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0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09화(109/392)
< 블러디 메리 (3) >
“제가 누굽니까?”
미우라의 부관인 테츠야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 해 왔던 일들을 쭉 나열하기 시작했다.
“미우라 상이 여기 미국으로 오실 동안, 사냥 준비를 아주 착실하게 끝내 놓았습니다.”
거사 날 사용할 무기들.
그러니까 권총이나 도검류를 모두 갖춰 놓았으며, 근처 지형 또한 전부 샅샅이 파악해 두었다고 보고했다.
“내일 당장 호랑이 사냥을 떠나도 될 정도입니다.”
“잘했네. 역시 자네로군.”
테츠야는 러일전쟁 때 참전했던 전직 장교다.
그 때문일까?
군인답게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는데, 미우라는 그런 테츠야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우라는 믿음직한 테츠야에게 한발 다가간 후, 테츠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살포시 이를 두들겼다.
“다른 것은? 어찌 진행되어가고 있는가?”
“정보 수집 또한 틈틈이 계속했습니다. 현재 이강의 경호 인력은 평소보다 두 배 되는 여덟 정도로 추정됩니다.”
“여덟?”
“예. 네 그룹이 순환 교대하며 그를 호위하는 중입니다.”
미우라 마츠지로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작게 속삭였다.
“두 배나 늘어 여덟이라······ 그래. 언제부터 그리되었는가?”
“약혼식 직후부터 인원이 증강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미우라가 얌생이처럼 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테츠야는 계속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미우라에게 넘겼다.
“아주 단단히 겁을 먹었는지, 결혼식 때 투입되는 보안 인력을 기존 계획보다 열 배나 더 증원했더군요.”
적의 호위 인력이 대폭 증강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미우라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미우라는 전혀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지 계속해서 비릿한 미소를 지어댔다.
“내 예상대로군.”
“그렇습니다. 이강이 이리 경호 인력을 늘리는 것을 보면 그리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테츠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우라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에 미우라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보가 새어 나갔군. 본토에서 활동하는 조선인은 생각보다 적네. 그러니 내부의 소행일 것일세.”
“예. 아까 제가 보고했듯이 약혼식을 전후로 이강의 호위 인력이 대폭 증강하지 않았습니까?”
테츠야는 미국에 있었던 자국의 유력 인사를 거론했다.
“지난번 이강의 약혼식 때, 다카히라 전 대사가 약혼식장에 나타났답니다. 우리 측 정보원이 이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
“······.”
“더욱이 대사관에 있던 우리 정보통에 따르면, 둘이 언성을 높이다가 잠시 독대를 했답니다.”
미우라는 의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다카히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마, 그때 우리가 예상하는 이야기가 오갔을 것일세.”
“그렇겠지요.”
사이온지를 따르는 온건파는 가쓰라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티가 날 정도로 해당 정보를 이강에게 전하고 있었다.
이는 온건파가 이강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반대파인 가쓰라의 강경파에게 보내는 경고인 셈이었다.
‘이래도 진짜 이강을 암살할래?’라는 무언의 제스처.
더하여 진짜로 암살을 시도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기에 계속하여 이런 행동을 보였다.
이강이 죽기라도 한다면 외교적으로 큰 후폭풍이 일어날 테니까.
암살 성공이라는 최악보단 암살 미수라는 차악이 낫지 않은가?
“하- 총리께서는 정말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시겠습니다.”
테츠야는 사이온지의 온건파에게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미우라는 동의하는지 허리춤에 손을 짚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우리가 나선 이유가 뭔가? 더욱이 이번 거사는 우리의 뜻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네.”
미우라는 이내 테츠야와 어깨동무하며 테츠야가 세워 둔 자동차 쪽으로 향했다.
“안팎에 적이 가득하지만, 우린 결국 성공할 걸세.”
“저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그래. 아! 자네 지금도 계속 정보를 흘리고 있겠지?”
“예.”
내부의 적 때문에 어차피 정보는 계속 샌다.
그렇기에 가쓰라와 미우라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이강 그놈은 우리를 경계하며, 한편으로는 속으로 안심하고 있을 것이네. 돌아가는 사정을 자신이 전부 다 파악하고 있다고 착각 중일 테니까.”
