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1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18화(118/392)
< 비밀번호 444 (1) >
결혼식이 치러진 후, 대다수 손님은 자신들의 근거지인 동부로 돌아갔다.
하지만 모건의 오른팔인 헨리 P. 데이비슨은 서부에 남아서 내 사업을 계속 도왔다.
모건이 하루빨리 남만주철도 병행 철로 부설의 시작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 달 말까지 자금을 출연을 완료할 거라고?”
“예.”
헨리는 모건의 대리인이 되어 신탁 설립과 운영 계획을 짜고 있었다.
실력이 출중한지, 일을 막힘 없이 잘 추진했다.
“지난번 회의 때 약조한 대로 오백만 달러를 입금할 것입니다.”
헨리가 콧등에 걸쳐진 안경을 만지며 내게 물었다.
“왕자님께선 언제쯤 신탁기금에 자금을 입금하실 것입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내 이래 봬도 이번 사업의 주체이지 않은가? 모건 대표보다는 더 빨리 입금하도록 노력할 것이네. 아마도 이번 주 안으로 완료할 것일세.”
헨리는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왕자님.”
“말하게.”
“외람되지만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 말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이번에 입금되는 자금 말입니다.”
“그래.”
“왕자님의 개인적인 금고에서 이를 출연하기보단 미국에 설립된 신탁 기관을 통해 우회에서 출연하시지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왜지?”
“그편이 모양새가 더 좋습니다.”
“그래?”
“예. 일본을 자극하지도 않고, 동시에 혹시 모를 훗날을 대비할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은 영국과 합심해 남만주철도 병행 부설 건을 일본에서 빼앗았다.
그 과정에서 감정싸움이 살짝 벌어졌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원 역사보다 사이가 많이 나빠졌다.
‘눈치를 보는군.’
일본에 대량의 채권을 빌려준 모건은 일본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올까 두려운 모양.
그래서일까?
모건은 일본 정부의 심기를 더는 건들고자 하지 않았다.
‘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살짝 돌려 왼쪽에서 빼내는 꼴이니까.
무엇보다 헨리의 조언을 수용하면 일본의 마수에서 내 돈을 좀 더 쉬이 지킬 수가 있다.
‘미국 회사 자금인데 자기들이 어떻게 이를 강제몰수하겠어.’
뭐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은 좋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헨리의 제안에 동의했다.
“알겠네. 내 개인 자금 말고 아메리카 신탁 자금을 사용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헨리가 자리를 뜨려다가 무언가 기억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품 안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며 그것을 내게로 넘겼다.
“아! 모건 대표님이 이것을 왕자님께 전하라 하셨습니다. 보아하니 백악관에서 온 것 같습니다.”
헨리가 자리를 뜬 후, 나는 이를 재빨리 읽어보았다.
안을 열어보니 문서에는 외국에 팔려 간 한반도 광산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좋았어.”
일본 정부의 또 다른 보상 목록.
한반도 내 광산 목록이 지금 내 손에 있다.
전부는 아니고.
서구 열강들에 채굴권을 빼앗긴 위주.
하지만 큼직한 것은 거의 다 있던 셈이었기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런데 모르겠다.’
나는 광산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 앞에 있는 미국어는 도통 해석할 수 없는 외계어였다.
“흠.”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다행히도 내 주변에는 광산 전문가가 넘쳐났기에, 개중 한 명을 불러들이면 된다.
‘그자가 좋겠군.’
* * *
나는 오랜 친구인 골드킹 잭 마일로를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아이고, 이 왕자님. 오랜만입니다. 어째 결혼생활은 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 아주 잘 지내고 있네.”
“그렇습니까? 하긴, 신혼이신데 안 좋을 리가 없겠군요. 하하하.”
잭 마일로는 대낮부터 내가 건넨 위스키를 마시며 가지고 온 시가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 니코틴 연기를 마시더니, 이내 집중력을 회복하고 날 쳐다보았다.
“아, 제 조언이 필요하시다고요?”
“그래.”
“예예, 뭐든 물어보십시오. 성심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나는 시간이 넉넉지 않은 사람이다.
잡설 없이 오늘 받았던 광산 목록과 자료를 잭 마일로에 건넸다.
“그것 좀 봐주겠나?”
“뭡니까?”
문서 제목을 읽던 잭 마일로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다 대한제국 땅 밑에 있단 말입니까?”
“그렇네.”
“제가 알기로 대한제국은 땅덩어리가 상당히 작다고 들었는데요. 뭔 놈의 광산이 이리도 많답니까?”
고개를 돌려 한 인물을 보았다.
내 재정을 담당하는 우현식.
그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가 날 대신하여 잭 마일로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목록에 작성된 광산들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후-
잭 마일로가 시가 연기를 콧구멍에서 뿜으며 우현식에게 물었다.
“이보다 더 많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어째서 난 몰랐지요?”
