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0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08화(108/392)
< 블러디 메리 (2) >
“흠. 블러디 메리와 레드 웨딩이라······.”
모건 주니어가 턱을 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방금 마신 붉은 칵테일에 어떤 호칭이 더 어울리나 고민해 본 것이다.
“대충 그 의도가 머릿속에 연상되는군요. 왕자님의 숨은 의도를 제가 한번 해석해보아도 되겠습니까?”
응?
의도가 연상된다고?
‘나는 딱히 그리 고차원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는데.’
또 이걸 이리 해석하네.
참.
‘블러디 메리는 원 역사에서 붙여졌던 호칭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고, 레드 웨딩은 내가 좋아했던 판타지 기반 드라마 중 유명했던 에피소드 명을 따온 건데.’
이자는 어떻게 해석할까?
나는 모건 주니어가 계속 말하게 놔두었다.
“그래, 자네 맘대로 해보게.”
“블러디 메리라는 호칭을 작명하실 때 말입니다. 혹시 영국의 메리 여왕을 상상하시며 작명하셨습니까?”
퀸 메리.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전에 즉위했던 영국 최초의 여군주로 제 아버지인 헨리 8세의 광기를 쏙 빼닮은 여인이다.
그녀의 재위 기간에는 무던히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이 시기는 구교와 신교의 종교 교체기로 사회적 갈등이 정점을 찍은 시기니까.
모건 주니어가 그 일화를 이야기하며 남아 있는 술을 홀짝였다.
“이 칵테일은 그 미친 여왕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합니다. 토마토 기반의 술은 다들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그렇지.”
“하지만 이 토마토 기반 술이 입맛에 맞는다면 계속 이것만 찾게 될 만큼,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빠지면 배신은 꿈도 못 꿀 것입니다.”
메리는 배신과 배교를 싫어했지.
모건은 이를 언급하며 블러디 메리라는 작명이 이 술의 이름으로 적합하다고 평했다.
‘원 역사에서 이 음료를 처음 만들었던 이도 이런 이유로 블러디 메리라 작명한 걸까?’
계속 이 음료를 마시길 바라며?
“반면, 레드 웨딩은······.”
블러디 메리는 영국 역사책에 꼭 나오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반면 레드 웨딩은 영국은 물론 유럽 각지의 역사와는 관련 없는 현대에 만들어진,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
그렇기에 모건 주니어는 이를 해석하는데 살짝 어려워했다.
그 때문에 모건의 해석을 듣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결혼의 맛을 이 칵테일에 비유한 것 같습니다. 붉고 정열적인 미래의 왕자님의 결혼생활을 상상하며 이 호칭을 작명하신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떠올렸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 왕자님. 일단, 이 칵테일. 한 잔 더 마시고 싶습니다.”
“모건 부대표의 입맛을 아주 제대로 저격한 모양이군. 자네 이리 오게.”
바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한수를 불렀다.
“방금 마셨던 것, 두 잔 더 만들어보도록 하게.”
“예.”
* * *
김한수는 토마토 주스 기반에 보드카와 타바스코소스를 넣고 열심히 쉐킷쉐킷 흔들어댔다.
이후, 이쁜 칵테일 잔에 그것을 담아 우리가 있는 테이블로 가져왔는데.
휘청-
살짝 긴장한 모양인지 그만 마지막에 발을 접질리는 실수를 범했다.
덕분에 블러디 메리 두 방울 정도가 내 옷에 튀었다.
“헉. 저, 전하. 송구하옵니다.”
밖이 아니라 우리 집이었기에, 외투는 벗고 와이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블러디 메리 두 방울이 하얀 와이셔츠 위에 살포시 앉았다.
그 때문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하얀 옷에 붉은 자국이 생겨났다.
“아이고······.”
모건 주니어가 혀를 차며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매서운 눈빛으로 김한수를 노려보았다.
역시.
계급론을 맹신하는 모건 가문답게 아랫(?)것들의 실수는 꽤 매섭게 반응한다.
“이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김한수는 모건 주니어가 쏘아 대는 매의 눈빛 때문인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괜찮네.”
나는 별일 아니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달랬다.
“자네는 내 방으로 가서 수건과 함께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게나.”
“아, 예.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모건 주니어는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김한수를 한참 노려보다가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살짝 묘한 표정을 지어댔다.
“왜 그리 보는가?”
“아, 아닙니다.”
마침, 우리가 술을 마셨던 테이블 인근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하나 존재했다.
나는 거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현재 나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했다.
“왜? 작금의 내 모습이 마치 총에 맞기라도 한 것처럼 보여서 그런가?”
“아이고, 이 왕자님. 그리 재수 없는 소리를 함부로 하시면 어떡하십니까?”
미국은 독실한 청교도들이 세운 국가다.
청교도들은 미신을 혐오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람.
그렇기에 미신을 혐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사회적 관습으로 포장하여서 이런 루틴을 지키고자 했다.
