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1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11화(111/392)
< 호랑이 사냥 (2) >
“전하! 괜찮으십니까?”
조선어가 들리자, 온몸의 긴장이 확 풀렸다.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 서방. 자네는 암살자가 죽었나 확인하게. 나는 전하의 몸 상태부터 확인하겠네.”
“예.”
한 명은 대자로 누워 있는 내게로 다가왔지만, 다른 이는 내 옆에 쓰러져 있는 적에게로 향했다.
탕탕-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서다.
적이 완전히 사망하지 않았다면 다시금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선제 조치를 취한 것.
“전하!”
“으으······.”
가벼운 뇌진탕 증세 때문인지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천천히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었다.
나는 경호원의 도움을 받으며 허리를 일으켰다.
“헉.”
맞다.
분명 가슴에 총을 맞았던 것 같은데.
재빨리 가슴 쪽 부상 여부부터 확인해 보았다.
“전하.”
경호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품 안에서 꺼낸 성경이 피를 잔뜩 머금고 있어서다.
저자들은 붉은 혈흔이 내 피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다들 안심하게. 나는 다행히도 무사하네. 여기, 내 가슴을 한번 살펴보게.”
“아······.”
와이셔츠를 찢으며 내 몸에 총알이 박혀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제야 경호원들은 굳었던 표정을 폈다.
‘울긋불긋하네.’
피습 당시 충격 때문인지, 가슴 주변에 커다랗게 멍이 들어 있다.
총알들이 내 몸을 뚫지 못했지만, 강한 펀치 두 방을 때린 셈이었으니까.
‘위험했네.’
나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붉게 물든 성경책을 보았다.
그 안을 살폈는데, 예상대로 책 속에는 일본 암살자가 쏜 총알 두 방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운이 좋았어.’
방탄복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책이나 회중시계가 제일가는 방호복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네.
“전하. 얼굴에 피가 많이 묻어있습니다. 이걸로 닦으시옵소서.”
“고맙네.”
경호원들이 건넨 손수건으로 일본인 암살자가 튀긴 피를 닦아내며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
갑자기 한 인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급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열 걸음도 안 떨어진 거리에 쓰러져 있는 김영호를 바라봤다.
“영호는? 어떤가?”
경호원들은 그제야 부팀장의 상황을 확인했다.
“부팀장님은 안타깝게도······.”
경호원들이 말끝을 흐렸다.
제길.
영호는 안타깝게도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한 모양이다.
“우리 측 피해는?”
“사망자 둘, 아니 셋에······ 부상자 역시 셋입니다. 저희 둘을 제외하곤 다들 한두 군데씩 다쳤습니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 측 피해는 생각보다 컸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급습당했기 때문이다.
“암살자가 결혼식 때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했는데, 이리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맞습니다. 비겁하게, 교회에서 나올 때를 노릴 줄이야.”
미리 준비하기는 해 놨지만.
경호팀은 이런 상황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다.
그랬기에 이번 사태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1초에서 2초 정도 대응이 늦었지.’
찰나의 짧은 시간 때문에, 초반에 세 명이 전력에서 이탈하며 큰 피해로 이어졌다.
‘지금은 대통령이나 황제들도 막 암살당하는 야만의 시대지.’
일국의 원수가 어찌 이리 쉽게 당하나 하며 혀를 찼는데.
막상 내가 겪어 보니 알 것 같다.
급습당하면 당황하기 때문이다.
“적들은?”
“아홉이 사살되었고, 일곱이 포박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일단은 도망친 듯합니다. 하지만 경찰들이 그들을 쫓고 있기에, 조만간 전원 체포될 것 같습니다.”
이 지역 경찰들이 단단히 뿔났다고 한다.
하긴.
총격전 도중 미국의 일부 시민들도 다쳤으니까.
총력을 기울여 수색하고자 하겠지.
“연방 법무부 관리들도 이곳에 파견될 예정이라고?”
“예. 그렇답니다.”
나 때문에 FBI가 원 역사보다 더 일찍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잠시 이번 사건 때문에 바뀔 역사에 관해 고민하다가 다시금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번 사태에 일본 놈들은 암살자를 몇 명이나 동원한 것인가?”
“서른이 넘습니다.”
대규모 인원이 원정을 온 셈이네.
아주 단단히 벼르고 있었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일본은 만국평화회의에서 상당히 망신을 당했다.
