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24)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24화(12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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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주니어는 방금 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가 알고 있는 거물 하나를 내게 바로 언급했다.
“이 왕자님. 혹시 듀이 장군님을 아십니까?”
“듀이 장군?”
설마, 조지 듀이?
미국 역사에서 하나밖에 없는, ‘해군 대원수(Admiral of the Navy)’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미친, 조지 듀이라니.’
남북전쟁부터 미국-스페인 전쟁까지.
근 오십여 년을 군인으로 살아오며, 대서양과 태평양을 종횡무진했던 인물인데.
‘대원수면 별이 몇 개였지?’
현대 시대.
한국에서 특별히 사들여 온 부모님의 돌침대도 아니고.
조지 듀이는 별을 ‘여섯 개’나 단, 미 군부 내 거물이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곧 있으면 건강상 이유로 퇴역하게 되지만.
지금 미군 내 그보다 영향력 있는 인물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기에 이자와는 반드시 안면을 터놔야 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내려와도 미군 내 그의 영향력은 그대로일 테니까. 무엇보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엽까지 생존했으니까. 알아 두면 로비에 도움이 될 거다.’
나는 기뻐하는 표정을 이내 숨기며 덤덤하게 말했다.
“알지. 암······.”
아, 마지막 의성어는 뺄걸.
“아시는군요.”
눈치가 9단인 모건 주니어는 나의 대답에 씩- 미소를 지었다.
내가 조지 듀이 소개를 원한다는 것을 고새 알아차린 듯싶다.
“그분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고 다른 분을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제길.
주도권이 급 모건 주니어에게로 넘어갔다.
본래 협상에서 간절히 무언가를 원하면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모건은 여태껏 나를 배려했지만, 그 역시도 사업가.
본능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서 그런지, 그의 혓바닥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근데 말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미군 내 장성들과 만나려고 하십니까?”
모건은 좀 더 상세한 이유를 원했다.
뭐.
PMC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내가 움직이면, 모건과 록펠러에게 내 소식이 금방 들어갈 것이기에.
나는 숨김없이 이들에게 내 목적을 알릴 생각이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네.”
“세 가지나 됩니까?”
“그래. 일단 티후아나 군사학교에서 한인 학도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현 커리큘럼이 괜찮은지 판단해 줄 인재가 우선 필요하네.”
“아, 예.”
모건이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티후아나 군사학교는 한인 PMC의 새싹들이 자라나는 곳이다.
그곳의 역량이 강화되면 멕시코 내 PMC의 전력이 강해지고.
그리되면 모건 가문의 자산이 안전해질 테니, 그는 자신의 가문을 위해서라도 이것은 용인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불어 요번에 내가 특허를 하나 사들였네. 이것을 활용해서 무기를 개량해야 하는데, 실전을 경험한 관련 종사자에게 이를 맡기고 싶네.”
미국 재벌들은 돈 좀 벌었다고 치면 군수 사업에 진출한다.
최근에 내가 본국에 있는 의병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은 모건 가문에도 잘 알려져 있기에.
그는 별다른 질문 없이 다른 이유 하나를 스스로 추측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멕시코가 혼란해지면 일부 도적들이 국경을 넘을 수도 있으니까, 국경 인근 수비 공조 협조를 요청하려고 군부 인물과 접촉하시려는 것이로군요.”
“그래.”
“흠, 조지 듀이 장군님은 셋 다 해당하지 않는데······.”
맞다.
조지 듀이는 해군 쪽 인물이다.
철강과 조선 사업을 하는 모건 가문에게는 더없이 힘이 되는 인물이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내게 필요한 인물은 육군 쪽 인물이지.’
제길.
이 시대, 육군 장성은 누가 있더라?
로비스트 박병준으로 활동하며 무수히 많이 펜타곤에 출입했다.
군수산업 쪽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로비 업계에서 돈이 되는 산업이었기에 관련 정보 공부를 억지로 한 적이 있다.
그때 미군의 주요 인물 역시도 틈틈이 공부했었는데.
‘미군 장성들과 접촉할 때, 존경하는 인물을 물으며 스몰토크를 하려면 이런 사전 지식이 필요했으니까.’
나는 그때의 기억을 살려가며 유명 장군 이름이 누가 있나 살폈다.
‘그래. 퍼싱! 퍼싱이 있구나.’
해군 쪽에 조지 듀이가 있다면, 육군 쪽에는 존 퍼싱이 존재한다.
미국 역사상 세 명밖에 안 되는 대원수 중 하나.
