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21)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21화(121/392)
< Next Step (1) >
하얼빈에 도착한 안중근과 김창수.
“여권.”
그들은 경비가 삼엄한 중앙 역사에 출입하기 위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했다.
“이름이 김구라고?”
“예.”
“국적은 미국이고?”
“그렇소.”
“하얼빈역은 무슨 일로 왔소?”
“여기 여권 말고 기자증 안 보이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의 기자로서 이토 통감을 취재하러 왔소이다.”
“그대는?”
“토마스 안. 나 역시도 미국인이자 기자이오.”
“오오. 들고 있는 것은 이번에 새로 출시된 카메라요?”
“그렇소. 그나저나 통감의 하얼빈 방문이 코앞인데 얼른 비켜 주면 안 되오? 이러다 늦겠소. 통감의 방문 영상을 못 찍을 수도 있단 말이오. 어어, 그거 조심히 다루시오. 얼마짜리인데 그리 험하게 만지시오?”
김창수와 안중근은 각각 요원 코드명과 세례명으로 이름을 조작한 여권을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하얼빈역에 출입할 수 있었다.
“위장 여권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역시 의왕 전하의 제안을 귀담아듣길 잘했소이다.”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려면 참으로 많은 것들이 필요한 것 같다.
김창수와 안중근은 이를 다시 한번 느끼며 이토가 탄 기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안 선생. 저기 이토요.”
“찍고 있소. 빌어먹을 놈, 얼굴에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것이 참으로 역겹게 생겼구려.”
이토는 기차에서 천천히 내리며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방문객을 미리 검문한 탓일까?
이토 주변에는 총을 들고 그를 호위하는 이들이 안 보였다.
아마도 사진 속 이토의 모습이 대담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려고 일본군이 손을 쓴 것 같다.
“이토!”
그때였다.
본래대로라면 이토를 호위해야 할 관동군 호위병이 갑작스레 그의 이름을 불러댔다.
이후 그는 품 안에 숨겨 놓은 권총을 꺼내 들며 이토를 향해 총알 6방을 날렸다.
놀라운 일이며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일본군.
이토.
그리고 안중근과 김창수.
모두에게.
“모두, 모두 물러서시오.”
믿었던 아군에게 저격 당해서일까?
일본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잡아! 저자를 잡아!”
정신을 차린 일본인들이 황급히 범인을 체포하고 이토를 응급 치료했지만.
하얼빈 역사에 뿌려진 이토의 피를 보건대 그는 살 가망이 희박했다.
“안 선생. 혹시 그 장면 말입니다. 카메라에 담았습니까?”
“물론이지요.”
안중근은 주먹을 꽉 쥐며 목에 힘을 주었다.
“우리 손으로 저 대한의 원수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 끝은 기록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렇소이다.”
범인은 이미 잡힌 상황이다.
그리고 그 범인은 일본 관동군 군복을 입고 있던, 신원이 증명된 일본인 장교였다.
그렇기에 추가적인 공범 수색은 없었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이 아닌 자국 군인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안중근과 김창수는 무사히 현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예전에 전하께서 우릴 두고 두 번째 플랜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지요.”
“저 젊은이 말입니다. 전하께서 매수하신 것일까요?”
“글쎄요.”
김창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강이 일본 내에서 이토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관동군까지 매수할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건 아니지 않을까요? 아마도 일본 내 공작 중 운 좋게 저자가 선동된 것 같습니다.”
“본인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이강과 익문사의 능력을 헐뜯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그들이 열심히 뿌린 씨앗 덕분에 일본 본토 내 혼란이 생각보다 거세졌으니까.
“아무튼 차도지계를 행한 셈이로군요.”
“예.”
안중근과 김창수는 이토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를 저격할 생각이었다.
조사를 위해 직접 현장까지 방문하며 이토의 위치와 동선을 점검했는데.
그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돌아가면 사격 훈련부터 좀 개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인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현재는 100m와 250m 위주로 훈련하고 있지만.
400m는 물론 600m, 800m.
이 이상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멀면 멀수록 좋으니까.
더불어 기존에 사용하던 소총을 개량해야 할 필요성까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수염이나 화장 같은 위장술도 필요하고, 현지 내부 조력자들도 있으면 좋겠구려.”
“이 근처 지리를 잘 알고 운전 잘하는 이도 필요하고.”
이론으로 배웠던 것들.
그것들을 실전에서 사용하려니 부족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보인다.
김창수와 안중근은 지금 느꼈던 것들을 모두 기록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다음 암살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 * *
‘이토, 사망.’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전보를 통해 태평양 건너에서 전해졌다.
다른 추가 내용이 없는 것을 보면, 두 요원 모두 무사한 모양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니까.
하-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다.
남의 죽음을 이리 기뻐하는 것은 그다지 정신 건강에 좋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선은 이미 일본인들이 먼저 세게 넘었지.’
한쪽이 죽이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되는 비극적인 무대를 그들이 먼저 세팅해 놓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나는 조금 나쁜 놈 같았지만, 지금을 일단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전하.”
“그래.”
