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0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01화(101/392)
< 약혼식 다음날 >
다음날이 되었다.
뚱- 띠딩- 뚱띠- 띠딩디딩딩딩- 띠딩디딩딩딩-
뚱- 띠딩- 뚱띠- 띠딩디딩딩딩- 띠딩디딩딩딩-
약혼식이 끝난 록펠러가의 저택 정원에서는 생소한 음률이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날이 밝자, 내가 데리고 온 악사들이 가야금을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듣기 좋군.’
서글픈 곡보다는 템포가 빠르고 경쾌한 노래 위주로 현을 튕기고 있다.
다들 어서 술에서 깬 후, 정상으로 돌아오라는 것만 같다.
‘피날레 겸 다음 공연 맛보기로세.’
보통 올림픽을 하게 되면 폐막식 때 다음 개최지의 공연을 보여주지 않던가?
그와 비슷하게 석 달 뒤 서부에서 열릴 결혼식 공연 중 일부를 지금 록펠러의 저택에서 하고 있었다.
“으으······.”
“이게 뭔 노랫소리지?”
미국 상류층들의 약혼식과 결혼식은 보통 2박 3일 일정으로 이뤄진다.
교외 근교에 예식장을 잡고 제대로 파티를 하며 이를 기념하니까.
더구나 지금은 교통수단도 발달하지 않았다.
밤늦게 파티가 끝난다면 다들 집으로 어찌 돌아가나?
그렇기에 다들 록펠러가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잠을 청한 뒤, 부스스한 몰골로 카페테리아에 나타났다.
“어? 이 왕자님.”
한참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을 듣고 있는데, 뉴욕의 최고 거대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던 허스트가 내게로 다가왔다.
“간밤에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은데, 몸은 좀 어떠십니까? 괜찮으십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 위로 움직였다.
“바람이 불면 휙- 하고 날아갈 것 같이 가볍네. 다행히도 아직 몸이 튼튼한지 숙취는 전혀 없네.”
“아, 부럽습니다. 젊음이 최고군요. 하긴,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젊음이니까요.”
40대 중반밖에 안 되어 놓고. 70대 할아버지처럼 말하네.
부러운 눈빛을 쏘아대는 허스트를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자넨 좀 어떤가?”
“저야 간밤에 먹은 술 때문에 아주 머리가 깨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술을 먹고 있는가? 이 사람 참······.”
원 역사에서 한국인들도 그렇지만, 미국인들도 해장을 술로 하는 인간이 있다.
허스트가 딱 그런 타입이었다.
그는 아침나절부터 독한 술을 연속하여 들이켜고 있었다.
“왕자님. 독은 독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거, 말도 안 되는 민간요법을 입에 담는가? 명색이 미국 최고의 언론인이?”
“에이. 왜 이러십니까? 해장술이야말로 최고의 해장 방법입니다. 이리 아침에 술을 마시면 좀 살 것 같아진단 말입니다.”
나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허스트에게 권했다.
“배 과즙이나 배차를 한번 먹어보게. 빈속에 자꾸 술을 먹으면 나중에 고생하네.”
“예, 예. 나중에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이놈도 참.
고집불통이로군.
‘그래. 맘대로 해라. 네가 고생하지 내가 고생하랴?’
허스트는 남은 술잔을 비우더니, 이내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는 가야금 선율에 맞춰 몸은 살짝 흔들기 시작했다.
“흠. 들을수록 음률이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양의 음악이로군요.”
정확히는 조선의 음악이지만.
조선 또한 동양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속해있으니, 그렇다고 해주자.
“이 왕자님.”
“말하게.”
“최근에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한참을 가야금 소리를 감상하다가 허스트가 내게로 조금 다가오며 속삭였다.
“조지 파디 주지사, 이 왕자님께서도 잘 아시지요?”
“음. 어느 정도 면을 터로 지내곤 하지.”
사실 아주 가까운 사이지만.
자본가가 정치인과 친하다는 것을 자랑해서야 쓰나?
그랬기에 나는 살짝 거리감이 있어 보이게 답변을 해댔다.
허스트는 나의 대답에 ‘진짜야?’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제 들었던 소문을 내게 전했다.
“파디 주지사가 1913년에 열릴 세계박람회를 주최하려고 미 전역에 로비하고 있답니다. 왕자님께서는 뭐 들으신 것이 없습니까?”
들었지.
그것도 아주 예전에.
대지진의 폐허 속에 ‘부흥’이라는 주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엑스포를 개최하려고 기획 중이지 않던가?
‘원 역사에서는 1915년에 개최되었는데, 나 때문인지 조금 빨라졌다.’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파디 얼굴 앞에서 약속했었다.
그때 장면을 회상하며 나는 허스트에게 이리 답변했다.
“영 모르겠는데? 대체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었는가?”