게다가 퍼싱은 이 시대 군부 인사 중 인종 차별을 그나마 덜 한 축에 속한다.
‘퍼싱! 퍼싱의 연락처를 내놔라!’
그게 아니면, 마셜이나 맥아더도 좋고.
아!
이자들은 아직 어려서 계급이 낮던가?
“이 왕자님.”
“그래.”
“뉴욕으로 돌아가서 제가 알고 있는 리스트를 바로 보내 보겠습니다. 그중 왕자님께서 마음에 드시는 인물로 골라서 제게 연락을 주시지요.”
“알겠네.”
모건 주니어가 보낼 명단 중에 퍼싱 장군의 연락처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속으로 그리 기도하며 모건 주니어와의 독대를 마쳤다.
이후, 접견실로 돌아와서 다시금 손님들과 포커를 즐기기 시작했다.
* * *
손님이 모두 떠나고.
침실에 에델과 나만이 남았다.
“에델, 내가 씻을 동안 그대는 뭘 하고 있었소?”
에델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찰랑거리는 머리를 넘겼다.
“배우고 있었어요.”
“배우고 있었다? 뭘?”
“대한제국 전통문화를 왕자님의 시녀들에게서 배우고 있었지요.”
근래에 조선에서 도망친 옛 상궁 출신들을 말하는 것인가?
“오······.”
뭐야.
살짝 감동했잖아.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술술 넘어가네요.”
“그래?”
에델이 내게 반걸음 다가오며 나를 불렀다.
“왕자님.”
“듣고 있소.”
“오늘 배운 것 중,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요.”
“질문하시오. 내 아는 것이 있으면 다 답변해 주겠소.”
에델은 궁금하다는 듯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내게 질문했다.
“대한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들이나 주변 인물들이 꿈을 꾼다고 하던데요. 그걸 태몽이라고 부른다면서요?”
“그, 그렇지.”
“저는 희한하게도 잠을 자게 되면 꿈이라는 것을 전혀 꾸지 않아요. 마치, 죽은 듯이 밤을 보내죠.”
그건 몰랐는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네.
“우리 아이 태몽은 분명 왕자님께서 꿨을 텐데······ 왕자님께서는 최근에 어떤 꿈을 꾸셨나요?”
흠.
에델의 물음에 나는 잠시 과거의 기억을 회상했다.
최근에 무슨 꿈을 꾸었더라.
‘아, 그러고 보니. 두 달 전에 이상한 꿈을 하나 꾸긴 했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에델의 물음에 답했다.
“한 노파가 내게로 다가와 아주 커다란 나무에서 과일 하나를 내게 따 주었소.”
“과일을요?”
“그래. 근데 다음날 또 같은 꿈을 꿨지. 그때 나는 어젯밤에 건네받았던 과일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노파가 또 하나의 과일을 내게 주더군.”
“하나 더요?”
이상하지?
나도 좀 이상하더라고.
에델을 바라보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희한하다고 생각해서 잊으려고 했는데, 그다음 날 또 내게 이를 건네주더군.”
“그렇다면 총 세 개나 되는 과일을 늙은 여인이 왕자님께 건네주었다는 말이네요?”
“그렇지?”
에델은 골똘히 무언가를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과일이었어요? 과일 종류가 똑같았어요?”
기억나기론.
천도복숭아 같았기도 하고 사과 같았기도 했는데.
‘얘네들은······ 무슨 의미를 지녔으려나?’
일단은 내가 먼저 알아본 후에 알려줘도 괜찮지 않을까?
괜히 알려줬다가 이상한 해석이라도 들어서 에델이 지레 실망하면 별로 좋지 않다.
산모의 우울함은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니까.
“글쎄, 그것까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서.”
“생각해 보세요. 그걸 알아야 아이의 성별을 알아낼 수 있대요.”
“에델.”
“네.”
나는 에델의 손을 꼭 잡으며 그녀에게 당부했다.
“태몽은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지만, 별로 근거가 없는 미신이기도 하오.”
“······.”
“너무 의존하려 들지 마오.”
나는 이런 쪽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몸의 원주인인 이강도 그렇다.
‘혐오하는 쪽에 속하지.’
원 몸 주인인 이강은 나보다 미신을 더 싫어했다.
왜냐고?
그의 양모인 중전 민씨가 미신에 미쳐 있었기 때문이다.
허약한 제 아들을 좀 고쳐 보겠다고, 대원군이 모아 둔 나랏돈을 단 1년 만에 텅텅 비게 만든 것이 바로 중전 민씨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나는 미신을 좋아하지 않소. 내 죽은 양어머니께서 광적으로 이를 신봉했기 때문이오.”
