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17)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17화(117/392)
< 후폭풍 (2) >
“폐하.”
“······.”
“폐하!”
조선의 황제였던 이척은 족제비처럼 생긴 이완용을 바라보며, 굉장히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느냐?”
“혹시,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전혀. 짐은 괜찮노라.”
“하온데······.”
이완용이 순종의 옆에 있던 이토와 눈빛을 한 번 교환한 후,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표정이 왜 이리 어두우십니까?”
“······.”
“평소처럼 밝게 웃어 주시지요.”
이에 이척은 그저 한숨만 크게 쉴 뿐이었다.
이완용은 답답한지.
미리 섭외된 시민들을 바라보며, 이척에게 웃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수많은 신민이 폐하의 용안을 보기 위해, 여기 중앙 역사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나이다.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폐하께서 백성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 주셔야 하지 않겠나이까?”
이척이 살짝 언성을 높이며 한쪽 눈썹을 꿈틀댔다.
“짐은 웃고 있다.”
“예?”
“짐은 웃고 있다고.”
“그게 무슨······.”
순행을 떠나기 전, 고종은 이척에 한 가지를 주문했다.
절대 웃지 말라고 조언을 한 거다.
『척아, 명심해야 한다. 네가 이토 옆에서 웃고 있다면, 백성들은 이토가 너와 날 도와 조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착각할 거다.』
무능력했지만 40년간 경복궁에서 굴렀던 덕분인지, 고종의 정치력은 그의 치세 초반보다 상당히 발전했다.
그는 이번 순행에서 이토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고 있었다.
더불어 이를 처참하게 깨부술 방법 또한 잘 알고 있었고.
『반드시, 이번 순행 내내 화난 표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네가 살고 이 아비가 살 수 있다.』
『아, 아바마마.』
『명심해야 한다. 이 아비가 살려면······ 척이 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울상을 지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마마마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 표정을 말입니다.』
『그래그래. 슬펐을 때를 생각하거라. 아니면, 화가 났을 때를 회상하고. 그리하면 좀 도움이 될 것이다. 잘, 아주 잘 생각했다.』
이척은 굉장히 효심이 깊은 사내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부친, 그러니까 고종의 명령을 아주 충실히 따랐다.
지금 보이는 그의 행동이 바로 그의 강한 효심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폐하!”
“시끄럽다. 그만하거라.”
이척은 궁을 나온 뒤부터 대중들 앞에서 절대 웃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화가 잔뜩 난 듯이 성난 표정을 지었는데, 이 때문에 이완용을 비롯한 친일내각 인사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이토의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어서다.
“쯧쯧. 일본놈들과 매국노들이 얼마나 닦달을 해댔으면.”
“그러게, 황제 폐하의 용안이 아주 어둡구려.”
“혹시 궁에서 고문당한 것은 아니시겠지?”
“맞아. 얼굴이 많이 상하신 것 같은데?”
봐라.
벌써 한양 주민들이 수군거리지 않는가?
이토가 얼마나 모질게 굴었으면 황제가 단 한순간도 웃지 않고 울상을 짓고 있을까, 한양 시민들은 다들 안쓰러워했다.
그나마 한양은 다른 지역보다 정보가 잘 도는 곳이라, 오늘 터진 사건이 며칠 회자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은 한번 일이 터졌다 하면 몇 달이고 그 이야기가 지역민들 입에서 돈다.
이대로 순행을 계속했다가는 지역민들이 크게 동요할지도 몰랐다.
이에 이완용이 다시금 이척을 채근했다.
“폐하, 폐하의 앞에 있는 이들은 모두 폐하의 자녀들입니다.”
“짐도 안다.”
“그런 이들에게 잔뜩 찡그린 모습만 보인다면, 신민들은 분명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자꾸 짐의 표정에 관해 왈가왈부하면 짐이 땅바닥에 확 누워 버리는 수가 있도다.”
“폐, 폐하.”
“경은 이번 순행 기간에 입을 함구하고 있게나. 황명일세.”
이척은 평소 이완용과 눈도 잘 마주하지 않았다.
친일 관료들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종의 간절한 부탁 때문일까?
그는 계속 완강하게 버티며 자신이 웃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길.’
이 모습을 본 이토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댔다.
아편 때문에 반쯤 멍청이가 된 순종.
바랐던 대로 지능은 낮아졌지만, 그의 굳은 의지까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어제 궁을 나설 때, 상왕이 실실 입꼬리를 꿈틀대던데······ 조선왕에게 뭔가를 지시했나 보군. 빌어먹을, 마지막까지 이리 훼방을 놓다니.’
순종은 순행 내내 저런 표정을 계속 지을 것이 뻔했다.
이에 이토는 고민되었다.
이미 잡힌 일정을 취소하면 더 많은 낭설이 한반도 내에 퍼질 것.
하지만 이대로 일정을 계속 진행하는 것도 위험할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꽉 막힌 상황이다.
으으-
이토가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석 달 전부터 시작된 강한 편두통이 오늘도 그를 괴롭힌 거다.
“폐하, 많이 피곤하시지요? 그만 기차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시지요.”