“그렇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계속해서 결혼식 관련 정보를 흘리자고. 그들이 결혼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동차에 올라탄 테츠야는 제 상관의 눈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사이, 우리는 이강이 방심한 틈을 노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 그자는 우리가 거사 날을 앞당기리라 예상하지 못할 것일세.”
미우라가 테츠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테츠야가 조사해 둔 이강의 일정을 건네라는 뜻이었다.
이에 테츠야는 품 안에 준비했던 다이어리를 그에게 건넸다.
“이 날이 좋겠군. 결혼식 전, 긴장이 가장 많이 풀어질 때. 이때를 노리자고.”
테츠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이 날 이강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에, 유력 인사들과 점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마, 교회에서 나올 때를 노리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테츠야가 살짝 흠칫한다.
이에 미우라가 한쪽 눈썹을 살짝 들썩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왜? 내 계획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가?”
테츠야는 여느 일본의 엘리트들과 비슷하게 서구에서 유학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서구에서 일요 예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거룩한 날.
일주일을 마무리하며 기도드리는 날.
하필 그날, 그것도 교회 인근에서 호랑이 사냥을 한다는 것이 살짝 께름칙했으나.
본래 계획으로 언급되었던 결혼식 거사보다는 괜찮아 보였기에, 테츠야는 반발하지 않고 제 상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아, 아닙니다. 훌륭하십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하지.”
“예.”
* * *
댕- 댕- 댕- 댕-
일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교회 종소리가 잔뜩 울려 퍼졌다.
“들어가지.”
“예.”
나는 일행들을 데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교회에 출입했다.
‘이쪽이었나?’
목사를 만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보통 결혼할 때 시청 건물이나 교회에서 식을 올린다.
이는 결혼을 승인하는 주체가 종교인이거나 시의 관리뿐이기 때문이다.
시의 관리에게 받으려면 보통 시청에서 작은 식을 해야 하는데, 내가 하려는 결혼식은 프라이빗한 예식이었기에 후자는 힘들었다.
결국 내 결혼식에서 주례는 목사님만이 할 수밖에 없었다.
“폴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동네의 자랑, 이 왕자님이 아니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샌프란시스코에는 수많은 교회가 존재했지만, 나는 그중 폴 그리즈만 목사에게 주례를 맡길 생각이다.
‘그는 믿을 만하지.’
폴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대형교회 목사 중 몇 안 되는 진보적인 목사였다.
이 시대.
생각보다 많은 교회가 ‘미국을 하얗게’라는 표어를 들고 인종차별을 부추길 때, 이자만큼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설교했으니까.
그렇기에 영어로 진행되는 1부 식에서 그리즈만 목사에게 주례를 부탁할 생각이었다.
“이 왕자님.”
“예.”
“세례를 받으신 후 몇 번 교회를 나오시다가 한동안 안 나오셔서 걱정했는데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바빠서 그만.”
“괜찮습니다. 탕아가 돌아오듯 이리 다시금 교회에 얼굴을 비추시지 않았습니까? 조금씩 마음을 여시며 하나님을 믿으시면 됩니다.”
현대인으로 살 때 나는 중학교 이후에 교회에 나가지 않았던 짝퉁 교인이었다.
믿음이 많이 없었지만, 이 시대 빙의하고 나서 세례를 받았던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
‘개신교인이 되면 사람 취급을 받으니까.’
이 시대에 수많은 이탈리아인, 아일랜드인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았던가?
가톨릭이라는 이유 하나로 하얀 흑인 대접을 받는다.
개신교로 개종한다면 더 나은 대우가 보장되는 상황.
수많은 한인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종교를 개종하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었다.
‘나야 왕자지만······.’
결혼도 정략혼을 하는데, 종교 또한 못 믿을 이유가 없지.
그렇기에 나는 미국에 오자마자 세례를 받았다.
물론 이를 대놓고 언급할 수는 없었기에, 조용히 그리즈만 목사의 눈치를 보았다.
“오랜만에 교회에 찾아왔는데, 목사님께 부탁을 드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 결혼식 주례건 말입니까?”
“예.”
