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0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04화(104/392)
< 한인 애국단 (2) >
서로의 생각이 각각 다르듯, 한인들의 대(對) 일본노선 역시 다양했다.
일단 독립할 역량부터 키우자는 자강론부터.
해외 강대국과 연대에 일제의 마수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했던 외교론.
현재 싸우고 있는 의병들을 지원해 일본을 몰아내야 한다는 무장투쟁론.
그리고.
고위 일본인 관료와 그들을 돕는 부역자들을 암살해 일본 스스로가 발을 빼게 해야 한다는 요인암살론까지.
크게 네 가지로 부류를 분류할 수 있는데, 이중 미주지역에 널리 퍼졌던 노선은 외교론이었다.
자생론과 무장투쟁론이 그 뒤를 따르며 세를 불리고 있지만, 마지막 요인암살론만큼은 아직도 대표 단체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스티븐슨 사건 때, 이강이 너무나도 단호하게 한인들에게 설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셋방 세입자 신세일세. 절대로 마지막 방주를 파괴해서는 안 되네.』
일부 한인들은 서구인을 제외한 일본인과 반역자들은 처단해도 좋다고, 이강의 발언을 짜깁기해서 해석했지만.
이강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아니었기에, 교민 중 아무도 요인암살론을 정강으로 삼는 조직을 만들지 않았다.
한 달 전, 김창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 죽암(전명운).”
“장 선생님?”
스티븐슨이 미주지역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들 때, 최전선에서 그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두 사람.
이 둘은 김창수가 만든 한인 애국단에서 재회했다.
그들은 악수하며 지난날 못 나눴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니, 장 선생님도 여기 애국단에 계셨습니까? 지난번에는 안 보이시던데 말입니다.”
“그야 개인적인 일 때문에 못 나왔으니까 그렇지.”
“아.”
“그나저나 자네는 나보다 늦게 가입한 모양이군. 지지난 회의 때는 보이지 않던데.”
“예. 저는 일주일 전에 막 가입했습니다.”
“그렇군.”
장인환이 전명운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자네 이곳 회원들은 전부 다 아는가?”
“아뇨. 지난번에는 막판에 와서 부대표밖에 못 봤습니다.”
“아, 그래?”
장인환은 전명운을 데리고 한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인사하게. 여기는 우리 한인 애국단을 만든 김창수 선생이시네.”
“안녕하십니까? 전명운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백범이나 백범 선생으로 불러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장인환이 전명운의 옆구리를 찌르며 김창수의 이력을 설명했다.
“자네는 모르겠지만, 여기 계신 백범 선생께선 사실 엄청나게 대단하신 분이네. 십 년 전에 중전마마를 살해한 왜놈들 있잖은가.”
“입에도 담기 싫은, 미우라 공사와 그놈의 끄나풀들 말입니까?”
“그래. 그놈과 함께 국모 살해에 가담했던 공범 중 한 명을 여기 계신 백범 선생께서 때려잡으셨다네.”
일명 치하포 사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의 진술이 엇갈려서 논란이 되지만.
일단 한인 애국단 가입원들에는 백범의 진술만이 전부인 상황이다.
“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려는 강경파에게 있어서 착한 쪽발이는 오직 죽은 쪽발이뿐이다.
그랬기에, 이들에게 백범은 닮고 싶은 스타였다.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한인 애국단의 대표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렇죠.”
장인환이 시선을 돌려서 다른 이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백범 선생의 동무이자, 부대표를 맡고 계시는 안명근 선생이시네. 부대표님은 지난번에 봤다고 했으니 넘어가겠네.”
안명근과 전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눈인사를 교환했다.
시간이 없었기에 장인환은 다른 간부들 빠르게 소개했다.
“여기 이분은 이재명 선생이시네. 이 선생 옆에 계신 분은 김정익 선생이시고, 그 옆은 이동수 선생이시네. 그다음은······.”
“압니다. 저도.”
전명운이 장인환의 말을 끊었다.
그다음은 장인환이 소개하지 않아도 그가 알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분은 이위종 선생이 아니십니까?”
전명운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위종의 이력을 굳이 소리 내어서 말했다.
“헤이그에서 의왕 전하의 만국평화회의 연설을 프랑스어와 러시아로 번역하셨던 이위종 선생님, 맞으시지요?”
“그렇습니다.”
“존경합니다. 의왕 전하를 가까이에서 모신 분을 이리 뵙다니, 정말이지 영광입니다.”