“예? 통감 그게 무슨······.”
이토는 이완용의 무례를 지적하며, 그에게 다가가 영어로 속삭였다.
“사람들이 보고 있네. 광장에서 자네가 황제 폐하를 다그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네.”
“아, 네.”
이척을 설득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대중들의 눈이 없는 기차 안에서 이척을 다시 한번 겁박해 볼 생각이다.
그 비장의 방법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번 순행에서 조금의 편의라도 얻어 내려면 이척의 마음을 돌려야만 했다.
이에.
이토가 이완용과 다른 관료들에게 손짓하며 그들을 불렀다.
대책을 상의하라 지시한 것이다.
* * *
“왜놈들은 꺼져라!”
“제 나라로 돌아가라!”
탁탁-
탁탁-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
무엄하게도 조선의 신민 중 일부는 이를 향해 돌을 던지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저, 저놈들 잡아라!”
“뭐 하는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태극기와 함께 걸려 있던 일장기를 태우며 남쪽 백성들은 아주 강하게 자기주장을 해댔다.
물론 이들은 1분도 안 되어 현장에 출동된 일본 헌병대들에 의해 끌려 갔다.
하지만 잡초처럼.
뽑고 또 뽑아도 이런 항의 시위대가 계속 나타났다.
“사진은?”
“안타깝게도 아직 건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순종의 항의는 계속되었다.
이에 친일 기자들은 당황했다.
조선 대중들을 선동할 친일 신문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데, 쓸 만한 사진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순종이 잔뜩 얼굴을 찡그렸으니까.
“자네들은 프로네. 황제 폐하께서 한 번쯤은 웃으실 테니 적절한 순간을 노려 이를 찍어 보게나.”
“예.”
지역 민심은 개판 나더라도 언론을 통해 마사지를 살살 하면 어느 정도 완화가 된다.
통감부의 서슬 퍼런 몽둥이질에 유력 언론지 몇 개가 최근 손발을 들고 친일 세력으로 편입되었다.
이토는 이를 통해 조선의 여론을 조작할 생각이었다.
이에.
사용할 사진이 꼭 필요했기에, 이토는 되지도 않는 애교까지 부려 보며 황제의 웃음을 유발해 보았다.
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었다.
“폐하. 다음 기착지로 이동할 시간입니다.”
대전을 지나.
또 다른 중간 기착지인 대구에 도착했을 때.
이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대구 중앙역 인근에 흩날리던 수만 장의 전단이었다.
누가 이 많은 걸 뿌렸는지는 몰라도, 한글로 작성된 문구가 잔뜩 실린 종이가 종이비행기로 접힌 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토는 이를 가리키며 따라온 수행원에게 명령했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들. 그중 하나를 내게 건네주게.”
“예.”
이토는 조선 전문가답게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그랬기에 그는 통역가에게 이를 맡기지 않고도 전단에 적혀 있는 글이 무슨 말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의왕께서 조선으로 다시 돌아오실 때, 하늘에서 심판이 행해지리라.』
『매국노들의 목이 잘리며, 한반도에 있는 일본인들의 사지는 갈가리 찢어지리라.』
『민족의 반역자들은 죽여 달라 애원하며,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현생의 업보를 치르게 되리라.』
이토와 순종 옆에서 그들과 함께 순행에 올랐던 이완용의 얼굴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안색이 급하게 어두워져 갔는데, 이는 전단에 적힌 표적이 바로 이완용과 나머지 매국노들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이완용의 입에서 쌍욕이 나온다.
이토 역시 속으로 욕을 해댔다.
굳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배후에 누가 있는지 추측되니까.
‘이강.’
이 시대 인쇄물은 굉장히 비싸다.
수만 장이나 뽑아 대구 시내 거리에 뿌릴 정도면, 딱 사이즈가 나오지 않는가?
‘머리를 쓰는군.’
그는 경고하고 있었다.
특히나 순행을 따라온 조선의 고위 신료들에게 이리 말하는 것 같다.
일본에 계속 협조한다면, 안락한 노후는 없을 것이라고.
‘이번 피습에 보복하기 위해, 암살단을 꾸미고 있다던데.’
각종 경로를 통해 오만가지 정보가 흘러 들어오고 있지 않던가?
발 없는 소문이 천 리를 간다고 했다.
이강이 멕시코에 세운 군사학교 소식은 미국 서부는 물론 일본 본토와 조선에도 널리 퍼졌다.
중간 간부는 물론이고, 호위대와 암살단까지 꾸리고 있다는 소식도 널리 퍼져나갔는데.
암살단의 대상이 바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위 관료, 군인들, 그리고 매국노들이라 밝혀졌다.
“이 전단을 뿌린 자들. 이자들을 추적하게.”
“예.”
“모두 하나도 남김없이 잡아들여야 할 것이네. 이자들을 두둔하는 자들 역시 모조리 체포하도록 하고.”
“예.”
이토는 이에 삭초제근(削草除根)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는 그가 심혈을 기울여 양성했던 밀정과 친일 세력들이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날 것이니까.
