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1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19화(119/392)
< 비밀번호 444 (2) >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
이곳 외곽에는 이강이 세운 한인 군사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산과 해변, 평평한 들판.
그리고 인간이 사는 목조와 콘크리트 건물까지.
각종 지형이 한데 어울려져서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기에 최적의 장소 같다.
“사로 전원, 엎드려 쏴.”
“사로 전원, 엎드려 쏴!
탕-탕-탕-
탕-탕-
탕-탕-
초기 열 명으로 시작했던 이 학교 생도 수는 어느새 그 인원이 훌쩍 늘어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7사로 사격 끝. 이상 무.”
“8사로 사격 끝. 이상 무.”
오늘도 군사학교 한편에 자리한 사격장에서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실탄 사격이 계속 진행되는 중이다.
“전 사로 사격 끝! 전 사수 소총 놓고 무릎 앉아.”
“소총 놓고 무릎 앉아.”
사격 훈련이 끝난 후, 교관들은 영점 표적지를 한데 모아 본관에 있는 중앙 게시판에 이를 전시했다.
타격점 분포도와 함께 총점까지 계산해, 이를 전부 공개했는데.
생도들은 자신의 결과물과 타인의 표적지를 번갈아 보며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와, 이거. 누구 표적집니까?”
생도 하나가 한 표적지 앞에서 입을 벌린 채 눈을 끔뻑였다.
“이거, 안 장군님 표적지일세.”
“아······.”
“탄착점이 죽여주네요. 분명, 똑같이 250m 거리에서 쏘지 않았나요?”
“혼자 50m 거리에서 쏜 것만 같은데?”
“이런, 나는 아직도 영 젬병인데. 부럽다.”
하나둘 사람이 모인다.
다들 감탄사를 열심히 내뱉으며 이를 부러워했다.
“듣자 하니 400m 거리에서도 꽤 잘 쏘신다던데.”
“그래?”
“그 조준경이 보급된 이후에는 백발백중이라고 하더군.”
한동안 안중근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오갔다.
그의 뛰어난 사격 기술은 신입 학도를 빼면 전교생이 다 알고 있었으니까.
한참 이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나서야 주제가 겨우 바뀌었다.
“어! 그러고 보니 오늘. 신문 오는 날이지?”
대한제국에서 발간된 신문들.
태평양 너머 멕시코까지 건너오려면 보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현대 시대에는 인터넷으로 쓱쓱 클릭하면 그만이지만, 20세기 초반에는 현지에서 이를 직접 구매한 후 배로 싣고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 맞네. 오늘 10일이잖아. 본국에서 보낸 신문이 매달 10일과 25일 날, 도서관에 들어오니까. 오늘이네.”
“어여 도서관으로 가세. 오랜만에 조국이 어떻게 돌아가나 살펴보자고.”
한인 군사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고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때만 되면 도서관에 사람이 붐빈다.
다들 국내에서 발행한 신문을 보기 위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죄다 빠지고.
한인 애국단 출신들만이 게시판 앞에 남았다.
전명운이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표적지 앞에서 서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수길(이재명).”
“아, 예. 형님.”
“뭐 하는가? 우리도 얼른 돌아가도록 하세나.”
“예.”
* * *
특수 임무를 목적으로 한인 군사학교에 입학한 한인 애국단들.
기존 생도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주어지는 특권이 하나 있다.
바로 국내 발행 신문을 따로 수집할 수 있다는 거다.
암살 계획을 짜기 위해선 대한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아야 하기에, 이강이 이것만큼은 특별대우를 해준 것.
『황제 폐하와 이토 통감. 동래와 의주에 방문하다』
『동남과 서북 백성들 열렬히 환영』
『이토 통감,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부패한 일곱 지방 관료 처분』
『순행단을 맞이하기 위해 대한제국의 신민들, 밤까지 새어가며 기다려. 평양시민, 이토 통감에게 태극기와 일장기 선물』
그렇기에 전명운과 이재명은 훈련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향하지 않고 그들이 머무는 내무실로 이동했다.
4인이 쓰는 내무실.
구석 한편에 놓여 있는 최근 신문 뭉텅이를 전부 집으며 그들은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제기랄, 이 기사. 어떤 놈이 작성했을까요? 아, 진짜. 기자 새끼들, 일본 놈들에게 영혼이라도 판 모양입니다. 어찌 한결같이 똑같은 기사를 찍어낸단 말입니까?”
이재명은 잔뜩 흥분하며 다른 기사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 사진 좀 보십시오. 폐하의 표정을 가리려고, 멀찍이서 날려 찍지 않았습니까? 잔머리를 굴리는 것보십시오.”
이토는 친일 기자를 통해 대한제국 언론을 열심히 마사지했다.