“하얼빈에서 일어난 일 말입니다.”
“말하게.”
몇 시간 뒤.
하얼빈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이 속속들이 우리 집까지 전달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 측 요원들이 아닌, 관동군에 소속된 육군 장교가 이 일을 저질렀다고?”
“예.”
“범인의 고향은 어디인가?”
“조슈번이라 합니다.”
그렇다는 건, 군국주의에 빠진 외로운 늑대가 이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가쓰라가 사람을 써서 이토를 제거했다는 가정도 할 수 있겠네.
‘뭐, 전자든 후자든.’
자기들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운 것이 아닌가?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이 일과 관련해서 특별 논평을 낼 필요도 없으니 수고 거리도 덜어낸 셈이 아닌가?
‘하긴······ 이토가 우리 조선인들 손에 죽었다고 알려졌다면, 여기 놉 힐이 이리도 조용하지는 않았을 거야.’
이토는 조선 통감부 초대 통감이다.
한반도에 있는 대한제국 신민들도 그렇지만, 여기 재미교포들은 유난히도 이토에게 반감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가 우리 요원의 손에 죽었다면, 샌프란시스코 한인타운에서는 폭죽을 터트리며 마치 축제가 시작된 것처럼 환호했을 거다.
‘더불어 지난번과 비슷하게, 재미 일본인들이 몰려와 항의 시위를 시작했겠지.’
내가 피습당할 때, 한인들이 재팬타운에 가서 한바탕 시위를 한 것처럼.
똑같이 행동했겠지.
‘술이 당기는군.’
어찌 되었든, 골칫덩어리였던 이토가 죽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고급술을 모아 놓은 곳에서 위스키 하나를 꺼내며 술을 따랐다.
내 앞에 있는 이위종에게도 한잔 권했는데, 그는 내가 건넨 술을 홀짝이다가 내 예상에 추가로 말을 덧붙였다.
“향후 일본은 더욱 폭주할 것일세. 장기적으로 봐선 말이야.”
“그래도 단기적으론 온건파가 정권을 다시 잡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현 총리인 가쓰라 다로가 워낙 똥을 많이 싸 놨으니까.
게다가 그의 정적인 이토가 죽었다.
반대파에게 힘이 실리는 것은 세상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사이온지는 결국 실패할 것일세. 그의 역량으로는 일본 정치계의 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럴 역량이 있었다면, 지난 정권 때 진즉 했겠지.
나는 사이온지를 이토보다 하위로 평가하며 그의 장기 집권 가능성에 고개를 저었다.
“소인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사이온지의 육군 영향력은 너무 미미합니다.”
“그래.”
지난번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현 일본 정부 형태는 굉장히 기형적이다.
내각의 수장은 법률로 그 지위가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하위 기관인 육군과 해군 대신은 헌법으로 그 권한이 규정되었다.
아이러니한 상황.
어느 나라나 그렇듯 헌법이 법률보다 위다.
이에 육군 대신과 해군 대신은 자신들이 총리보다 위에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며 총리의 결정에 자주 반발했다.
‘무엇보다 내각 총리에겐 각료를 임명할 권한이 없다.’
더욱이 육군 대신과 해군 대신은 퇴역한 예비역이나 민간인 출신이 그 자리를 꿰찰 수도 없었다.
현 장성을 꼭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소리.
가쓰라가 육군을 꽉 쥐고 있는 한, 온건파 내각에 반대파가 적어도 한 명은 존재하게 된다.
만약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이를 트집 삼아 분명 강경파 출신 육군 대신은 사퇴할 거다.
총리가 관료를 임명할 권한이 없으니 기존 내각은 해체될 터.
‘이걸 바꾸지 않는 한, 사이온지는 절대 오래 총리를 해먹을 수 없어.’
그가 강렬하게 추진하고 있는 군축은 이루어질 수 없는 신기루다.
“그나저나 두 요원이 많은 것을 배웠겠군.”
“예. 그들 손으로 이토를 직접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현장 가까이에서 이를 생생하게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들리는 말로는 이것을 기록까지 했다 합니다.”
“그래. 이번 경험을 거름 삼아서 다음 계획도 한번 기획해 보라고 하게. 이번에는 차선으로 그들을 나서게 하려고 했지만, 다음번은 그들을 제일 우선순위로 생각하고자 하네.”
“예.”
나의 다음 제거 목표는 누구냐고?
그야 당연히 을사오적들이지.
매국노들이 우리 국토를 제집 앞마당 드나들 듯, 편하게 누비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늘어나고 있는 밀정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하게 경고해 둘 필요가 있었다.
“눈치는 있는지 요즘 들어 바깥출입을 자제한다지?”
“예. 보고에는 그리 적혀 있었습니다.”
“뭐, 그래도 집에만 콕 박혀 있을 수는 없을 것일세. 그들은 내각의 각료들이니까.”
“예. 그렇겠지요. 특별한 행사가 있다면 그들은 억지로라도 바깥에 얼굴을 비춰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토의 경우는 예외지만, 해외 원수가 사망한다면 보통 장례식에 각료들이 참석한다.
