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00)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00화(100/392)
< 약혼식 (2) >
“축하드립니다. 록펠러 지사장님.”
“막내 따님을 아주 잘 키우셨군요. 미모가 아주 출중하십니다.”
북동부 최고의 여름 휴양지인 롱아일랜드의 햄튼.
뉴욕에서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새하얀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이 자랑인 이곳에는 록펠러 형제가 소유한 별장이 자리했다.
왼쪽에는 형인 존의 저택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그의 동생인 윌리엄의 별채가 존재했는데.
그제부터 이 두 곳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축하드립니다. 이 왕자님.”
“이리 예복을 쭉 빼입으시니 신수가 아주 훤하십니다.”
서양에서 약혼식은 본래 신부 측 위주로 치러지는데, 하객들은 주최자인 록펠러뿐만 아니라 내게도 꾸벅 인사를 해댔다.
“하하, 고맙소이다. 이쪽으로 가시지요. 이쪽에 앉을 자리가 있습니다.”
와, 진짜.
저택 너머 해변에서 출렁이는 파도처럼 하객들이 끝없이 밀려오네.
어찌나 많이 왔는지, 종일 그들과 열심히 악수하며 연회장을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아직 절반 이상은 계속 악수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왕자님.”
“아! 엘리스 양.”
여기 온 이들의 다수는 뉴욕의 부자들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워싱턴에서 온 정치계 쪽 인사들도 있었다.
“엘리스 양. 내 약혼식에 와주어서 고맙소.”
“아니에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당연히 와야죠.”
아니, 우리가 어떤 사이라니…
이거,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에델이 이 말을 들었다면, 루스벨트가 대통령직에 내려가자마자 엘리스를 조질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에델의 측근이 있나 살피었다.
“뭐해요. 인사드리지 않고.”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엘리스의 남편인 니콜라스 롱워스라고 합니다.”
“아, 롱워스 의원. 반갑구려. 언제 워싱턴에 들리면 꼭 한번 찾아뵙겠소.”
“그러시지요.”
롱워스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공화당의 떠오르는 정치인이다.
루스벨트의 딸과 결혼했지만, 진보적인 장인과 다르게 꽤 보수적인 인사.
이 시대 공화당 출신답게 친기업 반인종차별주의적인 노선을 걷고 있었는데, 내게는 정말이지 딱 안성맞춤인 정치인이었다.
“아, 부럽네. 부러워.”
“뭐가 또 부러운데.”
“아, 좀.”
둘은 오기 전 싸웠는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다.
나는 재빨리 그들에게서 멀어진 후, 다음 손님을 맞이했다.
“휴…”
서부가 아닌 동부에서 약혼을 진행해서 그런가?
죄다 백인투성이네.
그것도 다들 얼굴에 가면을 수백 개씩 쓴 정·재계 요물들만 모여있어서 그런지 기가 쫙쫙 빨린다.
“웬만한 부호들은 죄다 이곳에 집결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런 듯하군.”
김규식이 내게로 접근해 샴페인 한잔을 건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혼식 풍경을 살폈다.
찰칵- 찰칵-
록펠러와 내가 고용한 사진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어.
그러고 보니.
차후에 이 약혼식 사진이 공개된다면, 미래의 호사가들은 뭐라고 평할까?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 검은손들의 모임이라고 수군거리겠지?’
뉴욕 재계를 움직이는 7인회 맴버가 전원 집결한 상태.
그들만 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후계자들과 부인들까지 총출동했다.
이뿐만 아니라 뉴욕에 난다긴다하는 중소 은행장들의 가족까지 꾸역꾸역 이곳에 왔으며.
떠오르고 있는 도시, 디트로이트의 큰손들까지 대거 참석한 상태다.
아!
유럽의 왕가를 대표해서 몇몇 방계 왕족들도 현재 이곳에 똬리를 트고 있고.
다수의 연방 의원들은 여기 햄튼의 저택을 누비고 있었다.
‘다보스 포럼이 따로 없군.’
진짜로.
여기 있는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전 세계 부의 20% 정도는 될 것 같다.
천여 명도 안 되는데 말이다.
‘결혼식 사진은 공개하지 말아야지. 고이고이 나와 내 가족만 간직하게 하도록 주의를 당부해야겠다.’
남은 샴페인을 따 마시고 나는 다시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려고 발을 떼려고 했다.