허스트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약혼식 장을 돌아다니고 있던 어떤 사내를 방금 발견해서다.
“아, 저기 보이는군요. 저자, 파디의 비서인데, 저자가 이를 주도하고 있답니다.”
허스트가 가리킨 인물은 존 맥스웰이 아닌가?
나의 사교 무대 데뷔 날에 날 안내했던 자인데.
존은 약혼식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재계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는군요. 하긴,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면 저리 열심히 뛰어다녀야 하겠지요.”
허스트는 나를 바라보며 존이 나와 가까운 자와도 접촉했다고 알렸다.
“윌리엄 록펠러 지사장에게도 접근했다?”
“예.”
“무슨 일로?”
“미국전화전신회사(AT&T)에 거액을 투자해달라고 제안했답니다.”
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AT&T는 미국의 유선전화시장을 무려 100년간이나 독점했던 기업이 아니던가?
스탠다드 오일을 팔고 AT&T 주식을 사는 것은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다.
AT&T 역시 1910년도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니까.
그때였다.
곧게 다려진 양복을 입은 한 노인이 우리 둘 사이로 다가왔다.
“벨의 투자권유는 아마도 미국 전국의 전화 서비스 개시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 * *
7인회 맴버 중 하나였던 로스차일드 남작.
그는 계속하여서 하던 말을 이어갔다.
“막내 따님이 석 달 뒤면 저 먼 서부로 떠날 테니까, 아비로서 불안하겠지. AT&T의 벨과 파디 주지사는 이를 파고들어 록펠러 가문의 투자금을 대거 유치하려고 노력 중일세.”
허스트는 곧바로 로스차일드 남작에게 인사했다.
“로스차일드 남작임. 안녕하십니까? 허스트 대표입니다.”
“반갑군.”
로스차일드는 허스트보다는 내게 더 용무가 있는지, 그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왕자님.”
“로스차일드 남작. 그래, 몸은 좀 어떻소?”
그는 몸이 꽤 무거운지, 양옆에 부축하는 사람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왕자님 앞이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저런······.”
로스차일드 남작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숨길 생각이 없는지.
아니면, 내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사실 그대로 알려줬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에 오다니. 내 미안하구려.”
“심각하진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 나이가 되면 원래 다 그렇답니다. 하하.”
로스차일드 남작을 허스트를 바라보며 양해를 구했다.
“아! 허스트 대표. 내가 잠시 이 왕자님은 빌려도 되겠소이까?”
“무, 물론입니다.”
허스트는 내게 계속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상대는 로스차일드 남작이다.
남작이 양해를 구했기에, 허스트는 입맛만 다신 채 우리 일행들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저자는 입만 열었다 하면 말이 너무 길어집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가 조금 무례하지만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아닙니다.”
귀족답게.
그는 유려한 단어와 Posh 억양을 쓰며 내게 사과 인사를 했다.
나 역시 내 머릿속에 있는 영국 억양을 떠올리며 그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왕자님과 본론을 나누기 전, 사과의 말부터 전하고자 하는데 말입니다. 석 달 후에 열릴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만, 지병이 있어서 서부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압니다. 남작의 보령이 올해로······.”
“예순하고도 여덟입니다.”
이 시대는 평균나이가 꽤 낮다.
일흔 근처면 살 만큼 살았다는 뜻.
로스차일드 남작이 왜 이리 힘들어하는지 대충 알 것 같다.
“열흘 동안 기차를 타고 서부로 건너오시기엔 무리겠군요.”
“예. 배를 타는 것은 그럭저럭 참을 만하나 기차는 좀 힘이 듭니다.”
로스차일드는 급히 오른쪽에서 그를 부축하고 있는 남자를 소개했다.
“그래도 제 조카 놈이 왕자님의 결혼식에 참석하니 좀 봐주십시오. 월터.”
“반갑습니다. 이 왕자님.”
인사에 기합이 들어가 있는 것이, 일반인 같지 않다.
나는 월터 로스차일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군인 출신이오?”
“예. 영국군 장교로 복무하며 소령까지 달긴 했습니다.”
“오! 그렇군.”
로스차일드 남작은 아들이 없다.
이 시대 의학 기술은 현대보다 떨어졌다.
그랬기에 아동 사망률이 높았는데.
로스차일드의 자식 역시 돌림병에 걸려 단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조카 중 하나를 양자로 삼아, 후계자로 밀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왕자님.”
“나야말로 잘 부탁하네.”
월터와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며 로스차일드 남작은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월터 자리에 죽은 제 아들이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했나 보다.
“이 왕자님.”
“말씀하십시오. 남작.”
“아까 저치가 말한 것 중에 말입니다.”
“저치라면 허스트 대표를 지칭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남작이 허스트를 몰래 가리키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본의 아니게 두 분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몇 가지는 저도 알고 있던 사실이더군요.”