“당연히 해 드려야지요. 저희 교인이신데 당연히 제가 주례를 봐야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왕자님께서는 이 근방 빈민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신 선인이십니다.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교회 참석은 더뎠지만, 헌금과 기부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내의 좋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리즈만이 이를 언급하며 내 손을 꼭 잡았다.
“이 왕자님.”
“예.”
“제가 이 왕자님을 위해 한 가지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리즈만 목사가 내게 상자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뭡니까? 목사님.”
“제 작은 선물입니다. 결혼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시지요.”
선물을 바로 뜯는 것은 실례일 수도 있기에, 그리즈만 목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열어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건······.”
“성경책입니다.”
품 안에 지니고 다니기 알맞은 아주 작은 크기의 성서였다.
역시나
종교인다운 선물이다.
“평소 바쁘신 왕자님을 위해 이리 이동 중에도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제가 준비했습니다. 항시 가지고 다니시다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어주십시오.”
신실하지 않은 나를 교화할 생각인지, 그 짧은 만남 속에서도 깨알같이 포교를 한다.
나는 그저 그랬지만, 겉으로는 엄청나게 기쁜 표정을 지으며 그리즈만 목사와 악수하였다.
“고맙습니다.”
그의 부탁대로 성경책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이에 그리즈만이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이리 기뻐하시니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그럼 본 예배 때 뵙겠습니다.”
“예.”
담임 목사실에서 나와 오랜만에 본 예배당으로 향했다.
늘 앉았던 맨 끝자리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어? 자네들은?”
익숙한 얼굴들이 내 시야에 잡혔다.
* * *
“이 왕자님.”
“자네들.”
모건 주니어부터.
에델의 오빠였던 윌리엄 록펠러 부 지사장.
거기에 로스차일드 남작의 정식 후계자인 그의 조카까지.
그 면면이 화려한 이들이 내가 있는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점심 약속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여긴 어떻게 찾아왔는가?”
“아! 저희도 하나님께 기도드리러 온 것입니다.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의도가 없긴.
이거 티가 나는데.
‘모건 주니어 때문인가?’
지난 석 달 동안.
모건은 내 주위를 서성거리며, 틈만 나면 나를 만나려고 했다.
아마도 제 아버지인 모건의 부탁 때문이겠지.
‘7인회는 현재 딱 절반으로 나누어져 있는 상태니까.’
연방준비제도를 만들 때,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세부안을 짜려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그 가운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가 짜이도록 세력을 규합 중이다.
‘모건이 이리 움직이니 다른 이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로스차일드 남작과 모건이 각각 우두머리가 되어 싸우는 중인데.
지금 이들의 후계자 모두가 이 교회에 있다.
이는 모두 내게 잘 보이기 위함이겠지.
“전하, 슬슬 일어나시지요.”
한참 예배를 보는 가운데.
경호원들이 내게 신호를 보냈다.
이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 왕자님. 아직 예식이 안 끝났는데 일어나도 됩니까?”
“미안하네. 내 경호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네.”
“아······.”
예배가 끝나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이동한다.
그리되면 내 경호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기에 나는 가장 마지막 줄에 앉아서 예배를 보다가 도중에 나오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도 이해해주시겠군요. 저희도 따라 나가겠습니다.”
에델의 친오빠였던 윌리엄 록펠러 역시 나를 따라 나오며 다음 행선지를 내게 물었다.
“이 왕자님. 점심은 어느 식당으로 가는 것입니까?”
“기가 막힌 스테이크집이 근처에 있네. 이후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까 하는데. 왜? 자네들은 다른 것을 먹고 싶은가?”
“아, 아닙니다.”
교회 정문을 나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우리가 타고 갈 차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그때였다.
“이강!”
응?
누군가 저 멀리서 내 본명을 불러댔다.
“이강!”
기이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조선 어디에서도 내 본명을 불러대는 이는 없었으니까.
“누구인가? 혹시 날 아는가?”
낯선 이의 부름에 반응하자, 갑자기 그가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죽어라! 조센징.”
탕탕-
총성이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복판에서 울려 퍼졌다.
그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하던 말을 이어갔다.
“대 일본제국의 황국신민인 우리가 널 심판하러 왔다. 죽어라!”
< 블러디 메리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