 상당히 오랜만에 겪어 보는 것이었다.
‘아무리 일성(一星)이어도 초월은 초월이라는 건가.’
특성은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화력’이라 불리는, 일종의 정신력을 갉아먹는 행위다.
물론 과거의 나라면 고작 일성 초월로는 이러한 고갈 증상에 시달리지 않겠지만, 지금은 초기화된 특성 상태.
고작 초월 강화 한 번에 비틀대는 신세다.
뭐,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강화는 멈추지 않는다.”
초월 강화는 내 최종 종착지가 아니다.
번쩍!
강화한다.
무려 99번.
덕분에 이명 현상과 함께 어지러움이 찾아들었지만, 완성된 장뇌삼을 보니 웃을 수 있다.
『+99(★) 심마니 이춘삼 씨의 피와 땀이 깃든 장뇌삼분류 : 소비용품(약초)
내구도 : 無
고유 효과 : 소량의 스테미나 회복, 일주일간 미량의 스테미나 증가 강화 효과(9/99) : 스테미나 증가 기간 15일로 변경
강화 효과(15/99) : 스테미나 회복량 소량 증가
강화 효과(20/99) : 일시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 상태로 변경……
강화 효과(99/99) : 일시적으로 스테미나 150% 증가
풀강 효과(Max) : 질병 ‘치매’에 대한 강력한 저항 능력 부여(해당 상태면 효과 없음) 초월 효과 : 질병 치매 해제(활성화) 설명 : 심마니 이춘삼 씨가 정성을 들여 가꾼 장뇌삼. 초월로 진화를 거듭한 장뇌삼은 질병 치매를 완전히 치유하는 기적을 발휘한다』
풀강으로 인해 초월 효과가 활성화되었다.
그 효과란 건 치매라는 질병을 완벽하게 치유하는 것.
물론 치료와 더불어 각종 부가 효과가 달려 치료는 물론 노환으로 잃은 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건강을 되찾은 강회장은 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줄 테고 말이다.
*
스으으-
엔진 소리와 같은 소음이 거의 없는 세단 안.
뒷자리, 깔끔한 회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사내가 보인다.
세월의 노화가 드문드문 보이지만, 젊었을 적 여자 여러 울렸을 것 같은 미남상.
까득.
하지만 그는 무엇이 불안한지 연신 손톱을 뜯어 대며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갑자기 왜…?’
불안의 이유.
아버지의 호출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를 보아 온바, 갑작스러운 호출이 뜻하는 건 불호령을 의미했다.
요즘 증세가 심해졌다고 하더니 혹 광증을 보이는 게 아닐까.
‘그만큼 나이를 먹었으면 이제 가실 때도 됐잖아.’
속으로는 누구 욕이야 못 하겠냐마는 이건 선을 넘은, 명백한 패륜이었다.
대외적으로 조용하고 유한 사람으로 알려진 사내 강철준.
태왕 그룹 강성현 회장의 막내아들인 그 속은 시커먼 덩어리가 도사리는 듯한, 그야말로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
운전기사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빠져나간다.
불안하기 그지없는 속과는 달리 최대한 평정을 찾으려 애쓰며 저택에 도착.
똑똑-
아버지가 머무는 서재 문을 노크하며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들어와.”
담담한, 하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위축되게 만드는 음성.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래된 책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건 강철준이 가장 싫어하는 냄새였지만, 감히 티를 내지 않았다.
겉과 속이 다른 연기가 벌써 수십 년 지속되었다.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정면,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이를 바라본다.
도저히 치매 환자라곤 생각할 수 없는, 어쩐지 정정한 아버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간 강녕….”
탁-
읽고 있던 책을 책상 위에 놓는다.
“마음에도 없는 안부는 집어치우고.”
강철준은 자신의 속내가 들키지 않았을 거로 생각하지만, 전혀.
강회장은 아들의 시커먼 속내를, 삐뚤어진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묵인했다.
아들이니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강회장 또한 태왕 그룹의 회장이기 이전에 부모였다.
하지만 오늘, 강회장은 그간 들지 않았던 회초리를 들기로 했다.
“예? 그게 무슨…?”
날 선 그 말에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휘익.
품 안으로 날아오는 무언가.
나름 반사신경이 뛰어난지 곧장 날아오는 그것을 손으로 낚아챈다.
“이건…?”
스마트폰의 액정에 보이는 건 녹화 영상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곧장 영상을 재생했다.
「놔, 놓으라고!」
「죽어!」
“….”
짧은 영상.
그것을 확인한 강철준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는다.
‘이, 이게 어떻게?’
영상 안, 누구보다 익숙한 이들이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영상의 주인공은 강지환, 강지은, 쌍둥이 남매였다.
“자식 교육을 아주 잘 시켰더구나.”
반짝이는 눈빛.
마치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의 그것을 보는 듯한 위압감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시인했다.
강회장이 영상까지 준비했다는 건 이미 모든 사전 작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괜히 여기서 부인해 봐야 오히려 처벌의 강도만 더 강해질 뿐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이 하나 틀린 것 없구나.”
“죄송합니다. 저도 아비가 되어서 마음이….”
“네게 한 말이 아니다.”