“알고 있던 사실이라. 혹시 제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 파디의 비서가······ 약혼식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세계박람회 이야기를 하더군요. 듣자 하니 워싱턴과도 이야기가 끝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워싱턴까지 이야기가 오간 줄은 몰랐는데.
하긴.
조지 파디는 루스벨트의 2차 내각 때 부통령으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루스벨트와 인연이 있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는데, 그자를 고새 구워삶았군.
“왕자님께서도 혹시 이를 알고 계셨습니까?”
보아하니, 나와 파디 사이에 관계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럴 때는 숨길 이유가 없지.
“예. 그렇습니다.”
“오! 역시 이 왕자님이십니다.”
“다만, 나 역시 이리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그렇겠네요. 추진하는 속도가 비정상적이긴 하죠.”
“아마도 루스벨트가 다음 대통령에 당선될 것 같은 윤곽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오자, 저리 행동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요.”
허스트가 맨 처음에 했던 이야기들이 뭔가 퍼즐 맞추듯 맞춰지네.
1913년에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면 그에 따른 몇 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모두에게 각인시킬 획기적인 발명품이 필요한데, 라이트형제의 비행기와 벨의 전화기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시될 것 같다.
“이 왕자님.”
“말씀하십시오.”
“아까도 말했지만, 추진하는 속도가 좀 비정상적입니다.”
남작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했다.
평소 입이 무거운 그가 이리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면 다 숨은 뜻이 있겠지.
“그 이유가 뭡니까? 남작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로스차일드는 조지 파디와 했던 대담 내용을 내게 물었다.
“주지사가 왕자님께 파나마운하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내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더이다.”
응?
갑자기 한 인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게 조건부긴 하지만, 파나마운하 투자를 권유했던 이가 한 명 있긴 했는데 말이다.
“파디가 왜 이리 갑자기 급해졌을까요? 혹시 누군가 옆에서 부추긴 것이 아니겠습니까?”
“설마, 모건?”
“예, 그렇습니다.”
와, 소름.
나 방금 닭살 돋았어.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모건은 제 이익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자입니다. 사람을 뒤에서 조종해서라도 말입니다. 아주 무섭게도요.”
모건의 큰 그림 짜기는 진짜 소름이 돋을 정도긴 하네.
뭐, 그의 행동이 현재까지 내겐 큰 피해는 주고 있지 않지만.
진짜로 조심해야겠다.
“분명 모건은, 연방준비은행 역시도 제 입맛에 맞게 입법화하려고 용을 쓸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남작.
당신도 이런 큰 그림 짜는데 왕년에 한가락 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모건에 관해 너무 부정적으로 말하는 거 아냐?
‘록펠러도 그렇고 남작도 그렇고 내로남불이네.’
나는 속으로 이리 생각하며 남작과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대책이라도 있습니까?”
“예. 있지요.”
하긴.
남작이 이리 속마음을 내게 왜 털어놓았겠는가?
로스차일드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내게 제안했다.
“이 왕자님. 저와 함께 힘을 합칩시다. 안타깝게도 제임스 힐이나 야곱 쉬프는 아직 설득하지 못했지만, 와버그와 록펠러 대표는 저와 뜻을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나는 그와 손을 잡았지만, 끝말은 살짝 회피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하나 마련했다.
“알겠습니다. 남작의 조언을 마음속 깊이 새기도록 하지요. 다만, 쉬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니 잠시 이에 관해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남작은 힘든지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다시금 고개를 돌려 내게 말을 걸었다.
“아, 나 참. 가장 중요한 말을 그냥 넘기고 갈 뻔했습니다. 이거 나이가 너무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 왕자님.”
“예.”
“버티(에드워드 7세의 애칭)가 왕자님과 대담을 나누고 싶다 했습니다.”
버티?
버티가 누구지?
“어휴. 제가 너무 왕자님께 친근감을 느꼈나 봅니다. 제 주군의 애칭을 저도 모르게 입 밖에 꺼냈군요.”
아!
영국 왕의 애칭이 버티구나.
‘뭐야? 저거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자신이 영국 왕과 대단히 친분이 있다고 과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에드워드 7세가 날 보자고 했습니까?”
“예. 왕자님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 했습니다. 그뿐만 현 총리께서도 언제 꼭 왕자님과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되실 때 꼭 한번 영국에 방문해주십시오.”
영국 왕실 및 정계에 다리를 놓을 테니까.
자신에게 힘을 실으며 모건을 견제하자는 거지, 지금?
“조만간 어떻게든 시간을 한번 마련해 보겠소.”
“예.”
남작과의 대화를 끝내고 잠시 목을 축이려 정원으로 향했는데.
“이 왕자님.”
또 한 명의 하객이 내게 대화를 청했다.
조금 전까지, 뒷말했던 모건이었다.
< 약혼식 다음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