“하하. 하하하.”
이척이 처음으로 순행 중 웃음을 터트렸다.
바닥에 떨어진 전단을 보고 미소 지은 것인데, 이에 기자들은 이토와 이완용을 보며 어찌하냐는 표정을 지어댔다.
막상 찍자니 사용할 때가 없고, 저런 웃음은 다시는 안 지을 것 같았기에 고민한 거다.
이토는 이척을 바라보며 못마땅한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 *
한양 이북, 황해도와 평안도를 방문하는 서순행 일정은 남순행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와!!!”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서북에 사는 신민들은 동남쪽에 거주하는 자들과는 다르게 순행단에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뭐지?’
서북 신민들의 반응은 이토에게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동북만큼은 아니지만, 서북 지역은 예부터 외국과 많이 교류해 온 국경지대.
기독교 신자도 많고.
머리가 깨어 있는 자본가들도 많아서 이강의 지지자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아주 유명했다.
분명.
어딘가에서 권총을 들며 이토를 죽이겠다고 꽥꽥 소리를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아이고, 멀리서 오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 이토 통감 각하. 평양에 잘 오셨습니다.”
개성 그리고 평양 시민들은 순종은 물론이고 이토까지 환대했다.
거리 곳곳에서 태극기와 통감부 깃발을 흔들며 다들 만세 삼창을 외쳐댔다.
“저들 중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이를 하나 데려오게.”
“예.”
군중 속에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하석용이란 인물을 데려왔다.
삼 년 전.
일본에서 유학했다가 돌아온 평양의 유지라고 한다.
이토가 팔짱을 끼며 하석용에게 평양 시민들의 반응을 물었다.
“평양의 상황은 어떤가?”
“아, 아주 분위기가 좋습니다.”
“좋다?”
“예. 의왕 전하를 구해 주신 은인께서 평양에 방문하신 것이니까요.”
이토가 고개를 갸웃하자, 하석용이 침까지 튀기며 이토를 칭송했다.
“통감께서 전하께 언질을 주신 덕분에, 전하께서 피습 와중에도 무탈하실 수 있지 않았습니까?”
“······.”
“이번 순행을 끝으로 통감 각하께서 일본으로 돌아가신다면서요.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코자 이리 달려왔습니다.”
이토는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부디 본국에 가셔서 못돼 먹은 가쓰라 놈을 좀 혼내 주십시오. 저희 평양 시민들은 이토 각하만 믿고 있습니다.”
한두 놈도 아니고.
만나는 놈마다 똑같은 말을 해댔기 때문이다.
다들 이토를 칭찬하며 그가 폭주하는 일본을 제어할 것이라고 평했다.
입을 맞추기라도 했는지 가쓰라를 견제해 달라는 말은 꼭 마지막에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개······.’
이토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번 사태에 이강이 개입되어 있음을 짐작했다.
현재 일본은 아주 난리가 난 상황.
만주의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남만주철도 중 핵심 철로를 이강을 비롯한 미국 놈들에게 강탈당했다.
이대로 만철의 표준궤가 부설되면 일본은 옆에서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한다.
더불어 북양 군벌이 관동군 부대와 마주하며 만주에 진을 치고 있어야 하기에, 군부마저도 입이 툭 튀어나온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파의 눈이 돌아가게끔 이강이 수를 쓰고 있다.
“이거, 이토 통감 각하에게 한 수 배워야겠습니다.”
“······.”
“본토에만 있어서 통감의 인기를 몰랐는데 말입니다. 이리 조선 신민들에게 인기가 있을 줄이야. 하하.”
봐라.
벌써 본토에서 온 야마모토 육군 소좌가 눈을 흘기며 오늘 있었던 장면을 마음속에 담고 있지 않은가?
야마모토 소좌는 가쓰라 파벌의 일원으로 군 내부에서 정치질하는 정치군인이었다.
그런 야마모토가 저리 비아냥거리며 이토를 째려보고 있다.
분명 오늘 있었던 일화가 가쓰라의 귀에 흘러갈 텐데 말이다.
이토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일련의 사건들이 전부 이강의 계략임을 눈치채지 못했는가?”
“······.”
“이강은 우리를 분열시키려고 이런 짓을 벌였네. 남쪽에서는 전단을 뿌리며 우리 친일 각료들을 겁박했네. 반대로 서북에서는 이리 나를 칭송하며 우리 일본 제국의 내부 분열을 유도하고 있지. 자네도 이강의 못된 계략을 눈치챘으리라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이토가 친히 이강의 계략을 설명했지만, 야마모토의 귀에는 이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미 그의 뇌리에 이토를 비롯한 온건파는 열도를 배신한 매국노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강······.’
이토는 조선에 더 있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사이온지의 부탁대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이강을 가만히 두면 더 큰 사고가 날 것 같으니까.
자신이 일본 총리가 되어, 미국에서 재주를 부리고 있는 이강을 상대해야 할 것 같았다.
이강의 맞수는 오직 자신뿐이라 생각한 거다.
‘네놈 뜻대로는 안 될 거다. 절대로.’
< 후폭풍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