자조(自嘲)였다.
태왕 그룹은 건실하게 키워 냈으나 정작 자식들은 제대로 키워 내지 못한 본인을 향한 말.
“그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더구나.”
정보통을 동원하여 강철준의 주변을 싹 털었다.
가볍게는 탈세부터 시작해, 횡령, 검은돈, 조폭, 심지어 청부 살인과 같은 끔찍한 일도 자행되었다.
물론 강회장 또한 깨끗하게만 기업을 운영한 건 아니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란 게 있는데, 그의 막내아들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거침없이 행동했다.
‘모두 내 죄인 게지.’
그것이 어찌 아들만의 잘못일까.
그릇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 방치한 그의 잘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다.
툭.
무릎을 꿇은 아들의 앞에 준비된 그것을 던졌다.
그건 통장이었다.
조금 전, 강철준의 이름으로 개설한 것.
“봐라.”
“네? 네, 네.”
감히 누구의 명이라고 거부하겠는가.
서둘러 통장을 집은 강철준이 통장에 찍힌 금액을 살폈다.
『1,000,000,000』
딱 한 줄.
10억 원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다.
“알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비는 수중에 1만 원을 가지고 지금의 태왕 그룹을 일으켰다.”
허세가 아니다.
가난했던 강회장은 공장을 다니며 모은 돈 1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태왕 그룹이라는 기업을 탄생시켰다.
“당시의 1만 원이면 지금의 100만 원쯤 될 테지만, 그래도 자식이라고 좀 더 넣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아들의 물음에.
“지금 이후로 네가 가진 모든 재산 및 사업장을 가져가겠다.”
“예?”
“어차피 그 모든 게 내 손에서 나왔으니 불만은 없겠지?”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재, 재산을 빼앗다뇨.”
“빼앗는 게 아니라 다시 가져가는 거다. 그중에 네가 직접 일군 게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빼 줄 테니,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그건….”
쉽사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생각이 나지 않는 게 아니라 없다.
지금 그가 누리고 있는 모든 건 강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
“네가 독립한 지 무려 15년이다. 남들은 상상할 수 없는 종자를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했는데도 네가 일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구나.”
첫째나 둘째처럼 그룹의 굵직한 사업을 넘기진 않았다.
하지만 남들은 상상할 수 없는 금액과 사업체를 받았음에도 발전이 없다니.
이미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새삼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물고길 잡아 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쳤어야 하거늘. 모두 내 죄다.”
그 무능함이 자신에게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기에 짧은 한숨을 내쉰다.
“긴말하지 않으마. 10억.”
강회장이 통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 돈으로 새롭게 시작해 보아라. 그리고 무언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거든 아비를 찾아오거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잡힌 물고기를 받아먹는 것에만 익숙한 아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 한다.
“아버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는 강철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마. 지금의 내 행동이 무엇이 그릇되었는지 나를 설득해 봐라.”
호랑이의 눈이 아들을 훑는다.
“….”
포식자에게 노출된 먹이처럼 경직되며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한다.
‘참으로 한심하구나.’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나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서늘한 눈빛 하나 버텨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양새라니.
결국, 강철준은 아비가 준 마지막 기회마저 살리지 못했다.
“가거라.”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책상 위에 놓인 책을 다시금 읽으며 아들에 대한 관심을 껐다.
“….”
힘없이 몸을 일으킨 강철준이 꾸벅 인사를 하며 문을 나선다.
터덜터덜.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걸음은 저택을 나왔을 때.
“X발!”
한 차례의 욕설과 함께 바뀌었다.
“개새끼. 죽여 버린다.”
붉게 번들거리는 눈.
지금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한 명, 자식들과 시비가 붙었던 신윤찬이었다.
다 놈 때문이다.
녀석만 아니었다면 동영상이 나왔을 리도 없고, 이렇게 빈털터리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뚜루루루-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예. 전화 받았습니다.」
고작 한 번의 신호음이 끝나기 무섭게 수신되었다.
“얘들 깡그리 모아.”
「…준비해 놓겠습니다.」
어떠한 의문도 없다.
명령이 떨어졌으면 그것을 행할 뿐.
“X발 새끼. 너 새끼는 반드시 죽인다.”
비록 강회장의 경고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철준은 악의로 가득 찬, 구제 불가능한 악인이었기 때문이었다.
*
“아무리 호랑이라도 자식 문제에 관해선 물러 터질 수밖에 없지.”
강회장, 그는 분명 호랑이라 불릴 만한 거물이었지만, 자식의 처분에 관해선 과감한 결단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담하는데 지금쯤 강철준, 녀석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것이다.
악과 깡만 남은 녀석의 다음 행선지야 빤하다.
“뭐, 이참에 녀석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차피 사지 멀쩡히 놔둘 생각은 없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놈이 무슨 짓을 벌일지 빤히 알고 있으니까.
강회장과의 관계?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놈이 선공을 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기 자식마저도 버릴 철혈을 타고났으니.
문제라면 작정한 놈을 막을 준비다.
번쩍!
그리고 지금 준비를 위해 열심히 강화 중이다.
녀석들에게 엿을 먹일 물품의 초월 강화, 그것은 내가 놈을 맞이하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