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0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07화(107/392)
< 블러디 메리 >
결혼식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
나는 성공적인 예식을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식 중간중간에 선보일 공연 준비는 어찌 되어가고 있지?”
“구성은 두 달 전에 다 끝냈습니다. 지금은 연습 또 연습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그래. 내 자네만 믿겠네.”
“예.”
이번 결혼식은 내 결혼식이기도 하지만, 한국 문화를 미국 고위층에게도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그렇기에 나는 큰돈과 막대한 시간을 써가면서까지, 예식 중간중간에 나올 한국 전통 공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아이고, 파디 주지사님.”
“이 왕자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십니까?”
“저야 아주 잘 지냅니다. 아, 주지사님. 이번 제 결혼식에 혹시 참석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저번 약혼식은 동부에서 열러 시간상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기필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참석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초대하는 손님 명단 또한 특별히 신경 쓰며 엄선했다.
내게 도움이 되는 혹은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서로 친해지도록 유도할 생각이니까.
‘미국도 은근 끼리끼리 문화가 있지.’
중국의 꽌시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역시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이미지상 미국은 공정 공대하고 아름다울 것 같으나, 대학교나 기업에 입사할 때 가장 중요한 서류가 바로 추천장이지 않던가?
‘서로 도움이 될 인맥을 내가 다리 놔주면, 그사이에 낀 나는 그 가치가 더더욱 높아지게 될 거다.’
나는 이를 상기하며 최현우를 불렀다.
“다음 약속은 프란시스 J.헤니 검사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법조인들인가?”
“예. 그렇습니다. 전하.”
빙의 후, 약 3년 동안 정계와 재계에 수많은 인물과 접촉하고 친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권력의 마지막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는 사법계와 연을 맺는 거다.
‘그들 역시 무시 못 할 세력이니까.’
법치주의 사회에서 분쟁이 생기면 어찌 되나?
모두 다 법으로 해결된다.
소송 만능주의.
미국은 특히나 이런 경향이 심했다.
검찰이나 판사는 이런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이들이기에, 그들과 친해져서 손해 보지는 않겠지.
‘더욱이······.’
20세기 초반, 가장 초법적인 기관이 될 FBI가 곧 생긴다.
FBI 국장은 견제기관인 CIA가 생기기 전까지 미국 내 모든 정보를 빨아들인 후 보관하는 블랙홀 역할을 해댔다.
‘연방수사국 초대 국장 자리에 내 사람을 앉힐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탄탄대로의 길이 열릴 거다.
이 시기 미국 대통령들은 비대해진 FBI 국장과 갈등을 피하며, 눈치 보는 모습까지 연출했기 때문이다.
“전하.”
“무슨 일인가?”
“그게, 모건 부대표가······.”
“또 사람을 보냈는가?”
“예.”
만날 사람은 많은데.
자신과 놀자고 죽자 살자 달려드는 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건 주니어였다.
‘진드기 같군.’
제 아비가 나랑 친해지라고 옆구리를 쿡쿡 쑤시기라도 했나?
모건 주니어는 서부 출장을 핑계 삼아 내 결혼식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삼 개월간이나 캘리포니아에서 머문다고 한다.
서부는 타지.
그로서는 아는 인물이 없었기에, 계속 나에게 연락을 하며 한번 만나자고 재촉했다.
“알겠네. 내 일정표 좀 보여주게.”
“예.”
내 일정이 쭉 적힌 표 속에 빈칸 몇 개를 찾았다.
그중 가장 가까운 날짜를 가리키며 최현우에게 명령했다.
“아, 마침 오늘 저녁 일정이 비는군. 모건 주니어에게 사람을 보내어 이때 시간이 된다면 우리 집으로 오라고 이야기해주게.”
“예, 전하.”
* * *
“이 왕자님.”
“모건 부대표.”
모건 주니어와 만났던 것은 약 두 달 전이었다.
동부 약혼식에서 그의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말이다.
“이 왕자님.”
“말하게.”
“결혼식 준비 때문에 많이 힘드신가 봅니다. 얼굴이 홀쭉해지신 것 같습니다.”
모건 주니어는 온갖 친한 척을 다 해가며 내게 슬며시 엉겨 붙었다.
“그나저나 바쁘실 텐데······ 저를 이리 왕자님 댁에 초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나는 그의 얼굴을 힐긋힐긋 쳐다보며 살짝 눈치를 주었다.
“자네가 매일같이 사람을 보내는데, 내가 어찌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 있겠는가?”
“저는 왕자님과 제가 아주 특별한 사이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자꾸 저를 피하시는 것 같았기에, 확인차 왕자님을 한번 뵙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어휴.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 보소.
능글맞네 정말.