“그야 서양인들은 조선의 굵직굵직한 광산에만 관심을 보이니까요.”
서구 열강에서 조선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일일이 확인하며 채산성을 솎아내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말.
이에 서구인들은 일단 규모부터 큼직한 광산만을 탐사했다.
크면 클수록 속 알맹이까지 샅샅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니까.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답니까?”
“내가 말하지. 일본놈들이 채갔네. 쓸만한 것들은 전부.”
“아, 저런······.”
나는 주제를 돌리며 탁자에 놓인 문서를 손가락을 톡톡 쳤다.
“암울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일단 이들 중 쓸만한 것들을 선별해주게나. 여기 있는 광산들 말이야. 원소유주가 채굴을 포기하면 우선하여 내가 이를 환수할 수 있다네.”
서구권에 넘어갔다가 반환되는 광산들.
나는 이번 피습의 보상으로 일본 정부에 이 권리를 돌려받았다.
당연하게도 옥석 고르기를 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어떤 걸 버리고 어떤 걸 취할지 대비해야 옳은 선택을 할 테니까.
“이중, 어느 것이 가장 채산성이 높아 보이는가?”
“글쎄요. 제 생각에는······.”
잭 마일로가 한참 서류를 검토하다가 두 문서를 내게 건넸다.
“이 두 개가 가장 매력 있어 보이는군요. 그다음은 이 다섯 개. 여기, 이 선까지는 손해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게 건넨 두 서류 중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하던 광산 회사 이름이다.
“이건.”
“예. 왕자님께서 조금이나마 주식을 소유하고 계신 그 회사가 맞을 겁니다. 삼 년 전에 저와 함께 신탁회사를 차리며 일부 지분을 인수하셨죠.”
동양광업개발주식회사.
쉽게 운산금광을 말하는 것이겠네.
‘현재 이 회사 지분의 5%를 가지고 있는데.’
이게 대한제국에서 제일가는 금광이라고 했던가?
나는 옆에 있는 문서를 살피며 잭에게 물었다.
“운산금광만큼이나 여기 있는 대유동금광이 채산성이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주인이 누구인가를 확인했다.
운산금광과 다르게 소유자는 미국인이 아닌 프랑스인이다.
‘오…’
딱 좋네.
얜 내가 다 먹을 수 있겠다.
1차 세계대전 때 스리슬쩍 운영권을 가져오면 그만이지 않겠나?
복잡했던 머리가 깨끗해져 갔다.
로드맵이 서서히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리 도와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제가 어려울 때도 왕자님께서는 똑같이 절 도와주셨는데요.”
“그래도.”
“에이, 왕자님. 저 잭 마일로입니다. 의리 빼면 시체인 잭 마일로란 말입니다.”
그 의리 빼고 시체인 놈이 초반에 내게 사기를 치려고 했나?
나는 피식 웃으며 잭이 선물로 준 수사자 박제 모형을 흘겨보았다.
“전하!”
그때였다.
최현식이 날 급히 찾았다.
“이위종 선생이 전하께 알현을 요청하였나이다.”
이위종이면.
익문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바쁘신 모양이군요.”
한국어로 속삭이고 있어서 최현식의 말이 들리진 않았겠지만.
표정 변화까진 감출 수 없기에 잭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하던 일 계속하십시오.”
잭이 물러나자 나는 급히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위종을 불렀다.
이위종은 내게 보고할 것이 많은지 손에 두꺼운 종이들을 한 움큼 들고 내 집무실로 들어왔다.
* * *
“가쓰라의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은 모양이군.”
이위종이 건넨 보고서를 천천히 정독했다.
문서 안에는 현재 일본의 경제, 정치 상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경제는 일단 개판이고.’
발행한 국채 중 만기가 도래한 채권들이 만기 연장 대신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신규 국채 발행은 연속해서 실패 중.
그 덕분에 집행할 예산이 모자라 경제적으로 크나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
‘세입은 주는데 세출은 그대로군.’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남만주철도 이권이 이번 보상 때문에 크게 손상되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군축은 꿈에도 못 꾼다.
군부가 크게 반발할 테니.
“이대로 두면, 조만간 실각하겠군.”
“예.”
이위종이 탁자 위에 있는 보고서 중 가장 두꺼운 문서를 골라 집으며 내게 관련 정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이온지, 그 능구렁이가 최근 하라 다카시 전 내무대신과 함께 해군 대신을 만났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 형태는 굉장히 기이하다.
내각과 내각의 수장이었던 총리는 내각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육군과 해군.
그러니까 군부는 그보다 위인 헌법으로 규정되어 덴노(일본의 수장) 밑에 배치되어 있다.
‘절대군주도 없으면서 절대 군주정 모양을 하고 있단 말이야…’
내각 총리는 각료를 임명할 권한이 없다.
그저 추천과 사임 종용만 가능할 뿐.
그렇기에 내각의 일원 중 한 사람이 후임자 없이 사퇴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내각이 해산된다.