그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며 대한군사학교 학도들, 특히나 한인 애국단 단원들은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제길. 본래 계획대로 이날 이토를 죽였어야 했는데.”
원래 거사를 맡기로 했던 이재명은 신문 기사를 보며 가슴을 쳐댔다.
“아서게.”
“왜요?”
“이 사진을 좀 봐봐. 아직도 그 말이 나오는가?”
이재명은 신문 속 사진을 보고 흠칫했다.
현장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전명운이 말한 것처럼 이토가 순방 일정 내내 순종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토, 이 자식. 보통 여우가 아니야. 이 사진 한 장만 봐봐.”
“······.”
“이토는 아마 폐하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았을 걸세. 내 불알 두 쪽을 걸 정도로 장담할 수 있네.”
전명운은 이재명의 어깨를 툭툭 치며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위로했다.
“자네가 평양에 갔다 해도 분명 빈손으로 돌아왔을 것일세. 자넨, 안 장군님처럼 명사수는 아니니까.”
맞다.
자칫, 이강의 우려대로 순종이 이재명의 손에 의해 피격될 수도 있었다.
이재명은 분하지만 이를 인정했다.
“그나저나 장군님께선 오늘도 백범 대표와 또 뭘 분석하시나 봅니다.”
이재명이 엉덩이를 들썩이자, 전명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가봐야 머리만 아플 텐데.”
“하긴.”
이재명이 다시금 궁둥이를 붙인다.
그러다가 재차 일어났다.
시간이 남은 상황.
딱히 소일거리가 없었기에 몸을 움직인 거다.
“혹시 저랑 대련 한판 하시겠습니까? 시간도 남는데 말입니다.”
“이기면 뭐 주나?”
“달콤한 초콜릿 하나 내기로 걸지요.”
“좋네.”
전명운은 이재명과 반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격투술을 대련했다.
복싱에 발차기 기술까지 덧붙인, 원 역사에서 킥복싱과 비슷한 무술이다.
이강이 각국의 실전 무술을 군사학교에서 가르치라고 명령한 후, 교관들은 몇몇 후보를 찾아 커리큘럼을 만들었는데.
하나는 현대 킥복싱과 같은 무술이고.
다른 하나는 택견과 중국의 남권을 혼합하여 만든 태권도였다.
“아이고, 그만. 그만.”
“벌써 지치십니까?”
“죽겠네.”
전명운은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며 좀만 더 쉬자고 졸랐다.
“요샌 비만 오면 삭신이 쑤셔.”
“아직 이팔청춘인데 벌써요?”
“이곳에 온 이후로 몸을 얼마나 혹사했나? 매국노들 죽이려다가 나부터 죽게 생겼네.”
전명운은 잠시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우며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이내 눈을 뜨고는 이재명을 향해 주억거렸다.
“안 그래도 요새 고민이네.”
“뭘요?”
“아무래도 나는 현장 요원과는 맞지 않는 것 같네.”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적당히 훈련받다가 모집책으로 전환해야겠지.”
“하긴, 형님에게 그편이 더 어울리겠네요.”
이재명 또한 바닥에 대짜로 누우며 휴식을 취했다.
그들은 잠시 말없이 체육관 천장만 보다가 이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의왕 전하께서는 우리를 안 잊으셨겠지요?”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요새 통 소식이 없으시니까요. 우리를 잊은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전명운은 이재명보다 이강을 좀 더 잘 안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 이강이 보여준 선견지명을 직접 목적했기도 했고.
이후에도 이강의 놀라운 성장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으니까.
“나는 전하를 믿네. 그러니 자네도 믿고 기다리게. 때가 되면 전하께선 자네와 우릴 찾으실 것일세.”
이곳에 있는 상당수는 이강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이 강한 자들이다.
이재명은 그런 동료들을 보며 이내 다시금 자리에 누웠다.
“형님! 형님!”
그때였다.
한인 애국단의 부대표였던 안명근의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렸다.
“형파(안명근) 선생.”
“혹시 우리 형님 못 봤소?”
전명운이 운동장 너머 건물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 안 장군님은 아까 백범 형님이랑 저기 회의실에서 뭔갈 토론하고 계시던데.”
“그렇소? 고맙소.”
안명근은 빠르게 전명운이 가리키는 건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며 구석에 있는 회의실에 발을 내딛자, 그리 찾던 안중근의 얼굴이 보였다.
“형님!”
안명근의 외침에 안중근이 말없이 번쩍 손을 들었다.
이를 본 안명근이 안중근 곁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어서 오게. 지난날 이토의 움직임을 복기하고 있는데 자네도 함께하겠나?”
김창수가 안명근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명근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평소에는 좋다고 함께 고민하더니만.
“왜? 뭔 일이라도 생긴 게냐?”
이상함을 느꼈는지 안중근이 자신의 사촌 동생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게…”
안중근은 안명근의 대답을 다 듣고 나서 믿기지 않는지 말끝을 올렸다.