뭐, 그와 같은 때를 노리면 되겠네.
“김창수와 안중근은 현재 어디에 있는가?”
“연해주에 있다고 합니다.”
“관련 자료를 요원들끼리 서로 피드백해야 할 테니, 그들을 티후아나로 다시 불러들이게.”
“예.”
이위종은 내 명령을 수행하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려다가 무언가를 내게 내밀었다.
“아, 전하. 폐하께서 전하께 밀지를 보내셨습니다.”
고종의 친필 편지.
안에 내용을 아직 읽지 않았지만, 대충 무슨 내용으로 그 안이 꽉 차 있을지 예상이 된다.
“흠. 어디 있더라?”
나는 평소 중요 물품들을 보관해 두는 서랍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봉인된 서찰 하나를 찾아 그것을 급히 이위종에게 건넸다.
“그에 관한 내 답변일세.”
이위종이 눈을 껌뻑이며 내게 물었다.
“폐하의 밀서가 도착할지 아시고, 미리 작성해 두셨습니까?”
“그럼.”
나는 팔짱을 끼며 살짝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고종의 얼굴을 회상하려니 아주 자연스럽게 이 행동이 튀어나온 거다.
“생각해 보게나. 지난 순행에서 형님은 내내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하셨네. 각료들의 거센 요청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예. 그건 소인 역시도 보고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내 생각에 형님께서는 분명 아바마마의 강력한 부탁 때문에 그리했을 것일세. 심지가 그리 굳지 않은데도, 순행 내내 각료들의 무수한 부탁을 그리 거절할 정도면 그 이유밖에 없을 테야.”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하던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뭐겠나?”
뭐겠어.
내게 연락하는 것이겠지.
내다 버린 아들을 애타게 찾으며, ‘해외에서 고생하는구나.’, ‘그런데 나도 많이 힘들다.’, ‘내가 도움이 필요한데, 효자인 네가 미국을 좀 움직이면 안 되겠니?’ 등등.
이런 말을 밀서에 가득 써 재끼지 않았을까?
‘일단은 맞장구 쳐 주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고종이 하도록 유도해야지.’
미국에 건너왔기에, 현재 나는 기존 조선 왕실과 분리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엄밀히 따지면, 왕가의 일원이다.
조선 왕실의 삽질은 나의 명성과 명예에도 지장을 줄 터.
‘예산도 너무 흥청망청 쓰고 있고, 일부는 일본에 손을 벌리기도 한다.’
일단 일본에 도움받는 걸 줄여야 할 것이다.
돌려받은 국내 광산 채굴권 중 일부를 고종에게 지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래라면 내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히 이번에 미국이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며, ‘일본과 맞설 유일한 적 = 미국’이라는 문장을 고종의 머릿속에 아주 강하게 새겨 주지 않았던가?
‘미국이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계속 불어넣는다면, 고종도 달리 행동할 거다.’
나는 이를 이위종에게 건네며 마지막 말도 잊지 않았다.
“연락책이 일본에 노출되지 않게, 신경 써서 접선하게나.”
“예.”
이위종이 떠난 후.
나는 따라 놓았던 위스키를 단번에 마시며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일본 군부가 하루빨리 폭주하게끔 유도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 본 거다.
‘아무래도 중국 뿐인데······.’
일본이 중국에서 아무런 이권도 뜯어내지 못할 때.
내가 남만주철도 말고 다른 철도 부설권을 얻는다면, 강경파가 가만히 있을까?
아마도 애가 달아 거하게 발작을 일으킬 거다.
남 잘되는 꼴은 보지 못하는 이들이니까.
‘이런 큰일은 혼자 못하고 여럿이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들어가야 하지.’
사업 파트너로는 록펠러나 모건 같은 미국 자본가들이 최고고.
“전하.”
그때였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함께 했던, 현재 내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최현식이 내 집무실 문을 노크했다.
“전하. 모건 부대표가 사람을 보내왔는데 말입니다.”
“모건 주니어가?”
“예. 동부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전하의 얼굴을 뵙고 싶다 합니다.”
결혼식이 끝난 지 반년이 훌쩍 지났다.
다들 제 고향으로 돌아간 상황.
하지만 모건 주니어는 자신의 아버지가 온 힘을 쏟고 있는 파나마에 들러야 했다.
운하 공사 진척 현황을 살피고 이후에는 쿠바와 멕시코에 있는 사탕수수 농장 밭도 견학한 뒤.
캐나다 서부에 있는 신규 은행 개설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신대륙 서부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제 사업들을 확인한 후에야 드디어 돌아간다고 하는데.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 결혼식 후, 계속해서 일만 해 왔는데, 오랜만에 파티를 열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제 돌아가면 오랜 시간 동안 못 볼 사이니까.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어 볼 만했다.
더욱이 모건 주니어는 그의 아버지인 JP모건과는 다르게 나와 관계가 굉장히 좋았다.
따라서 굳이 그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일정을 확인하니 이번 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저녁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수요일로 하게.”
“예. 그럼 그리 잡도록 하겠습니다.”
< Next Step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