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0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03화(103/392)
< 한인 애국단 >
“자자······ 어서들 오십시오. 예예, 이쪽 맞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합성협회 총투표가 시행됩니다.”
이강이 서부로 돌아온 뒤 닷새 후.
합성협회 총선거가 치러졌다.
협회 직원들과 봉사자들은 투표하러 온 한인들을 격려하며 한편으로는 그들을 투표소로 안내했다.
“저기 두 분! 새치기는 안 됩니다. 저기, 줄 끝으로 가주십시오.”
다들 처음 하는 투표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질서가 판을 치는 가운데, 일부는 줄을 대기하던 교민들을 추월했다.
“저기. 나오십시오.”
“아, 나 다리가 아파서 그래. 네 놈도 나이가 들어봐. 얼마나 서 있기 힘든데.”
“아니, 나이가 많은 게 뭔 대수입니까? 여기 조선에 있을 때, 한가락 하셨던 분도 군말 없이 줄을 서고 계십니다. 보이지 않으십니까?”
협회 직원은 이회영 일가를 가리키며 새치기하는 이들을 꾸짖었다.
나이 하나만 믿고 먼저 투표하려 했던 박형식은 이회영의 얼굴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맨 끝으로 부랴부랴 도망갔다.
박형식은 왕년에 이회영 밑에서 일했던 머슴이었는데.
이곳에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을 준 옛 주인이 규칙을 위반하고 있던 자신을 알아볼까 조마조마하며 부리나케 뒤로 도망간 거다.
“신분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받게 되는데 한번 받은 투표용지는 절대 분실하시면 안 됩니다. 다시 발급해드리지 않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알겠소.”
정부가 아닌 협회이기에 공인된 신분증은 없다.
다만, 협회 명부에 등록한 신상정보는 존재했기에 이번에는 이를 토대로 투표용지를 나누어줬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생년월일과 태어난 고향을 알려주십시오.”
“김만덕이고 임오년(1882) 유월 닷새에 태어났소. 태어난 곳은 평양이오.”
“임오년이면 82년도군요. 82년도 생들을 모아두었던 것이 어디 있더라.”
미국에 온 교민들이지만 아직도 육십갑자와 태양 태음력을 쓴다.
한번 버릇을 들여놓은 것은 쉽게 못 바꾸기에 그리 행동하는 것이다.
“아!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받으신 투표용지에 합성협회 대표 재신임 여부를 기재하시면 됩니다. 여기 네모난 표 안에 한글과 한문으로 적혀 있지요? 왼쪽이‘찬성’이고, 오른쪽이‘반대’입니다.”
“내가 원하시는 곳에 이 도장을 찍으시면 된다는 거지?”
“예.”
“그런데 재신임이란 뜻이 뭐요?”
“전하께서 계속 협회 대표로 재직하는 것에 찬성하냐 묻는 것입니다.”
“아!”
이 시대에는 문맹률이 높았다.
아무리 한글이 한문이나 다른 글자보다 쉽다지만, 서당 마당도 한번 밟지 못한 채 일만 하던 이들이 수두룩했으니까.
이에 협회 직원들과 일부 지식층들은 단어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이번 투표의 의미를 현장에서 설명했다.
“아니, 전하가 아니면 어느 놈이 감히 대표를 맡는다고. 이런 투표를 하는가?”
“그러게. 전하 위에 누가 있다고! 어느 썩을 놈이 전하를 대표직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거야!”
교민들에게 있어서 이강은 거의 신적인 존재였다.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기독교인들마저도 일부는 이강을 성인으로 기리며 그를 칭송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상당수는 이에 불만을 제기했다.
압도적인 분위기였기에 누구도 공개적으로는 이강의 대표직 연임에 토를 달지 못했다.
“다 끝났는가?”
“어휴. 이게 뭐라고 시간을 이리 잡아먹는단 말인가?”
“그러게. 번거롭기만 하고,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네.”
민주주의의 첫 시작이지만, 일부 교민은 투표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강의 연임은 사실 확정적이었기에, 이들의 한 표가 그리 소중한 표인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깨어 있는 이들은 왠지 모르게 뿌듯함을 느끼며 오늘 했던 투표의 중요성을 느꼈다.
“나는 그래도 좋네. 교민회 대표를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러게. 이리 말하면 좀 불충해 보이긴 하지만, 다음 협회장이 일을 못 하면 이 표로 심판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던가?”
둘로 나눠진 가운데.
투표를 막 끝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그보다 전하께서 협회장 자리에 물러나신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저 치들 주장대로 이 나라에는 전하보다 높으신 분은 없는데 말이야. 진짜 누굴 뽑지?”
“글쎄. 그것만 생각하면 나 또한 머리가 아파지네.”
“에이,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는가? 전하의 신임을 받는 이를 다음 대표로 밀면 되지.”
“거, 말은 쉽지. 그게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아냔 말이야.”
“그러게. 독심술을 익힌 것도 아니고 우리가 어찌 전하의 깊으신 뜻을 알겠는가? 딱히 후계자를 지목하신 것도 아니고.”