전명운의 진심으로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며 이위종과 악수를 해댔다.
김창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죽암 선생. 자리에 앉으십시오. 회의가 곧 시작됩니다.”
“아, 예.”
김창수는 시간을 칼 같이 지켰다.
아직 참석 예정자가 한 명 오지 않았지만, 지각한 이를 기다려 줄 정도로 시간이 한가하진 않아서다.
그렇기에 김창수는 서둘러 오늘 회의의 목적을 밝혔다.
“한인 애국단이라는 단체를 결성한 지도 오늘로 삼십 일이 지났습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린 무려 오백여 명이나 되는 새로운 동지가 생겼습니다.”
동지라 말하지만, 정확히는 소액을 후원하는 소극 참여자들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은 여기 모인 이들이 전부.
김창수는 회의장에 모인 소수와 시선을 교환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일본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고, 매국노들에게 얼마나 치를 떨고 있으면 이 짧은 시간에 이 많은 인원이 모인단 말입니까? 아쉽게도 생업 때문에 다수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우리 이를 기념하여 힘차게 손뼉을 칩시다.”
“와!”
환호하는 애국단의 간부들을 바라보며 김창수가 특별함을 강조했다.
“지금 여기 모인 분들은 우리 단체의 핵심 인재들입니다. 간부 열 분만 따로 추려 이번 회의를 연 것은 오늘 여기 계신 분들에게 지난 한 달 동안 꿈꿔 왔던 원대한 계획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백범 김창수가 대한제국 전도를 집어 들었다.
이후, 전도를 벽에 붙인 후 두 도시를 손에 꼽았다.
“내년 초, 동래와 의주에 이토가 순방을 온다고 합니다.”
“이토라면, 우리가 아는 그 왜놈의 수괴 말입니까?”
김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한양 이남 지역 의병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헌병보조원 제도를 만들어 같은 민족끼리 분열하게 유도한 그 빌어먹을 이토, 조선 통감이 맞습니다.”
이토 때문에 전에 없던 밀정과 배신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은 걱정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독버섯처럼 마구 생겨날 것이 뻔했다.
김창수는 이토를 왜 죽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강조하며 애국단 구성원들을 바라보았다.
“믿을 만한 정보입니까? 백범 선생.”
“신빙성이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왜놈들이 간이 부었는지 이를 만천하에 공개했으니까요.”
이토는 순종과 함께 조선 전역을 순방할 생각이다.
대한제국의 최고 지도자와 함께 한반도 전역을 다니며, 일본이 대한제국에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각인하고자 계획한 거다.
그랬기에 이 정보를 조선 전역에 홍보하며 순방길 경로에 어린 학도들도 동원할 예정이다.
애국단 일원들은 이토의 영악한 행보에 분통을 터트리며 몸을 떨었다.
“이토 이놈은 평소 수천의 일본군의 호위 속에 조선 통감부에서 거북이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는 단 이십여 명의 보안 요원만이 이자를 호위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오! 진짜로 하늘이 내려 주신 절호의 기회로군요.”
“예.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이 자리에서 반드시 이토를 죽여야 합니다. 천우신조의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장인환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김창수를 바라보았다.
“백범 선생.”
“말씀하시지요. 장 선생.”
“거사는 누가 담당합니까? 어떤 이가 이토를 죽일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게 되냐는 말입니까?”
“그야 당연히 이 중의 한 명이겠지요. 아마도······.”
백범이 누굴 지목하기도 전에, 한 인물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맡겠습니다.”
원 역사에서 이토의 평양순방 때 암살을 시도하다가 도산 안창호의 만류로 포기했던 이재명.
그가 손을 들었다.
이강의 등장으로 역사가 많이 달라졌지만, 이번에도 이재명은 이토를 가장 먼저 죽이고자 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민족의 원수를 반드시 제 손으로 처단하고야 말겠습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청년의 불타는 애국심에 기가 눌린 것일까?
다들 침묵하며 양보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잠시만. 여기, 이의 있소.”
하지만 이에 반론을 제기한 이가 등장했다.
지각했던 간부가 막 회의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토의 처단은 내게 맡겨 주시오.”
* * *
“혀, 형님.”
안명근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늦게 등장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안중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안명근에게로 다가갔지만, 시선은 이재명에게 고정했다.
“이 선생. 이거 미안하지만, 이토의 처단은 내게 맡기게.”
“······.”