“와. 제 예상보다 집이 참 넓고 아름답군요. 와! 이 사진들은 무엇입니까?”
모건은 우리 집을 둘러보다가 한 방을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을 찍어놓은 것들이네.”
“아······ 사진을 이런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군요.”
이젠 더는 볼 수 없는 풍경.
나의 씁쓸한 감정을 모건 주니어가 읽었는지 그는 빠르게 주제를 바꾸었다.
“왕자님. 이것은 이 왕자님의 고향에서 온 유물입니까?”
모건이 가리킨 것은 고려청자였다.
상감청자라고.
화려한 무늬가 특징이다.
“그래.”
모건 주니어가 상감청자에 관심을 보이며 내게 구매처를 물었다.
“나중에 저도 하나 구입하고 싶은데, 혹시 구매처 소개나 구매상 추천을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이지. 지난번 뉴욕 경매에서 자네의 도움을 받지 않았나?”
나의 말에 모건 주니어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받았던 것을 언급하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그나저나, 버첼러 파티는 언제 하십니까? 혹시 하시면 저도 초대해주십시오.”
그래.
이 이야기를 왜 안 하나 했다.
모건은 조용하고 정적이었던 제 아버지와 다르게 파티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안 끼는 곳이 없을 정도로 파티광이다.
최근에 서부의 사교계가 들썩거렸던 것도 이 때문.
미국 최고의 부자가 촌구석이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에 등장했으니, 서부의 호사가들이 얼마나 흥분했겠는가?
‘생긴 것은 제 아비와 비슷한데, 성향은 정반대란 말이지.’
두 부자를 비교하면, 일단 모건은 통제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시작하여 그의 손에서 끝나야 한다.
하지만 모건의 아들인 모건 주니어는 잘하는 이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는 위임 통솔형이었다.
어찌 보면 나랑 굉장히 비슷한 면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가, 모건 주니어는 첫 만남부터 나에게 호감을 보였다.’
모건 주니어는 전형적인 계급론자라서 왕자인 내게 살짝 굽히고 들어가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모건 주니어는 내게서 그의 모습을 보았기에 내게 호감을 보인다 여겨진다.
‘보통 성공한 아버지를 두면 항상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를 비교하기 마련이지.’
아버지의 정반대 모습을 보며, 설마 내가 잘못하고 있나 의심하는 게 보통 인간.
그것을 내가 깨부숴줬으니,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모양이지.
“흠, 버첼러 파티라······.”
버첼러 파티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총각파티다.
결혼식 전날, 마지막으로 즐기기 위해 여는 파티인데.
마지막 일탈답게 보통 아주 음란하게 논다.
“언제 여실 생각이십니까?”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계획을 듣는 것을 원하는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원하는 답변은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할 생각이 없네.”
“예? 진심이십니까?”
침묵하며 진심인 것을 무언의 행동으로 보이자, 모건 주니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즐기셔야지요. 이제 영영 다른 여인을 품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나는 이에 단호하게 말했다.
“충분히 즐겼네.”
빙의 전.
이강은 아내가 있는 채로 이 여자 저 여자 찝쩍거리다가 한 미국 여인과 스캔들까지 나며, 본처와 이혼하고 그녀와 재혼하느니 마느니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빙의 후에도 제법 여인을 만났고.
“하긴,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제가 가끔 왕자님의 신분을 잊곤 있었습니다.”
모건 주니어는 내가 내 직위 때문에 체면을 챙기고 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 같았다.
“왕자님. 그럼 결혼식이 다가오기 전까지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겠지. 여유가 있다면, 이 근방에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쭉 한번 해볼 생각이고.”
“허······.”
모건 주니어는 존경한다는 의미로 내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미지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찬 거다.
“역시 만인의 어버이인 왕족들은 생각하는 것이 다르군요.”
“왜? 자네는 나 모르게 아주 재미있게 살고 있나 보군.”
풍문에 모건 주니어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청교도라 굉장히 금욕적인 생활을 할 것 같지만, 어디나 그렇듯 뒤로 몰래몰래 하곤 한다.
‘내가 그랬다간 난리가 났겠지만.’
모건이야 겁날 것이 없으니까, 아주 자유롭게 사는 거고.
‘그와 달리 나는 적이 참으로 많으니까. 보이는 이미지에 굉장히 신경을 써야 하지.’
생각해봐라.
감히 누가 모건 제국에 맞서고자 하는가?
상상도 할 수 없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모건의 이름을 불렀다.
“모건 부대표.”
“예.”
“요즘에 내가 새로운 칵테일을 주조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말이야.”
“칵테일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모건 주니어를 향해 내가 제안했다.
“내가 만든 칵테일, 한잔 마셔보겠는가?”