“이위종 선생이 이곳에 찾아왔다고?”
“예. 형님과 백범 선생을 긴히 찾고 있습니다.”
“나와 여기 김 대표를?”
“예.”
김창수가 두 손을 꽉 쥐며, 안중근을 바라보았다.
고대하던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전하께서 드디어 결단을 내리실 모양이십니다.”
안중근과 김창수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이위종이 있는 본관으로 향했다.
“안 장군. 김 대표.”
이위종은 두 인물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본론부터 빠르게 꺼냈다.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가시지요.”
* * *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세운 한국식 전통 찻집.
한옥의 아름다움이 미국식 건물들 사이에서 빛을 내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이회영과 함께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
“전하.”
“말하게.”
“소인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한 후, 뭘 느꼈는지 아십니까?”
이회영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자신의 첫 감회를 밝혔다.
“세상은 한없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불공평하다?”
“예. 여기 있는 서부 교민들 말입니다. 열에 여덟은 연해주를 통해 이곳에 샌프란시스코에 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해삼위, 그러니까 블라디보스토크는 지금도 겨울일 것입니다.”
이회영은 블라디보스토크의 기후를 회상하며 내게 고했다.
“그곳은 아직도 밤이면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곤 합니다. 3월에도 동상 걱정을 해야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긴 어떻습니까?”
어떻긴.
사시사철 따뜻한 가을 날씨를 보이지.
괜히 미국인들이 20세기 이후에 서부로 몰려들었겠는가?
“하긴. 좋은 기후 덕분인지 몰라도 다들 풍요롭고 여유롭게 지내지. 우리네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뭐, 어쩌겠어.
우리네 선조들이 부동산 사기를 당해 한반도에 정착했는데.
“그래도 거친 기후 덕분에 우리 신민들이 일본군을 상대로 선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요. 서로 힘들지만, 우리 병사들이 더 강인하지 않습니까? 특히나 추위에서는요.”
“그래.”
의병들이 이야기가 잠시 나와서 그런데.
나는 잠시 이회영에게 군수산업 관련 이야기를 했다.
“아, 최근에 하이럼 맥심과 접촉했다며?”
“예.”
“기관총 라이센스 때문인가? 그래, 협상은? 어찌 되었는가?”
“안타깝게도 면허는 따지 못했습니다. 신생기업이라서 그런지 아직 저흴 신뢰하지 않더라고요.”
“쯧.”
“그래도 맥심 기관총 열 점을 개인적으로 사들일 순 있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서구 열강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본격적으로 침략한다.
그전까지 영국을 빼면 비리비리하던 이들이, 이리 침략 속도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전부 기관총 덕분이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냉병기로 맞서 싸울 수 있었지만, 기관총이 개발된 이후부터는 상대가 안 되었으니까.
특히나 개틀링 기관총 다음에 발명된 맥심 기관총은 두 세력 간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그래서 그걸 간도와 연해주로 가져가겠다고?”
“예.”
“그렇다면 대금을 치러야겠군. 얼마나 들었는가?”
“아, 아닙니다.”
이회영이 손사래를 쳤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이회영의 거절을 거절했다.
“내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우리들의 싸움은 오래 걸릴 것일세.”
“······.”
“초반에 힘을 빼면 나중에 크게 고생하네. 그러니 내 제안대로 하게나. 자네 가문은 열심히 재산을 불려야 할 것일세.”
이회영은 몇 번 거절하다가 이내 내 부탁을 수락했다.
내 고집이 쇠심줄보다도 더 강한 건 그도 잘 알고 있으니까.
“아, 그리고.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서류 하나를 이회영에게 건넸다.
그는 내가 건넨 문서를 받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뭡니까?”
“경기관총 모형 단면일세.”
“경기관총이요?”
나는 경기관총의 의미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존 기관총보다 훨씬 가벼운 무기라, 내 가벼울 ‘경’자를 앞머리에 붙여 보았네. 아, 내가 발명한 것은 아니고. 새뮤얼 맥클린의 작품일세. 그의 특허를 최근에 내가 인수했지.”
“그, 그렇습니까?”
이회영이 내가 건넨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이회영을 앞에 두고 경기관총의 장점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우리 의군의 장점은 기동성이지 않은가?”
“그렇지요.”
“기존 개틀링 기관총이나 맥심 기관총은 성능 자체는 좋지만 너무 무거우네. 들고 다니기 번거롭지. 반면, 여기 있는 경기관총은 다르네. 거친 도로에서 차량 없이 개인이 들고 다닐 수 있네.”
서류를 다 검토했는지, 이회영이 다시금 나와 눈을 마주했다.
“아직 실물은 없고, 특허만 있군요.”