그때였다.
‘뭐지?’
정문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영어나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가 들리는 것 같은데 말이다.
“도산.”
“예. 전하.”
내 옆에서 나를 시중들고 있던, 검은색 양복을 입은 안창호가 내 호출에 반응했다.
“말씀하십시오. 전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연회장 정문 입구가 꽤 시끄러워진 것 같군.”
안창호가 소음이 나고 있는 정문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그는 제법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돌아왔다.
“전하.”
“말하게.”
“일본 대사와 그 일행들이 정문 앞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뭐?”
눈을 가늘게 뜨자, 안창호가 눈알을 뱅글뱅글 돌리며 자세한 이유를 내게 털어놓았다.
“초대명단에 없어서 그자들을 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자신들은 전하의 아버님이신 황폐 폐하를 대신하여 이곳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위임받았다고 줄곧 주장했다.
내 결혼식에서도 이를 예로 들어서 입장하려는 모양이다.
어림도 없지.
“전하, 어떻게 하올까요? 왜놈들을 내칠까요?”
“좋은 날 고성이 오갈 수는 없지. 내 그자들을 한번 만나보겠네.”
나는 번뜩이는 눈을 보인 채 정문으로 향했다.
저 멀리.
왜놈들의 수괴들이 보였다.
* * *
“이 왕자님.”
“다카히라 대사.”
미국에서 일본 정부를 대리하고 있는 대빵이 이곳에 출연했다.
그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내 약혼식에 참석하려고 하는지, 그 열의가 느껴졌다.
“초대도 받지 않은 그대가 이곳에는 웬일이오?”
“그야, 조선 정부를 대신하여 축하드리러 온 것이지요.”
“그대는 이곳에 한 발짝도 들어올 수 없소. 그대는 나와 아무런 연관도 없고 조선 정부를 대신하지도 않으니까.”
다카히라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그를 향해 진지하게 경고했다.
“썩 돌아가시오. 내 입에서 험한 말이 나가기 전에.”
나의 호통에 다카히라 고고로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이 왕자님.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뭐야?
내 얼굴 한번 보았다고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엉큼한 여우 같으니…’
대충 왜 이런 소란을 벌였는지 이해가 간다.
약혼식에 참석한 서구의 최고위층 앞에서 이리 주장하고 싶겠지.
조선은 일본 것이라고.
안에서는 못하더라도 이리 밖에서 농성하며 간접적으로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나?
“얼른 가게. 내 그대 때문에 이 좋은 날, 신물이 올라오는군.”
“아이고 이 왕자님. 이리 좋은 날, 밝게 웃으셔야지요. 속이 그리 안 좋으시면 어떡합니까?”
다카히라 고고로는 내게 놀리는 듯 그리 말을 하다가 좀 더 접근하며 작게 속삭였다.
“왕자님과 직접 대면하며 축하드릴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 왕자님. 부디 조심하십시오.”
“… 그게 무슨 뜻이지?”
나의 물음에 다카히라 고고로가 해맑게 웃으며 딴청을 피웠다.
“세상일은 어찌 돌아갈지 모르니 하는 말입니다. 별 뜻은 없습니다.”
그는 내게 작별 인사를 하는 척 악수를 청하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당분간은 대외활동을 지양하시고 가정사에 집중하십시오.”
이자는······.
일본의 전 총리였던 사이온지의 수족이다.
이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터.
‘2주 전, 강경파가 집권했다던데. 어지간히 불안한가 보군.’
마치.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둔 것처럼 사이온지는 떨고 있다.
총리가 된 가쓰라 다로가 무슨 일을 할지 도통 짐작이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
‘나를 위해 이런 조언을 하지는 않겠지.’
모두 다 일본을 위해 저런 조언을 내게 해주는 것이겠다.
혹시나 모르는 피습에.
내가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테니까.
‘대충 나도 알고 있어서 만반의 준비는 하고 있긴 하다.’
경호 인력을 두 배나 늘린 이유가 뭐겠는가?
살짝 지나치는 것 같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는 낫기에 나는 내 경호에 열심히 돈을 쏟고 있었다.
‘일본에 새 정권이 들어선 지, 2주가 지났지. 들리는 풍문으로는 이자 역시 본토로 돌아간다는데…’
본격적으로 가쓰라의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진짜로 뭔 일을 벌일 수도 있다는 말이네.
