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33)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33화(133/392)
< 로스차일드 (1) >
20세기 초.
서구 열강을 호령하던 금융 재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공유했다.
바로 정보 조직을 사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이다.
이강만 해도 그렇다.
익문사를 통해 대한제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거의 모든 중요 국가에 사람을 파견해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있지 않던가?
고개를 돌려 이강과 한 식구가 된 록펠러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미국 정계와 법조계에 심어 둔 그들의 장학생들에게서 매달 요긴한 정보를 몰래 받고 있었다.
미국 금융계 내 최고의 영향력을 뽐내던 모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곳곳에 퍼져 있는 금융계 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보다도 빨리 미국 내에서 돌아가는 경제계 주요 소식을 입수하고 있었다.
미국의 3대 재벌들을 비롯한 주요 고위층들은 왜 이리 정보에 집착했을까?
정답은 쉽다.
정보는 곧 돈이 되니까.
21세기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관련 자료를 조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세계 최고의 부자들은 남들보다도 더 빨리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급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똑똑-
“남작님. 라파엘로입니다.”
“그래.”
“안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럼.”
이는 유럽 대륙을 평정했던 로스차일드 가문 역시도 마찬가지다.
영국 경제를 장악했던 로스차일드 백작은 세계 제일의 대영제국 정·재계에 자신의 눈과 귀를 이리저리 뿌려 놓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작은 군부는 물론이고 법조계, 심지어 노동계와 대학교 학생회까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곳에는 전부 자기 사람을 심어 놓았다.
어쩌면 이강이나 모건, 록펠러보다도 더한 정보 조직을 운영하고 있던 셈이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손에 들고 있는 서류들은 무엇인가? 아, 오늘이 금요일이었던가?”
“예, 그렇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매주 금요일마다 세계 곳곳에서 돌아가는 소식을 정리해 보고 받았다.
이는 로스차일드 가문을 일으킨 메이어 로스차일드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운명을 건 워털루 전투 때, 정보를 먼저 입수해 영국 채권으로 거금을 벌었던 로스차일드 가문답게 이런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렸는데.
남작은 이제 곧 칠십이 되어 가는데도 이런 가문의 전통을 지키고자 매주 금요일에 돋보기를 끼고 서류를 살폈다.
“내게 건넨 이 서류들. 월터에게도 전해 주었지?”
“예.”
“그래. 월터 놈은, 어째 이 서류들을 잘 읽고 있던가?”
“그게······.”
집사가 머뭇거리자 로스차일드 남작은 미간을 오므리며 조카 놈.
아니지, 이제는 양아들이 된 월터에 대한 불만을 은연중에 털어놓았다.
“최근에 월터가 시오니즘 지식인들과 자주 접촉한다는 소식을 익히 알고 있네만.”
그깟 이스라엘 독립이 뭐가 중요하다고.
가문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조금이라도 부를 쌓는 데 주력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남작은 양아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아파져 왔다.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외동아들이 살아 있었더라면, 이런 고민은 안 했을 텐데.
“그래도 본업은 충실히 해 가면서 누울 자리에 발을 뻗어야지. 쯧쯧.”
남작은 자신의 서랍장을 뒤적이며 돋보기가 어디 있나 살폈다.
이내 자신의 안경을 찾은 남작이 이를 콧등에 걸치며 집사를 다시금 찾았다.
“제임스.”
“예, 남작님.”
“자네가 평생 우리 가문을 위해 일했다는 것 잘 알고 있네. 그 노고, 평생 고마워하는 중일세.”
“······.”
“부디 월터 역시도 잘 돌봐 주게나.”
제임스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집사를 보며 로스차일드 남작이 그가 들고 있는 서류를 건네받았다.
“내 살아 봐야 얼마나 더 살겠나? 내일모레면 칠십이네.”
“······.”
“자네도 이것들을 정리하며 느끼고 있지 않은가? 조심해야 할 놈들이 한둘이 아니야.”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월터 로스차일드와 동년배인 여타 다른 금융 재벌 후계자들은 그 실력이 남달랐으니까.
“이강과 모건 주니어. 이놈 둘이 특히 더 위험하네. 록펠러 2세나 노벨 가문의 후계자들은 하나같이 제 아비만도 못한 놈들이지만, 이놈들은 다르네.”
제임스는 침묵을 유지했다.
여기서 맞장구치면 남작의 양아들인 월터를 흉보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제임스를 바라보며 남작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상황에서 월터가 한눈을 팔고 있다네. 이 일에 집중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말이야.”
“······.”
“더욱이 여타 다른 방계 가문들과 사이 또한 안 좋아지고 있네. 근래 들어 각을 세우고 있지 않던가?”
로스차일드 가문은 같은 가문끼리 서로 싸우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한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온 전통이다.
하지만 대를 이어 올수록 함께 공유하는 피가 옅어진다.
덕분에 유럽 내 오스트리아 본가와 영국 내 로스차일드 가문 사이에 불화의 씨앗이 서서히 싹 트고 있었다.
“남작님의 말씀, 무슨 뜻인지 새겨들었습니다.”
제임스는 아주 가까이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의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랬기에, 이 가문의 미래에 관해 누구보다 해박했다.
그는 무릎을 꿇으며 다시 한번 남작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월터 님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래. 고맙네.”
로스차일드 남작은 칠십이 다 되어 간다.