“아, 그거······.”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교민 중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전하께서 이번에 다섯 부대표 중에 수석 부대표를 한 명 고르신다던데?”
“수석 부대표?”
“전하께서 다른 일로 서부를 떠나실 때, 그자가 전하의 업무를 대리하여 회의를 주최한다고 하더군.”
“오! 그리된다면, 말만 부대표지 사실상 대표라는 뜻이군. 전하께서는 여기 서부를 자주 비우시니까.”
“그렇지.”
이강은 그렇게 간접적으로 누구를 지지할지, 프로세스를 짜두었다.
합성협회의 차기 협회장 자리는 교민사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니까.
이강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거나 신임하는 이를 차기 대표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물러나신다면 그분을 다음 대표로 고르면 되겠군.”
“그러네?”
교민들은 선거가 끝난 후 이리저리 대화를 나누며 한목소리를 냈다.
모두 이강이 의도한 대로였다.
* * *
“투표함이 모자란 것인가? 아니면, 유권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여해서 그런 것인가?”
나는 협회 투표장을 시찰하며 협회 간부들에게 물었다.
“날이 저무는데도 아직도 줄이 꽤 길군. 늦게나마 투표장으로 오는 이도 제법 되는 것 같고.”
“정확한 것은 투표가 끝난 뒤에 알 수 있으나, 두 이유가 모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창호는 교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협회에서 아무런 직위를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에 선거를 관리하는 임시선거위원장이 되었는데, 그는 오늘의 혼란을 이리 평가했다.
“일단 교민들이 사전에 나누어준 안내문을 제대로 읽지 않고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협회 직원들 역시 이리 많은 인원의 투표를 진행해본 경험이 없기에, 투표를 마치는 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런.”
옆에서 투표를 지켜보고 있던 유길준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전하. 전하의 짐작대로 작년에 예상했던 교민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미주로 건너오고 있습니다.”
“작년에 약 칠만 명이 미국에 새로 이민 올 것으로 예측했었는데 어찌 되었나?”
“놀랍게도 지난 반년 동안 무려 칠 만에 달하는 신민이 조선을 떠나 태평양을 건넜다고 합니다.”
여러 이유 때문이겠다.
홍수와 가뭄으로 흉년이 이어지고, 남한 대공습으로 의병 세력 또한 뿔뿔이 흩어졌다.
이에, 일부는 간도와 연해주로 향하여, 인근에서 저항하고 있던 이범윤의 저항군에 합류했지만.
상당수는 내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왔다.
‘아! 모건 때문에 파나마로 간 조선 신민들도 많아졌지. 이들은 제외해야지.’
뭐, 그렇게 따져도 오만이 넘는 많은 한인이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거네.
엄청난 이민행렬이다.
“현재 미주에 있는 교민 수가 얼마나 되는가?”
“십만을 이미 넘었습니다. 곧 십오만이 되지 않을까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중 이번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는 약 8만 명 정도 되겠군.”
“예.”
속도를 조절해야 하나?
아니면, 더 가속해야 하나.
이것 또한 고민해볼 사항이다.
“전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가 져도 한동안 교민들을 계속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말입니다.”
투표 마감 시간이 다가오지만, 아직도 줄이 길다.
이거 개표까지 하려면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
‘그건 안 되지.’
투표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릴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한 가지 확고한 원칙은 세워야 한다.
“검표원에게 일러 여섯 시 정각이 되면 대기 중인 인원을 확인하라고 하게. 정각에 도착한 자까지만 투표할 권리를 줘야 하네.”
“예? 그 뒤에 온 자들은 모조리 제외하란 뜻입니까?”
“그래. 투표 마감 시간을 이전에 공지하지 않았던가?”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경고했다.
“온정에 휩쓸리면 안 되네. 투표는 정해진 규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네.”
이번 투표는 재신임 여부를 놓고 벌이는 투표지만, 다음부터는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초반부터 이리 규칙을 훼손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나?
부정선거라고 비난하며, 패자는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거다.
“앞으로 있을 투표까지 전하께서는 고려하고 계시는군요.”
“그렇네.”
“소인들이 그 점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작은 것들까지 끝까지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새벽녘쯤이 되어서야 투표 결과가 나왔다.
“총 팔만 이천 사백다섯 표 중 반대가 여덟 표입니다. 기권은 아흔네 표, 무효표는 칠백사십이 표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찬성표입니다.”
압도적인 결과다.
사실 미국의 제1대 대통령인 워싱턴 역시 이런 압도적인 찬성률로 재신임 되었기에.
대충 예상은 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감격스럽다.
“이로써 의왕 전하께서는 앞으로 1년간 더 합성협회 대표직을 맡게 되셨습니다. 전하, 축하드립니다.”
새벽이지만, 아직 교민회관에는 개표를 진행한 협회 직원들과 일부 봉사자들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오늘의 수고를 치하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부터 했다.
