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inite Enchanter’s Journal of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7
097화.
몸에 힘을 주며 이를 꽉 물었다.
한 방, 그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정신만 놓지 않는다면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다.
퍼억!
“음?”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크라켄의 다리가 닿았는데 아프지 않다.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건가?
그럴 리가!
충격이 있었다면 이미 내 몸은 바다 저편을 나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나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왜?
놈, 크라켄의 다리가 육신에 닿으며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고갤 들어 크라켄을 바라본다.
「….」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움직임이 멎었다.
그리고 잠시 후.
부르르르!
한 차례 몸을 떤다.
영문을 모르는 그 떨림과 함께.
부글부글.
내게 닿은 놈의 다리가 공기 방울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인어와 머맨이 사라질 때와 똑같은 광경.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도착했구나!”
인어공주와 왕자, 두 녀석이 육지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부글부글!
다리에서부터 시작된 거품화는 곧 크라켄의 거대한 몸뚱이로 옮겨졌다.
「카아아아악!」
놈의 거대한 눈동자가 원한을 담는다.
바다의 지배자인 자신이 한낱 인간에게 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뭘 야려! 확 맥반석 오징어로 만들어 버릴라.”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내가 말이야 인마, 모든 괴물의 조상이자 근원인 오대 위상 중 하나를 상대한 몸이다.
예전이었으면 그냥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만나서 엿 같았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다.
웬만하면 크라켄과 만나고 싶지 않지만.
‘그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지.’
그건 일종의 예감이었다.
크라켄, 어쩐지 놈과는 곧 만나게 될 거라는 불길한 예감.
기이한 운명을 예감하며 서 있을 때.
츠츠츠츠!
크라켄이 만든 공기 방울이 글귀를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PISODE 1. 인어공주와 왕자의 첫 만남(完)』
첫 만남 뒤에 완(完)이 붙었다.
무사히, 이 지옥과 같은 시련을 극복한 것이다.
“끄응.”
긴장이 풀리며 앓는 소리가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저릿한 근육통은 물론 뼈마디가 쑤신다.
으득!
하지만 공진단을 씹어 삼키며 고통을 참았다.
아직 모든 일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쩌적.
고통을 인내하는 사이 주변의 공간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깨진 유리처럼 조각조각 부서지던 공간이.
콰챠챵!
이내 완전히 깨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차원의 끝을 알렸다.
빠르게 바뀌는 주변 광경.
그 변화는 너무도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이런, 이런!」
이내 익숙한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둠에 물든 공간.
그곳 중심부에서 들려오는 건 진행자의 음성이었다.
텅!
다시금 나타난 스포트라이트로 진행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설마 귀빈분께서 이렇게 일찍 시련을 완수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일찍 시련을 완수했다는 건…?”
「네. 축하드립니다. 귀빈분께서 이번 금색 시련의 우승자입니다. 짝짝짝!」
손뼉을 치며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테지.’
조금 전과 달리 침울함에 입꼬리가 내려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하다.
놈과 그 뒤에 있는 누군가는 나의 실패를 바라고 있었다.
뭐, 그것을 안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준비라는 건 해놓을 수 있으니까.
“감사는 됐어.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고대의 파편은 뭐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이번 시련의 우승으로 얻게 될 고대의 파편이었다.
명색이 금색 초대장을 얻은 이들.
그들이 이번 경기에 가지고 온 고대의 파편이 평범할 리가 없다.
「하하. 그렇지요. 아무래도 금색의 시련을 치른 귀빈분들이니 어떤 고대의 파편을 가졌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지요. 그럼.」
딱!
놈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웅웅!
빛에 감싸인 고대의 파편 2개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파편, 아쉽게도 그 글귀가 무엇인지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넌지시 녀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여 고대의 파편을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하하.
아무리 초월자라 해도 긴장이란 걸 하는 모양이다.
저 진행자가 살짝 입꼬리를 떠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아, 내가 의심이 좀 많은 편이어서. 혹시 의도적으로 고대의 파편을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해서.”
「무슨 그런 말씀을. 콜로세움을 신성한 경기장. 보상에 관해서는 절대….」
“물론 믿지. 그래서 말했잖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라고. 설마 바꿔치기하겠어. 그 절대의 법칙을 멋대로 어기면 소멸의 형을 면치 못할 텐데.”
「….」
확 티가 난다.
놈의 표정이, 그리고 전신이 경직되었다는 사실을.
그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이 새끼, 바꿨다.’
우려했던 대로 바꿔치기했다는 것을.
조짐은 있었다.
녀석은 금색 시련에 참여한 인원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파편을 가졌는지 단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었다.
본래는 알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법칙을 어기는 건 진행자와 같은 초월자에게도 무척 위험한 일이다.
위험?
아니, 그건 위험하다는 말로 할 만한 게 아니다.
초월자인 녀석도 수작을 부리다가 걸리면 소멸의 형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냥 넘어갔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테지만, 나의 이의제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지는 지금도 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기에.
「물론 그렇습니다. 과연 경험이 있으신 귀빈분께서는 꽤 많은 정보를 알고 계시는군요.」
그렇게 말하는 도중.
웅웅!
아주 잠깐, 양쪽에 뜬 고대 파편을 감싼 빛의 색이 변했다.
‘새끼!’
일부로 말을 걸면서 바꿔치기했던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
“그냥 말해 본 거야. 공정하고 신성한 이 콜로세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지.”
「하하. 실로 그러합니다. 귀빈분은 괜한 오해를 푸시길.」
“물론이지. 그럼….”