‘예를 들면 배 진수식을 할 때, 으레 첫 항해 전 샴페인을 깨는데 이를 전통행사로 포장하지.’
서양에서는 진수식 때 꼭 여성들이 샴페인을 깬다.
남자가 하면 부정을 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자도 그런가 보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건 주니어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조언했다.
“왕자님.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현재는 일어나지 않지만, 현실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숨은 힘이 존재합니다.”
“그래?”
“예. 행여나 안 좋은 일이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으니 앞으로 그런 말은 삼가셔야 할 것입니다.”
“알겠네.”
나는 모건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김한수가 놓고 간 칵테일을 들었다.
“그나저나 어떤 것이 더 나은 것 같은가?”
“먹을 땐 몰랐는데 이리 옷에 묻으니 살짝 피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레드 웨딩보다는 블러디 메리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레드 웨딩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모건이 블러디 메리를 선택했으니 나 또한 이를 따라줄 생각이었다.
“그럼, 이 칵테일 이름은 블러디 메리로 하겠네.”
“예.”
상위 탈의를 한 후, 김한수가 가져온 새 셔츠로 옷을 갈아입었다.
잠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모건 주니어가 이내 내게 물었다.
“이 왕자님.”
“듣고 있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모건 주니어가 정말로 궁금한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최근에 결혼식 준비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멀리서 온 하객들에게 이 정도 선물은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깜짝 쇼를 기획하고 있는데, 자네 역시 고대해도 좋을 것일세.”
모건 주니어는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이내 추가 질문을 내게 던졌다.
“항간에는 경호 인력도 지나치게 많다는 풍문이 있는데 말입니다. 경호에 너무 많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말이 있습니다.”
모건 주니어의 의견은 캘리포니아 호사가들의 의견과 일치할 거다.
그는 서부로 넘어온 후, 열심히 파티만 참석하고 있었으니까.
일부는 나의 지나친 안전주의에 관해 쑥덕쑥덕하는 것 같은데.
‘그래. 경고는 해줘야겠지.’
최근 들어 흉흉한 정보가 계속 내 귀에 들리곤 있으니까.
나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모건 주니어에게 경고했다.
“자칫 나 때문에 다른 이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손님들을 초대하는 호스트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중이네.”
“위험요? 어떤 위험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소문에 일본의 과격 세력이 날 노리고 있다더군. 그렇기에 만약을 대비하여 경호 인력을 충원했네.”
모건 주니어가 블러디 메리를 추가로 한 잔 홀짝이다가 풋 하고 뿜어댔다.
그는 민망한지 자신이 가져온 손수건으로 급히 주변을 닦았다.
“여기, 미국 땅에서 말입니까? 왕자님을요?”
많이 당황했는지 평소 보이지 않던 말까지 더듬는다.
“그래.”
“결혼식에서요?”
“그렇다니까.”
“하하하- 하하- 하하-”
굉장히 경박하게.
모건이 한참 웃기 시작했다.
“······.”
“······.”
계속하여 진지한 표정을 짓자, 모건 주니어는 살짝 민망한지 급히 정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왕자님께서 생각보다 겁이 많으시군요. 태평양 건너에 사는 일본인들을 이리 신경 쓰실 줄이야. 저들이 어찌 미국에 있는 왕자님을 건든단 말입니까? 왕자님. 이 왕자님께서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는 이상, 일본 정부는 왕자님을 손끝 하나 건들지 못할 것입니다.”
알아.
안다고.
“아니, 미치지 않고서야 이곳까지 와서 행패를 치겠습니까? 생각해보십시오.”
내 말이.
문제는 그자들이 미쳤다는 거다.
‘현재의 일본인 무사들은 반쯤 군국주의자들이지. 공산주의자들도 그렇고 이념에 매몰된 이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나는 계속해서 내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모건은 살짝 날 피해망상 환자로 보는 듯한 눈빛을 1초 정도 쏘다가 이내 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날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과하게 대비하는 것이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요. 왕자님. 정 걱정되시면 그날 제 경호원들 또한 잔뜩 데려오겠습니다. 왕자님과 왕자비가 될 에델 양을 저 또한 지켜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에이. 자네까지 나서지 않아도 되네.”
“어? 섭섭합니다. 우리, 한 가족이 아닙니까? 미래에 사돈 될 사이인데 이 정도는 기본이죠.”
술 마시기 전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하네.
진짜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가?
‘모건 주니어의 막내 녀석이면······.’
J.P.모건은행은 모건 주니어의 장자인 모건 3세가 이어받게 될 것이다.
다른 딸 둘은 알아서 시집가고.
막내아들은 대공황 끝 자락쯤에 은행 하나를 창업해서 제 살길을 찾는다.
그때 만들어진 회사가 그 유명한 모건 스탠리.
‘모건 스탠리의 공동창업자면 그리 나쁘진 않은 상대이긴 한데······ 진짜로 확 맺어줄까?’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먼 미래.
무엇보다 자식도 아직 없고.
첫 자식이 딸이 태어날지 아들이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버인 것 같은데.