“예. 그럼 좋지요. 제게도 한잔 만들어 주시지요.”
“어떤 취향이지? 뭐 따로 가리는 음식이나 술이 있는가?”
“없습니다.”
모건은 잠시 고민하다가 내게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고백했다.
“저는 원색적이면서 아주 자극적이고 이색적인 맛을 좋아합니다.”
“그래?”
나는 사람을 불러 우리 집에서 바텐더 역할을 하는 김한수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나는 이전에 설명했던 레시피를 언급하며 한수에게 칵테일 두 잔을 타오라고 명령했다.
“여기 있사옵니다. 전하.”
한수가 칵테일 잔에 붉은 음료 두 잔을 담아 내게로 건넸다.
“오호.”
이를 지켜 보고 있던 모건 주니어가 신기한 듯, 처음 보는 칵테일을 쳐다보았다.
“이 왕자님. 이거 진짜 마실 수 있는 술이긴 합니까?”
미국인들은 프론티어 정신, 그러니까 개척자 정신을 치켜세우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도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막상 익숙하지 않은 먹거리가 나오면, 도전하는 것을 꺼린다.
굉장히 도전적인 모건 주니어 역시 그런 면모를 보였다.
그는 붉게 제조된 칵테일을 바라보며 살짝 겁내는 표정을 지어댔다.
“왕자님. 이 술에 동양의 비밀 주술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내가 왜? 자네에게 무슨 억한 마음이 있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정 불안하면 내가 먼저 마셔보도록 하겠네.”
술에 독이 든 것도 아닌데 주저한다.
나는 붉은 칵테일이 든 잔을 재빨리 집어 든 후, 빠르게 이를 비웠다.
“하긴······.”
내가 깔끔하게 비우자 비로소 모건 주니어는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건넨 잔을 붙잡았다.
“이 왕자님과 저는 특별한 사이지요. 왕자님께서 절 골탕 먹이려고 이런 음료를 만드셨겠습니까?”
말은 또 그렇게 했지만, 모건 주니어는 단번에 이를 비우지 못했다.
그는 주저하며, 새로운 술을 도전하려는 작금의 모습이 얼마나 날 배려하고 있는지 주절주절 설명했다.
“왕자님께서 권하지 않았다면 이 새빨간 술을 마실 시도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왕자님.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소원?”
뭔 놈의 술 한잔 마시는데 소원이야.
나는 급히 거절하려고 했는데, 모건 주니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중에 결혼하신 후, 딸아이를 낳으신다면 제 막내아들과 결혼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응? 결혼?
아······.
록펠러 가문과 내가 엮이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구나.
하긴.
이 시대 미국의 고위층들이 얼마나 혈통과 작위에 집착하는지는 나 또한 아주 잘 알고 있다.
‘진심인가? 그보다 이리 덜컥 약조해도 되나?’
아직 내 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리 신랑 신붓감부터 정하는 것이 맞을까?
나는 팔짱을 끼며 모건 주니어에게 물었다.
“자네 자식이 넷이나 있던가?”
“그렇습니다.”
“막내가 올해 몇 살인가?”
“1900년도에 태어났습니다. 만 나이로는 올해로 여덟 살입니다.”
“허······.”
나는 혀를 차며 이거 살짝 어렵겠는데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 아이는 빨라야 내년에 태어날 텐데······ 아홉 살이나 차이 나겠군. 자네 막내에게 내 자식을 보내려면 밤에 열심히 일해야 하겠구먼.”
모건 주니어는 겸연쩍은지 머리를 긁적이며 갑작스럽게 새로운 가족계획을 내게 밝혔다.
“하하. 그렇겠네요. 아니면 제가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제 부인과 사랑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자식을 하나 더 낳으면 해결되겠네요.”
살짝 민망한지 모건 주니어가 들고 있던 칵테일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음······ 으음?”
그는 입맛에 맞는지 연신 잔을 홀짝이며 남은 술을 들이켰다.
“진짜 염소 피를 첨부한 술을 제게 주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이거, 알고 보니 토마토였군요.”
그래, 이놈아.
내가 진짜로 못 먹을 것을 줬겠냐?
“이거 이름이 뭡니까?”
“아직 정하지 않았네.”
“후보도 없습니까?”
“두 개 정도 있네.”
“뭡니까?”
“하나는 블러디 메리네.”
블러디 메리.
30년대 미국 동부에서 만들어져서 유행했던 칵테일이다.
개인적으로 칵테일 만드는 것을 현대인일 때부터 좋아해서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원이름을 언급하며 칵테일 명으로 어떠냐는 표정을 지었다.
“음, 좋군요. 그렇다면 나머지 후보는 뭡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다음을 말했다.
“레드 웨딩.”
< 블러디 메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