고대의 파편을 번갈아 바라본다.
“금색 경기의 우승 상품을 한 번 볼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녀석이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둥실 떠오른 고대의 파편 두 개가 내게 날아왔다.
눈앞, 잡기 좋은 위치에 자리한 그것을 손에 쥐었다.
‘과연.’
신인과 정체 모를 한 명.
그가 금색 경기장에 무엇을 들고 왔을지, 이제는 진짜 확인해 볼 시간이었다.
쥐고 있던 손가락을 펴 그것을 바라보았다.
『無』
『下』
‘좋았어!’
하마터면 소릴 지를 뻔했다.
무(無)와 하(下).
그건 내가 가장 바라고 있었던 5개 중 2개였다.
여기에도 운수대통이라는 기벽이 통했던 걸까?
설마 그것을 한 번에 넣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러면 완성됐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 하나, 그리고 이번에 입수한 두 개.
이것으로 내가 원하던, 꿈속에서나 바라지 않던 기벽의 파편 중 3개를 모았다.
물론 기벽을 완성하기 위해선 아직 하나가 필요하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제 우승 상품을 받아야겠지?”
내가 받은 건 참가를 위해 두 명이 내건 파편이었다.
정작 금색 경기의 우승, 그 상품을 받지 못했다.
「혹, 경기의 상품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신지?」
조심스레 묻는다.
“왜? 모르면 속이려고?”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귀빈분께서 아는 정보가 많은 듯하여 물어본 것입니다.」
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뭔가 수작을 부릴 때 습관적으로 웃는단 것이다.
아무래도 당황하는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것일 터.
지금도 웃는 걸 보아하니 우승 상품도 속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 요놈아.
“금색 경기의 우승 상품이라면 원하는 고대의 파편 하나. 어때, 내 말이 틀렸나?”
「아닙니다. 귀빈분께서 말씀한 대로 이 경기, 금색의 경기의 우승 상품은 우승자가 원하는 파편입니다.」
회귀가 결정된 순간 율리우스는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긴 ‘진리의 서고’에 들어가 비밀과 진실의 역사를 탐구했다.
그렇게 암시와 거짓으로 점철된 세계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고, 그중에는 인류에 공표하지 않은 금색 경기에 관한 것도 있었다.
누구도 몰랐던 금색 경기, 그 우승 상품은 바로 ‘원하는 파편 하나’였다.
그것도.
“정확히 말해야지. 제한이 없는 파편 하나로.”
「하하. 그렇습니다. 제한이 없는, 네 그렇지요.」
금색 경기장의 우승 상품은 세상에 뿌려진 고대의 파편 중 하나.
어떤 것을 원하든 우승만 한다면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결정은 신중하게?
아니.
이미 생각한 바가 있기에 거침없이 원하는 것을 내뱉었다.
“적(敵). 내가 원하는 건 바로 그거야.”
「….」
놈의 표정이 다시금 굳는다.
진행자 또한 알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3개의 파편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하는 적으로 완성될 기벽을.
「너무 성급하신 게 아닌지. 적어도 다시 오지 않는 기회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시는 게….」
이 새끼, 또 수작 부리네?
하지만 내가 그거에 넘어가겠냐.
“아니. 이미 신중하게 생각했어. 내가 원하는 건 적, 그거 하나야. 마음을 바꿀 이유가 없으니까 얼른 줬으면 좋겠는데.”
비록 내가 속한 금색 경기는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녀석들이 잘하고 있는지 관람해야 하거든.’
세 명밖에 참가하지 않은 탓에 이번 금색 경기는 싱겁게 끝을 맺었다.
그러나 다른 경기는 다르다.
일행이 참가한 청, 적, 흑의 경기가 남아 있었고, 그것을 관람할 시간은 충분했다.
여기서 허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정말 적으로 택하겠습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귀빈분께서 그렇게 확고하시니.」
손을 내민다.
웅웅웅!
조금 전과 같이 빛에 휩싸인 파편 하나가 공중에 둥실 떠올라 내게 접근했다.
‘드디어!’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환희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기다려 온 완성의 순간.
종말의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유일의 업적.
회귀를 통해서야 겨우 완성할 수 있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덥석.
날아오는 그것을 집었다.
『敵』
확실히 적이다.
다른 뜻과 힘을 품은 적이 아니라 바로 그 적.
지익.
배낭을 열어 보관하고 있었던 天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일렬로 나열한다.
『天下無敵(천하무적)』
기벽 천하무적.
세상에 상대할 만한 마땅한 상대가 없다는 뜻을 지닌 무적의 기벽이 완성된 순간.
스으으으!
그 기운이 내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천하무적이라는 기벽이 지닌 절대적인 힘.
그리고 그것을 품은 순간 이 기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천하무적(天下無敵) : 무적의 기세를 내뿜어 일정 반경 내에 있는 모든 적의 능력치를 대폭 하락한다.
1분간 상대의 공격을 모두 방어할 수 있는 절대의 보호막을 생성한다.』
‘미친!’
그건 현자의 정보에도 없던,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냥 사기적인 능력이라고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
그야말로 인외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 무적의 기벽이었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
종말 중 그 누구도 완성하지 못했던 기벽을 완성했다.
이제 희망이 보인다.
어쩌면 이번 회귀를 통해.
‘종말을 막을 수 있을지도.’
절망에서 피어난 한 송이 희망의 꽃.
오랜만에 맛보는 환희와 전율에 가볍게 몸을 떨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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