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3화(13/392)
< 칼 라이스 >
20여 일간 항해한 끝에, 우리 일행이 타고 있던 배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승만은 살짝 조급해하며, 내게 허리를 숙였다.
나는 차고 있던 회중시계를 확인한 후, 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한시가 급할 테니 얼른 가 보게. 부디 제시간에 도착해서 학업에 차질이 없었으면 하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승만을 그렇게 보내고,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시 전경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속에 있던 무언가가 확 올라왔다.
‘1900년대 샌프란시스코라······.’
부두를 걸으며, 나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자연 절경이 뛰어났던 하와이보다도 더 설레어서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갑다. 샌프란시스코.’
내가 흥분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버지, 어머니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셨지만.
현대인이었던 시절 나는 처음부터 미국에서 태어났다.
내게도 고향이란 게 있었는데, 바로 이곳 샌프란시스코가 그 고향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근 이십 년간을 이곳에서 지내며 유년기와 소년기 모두를 보냈지.
이를 회상하며 21세기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했다.
‘1900년대 초반이면, 아직 골든게이트 브리지도 안 지어졌겠군.’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면 ‘금문교’라 호칭할 수 있겠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라 부를 수 있는 다리였지만, 아직 세상에 없다.
1930년대쯤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안개가 잔뜩 낀 날에 금문교를 방문하면, 그야말로 절경인데 말이야.’
향후 내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그 다리를 지을 때 한 몫 거들어야지.
샌프란시스코의 마스코트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광스러운 일일 테니까.
“어이, 칭챙총!”
한창 도시 전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웬 백인 거지가 튀어나와선 나의 추억 감상을 방해했다.
덕분에, 나는 빠르게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응?”
너무 감격한 나머지 주변을 살피지 못했네.
일행들과 떨어져 홀로 부두를 걸어서 그런지, 앞에 있는 이놈에겐 내가 만만했던 모양이다.
내가 당황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는데 이자는 나의 반응에 신이 났는지 나를 콕 찍으며 저격했다.
“너 말이야, 칭챙총.”
나는 웃긴다는 표정으로 그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자 이놈 역시 지지 않고 목을 빳빳이 세우며 내게 다가왔다.
“더러운 원숭이 새끼, 영어는 할 줄 아냐?”
하······.
20세기 초나 21세기 초나 레퍼토리가 똑같구나.
내세울 게 영어 잘하는 것 하나밖에 없는 놈들.
막 항구에 내린 내가 초보 이민자로 보였나 보지?
“이곳엔 왜 왔냐? 물 흐리지 말고 너희 나라로 꺼져 버려!”
이런 놈들은 꼭 동양인만 보면 너희 나라로 꺼지라 말한단 말이야.
자기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하고 이 땅에 살면서 주인 행세는.
“카플란! 날 따라와라!”
아론이 두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곤, 제 형제들을 이끌며 내 쪽으로 급히 달려왔다.
내가 낯선 이와 시비가 붙자 삼 형제는 그들의 본업인 내 호위를 위해 몸을 움직인 것이다.
“카플란!”
내가 세 명의 아일랜드 형제 중 둘째의 이름을 불렀다.
몸짓이 불곰만 한 카플란이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놀린 거지 앞으로 다가갔다.
“너. 우리 보스에게. 무슨 말?”
나를 놀리던 거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플란의 덩치에 당황했는지 나와 카플란을 번갈아 보며 눈알을 핑핑 굴려 댄다.
“어이. 지금 내 부하가 묻지 않나?”
내가 앞으로 다가가 어깻죽지를 검지로 툭툭 쳐 댔다.
그러자
“죄, 죄송합니다. 제가 높으신 분인 줄 차마 몰라봤습니다.”
거지가 고개를 푹 숙이며 내게 사과했다.
이런 멍청이는 역시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간만에 고향에 왔는데 이런 별거 아닌 놈 때문에 기분만 잡쳤네.
“히익!”
한창 고개를 숙이고 있던 비렁뱅이는 내가 잠시 다른 곳을 보자 다짜고짜 달리기 시작했다.
이를 잠시 멍하디 보던 카플란이 나와 그놈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보스. 저놈. 어떻게?”
나는 도망가는 거지새끼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
“됐다. 인연이 되면 언제 또 만나겠지.”