강경파들로서는 내가 눈엣가시 같았겠지.
작금의 상황을 분석해 보면, 적들은 이날만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또 준비한 것 같았다.
‘대비를 어느 정도 하긴 했으니까, 이 정도로 끝났구나.’
평소 데리고 다니던 경호원들 수를 두 배 늘리고, 훈련도 종종 했다.
주변에 일본의 수상한 움직임을 언급하며 모건이나 록펠러에게도 사적인 경호원을 대동하도록 유도했다.
‘마냥 손 놓고 있었더라면, 진짜 나의 죽음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나마 내가 준비했기에 이리 목숨을 건진 거다.
‘반성하자. 너무 결혼식 준비에만 매몰되었어······.’
여기서 분노하기만 하면 안 된다.
이번 실수를 발판 삼아 반성하고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빌어먹을 일본 놈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에델이 내게 질문했던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왕자님 꿈은 뭐냐고.
내게 물었었지 아마.
나는 이강의 몸에 빙의하고 나서 한동안 아무런 꿈이 없었다.
그저 살아남는 것이 초반 목표였다.
그러다 에델과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부터 내 가족을 지키는 것으로 그 방향을 겨우 잡았다.
‘진짜로 일본 제국과 나는 양립할 수 없어. 둘 중 하나가 망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그들을 어떻게 조질까?
이번 사건을 토대로 난 뭘 얻을 수 있을까?
“전하! 전하!”
“응?”
추가 경호 인력이 내게로 오며 주변을 감쌌다.
일부는 김영호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다.
“혹시 모르니 일단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알겠네.”
일단 병원도 위험할지 모르니까.
선발대를 투입해 그곳 상황부터 알아봐야 한다.
나는 서둘러 경호원들과 함께 내가 타고 온 차로 향했다.
* * *
나는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성 베드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곳곳이 환자군.’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져서 그런지, 병원 이곳저곳에 총상 환자들이 보였다.
현대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미국에서는 익숙한 장면들이다.
‘저 꼴 안 보려고 총기 규제 로비에 참여했었는데.’
현대인 박병준으로 살며 돈 안 받고 일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중 하나가 총기 규제 로비 건이었다.
물론 나의 봉사활동은 실패로 끝났다.
미국에서 유대인 로비 단체만큼 센 협회가 바로 총기협회이니까.
“귀빈실은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된답니다.”
“그래.”
경호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사람들이 별로 없는 병실에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경호원 중 일부를 보냈다.
건물 안에 일본인이 있나 살핀 거다.
“잠시 멈추게.”
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자네 혹시 국적이······ 쨉스?”
“아, 아닙니다. 저는 재작년에 막 이민 온 조선인입니다.”
“FXXX. 아니 생긴 게 왜 이리 비슷한 거야? 쨉스인 줄 알았네.”
낯선 남자는 일본인 혐오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해 댔다.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가니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건?’
벽 뒤에 있던, 낯선 남자의 정체는 바로 모건 주니어였다.
그는 왼손 쪽에 찰과상을 입은 모양인지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곳은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모건 주니어에게 다가갔다.
“모건 부대표.”
“이, 이 왕자님!”
“자네, 몸은 좀 어떤가?”
“아, 예. 괜찮습니다.”
“다른 이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같이 있던 다른 이들을 찾았다.
“윌리엄(록펠러)은 에델을 만나러 30분 전에 이 병원을 떠났고, 월터(로스차일드)는 남작에게 전할 말이 있다며 우체국으로 향했습니다.”
“그래?”
모건이 안도의 한숨을 푹 쉬며 내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혹시나 다친 곳이 있나 살핀 거다.
“큰 외상은 없으시군요. 그나저나 왕자님 쪽 사람이 많이 다쳤다 들었습니다만.”
“······.”
“삼가 명복을 빕니다.”
“위로해 주다니 고맙네.”
“하······ 아무리 생각해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누가 이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아까 보니.
모건에게 일본인 혐오증이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를 악화시킬 아주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나는 여러 예를 들며 일본을 비난했다.
“뭐, 그간의 전적을 보면······ 저치들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네.”
“예? 이 짓을 여러 차례 반복했단 말입니까?”
“그럼.”
현 러시아의 황제인 니콜라이만 해도 일본에서 테러를 당했는걸.