이 자의 경고처럼 말이다.
“그리 충고해주다니 고맙군. 내 가슴속 깊이 새겨두도록 하겠네.”
“제 조언을 이해하셨다니 천만다행입니다. 그럼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고위장성은 미국과 싸우며 동시에 상대방 파벌과 피를 튀기는 내부 혈전을 벌였다고 한다.
해군과 육군.
조슈번과 사쓰마번 출신이 서로 갈려서 내전에 준하는 내부싸움을 벌였다고 하던데.
벌써 그런 징조가 서서히 보이는 것 같다.
‘잘만 하면 이것을 활용할 수도 있겠군.’
나는 다카히라 대사가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일본을 어떻게 요리할지 잠시 궁리한 것이다.
* * *
에델의 부친인 윌리엄의 일장 연설이 끝나고.
“와 아아!”
“멋지다.”
약혼반지 교환이 이루어졌다.
“어머!”
“저 반지 뭐야?”
“저기 박힌 보석, 다이아몬드지?”
“다이아가 하트 모양으로도 세공이 되나 봐?”
“그냥 하트도 아니고 핑크빛 하트라니, 완전히 로맨틱해.”
“부럽다. 진짜 부러워.”
예상대로 약혼식에 참석한 여인들은 에델이 낀 반지와 장식품을 보며, 영혼이 빼앗기기라도 한 듯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델이라는 회사에서 만들어진 약혼반지라던데?”
“에델? 에델 록펠러가 쥬얼리 회사를 세우기라도 했나 봐?”
“이건 아니고, 그 남편이 될 이 왕자님이 새로이 만들었다더라.”
“뭐? 진짜야?”
“응.”
“그나저나 회사명이 에델이라니······ 자기 아내 이름을 사용한 것이잖아. 진짜 로맨틱하다.”
처가가 될 록펠러 가문의 일가에게 이 소식을 귀띔해주어서 다행이다.
입 가벼운 록펠러 일가 여성들이 여기저기 사교계를 휘저으며 에델이 낀 반지를 홍보하고 있었으니까.
약혼식이 끝난다면 한동안 예식 때 낀 반지 문의로 우편함이 터져나갈 것 같다.
“마이 레이디(나의 사랑).”
이어서 피로연이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당연하게도 신랑·신부의 춤 추기.
‘First Dance’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흔히 보이는 세레머니를 나와 에델이 하객들 앞에서 선보일 시간이다.
“나와 춤을 추시겠소?”
“기꺼이요.”
퍼스트 댄스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주로 행해진다.
하지만 뉴욕에서 열린 이번 약혼식은 말만 약혼이지 예비 결혼식과도 같았기에, 다들 나와 에델이 언제 춤추나 목을 기린처럼 내빼며 우리를 보고 있었다.
‘준비는 끝. 시작하게.’
내 손을 잡은 에델을 피로연장 한가운데로 자연스럽게 끌고 오며 지휘자에게 눈 신호를 보냈다.
이에 템포가 느린 춤 추기 좋은 곡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따따따- 따딴따 따라- 라란-
원 역사에서도 이강은 사교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서양식 무도회 춤을 제법 잘 추었다.
쿵 짝짝-
쿵 짝짝-
나 역시 원 역사에서 춤 좀 춰본 경험이 있었기에, 20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댄스를 추는 것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 왕자님.”
“응?”
몸을 밀착한 채 한동안 춤을 춘 에델.
그녀의 발과 허리는 여전히 춤을 췄지만, 입술만큼은 내 귓가로 이동하며 작게 속삭였다.
“이 왕자님의 꿈은 뭐에요? 한 십 년이나 이십년 뒤에 말이에요.”
주변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아주 작게 속삭였기에, 나만이 그녀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에델의 질문에 피식 웃었다.
이 질문을 이전에도 한 번 들어봤기 때문이다.
‘데자뷔 같군.’
지지난 주.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술을 마실 때, 그때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루스벨트가 나가기 전, 내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었는데 말이다.
‘자신도 대답했으니, 내 답도 듣고 싶다고 했었지.’
나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글쎄.”
“흠······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이자, 일국의 왕자신 나의 부군은 뭘 원할까요?”
“한번 맞춰 보시겠소?”