저놈 때문에 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오랜 여행으로 몸도 지쳤고.
‘근육을 단련해야 해.’
운동 욕구가 샘솟는다.
내 몸이 카플란처럼 근육 덩어리였다면 아마 오늘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웃긴 놈들이니까.
사람을 봐 가며 차별한다.
‘흥분하지 말자. 근손실 날 수도 있어.’
나는 내 몸이 과거와는 달리 비실비실하였다는 데 화가 났다.
지난 넉 달간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좀 키웠지만, 아직 K팝 아이돌 스타처럼 마른 몸에 근육만 살짝 붙은 상태였다.
그래서 조바심이 났다.
현대인일 때는 몸이 상당이 좋았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 저녁은······ 닭가슴살로 때운다.’
어떻게 몸을 키워야 할지 고민되었다.
나는 머물 숙소로 향하며 끊임없이 이를 생각했다.
* * *
호텔에 도착했다.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 안에서 머물렀기에, 나의 몸과 마음은 너무나도 피곤했다.
그렇기에, 나는 일행들에게 이틀 동안의 자유시간을 주었다.
“뽀스! 어제 재미난 일이 하나 일어났었는데 말입니다.”
이틀 후, 일행이 모인 장소에서 맥스가 대뜸 나불거렸다.
“무슨 일인데 그리 흥분하나?”
“뽀스! 저번에 항구에서 만났던 그놈 말입니다. 여기 사거리에서 한 번 더 봤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한 줄 아십니까? 카플란을 데려와 손을 좀 봐줬지요. 호호.”
가장 막내인 맥스가 촐싹대며 자랑을 해 댔다.
나는 그런 맥스를 보며 속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이놈은 은근 내 가려운 데를 잘 긁어 준단 말이야.’
주둥이만 좀 더 무거웠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이내 고개를 돌려 한자리에 모인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흠흠······ 모두 모였군. 우리는 드디어 미국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네. 자, 박수!”
한참 손을 부딪친 후, 나는 손깍지를 끼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보았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 그대들에게 묻고 싶네. 그대들이 생각하기에 지금 내게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지난 20여 일 동안 나는 배를 타고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당연하게도 미래 계획 또한 짜 두었다.
하지만 나는 이를 독단적으로 이들에게 알리기보단, 의견을 한번 물어볼 생각이었다.
‘거수기는 언제든 만들 수 있으니까.’
현재 내게 가장 필요한 이는 내가 놓치는 것을 바로잡아 주는 참모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을 기회 삼아 이들의 능력을 한번 시험해 보려고 한다.
경제적 관념은 얼마나 있으며, 참모로 쓸 만한 이는 누가 있을까 한번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
“······.”
나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한 명 한 명 시선을 교환하려고 하는데 다들 피했다.
“헉······.”
그러던 중, 재정을 관리 중이던 우현식이 미처 시선을 피하지 못해 화들짝 놀랐다.
우현식은 머리를 긁적이며, 나의 물음에 가장 먼저 반강제로 답했다.
“아무래도······ 거주하실 집이 가장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첫 발표자가 중요하다.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면박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이들은 입을 꾹 다문 채 내 눈치만 보겠지.
나는 그러한 반응을 원한 게 아니었기에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우현식의 의견에 동의하는 척했다.
“그래, 집이 필요하지. 그렇다면 어디에 얼마나 큰 저택을 구해야 하겠는가? 더불어 얼마 정도를 예산으로 잡아야 하지? 위치는? 구매 형태는? 또 대금 지급 방법은?”
꽤 구체적인 적 것을 물어보았다.
그저 툭툭 던지는 것이 아니고 진짜로 이를 생각해 두었나 질문한 거다.
“집은 크면 클수록 좋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뽀, 뽀스께선 여러 귀빈을 초대해야 하니 허름한 집에서 지내면 안 되십니다.”
아론의 대답에 맥스가 뒷말을 덧붙이며 제 의견을 밝혔다.
나는 좀 더 상세하게 그 계획을 물어보았다.
“집이 크면 클수록 나가는 지출도 클 텐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큰 저택을 빌려야 하는가? 아니면 구매해야 하는가?”
당황한다.
쉽사리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이가 없었다.