“······그, 그랬나요?”
“그럼. 궐에서 온 이들이 이런 이야기는 안 해 주었소?”
에델의 얼굴이 빠르게 어두워져 갔다.
“조심할게요.”
“잘 생각했소. 그래, 이리 오시오.”
나는 에델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이후, 평소대로 오늘 있었던 일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 * *
“군부 쪽 인사와 접촉하고 싶으시다고요? 저희 아버님께서 군부 쪽과 연이 좀 있긴 한데.”
아까 모건과 나눴던 이야기를 에델에게 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가문 역시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활짝 웃으며 에델을 바라보았다.
“그렇소?”
“예. 존 삼촌도 그렇고 저희 아버지도 그렇고 남북 전쟁 때, 기부금을 내고 군을 면제받아서 그쪽으로 좀 콤플렉스가 있거든요. 그래서 군 쪽에 기부 활동을 많이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코, 콤플렉스?
록펠러가?
‘이런 이야기, 함부로 해도 되나?’
내가 잠시 얼어 있자.
“왜요?”
에델이 눈을 깜빡거렸다.
“아니오. 살짝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아서.”
“에이, 우리가 남도 아니고. 부부끼리는 솔직해야 하잖아요.”
“그래도.”
“무엇보다 저는 이제 록펠러 가문의 여식이 아닌 이씨 가문의 왕자비예요. 왕자님에게는 솔직해야 하지 않겠어요?”
록펠러 가문이 아니고 이씨 가문의 사람이라니.
그런 마음가짐은 참 좋네.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에델에게 물었다.
“혹시 그대 가문에서 병기국 쪽 보급 장교들을 소개해 줄 수 있소?”
“알아봐야겠죠.”
에델은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장담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할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못 할 거라고 예상하지도 않았다.
록펠러니까.
없던 인맥도 하루아침에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록펠러 가문이다.
“해군과 긴밀한 모건 씨와는 다르게 우리 가문은 두루두루 친하니까요.”
“고맙소.”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맙죠. 왕자님께.”
“어째서지?”
“여인에게 부탁한다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이리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마워요.”
20세 초.
이 시대는 마초의 시대다.
특히 미국은 마초 중 마초의 나라고.
보통 결혼한 남자는 여인에게 부탁하지 않고 명령한다.
나의 21세기식 예절에 에델이 살짝 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혹시나 섭섭한 점이 있다면 지금처럼 이리 먼저 알려 줘요.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면 부부 사이가 멀어진대요.”
이거 부부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속 깊은 아내를 옆에 둬서 그런지 참 힐링이 되네.
“아! 사실 오늘 살짝 섭섭했소.”
내친김에 오늘 있었던 일을 바로 꺼내 보기로 했다.
“그래요? 어떤 게요?”
에델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이에 나는 살짝 삐진 표정을 지어댔다.
“우리 아이가 생겼을 때, 내게 가장 먼저 알려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소?”
“아!”
에델이 내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왕자님.”
“듣고 있소.”
“사과부터 할게요. 이리 중요한 일을 왕자님과 상의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서.”
에델은 울상을 지으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살짝 억울한 것도 있어요.”
“억울한 것?”
“네. 당분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왕자님 말곤 아무도 제 임신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잖아요.”
“그렇지.”
“아마도 제가 우리만의 암호로 제 임신 사실을 알렸기 때문일 거예요.”
“······.”
“그렇다는 것은 약속대로 왕자님께 이를 가장 먼저 알린 셈인데. 왕자님께서 좋게 봐주신다면, 제가 약속을 지켰다고 봐주실 수도 있어요.”
듣고 보니까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려. 생각해 보니 그대의 말이 맞는 것 같소.”
“그래도 죄송해요. 미리 언질 드렸어야 했는데.”
에델.
그녀는 뭔가 들었다가 놨다가 하는 맛이 있는 것 같다.
에델의 뺨을 쓰다듬다가 그녀의 배를 어루만졌다.
“혹시 먹고 싶은 거나 가지고 싶은 것이라도 있소?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이라도.”
“흠······ 뭐가 있을까요?”
에델이 고민하는 척하다가 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 머릿속에 막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긴 해요.”
“뭔데? 내게 말해 보시오.”
“왕자님께서 살짝 싫어할 수도 있는 일인데······.”
그녀가 내 귀에 입을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나는 이를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 Next Step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