‘군부의 장성 중 한 명이 사임하면 가쓰라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니까. 사이온지가 해군 쪽을 공략하는구나.’
가쓰라는 현재 조슈번이 꽉 잡은 육군 출신이다.
따라서 사이온지는 육군과 앙숙인 해군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온건파들은 보통 문벌귀족 출신으로 해군과 크게 척을 지고 있지 않았기에, 사이온지의 구상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해군 대신이 아직 관망하고 있지만, 이토가 돌아온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겠지.
이토가 누구인가?
총리를 네 번이나 해 먹었던 정치노괴다.
“앞뒤 생각 않고 달리는 미친 광견과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는 원숭이가 조만간 맞붙겠군.”
“예.”
옛말에 원숭이와 개 사이를 두고 견원지간이라고 했다.
여기서 가쓰라는 미친개고, 이토는 원숭이다.
자연계에서 이 둘이 싸우면 보통 원숭이가 이긴다.
원숭이가 개보다는 똑똑하니까.
“이토가 총리 자리를 꿰차게 둘 수는 없지.”
가쓰라가 집권한 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권을 뜯어냈던가?
‘반면 이토가 반쯤 통치했던 국내 상황은 더더욱 나빠졌지.’
이토가 제안한 헌병보조원 제도 때문에 꽤 고생했다.
밀정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며 삼남 지방 의병들은 다수가 척살되었다.
더불어 국내에 존재하는 내 연락책 또한 상당수가 체포당하거나 회유당했고.
‘회귀나 빙의를 한 것도 아닌데… 이토, 이놈은 상상 이상으로 똑똑하다.’
실제로 총리 자리에 가쓰라가 아닌 이토가 앉았으면, 이리 무리하게 날 암살하려고 하지 않았겠지.
하려고 했어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자 했겠지.
‘이토가 총리가 되면 안 된다. 그는 위험해.’
이토는 나와 굉장히 비슷한 성향을 보였기에, 시간을 준다면 분명 일본의 국력을 다시금 회복시킬 것이다.
동시에 나를 견제할 몇몇 장치 역시 고안해낼 것이 분명했다.
죽이진 못하더라도 총리 자리엔 다신 앉혀서는 안 되었기에, 모든 수를 써야만 한다.
“그래. 일본에 파견된 익문사 요원이 현재 몇 명이지?”
“다섯입니다.”
이위종에게 몇 가지를 제안했다.
내 제안을 들은 이위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회주의자들을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사회주의 계열 언론인들은 오늘날 가쓰라의 실책을 언급하며 그가 총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통제가 비교적 잘 되는 일본에서 그들은 표면적으로 유일한 가쓰라 반대 세력이었다.
“가쓰라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자들이지. 이토와는 다른 방식으로 말이야.”
가쓰라가 총리 자리에서 계속 앉아 있으려면 그들이 제거되어야 했다.
계속해서 일본은 태평하다고 기자들이 우매한 국민을 선동해야만 하니까.
‘건수 하나만 던져주면 좋다고 물어뜯을 거다.’
미국에서 로비활동을 하며 언론을 어떻게 다루는지 충분히 보고 배웠다.
이렇게 시끄러운 것을 타개하려면 또 다른 큰일이 터져야 한다.
‘원래 이슈는 이슈로 덮는 법.’
사회주의자들을 몰아붙이며 가쓰라가 다시금 정국을 다시 주도한다면, 한동안은 총리직 유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큰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쉽게 수장 자리를 바꾸지 않는 법이니까.
보수적인 사회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아, 그리고 조만간 멕시코 좀 다녀오게나.”
“멕시코라면… 아!”
이번 피습사건에서 느꼈듯이.
내가 아무리 준비한다고 해도 세상일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추가로 차선책을 하나 더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필요해.’
이토는 안전한 일본에만 머물 수 없다.
미국과 영국이 북양군벌과 손을 잡으며 일본의 남만주 진출을 견제하는 상황.
일본 정부는 자신을 도와줄 아군이 필요하다.
현재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는 상대는 단 하나.
러시아뿐.
이들과 협상하기 위해선 외교통인 이토가 직접 나서야 했다.
‘러시아에 가기 위해선 반드시…’
연해주나 만주를 거쳐야 한다.
‘그중 만주를 경유하겠지.’
모두의 공유지인 그곳을 말이다.
‘자신들의 남만주 영유권을 선전하기 위해서라도 꼭 들릴 테다.’
만주만큼 암살하기 좋은 곳은 없다.
행정력이 반쯤 비어있는 무법지대니까.
‘이토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차도지계(借刀之計).
남의 손을 빌려 이토를 제거하는 거다.
하지만 이것이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직접 죽이는 수밖에.
“맡기신 일들을 빠르게 끝내고 티후아나로 떠나겠습니다.”
“그래.”
지금쯤 멕시코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겠지.
‘얼마나 성장했으려나…’
< 비밀번호 444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