“구매하셔야 하지요. 미국의 부동산은 예부터 계속 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나 핵심지에 자리한 저택은 그 오름폭이 가파릅니다.”
오직 우현식만이 내 마음에 드는 말을 했다.
중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수학 교육을 받았기에, 제법 경제 이치에 밝았던 거다.
“핵심지에 자리한 저택을 사들이려면 큰돈이 필요할 텐데······ 그 큰돈을 주택 구입에 쓴다?”
“은행이 있지 않습니까? 모기지를 통해 사들이면 됩니다.”
아론이 눈치를 보다가 끼어들었다.
오랜만에 아는 게 나온 것 같다.
“전하. 재고해주시지요. 빚을 내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에 우현식이 반대 의견을 냈다.
우현식은 내가 빙의 초반.
그를 쥐잡듯 닦달해서 그런지, 돈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빚은 당연하게도 두려운 존재겠지.
“그래. 대출은 위험하지.”
나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현식에게 말했다.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말게나. 엄연히 부채도 자산이네.”
레버리지.
일명 지렛대 효과로, 자산을 빠르게 불려 나가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모기지고.
나의 대답에 아론이 또 끼어들었다.
“돈을 아껴 다른 곳에 투자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말이 통하는군.”
눈치가 빠르다.
제 막냇동생과는 다르게.
“혹, 어디에 투자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론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는 몇 가지 예를 나열하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채권과 금, 주식, 부동산 등이 있지 않습니까?”
“보스! 금! 반짝거리는 게 최고다! 무조건. 금! 금이다!”
카플란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물론 도움은 안 되었다.
그가 신체 하나는 건강할지 몰라도 살짝 모자라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맥스가 날뛰는 카플란을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뽀스. 남자라면 주식이지요. 주식에 올인합시다.”
맥스의 주장대로 주식도 좋지.
1차, 2차 대전을 통해 미국의 대기업은 세계의 대기업이 된다.
지금쯤 막 뉴욕증시에 상장된 유망주들이 몇 있겠네.
나는 그 기업들의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들의 주식을 산다면 높은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겠지.
‘다만, 지금은 투자할 타이밍이 아니야.’
현재 미국의 증시는 한창 과열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아무리 좋아도 주식이 고평가된 상태일 때 투자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
더욱이 약 1년 정도 뒤에 미국의 증시는 고꾸라지게 된다.
1907년에 한 번 큰 공황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세일 기간이 곧인데, 굳이 상투를 잡을 필요가 있을까?
“소인은 땅을 사는 게 좋다 생각하옵니다.”
대화를 관망하던 유길준 역시 입을 열었다.
그의 두 아들도 제 아비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 분산해서 투자하시지요. 괜히 한 군데만 투자했다간 크게 화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아론이 한마디 거든다.
이놈은 남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참 정리를 잘한다.
“자네 말대로 분산해서 투자해야겠지. 하나가 휘청거려도 나머지가 괜찮으면 회생의 기회가 있으니까.”
아론에게 향했던 시선을 이내 유길준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자네 말대로, 투자는 부동산부터 시작할 것일세.”
“혹, 하와이 땅을 사실 생각이십니까?”
유길준이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최현우가 제 무릎을 ‘탁’ 쳤다.
“교민들을 고용하면 딱 좋겠군요. 내년부터 일부 교민들의 계약이 종료되지 않습니까?”
하와이에 이주한 한인 교민들.
그들 대부분은 1903년에 사탕수수 농장에 인부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보통 영주권은 처음 고용된 업장에서 3년 정도 일하면 나온다.
그 말은 즉, 내년이면 한인 다수가 자유로워진다는 거다.
‘그들을 활용해야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다수는 내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관심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론은 잠시 제 수염을 만지더니 내게 물었다.
“보스께선 별로 내키시지 않은가 봅니다.”
“왜 그리 생각하지?”
“마음에 드셨으면 바로 이 자리에서 구체적 인수 방안을 저희에게 물으셨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론의 추측이 맞았다고 인정했다.
“굳이 남들이 장사하고 싶은 곳에 끼어 들어가고 싶진 않네. 기존에 자리하던 기득권 세력들이 분명 나를 견제할 것일세.”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물론 교민들을 위해, 더불어 자산증식 목적으로 다른 땅을 좀 사 둘 생각이네.”
계약이 끝난 교민들.