이재명은 침묵하며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안중근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긴, 아직 어린 이 선생보다는 안 장군이 좀 더 믿을 만하지.”
“본인도 그리 생각하오.”
이재명이 전명운의 발언을 곱씹으며 말꼬리를 높였다.
“장군님? 저기 계신 분이 장군님이란 말입니까?”
전명운은 회의장 한가운데 서 있는 안중근을 바라보며 그의 이력을 회의장에 모인 이들에게 알렸다.
“그래. 여기 계신 안 장군은 수년간 의병들을 이끄신 분일세. 자네도 한번 들어봤을걸. 북간도와 연해주에서 일본 놈들과 맞서 싸우고 계시는 이범윤 장군님 말이야.”
“아, 그분······.”
“안 장군께서는 이 장군님 밑에서 장교로 활동하셨다네. 안 장군 손에 죽어간 일본군 녀석들만 해도 두 자리는 족히 넘지.”
여기 모인 이들에게 착한 왜놈은 죽은 왜놈들밖에 없다.
죽인 이의 수만 생각하면, 김창수보다도 안중근이 훨씬 더 많다.
그랬기에 다들 안중근의 화려한 이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선생.”
“예. 안 장군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이재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제 나이를 밝혔다.
“올해로 스물 하고도 둘입니다.”
“지지난해, 갓 약관을 넘겼군.”
안중근은 혀를 차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젊군. 그것도 많이.”
이재명은 이에 발끈했다.
“이토를 처단하는데 나이 어린 게 뭔 대수입니까? 장군님보다는 못하지만 저 또한······.”
흥분하는 이재명을 향해 안중근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깝네.”
“······예? 그게 무슨.”
“이리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다면, 자네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시겠나?”
갑자기 부모 공격이라니.
이재명의 머리가 띵해진다.
“그 나이 때, 나는 이토를 죽일 생각을 못 했네. 하지만 자네는 다르네. 그래, 나 또한 이것만큼은 인정하겠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만큼은 자네가 나보다 더 뜨거운 것 같군.”
안중근은 이재명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를 칭찬했다.
“그러나 애국심만으로는 이토를 때려잡을 수 없네. 나는 자네보다 총도 더 잘 사용하고, 전투 경험도 더 많네.”
인정하기 싫지만, 안중근의 주장에는 호소력이 있었다.
그랬기에 이재명 역시 분하지만 수긍했다.
“그러니 이번만은 내게 맡겨주게나. 내 이토를 반드시 처단하겠네.”
이재명은 재빨리 한 인물을 거론했다.
“이완용.”
“응?”
“그렇다면, 이완용 그놈만큼은 반드시 제 손으로 죽이겠습니다.”
원 역사 때처럼 그는 이토 대신 이완용을 다음 표적으로 설정했다.
“이를 약조해주시면 이토는 양보하겠습니다.”
이재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인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어났다.
“저 또한 을사오적 중 한 놈을 처리하고 싶습니다.”
“본인 또한 다음 임무를 맡고 싶소.”
“아니 치사하게 이러기요. 나도, 나에게도 기회를 주시오.”
여기 모인 다수는 제 목숨을 버려서라도 매국노를 처단하겠다고 온 이들이다.
그랬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에게 임무를 맡겨 달라 자청했다.
이에 김창수가 감격한 표정을 지어댔다.
“안 장군.”
김창수는 안중근에게로 다가가며 잘 부탁한다는 뜻을 전하려고 했다.
그때.
오늘 처음 간부회의에 참석하는 전명운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백범 선생.”
“말씀하시지요, 전 선생.”
“백범 선생이 생각하는 이 암살 계획 말입니다. 이거, 의왕 전하께서도 아십니까?”
누군가 음 소거 버튼을 누른 듯,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설마 의왕 전하의 윤허 없이 진행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재미 교포들의 수장은 의왕 전하십니다. 예전에 의왕 전하께서 말씀하시길······.”
전명운은 그날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이강은 분명 스티븐슨을 암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는 곧 이리 해석될 수도 있다.
요인을 암살하는 강경 투쟁은 안 돼.
적어도 미국에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더 나아가서 일본인들도 안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확인을 해야 했다.
“죽암, 의왕 전하께선 미국인과 유럽인은 안 된다고 말씀하셨네.”
“맞네. 그때의 발언을 잘 해석해보게.”
“저 또한 기억납니다. 전하께선 분명 일본인과 매국노 변절자들의 처벌은 암묵적으로 동의하셨습니다.”