“저는 상상력이 부족한 아녀자라서 그런지, 왕자님의 원대한 꿈을 차마 예상할 수가 없네요.”
원대한 꿈이라······.
이거 대 놓고 대충 내 입에서 무슨 단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눈빛이네.
“이 질문을 2주 전에도 들은 적이 있소이다.”
“그래요? 그땐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고 하였소.”
“네?”
“딱히 생각해 둔 것이 없었으니까. 그리 말했다오. 진짜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고 싶은 건지.
대한제국의 황제가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좋은 아빠나 남편이 되고 싶은 것인지.
명확히 내 마음속에 딱 정해진 것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말이다.
“치. 결국에는 제가 왕자님의 속마음을 맞추라는 뜻이네요. 에델은 그런 수수께끼 놀이 싫어하는데······ 그냥 속 시원히 알려주면 안 돼요?”
뭐야.
왜 자신을 삼인칭으로 부르면서 귀여운 척을 하는 거야.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그리 속단하는 버릇은 좋지 않소.”
“그럼 제게 알려주는 거예요? 왕자님의 진짜 꿈을 말이에요.”
나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작게 속삭였다.
“딱 이 주 전까지는 없었소. 다만······ 오늘 하나가 생기긴 했구려.”
“그래요? 뭔데요? 궁금해요.”
“내 평범한 일상을 방해하고, 나와 내 가족을 위협하는 자들을 치워버리고 싶다는 것이 내 소망이요.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에델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춤 동작에서 잠시 멀리 떨어지는 동작이라 그녀는 내가 두 걸음 떨어졌다가 이내 다시금 내게로 몸을 붙였다.
“저도 모르는 누군가가 왕자님을 위협하기라도 하나 봐요.”
내 표현이 은유적이지만, 살짝 과격하기도 했기에.
그녀는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능글맞은 표정을 유지하며 에델에게 답했다.
“아주 많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세력만 꼽아도 벌써 셋이나 되는걸.”
“지, 진짜요?”
이거 속고만 살았나.
나는 에델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내 적들을 떠올려보았다.
‘일단 일본 놈들을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이 정권을 잡을 가쓰라 다로는 강경파의 거두니까.
그와 반대편에 붙어 있는 다카히라 대사가 내게 경고한 것만 해도 그 때문이겠지.
‘현재 나는 일본제국의 성장에 가장 방해되는 자다.’
그렇기에 나는 조심해야 한다.
내 친형이자, 대한제국의 황제가 된 이척 형님을 보라.
평소 마시던 커피에 아편이 다량 함유되어 반쯤 바보가 되지 않았던가?
‘아시아에서 슬금슬금 세력을 확장할 공산주의 세력도 슬슬 신경 써야 해.’
만인이 평등하다고 외치던 세력에게 있어서 왕족은 그야 말고 눈꼴 사나운 존재.
이데올로기에 매몰되면 제 엄마·아빠도 못 알아보게 되기에, 이자들 역시 조심해야 할 거다.
‘미국 내에 자생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있어.’
나의 결혼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눈을 까뒤집고 반대할만한 사례다.
이 세력이 극도로 싫어할 동양인 남자-백인 여자 결합을 내가 지금 이루어내고 있으니까.
내가 왕족이긴 하지만.
루저중 상 루저인 과격 인종차별주의자들 눈에는 그 사실이 그들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기에, 조심해야 한다.
‘명심하자. 이 시대 미합중국 국민은 자기네 대통령도 암살하고 다니던 미치광이들이다.’
수많은 적이 내 주위에 존재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두렵지 않았다.
왠지 이들의 핍박과 방해를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나는 에델의 어깨를 꽉 잡으며 그녀에게 약속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어떻게 걱정이 안 돼요.”
“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와 그대에게서 태어날 아이를 지켜주리라. 이 자리에서 약속하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말이다.
“어머, 왕자님.”
마지막 말에 감동했는지,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응했다.
“대충 연주가 끝나가네요. 허리를 젖혀서 마무리할 테니 꽉 잡아줘요.”
역시.
내 예상을 뭔가 뛰어넘는 그녀다.
나는 그녀의 부탁대로 연주가 끝나자 허리를 꽉 잡았다.
에델은 허리를 살짝 젖히며 우리의 First Dance가 끝남을 하객들에게 알렸다.
< 약혼식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