‘그래도 좋은 사윗감이긴 한데······.’
잠시 모건 주니어의 막내아들에 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모건 역시 블러디 메리를 비우며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내일은 뭐 하십니까?”
“지아니니 은행장을 만날 생각하네.”
“아, 지난번에 왕자님과 함께 뉴욕에 왔던 가톨릭교도 말입니까?”
모건 주니어가 지아니니를 회상하며 그의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에 뉴욕에서 그자의 이름이 많이 들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
“예. 사업을 꽤 잘하고 있나 봅니다.”
이전이었다면 없는 사람 취급했을 텐데.
이리 이름도 기억하고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면.
모건 주니어가 지아니니를 의식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긴, 지아니니의 BOA는 다른 은행과는 다르게 실질적 담보가 아닌 개인 간 신용을 중시하지. 새로운 트랜드에 모건 역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거다.’
더욱이 이 시대 미국은 은행의 전국화를 놓고 치열하게 로비를 벌이는 중이었다.
기존의 체계가 한번 크게 바뀐다는 말.
이런 때, 새로운 강자가 출연하기 마련이기에 기존의 기득권자들은 잔뜩 긴장하기 마련인데.
모건 주니어의 레이더에 지아니니가 걸린 것 같다.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군. 처음 봤을 때부터 일 잘하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 그랬습니까?”
“그럼. 미국에서 처음으로 나와 함께 동업한 자인데. 내 그것을 까먹을 리가 있나?”
모건 주니어가 복잡한 심경의 표정을 지어댔다.
부러움도 보이고.
질투도 보이며.
경계심도 보였다.
여러 감정을 교차하는 모건 주니어를 보며 그의 이력을 떠올려보았다.
‘원 역사에서는······.’
모건 주니어가 수작을 부리다가 지아니니와 BOA 경영권을 두고 다툰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선진 금융을 가르쳐준다며, 모건의 이사들을 BOA에 파견하지 않았던가?’
이번 역사는 어떻게 될까?
모건 주니어는 지아니니의 뒤통수를 후려칠까?
그 뒤에 내가 있는데 말이다.
“언제 한번 함께 식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네. 지아니니와 함께 밥 한 끼나 하세. 아, 다음 주쯤 시간이 되는데······ 그때가 좋겠군.”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모건 주니어를 보며 내가 다음 약속을 잡았다.
모건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제안을 수락했다.
* * *
1908년 9월 7일.
이강의 결혼식이 3주 정도 남았을 때, 커다란 배 한 척이 샌프란시스코 북쪽 부두에 정박했다.
“하선 시작하겠습니다.”
일본 도쿄에서부터 한 달이나 태평양을 가로질러 항행했기에, 승객들은 따분한 표정을 지으며 배에서 내렸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동양권에서 온 이들의 미국 입국 절차가 강화됐다.
개정된 이민법에 따라 여권과 비자의 진위를 더 세밀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우라 마츠지로요.”
가쓰라 다로에게 밀명을 받은 미우라 마츠지로는 초조한 표정으로 심사관 앞에서 자신의 여권을 내밀었다.
일본 여권을 이리저리 확인한 데이비드는 긴장한 미우라 마츠지로를 보며 몇 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기거할 곳은 어디요?”
“센트럴 호텔입니다.”
“입국목적은?”
“친지 방문 및 사냥이요.”
데이비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냥? 뭔 놈의 사냥?”
“그것까지 말해야 하오?”
보통은 1분도 채 안 되어 끝나지만, 신입인 데이비드는 깐깐하게 입국 심사를 하는 편이었다.
계속하여 미우라를 물고 넘어지자, 선배이자 사수였던 존이 데이비드에게로 다가갔다.
“어이, 데이비드. 저기 길게 서 있는 줄 안 보여?”
“아, 그게.”
“이런 식으로 너무 꼼꼼히 하면 우리까지 퇴근이 늦어진다고.”
존은 데이비드가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설명했다.
“일본인과 한인은 우리 단속 소관이 아니야. 홍콩이나 상해에서 온 것도 아니고 도쿄면 백 퍼센트 일본인들일 텐데, 대충 괜찮다 싶으면 냅다 통과시켜.”
“예.”
데이비드는 살짝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기다리고 있는 일본인을 보았다.
그는 퉁명스럽게 여권을 일본인에게로 살포시 던지며 인사말을 건넸다.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다음.”
쾅-
입국을 허가하는 도장이 미우라의 여권 한편에 찍혔다.
그제야 그는 표정을 폈다.
미우라는 자신의 가방을 꽉 쥔 채로 샌프란시스코 부두를 빠져나왔다.
“미우라 상. 여깁니다.”
미우라보다 먼저 와 있던 동료들이 손을 흔들며 그를 반겼다.
미우라는 같이 온 동료들과 함께 먼저 온 이들과 접선했다.
“호랑이 사냥은? 어째 잘 준비되어가고 있는가?”
< 블러디 메리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