“그래. 양산까지 아직 많은 산이 남았네. 자네가 이걸 가지고 미군과 접촉해 보게나.”
“미군 말입니까?”
“그래. 군에는 무기 기술자들이 많으니까.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뺄 건 빼고 더할 것은 더해야 하지. 개량이 좀 필요할 걸세.”
“아, 예.”
군 쪽에 인맥이 없지만, 이회영은 자신감을 보였다.
군수산업을 향한 열정 하나 만큼은 나보다 강하니까.
‘하긴. 전 재산을 들고 만주로 가서 의병들을 지원하려고 했다던데.’
나는 우당을 응원하며 그를 격려했다.
“미국 놈들은 돈만 주면 뭐든 하는 놈들일세.”
“소인도 압니다.”
“뭐, 필요하면 내 이름도 좀 팔고, 뒷돈도 좀 찔러주게. 여자를 좋아하면 여자 좀 붙여주고.”
“예.”
이회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간 경황을 내게 언급했다.
“아, 조준경이랑 소음기 제작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제품은?”
“티후아나에 있는 군사학교에 보냈습니다. 지금쯤이면 생도들 또한 이를 사용하고 있을 테니, 이에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요?”
하루 뒤에 김창수와 안중근을 만난다.
그때, 조준경과 소음기의 성능은 어떤지 물어보면 되겠네.
나는 이회영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다른 주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다.
* * *
“잘 지냈는가?”
나는 김창수 그리고 안중근과 함께 대한제국 시내 풍경이 작게 축소된 미니어처 방을 돌기 시작했다.
“그래. 멕시코 생활은 어떤가?”
“조금 더운 것 외에는 여기 서부와 비슷합니다.”
“하긴 위도가 더 낮은 곳이니 여기보다 더 덥기는 하겠지.”
나는 평양 시내를 그대로 옮겨놓은 방으로 들어온 다음 그들에게 물었다.
“고민은 좀 해보았는가?”
나는 이들에게 숙제를 주었다.
만약
이번 평양순방에서 이토를 저격했다면, 저격수를 어떻게 국외로 탈출시킬 것인가 물어본 거다.
“되지도 않는 경로를 내게 보고할 생각은 아니겠지?”
김구와 안중근은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며 내게 아이디어를 보고했다.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시작이 반이지 않은가?
저격 기술이 높아지고 습득한 정보와 이들을 도와줄 현지 인력이 충원된다면, 다음번에는 더 만족할 계획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전에도 말했지만, 사람은 버리는 것이 아닐세. 작전에 투입되면 반드시 아군을 살리는 탈출 경로를 모색해야 할 것일세.”
“예.”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새로운 방을 이들에게 공개했다.
지난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대한제국 도시들이 아닌 해외의 다른 도시들 역시 미니어처로 구현되어 있었는데.
안중근과 김창수 역시도 이를 눈치챈 모양이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이토의 다음 행선지 중 하나일세. 하얼빈이지.”
나는 팔짱을 끼며 하던 말을 이었다.
“슬슬 때가 다가왔네. 이토는 아마 여름이 지나기 전에 러시아에 방문할 것일세. 그는 철도를 타고 여기 하얼빈을 거쳐 갈 것이네. 자세한 정보는 한 보름 안으로 나오겠지만 나는 확신하네. 러시아에 우리 측 요원이 있으니까.”
나는 하얼빈역을 긴 막대기로 가리키며 이곳에 이토가 들리리라 예상했다.
“일단은 계획만 세워두게. 자네들은 내 차선책이니까. 내 기존 안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자네들을 사용할 것이니 그리 알게.”
“예.”
이어서 품 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수첩 크기에 문서 하나를 그들에게 건넸다.
“이건 뭡니까?”
“살인 면허.”
“!”
둘은 머리 위에 느낌표라도 달린 표정을 해대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국을 강점하고 있는 왜놈들과 매국노들. 그들을 처단할 때, 내 명으로 이를 행했다는 증거일세.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뜻이네.”
그러니 신중하게 움직이자.
특히 사람은 소모품처럼 사용하지 말고.
“이 안에 있는 번호는 뭡니까?”
“앞으로 임명될 요원들의 번호일세. 아직 정하지는 않았는데. 자네들, 혹시 선호하는 번호가 있는가? 내 바꿔주겠네.”
안중근이 나를 쳐다보며 답했다.
“저는 44번이 좋습니다. 적을 전부 사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그대는?”
김창수를 바라보자 그가 의외의 숫자를 알려줬다.
“저는 9번이 좋습니다.”
“어째서지?”
“여우는 목숨이 아홉 개라고 하지 않습니까? 전하의 말씀대로 오래오래 살아남아 우리 대한이 진정으로 독립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9번이 좋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자네들의 번호는 각각 44번과 9번이네. 내 그리 기록하도록 하지.”
< 비밀번호 444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