여기저기서 반박한다.
하지만 전명운은 한 발자국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한번 확인해 보고 이 계획을 윤허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고 우리 맘대로 이 일을 벌였다가, 혹여나 재미 한인들이 피해를 보기라도 한다면 어떡하시려고요?”
“······.”
“······.”
이강은 재미 한인들을 특별나게 생각한다.
같은 조선인이기에 구분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전명운이 볼 때 이강은 본토에 있는 조선인들보다도 재미교포들을 더 챙기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허락 없이 일을 벌였다가 전하께서 크게 진노하시면 어쩌실 것입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백범 선생.”
김구는 침착했다.
예상했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내 그 때문에 이번 회의 때 여기 이위종 선생을 특별히 참석시켰습니다. 이위종 선생.”
“예. 말씀하시지요. 백범 선생.”
“여기 있는 우리를 의왕 전하께 언제 소개해주실 것입니까?”
김창수는 살짝 애가 타는 표정을 지으며 이위종을 압박했다.
“그대는 의왕 전하와 접촉할 수 있는 우리 한인 애국단의 유일한 연락 수단입니다.”
“······.”
“애초에 이 선생에게 우리 단체에 가입하길 권유한 것 또한 이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이 선생이 우리와 뜻을 함께한다면 언젠가는 이를 추진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단 말입니다.”
“백범 선생의 말은 이를 지금 추진해 달라는 뜻입니까?”
“그렇소이다.”
“······.”
이위종이 확실한 대답을 안 내놓자, 안명근이 그를 살짝 의심하는 투로 비꼬아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선생은 오늘 이토의 암살모의에 관해 딱히 찬반을 내놓지 않았구려. 마치, 제삼자처럼 우리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었소.”
밀정은 아니겠지만.
그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외교론자가 아니냔 눈빛을 한인 애국단 회원들이 보였다.
“혹, 저기 동부로 유학을 떠난 이승만 학도처럼 허무맹랑한 외교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위종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의심이 많으십니다. 안 그래도 언제 그대들을 초대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위종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날 따라오십시오.”
* * *
한인 애국단의 정기 회의가 행해졌던 장소는 이강의 저택과 꽤 가까웠다.
그랬기에 애국단 일원들은 차나 마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고자 했다.
“이위종 선생.”
김창수는 남쪽으로 향하는 이위종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의왕 전하의 저택과는 더 멀어집니다.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전에 그대들에게 보여줄 게 있습니다.”
이위종은 그리 말하고는 회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평소 그가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던 장소 중 한 곳이었다.
“다들 들어오십시오.”
한인 애국단 구성원들은 이위종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어댔다.
“이건······ 한양 시내의 전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닙니까?”
단순한 아지트가 아니다.
방마다 사진이 붙어 있으며, 각 방에 설치된 거대한 탁자 위에는 시내 광경을 축소해 놓은 듯한 미니어처들이 즐비했다.
“여긴 평양 일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군.”
“이쪽은 개성 시내를 재현해 놓았는데.”
“동경과 북경 사진 역시 걸려 있다니. 이거, 만들어 놓은 건물 모형들이 깜짝 놀랄 만큼 판박이로군.”
애국단 일원들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들은 동시에 이위종을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자네 부친의 성함을 들었을 때, 주머니 사정이 꽤 넉넉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그대를 이리 지원해 주는지는 몰랐는데.”
“부럽네. 정말이지 부러워.”
사실 이 모든 것은 이강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첩보 활동을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도시 구조도 파악한 것.
이를 위해 이강의 호주머니에서 거액의 활동 자금이 익문사 활동비로 사용되었다.
‘자금 출처까지 이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지. 이대로, 내 아버지에게 도움 받았다고 여기게 둬야겠군.’
이위종은 착각하고 있던 애국단 일원을 가만히 바라보며 팔짱을 끼었다.
그때였다.
“흐익. 의, 의······.”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방.
그 방을 방문하고 테라스를 확인하고 온 김정익이 숨넘어가는 표정을 지으며 이들 앞에 나타났다.
“자네, 무슨 일인가? 왜, 귀신이라도 봤는가?”
“의, 의, 의······.”
“의, 뭐? 말을 하게나.”
김정익은 자신의 뒤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단어를 무릎을 꿇으며 뱉었다.
“의왕 전하께서······ 저기, 저 방에 계십니다.”
김정익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남자가 거실로 나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
이강이 이들 앞에 등장한 거다.
< 한인 애국단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