그뿐만이겠는가?
청나라의 최고 권력자였던 이홍장도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으러 갔다가 현지 일본인에게 저격을 당했다.
일본 낭인들이 경복궁에 침입해 중전 민씨를 살해한 사례도 있었고.
앞서 벌어진 일본의 수많은 암살 시도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날.
사이온지와 여론전을 할 때 모아 뒀던 정보를 모건 주니어에게 푼 거다.
“와, 미친 쨉스 새끼들.”
안 그래도 일본 혐오증이 모락모락 생겨나고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듣자 모건 주니어의 일본 혐오증이 경증을 넘어 중증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이 왕자님.”
“말하게.”
“왕자님을 암살하려고 했던 놈들 말입니다.”
“그래.”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이 소식이 월가는 물론 백악관까지 전해졌으니까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친일 인사다.
조선의 외교권이 일본에 넘어갔을 때, 시어도어가 기뻐했던 일화는 워싱턴은 물론 뉴욕 재계에도 전해질 정도로 아주 유명했다.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일본을 감쌀 수 없을 거다.’
일본인 야쿠자들이 미국 내에서 단순 행패를 부렸다고 치부하기엔 일이 너무 커졌다.
더불어 지금은 일본을 압박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다.
아무리 친일 인사라고 해도 미국인들은 자국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렇기에 시어도어 역시 움직일 것 같다.
“루스벨트가 미적거린다면 제가 나서서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떤 결정을 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최대한 말을 잘 전달하면 그놈들을 압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았어.’
모건 제국은 현재 모든 것을 통제하는 통제광 존 피어폰트 모건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다.
통제광 아버지 아래에서 일하고 있기에, 모건 주니어는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존 피어폰트 모건의 나이가 올해로 팔십이다.
앞으로 5년 정도만 지나면 모건 주니어의 손에 모건 제국이 완전히 넘어가기에.
일본 혐오증에 걸린 모건 주니어가 만약 대표가 된다면, 일본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눈앞에 미래가 선하게 보였다.
“자네가 그리 말하니 마음이 좀 놓이는군.”
활짝 웃으며 모건 주니어와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모건은 그동안 입수한 정보를 내게 알려주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왕자님.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문?”
“들리는 말로는 왕자님을 호랑이에 빗대 이번 작전을 ‘호랑이 사냥’이라고 칭했답니다.”
허허.
그래?
‘여우 사냥은 실패하면 그만이지만, 호랑이는 그렇지 않은데.’
자칫 잘못하여 호랑이 앞다리에 뺨을 맞기라도 해 봐라.
목이 돌아갈 텐데 무사하겠는가?
‘열도에는 호랑이가 없던가?’
그래서 그랬구나.
호랑이의 위험성을 몰랐기에 이리 막 나댔구나.
‘일단 키는 내가 쥐고 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하면 내게 유리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 고민부터 시작했다.
‘가쓰라는 내게 도움이 되는 인물이다. 강경파가 날뛸수록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어. 결국 미국과 대립하게 되니까.’
폭주하는 일본을 더욱 폭주하게 만들려면, 제어 장치 역할을 하는 이토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좋겠으나······.’
일단은 내 손 더럽히지 않고 남의 손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
근처에 있는 경호원 하나를 불렀다.
“자네.”
“예.”
“가서 종이와 펜을 가져오게.”
모건 주니어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왕자님. 종이와 펜은 뭐 때문에 찾으십니까?”
“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감사 편지나 하나 써 볼까 해서 말이지.”
“감사 편지요? 누구에게요?”
“있네.”
일단은 전 일본 대사였던 다카히라부터.
내게 경고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감사 인사 편지를 얼른 일본 대사관에 보내야겠다.
‘그러고 보니······.’
다카히라는 본토로 이미 귀국했구나.
그렇다면 더더욱 일본 대사관에 이 편지를 보내야겠네.
현재 대사관에 남아 있는 자는 가쓰라 다로의 수족일 테니까.
그들이 이 편지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쓰고 있던 남은 편지 내용을 계속 적어갔다.
* * *
“총리대신 각하.”
“무슨 일인가?”
“미국에서······ 전보가 왔습니다.”
“그래?”
가쓰라 다로는 비서실장에게서 전보를 재빨리 받았다.
천천히 안에 적힌 내용을 읽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패?”