그들이 무엇을 하겠는가?
뻔하지.
사탕수수 농장을 나와 소작농이 될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배운 게 농사일뿐이니까.
‘이 시대 소작 계약은 참으로 개 같단 말이야.’
농장주와 소작농은 보통 9 대 1의 계약을 하게 된다.
아.
여기서 9는 바로 농장주의 몫이다.
소작농은 고작 1만 가져간다.
‘그런데도 살 수 있는 것은······.’
이 미국 땅이 너무나도 축복받은 탓이겠지.
농산물이 잘 자라니까.
전체 파이가 엄청나게 크니, 1만 가져가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뜻이다.
‘9 대 1은 너무하고······ 7 대 3이나 5 대 5 정도로 계약하자.’
교민들의 성장을 돕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의 이득 또한 취하고.
비율을 낮춘다고 해서 내가 엄청나게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기에, 나 역시 교민들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잠시 이를 고민하고 있을 때.
유길준이 지도를 폈다.
“그럼······ 어디를 눈여겨 보고 계십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두 손을 깍지낀 다음, 내 뒷머리에 받쳤다.
그 후, 뻐근해진 목 근육을 주무르며 답했다.
“나는 조선의 왕자일세. 우리 조선인들이 누구보다 잘하는 일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지.”
나의 대답에 아일랜드 삼 형제를 제외한 나의 가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내 뜻을 바로 해석했다.
“이곳에서 쌀농사를 시도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나는 지도를 바라봤다.
그러곤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을 가리키려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맥스가 끼어들었다.
* * *
“뽀스.”
맥스가 오른손을 들었다.
할 말이 있다는 것이겠지.
“이렇게 말하면 또 건방지다고 아론 형님에게 한 대 맞을 것 같은데······.”
맥스가 제 형의 눈치를 보며 뒷말을 흐렸다.
나는 한번 말해 보라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나는 쓴소리도 경청할 준비가 되었네. 주저하지 말고 자네 의견을 말해 보게.”
맥스가 아론과 나를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내게 문제점을 말했다.
“여기 캘리포니아에서는 쌀이 잘 자라지 않습니다.”
맥스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은 델타 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땅이 아주 비옥한 곳으로 미국의 이주민들은 그곳에 있던 원주민들을 학살한 후에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괜히 비싼 돈 들여 땅만 샀다가 돈만 날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맞다.
농사라는 것이 원래 쉽지 않다.
파종 시기를 하루만 놓쳐도 그해 수확량이 확 달라지니까.
“뽀스. 그러지 마시고 남자답게 주식에 몰방하시지요. 아야! 형님, 왜 그래요.”
진득하게 잘 나가다가 또 또 주둥이를 이상하게 나불대네.
다행히 아론이 맥스의 귀를 당겼다.
아론은 아무리 봐도 맥스의 억제기 같다.
“맥스의 말이 맞네. 그동안 캘리포니아에서 벼농사가 시도되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네.”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에서도 한국 지리 수업이 있듯, 미국 역시 자국의 지리를 학생들에게 공부시켰다.
특히나 미국은 여러 주가 모여 연합하는 합중국.
자신이 사는 주의 지리나 기후를 더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나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기에 이곳의 지형적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잘못한 것이지, 땅이 잘못한 것은 아닐세.”
내가 씩 웃으며 맥스를 바라봤다.
“애초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런 것이지. 자네 이리로 가지고 와 보게나.”
우현식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30초 후.
그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시장에서 사 온 쌀 한 뭉텅이다.
“이게······ 여기 캘리포니아에서 경작하려고 들여온 종자들이네. 어떤가? 뭔가 다르지 않은가?”
내가 그들에게 보여 줬다.
이번에도 아일랜드에서 온 삼 형제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조선인들은 금세 그 차이를 눈치챘다.
“이거 안남미가 아닙니까?”
맞다.
주로 중국 남부나 동남아 지역 인근에서 재배하는 쌀.
후후 불면 날아간다는 그 쌀이다.
“여태까지는 이 쌀로 재배하려고 노력했을 거야.”
나는 씩 웃으며 다음 말을 이어 갔다.
“만약에 말일세. 우리 조선 벼를 이곳에서 키운다면······ 어찌 되겠는가?”
< 칼 라이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