“대표직을 1년 더 함에 따라 부대표 지명을 시작하도록 하겠네. 호명하면 앞으로 나오게. 임정수 부대표, 정명원 부대표······.”
초기 하와이에서부터 날 도운 두 대표가 연단 위로 올라왔다.
그 뒤를 유길준과 다른 두 명이 따랐다.
“이번에 신설된 수석 부대표직은 기존에 있던 다섯 부대표 중 유길준 부대표로 임명하겠네. 유 수석 부대표는 앞으로 나오게.”
나는 유길준과 악수하며 덕담을 나누었다.
“앞으로 1년 동안 나와 함께 많은 것을 논의해보세.”
“예, 전하. 온 힘을 다하여 전하를 모시겠나이다.”
수석 부대표 임명을 끝내고 총선거를 해산했다.
나는 교민회관을 막 빠져나왔는데, 내 주위를 지키는 경호원들을 보며 나는 제법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 *
“경호 인력이 눈에 띄게 늘었군. 대충 어림잡아 기본보다 배는 더 는 것 같은데 말이야.”
“정확히는 기존보다 두 배나 더 되는 인원을 추가했습니다.”
“그래?”
“예.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외부환경이 좀 많이 변하지 않았나이까? 그 때문에 경호 방침 및 방법도 좀 많이 변화를 주었습니다.”
우현식과 최현우가 번갈아 말한다.
그들은 내 전용 자동차가 주차된 곳으로 안내했다.
“전하.”
“아니, 자네······.”
그 안에는 한 인물이 먼저 앉아 있었다.
익문사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이위종이었다.
“몸조심하며 비밀리에 다니라 이야기했지만, 나와 접선하는 것도 이리 신경을 쓸 줄이야.”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이위종에게 물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왔는가?”
“전하. 아무래도 일본의 동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
“예. 제국익문사의 옛 조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활동 중인 요원들과 속속 연락이 닿고 있는데 말입니다. 일본의 수상한 움직임을 그들이 포착했습니다.”
이위종이 흰 편지 뭉텅이를 내게 건넸다.
영어로 적힌 평범한 안부 편지 같지만, 사이사이 공백에 화학비사법으로 숨은 내용을 적어두었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 쌀을 수출하며 활동하는 요원과 접선했는데······ 그자들이 이번에 이런 보고를 올리더군요.”
나는 해석된 보고서를 빠르게 읽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혼식?”
“예.”
“최고위층에까지 접근하는 것은 아직 한계가 있어서 정확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총리 관저에서 일부 단어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답니다.”
“그게 바로 결혼식이란 단어다?”
“예.”
결혼식.
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다.
결혼은 늘 행해지니까.
일본 총리가 그리 떠들고 다닐 수도 있겠지.
이위종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내게 속삭였다.
“아직 완벽하게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따로 준비는 해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걸? 내 결혼식에 닌자가 난입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위종은 침묵했다.
침묵의 의미는 중의적이었다.
동의한다는 것일 수도 있으나,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아직 아리송해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저들은 과거 여러 차례 적국의 원수들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지금은 러시아의 황제가 된 니콜라이 2세만 해도 그래.
황태자 신분으로 일본에 방문했을 때, 일본인이 암살 모의를 하지 않았던가?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암살 미수로 끝났지.’
더 가까운 예를 들면, 나의 법적 어머니인 중전 민씨가 을미년 한양에서 암살당했었다.
한 나라의 대궐을 일본의 낭인들이 침범하여 범했던 사건이지 않던가?
‘놀라운 일이지. 두 사건 모두,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사건들이다.’
나는 미국에 있다.
하지만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일본인 중에는 진짜로 머리가 획- 돈 것처럼 미친 짓을 하는 놈들이 제법 되거든.
그들이 진짜 미쳐서 나를 노릴 수도 있기에, 이위종의 경고를 함부로 흘려들어서는 안 되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여러 의미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인데.’
진짜로 일본 놈들이 이를 시도한다면, 나는 어찌 대응하는 게 좋을까?
“아 그리고 최근에······ 미주 지역에서 몇몇 거슬리는 활동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거슬리는 활동이라? 무엇인가?”
“몇몇 뜻을 함께하는 한인 청년들이 암살모의를 하고 있다 합니다.”
“누굴? 나를?”
“그럴 리가요,”
“그럼 누굴? 설마 스티븐슨을?”
나의 대답에 이위종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닙니다. 전하께서 이전에 단단히 일러두지 않으셨나이까?”
친일파와 일본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몇몇 강경무장 세력이 암살계획을 짜고 있다고 한다.
흠.
이거, 어떻게야 할까.
나의 암살 위협과 더불어 참으로 고민되는 문제로세.
‘자칫, 국제사회에서 대한제국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 신중해야 하는데.’
적어도.
내가 먼저 당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합성협회가 과격세력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어.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겠군.’
“주동자가 누구인가? 혹시 내가 한번 만나볼 수는 있는가?”
나의 대답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인지 이위종이 몇몇 한인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은 내게 건넸다.
나는 이를 정독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 한인 애국단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