짧은 단어로 그 내용을 주고받던 전보였기에,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짧은 보고 속에서도 작성자의 감정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정말로 한 끗 차이로 실패해 아쉬워하고 있음이 글 안에서 묻어났으니까.
“실패라, 실패라······.”
이강을 죽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는가?
만국평화회의 이후부터 가쓰라 다로의 강경파는 이번 일을 계획했다.
틈틈이 이강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의 동선을 분석하며, 거금을 들여 무기까지 사들였다.
그런데 실패했다고 한다.
“에잇!”
가쓰라 다로가 책상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엎었다.
분노했기 때문이다.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가 총리관저에 울려 퍼졌다.
“총리대신 각하!”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강······.”
“각하!”
비서들이 그를 만류한다.
하지만 가쓰라는 화가 많이 났는지 계속 물건들을 던져 댔다.
“각하!”
“······.”
“하루빨리 대책을 모색하셔야 할 것입니다. 일이 생각보다 커진 것 같습니다.”
가쓰라는 사실 이번 일을 기획할 때만 해도 이 일이 크게 번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그저 이민자 폭력배 무리가 자국에서 난동을 부린 일로 치부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강은 살아남았고.
더불어 미국의 거물급 후계자들이 엮이며 일이 커졌다.
‘사카이 사건 때처럼 넘어가야 하나?’
19세기 말.
일본은 개화를 추진하다가 서구 열강들과 많은 갈등을 겪었다.
일부 지방 군벌들이 중앙의 정책에 반발하여 서구인들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때 벌어진 대표적 사건이 바로 사카이 사건이었다.
지방 군벌들에 의해 프랑스 군인들이 크게 다친 사건으로.
일본 정부는 관련자들을 모두 잡아들인 후, 관계자들 앞에서 그들에게 할복을 지시했다.
서구의 장교들은 관련자들에 대한 일본의 잔인무도한 사형 방식을 지켜보며 혀를 내두르다가 이래저래 그냥 넘어간 일이 있는데.
가쓰라는 이번에도 이 방법을 사용하며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
“각하!”
“무슨 일인가?”
총리 관저에 비서 하나가 들어왔다.
오모로 비서실장은 막 들어온 비서를 바라보며 눈으로 무언가를 주문했다.
급한 일이 아니면 화가 잔뜩 난 가쓰라를 자극하지 말라는 신호.
하지만 비서는 너무나도 급한지 이런 오모로의 눈신호를 모른 척했다.
“이토 통감의 전화이옵니다.”
일본과 대한제국은 1907년에 해저케이블이 완성되어 서로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지역이 되었다.
암살 실패 사실이 본토는 물론 조선 통감부에도 전달되었기에, 이토가 야단법석을 떨며 가쓰라와 통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됐네. 바쁘다고 하게.”
“그리 말씀하실 것이라 예상하시며 지금 당장 자신과 통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쓰읍.”
오모로가 방울뱀이 꼬리를 흔드는 소리를 내며 비서가 더는 입을 못 열게 막았다.
어린 비서는 두 상사의 분노에 이내 입을 꾹 다문다.
“각하!”
밖에 있던 또 다른 비서가 총리 공관에 들어왔다.
그 역시도 표정을 보았을 때, 매우 급해 보였다.
“왜 또?”
“미국 대사가 방금 관저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미국 대사가?”
“예. 이것을 각하께 전하랍니다.”
비서의 손에는 편지가 하나 들려 있었다.
미국의 대사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적어왔을까?
가쓰라는 살짝 손을 떨며 그것을 받았다.
“각하!”
미국 대사의 편지를 읽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비서는 아니었고, 평상시 총리 공관 입구에서 일하던 직원 중 하나였다.
“여, 영국대사가 총리 관저 앞에 도착했답니다. 긴급히 상의할 일이 있다며, 다른 이들보다 먼저 각하를 알현하고 싶다 전했나이다. 아무래도 오늘 일어난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쓰라의 미래는 이제 하나다.
이곳저곳에서 날아오는 밀린 청구서를 확인하는 일뿐.
“으으······.”
가쓰라는 셋 중 무엇을 가장 먼저 할까 고민하다가 영국대사와 먼저 만나는 것을 선택했다.
일본의 최우선 파트너는 누가 뭐라고 해도 영국이었기 때문이다.
< 호랑이 사냥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