그렇기에 너무 긴 보고서는 그가 읽기에는 벅찼다.
“그래, 이번 주는 또 무슨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까나.”
그는 일단 요약본만 먼저 읽어 나갔다.
이후 관심이 있는 분야를 따로 추려 상세 보고서를 읽곤 했는데.
“응?”
지금 남작의 눈에 흥미로운 문장이 막 들어왔다.
“하하하. 이강 이놈 좀 봐라?”
* * *
“거물일세. 내가 침 발라 놓은 곳에 이리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올리다니.”
로스차일드 남작의 차가운 안광이 번쩍거렸다.
오래간만에 보는 서늘한 눈빛에 집사인 제임스가 잔뜩 긴장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분명, 네덜란드 쪽에도 우리 사람을 파견했을 텐데.”
“그게······.”
제임스의 입에서 재미난 이야기나 튀어나왔다.
“아시안 맨드레이크?”
남작은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관련 서류를 두세 번 검토했다.
“홍삼인지 뭔지 하는 그것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고?”
“예. 아시다시피 네덜란드 왕가가 후계자 문제 때문에 골을 썩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현재 네덜란드의 다음 후계 순위는 빌헬미나 여왕의 고모가 되는 마리 대공녀였다.
시간이 지나 빌헬미나가 죽는다면, 나이 많은 마리 대공녀나 그녀의 아들이 다음 왕위를 계승하게 되는데.
문제는 마리의 아들인 하인리히가 굉장히 친독일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거다.
조각조각 나 있던 독일 쪽 왕국들을 북독일 연방으로 재편했던 역사가 존재했기에.
네덜란드 역시 하인리히가 왕위를 계승하면 독일 연방 쪽에 묶일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독일의 경쟁국인 영국은 노심초사하며 이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이런 가운데 이강이 끼어들어 헨드릭과 빌헬미나 사이를 다시금 복원시켰다고 한다.
“헨드릭 이놈, 밤에 영 시원치가 않은 놈이었군.”
남작은 헨드릭과 빌헬미나의 결혼식 장면을 떠올리며 툴툴거렸다.
“하여튼, 왕가 놈들은 어째 정상인 놈들이 없구먼.”
한 놈은 제 아들 불치병을 고치겠다고 주술사에 빠져 있고.
한 놈은 피학증과 도착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괜찮았던 놈은 정력제에 눈이 돌아가 황금 같은 석유 탐사권을 외국인에게 퍼줬다.
정확히는 왕실이 하나도 손에 쥐지 못한 것을 이강과 반반 나눠 먹은 셈이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아직 몰랐기에 남작은 헨드릭과 여왕을 속으로 욕했다.
그는 빌헬미나 여왕을 거의 니콜라이 2세급으로 평가 절하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제대로 된 놈들이 없어. 그나마 런던에 기거하는 우리 에디(에드워드 7세)가 정상이라 참으로 다행일 정도야.”
제임스 역시 동의했다.
적어도 영국 왕은 다른 왕들처럼 이상한 짓은 안 하니까.
“로열 더치 사가 유상 증자에 성공했다. 그것도 천만 달러나······.”
로스차일드가 제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집어대며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제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큰일이군.”
로스차일드는 뭐에 홀린 듯, 서류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보고서 중 하나를 들고는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현재 러시아 상황은 어떻지?”
“반유대주의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제임스가 재빨리 뒤의 말을 이었다.
“아직은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조금만 더 악감정이 쌓이면 남작님의 회사에 화가 미칠 수도 있습니다.”
“로마노프 그놈은? 아직도 재발 방치 대책 하나 못 내놓고 있는가?”
“그게······.”
고상했던 로스차일드 남작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그가 주시하고 있던 또 다른 경쟁자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뭐라? 노벨 가문이 반유대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예.”
노벨 가문은 로스차일드 가문과 경쟁 관계다.
유럽 내 석유 패권을 놓고 한판 겨루는 사이.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런 노벨 가문의 노벨 브라더스 석유 회사를 죽이려고 갖은 방법을 총동원했다.
금융계를 통해.
노동계를 통해.
정치계를 통해.
온갖 모략을 쏟아부으며 노벨 브라더스의 몰락을 기원했는데.
노벨 형제는 이런 로스차일드 가문의 계략에도 현재 꿋꿋이 살아남아 러시아 내 석유 산업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하하. 아주 제대로 복수하는군. 유동 자금 좀 죄었다고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사람은 본래 내로남불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내 잘못은 작게 보이고, 남들의 복수는 크게 보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로스차일드 남작 역시도 그랬다.
과거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 채, 현재 노벨 형제의 계략에만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바쿠 유전을 로열 더치 주식과 맞교환하려고 했었는데 말이야. 이거, 어렵게 되겠군.”
이강이 먼저 유상 증자를 했으니까.
유동 주식이 이미 많아진 상황에서 또다시 거액을 증자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재정 상황이 건전해진 로열 더치는 바쿠 유전을 아주 싼값에 사려고 할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러시아에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소문이 벌써 이 바닥에 파다하게 퍼져있으니까.
“그보다 이번 이강의 움직임 말입니다. 혹시 록펠러 그놈이 사주한 것은 아니겠지요?”
“록펠러가?”
“예. 지난번 약혼식에서 말입니다. 록펠러 그놈이 이 왕자와 헨드릭 관계를 언급하며 이 왕자에게 로열 더치 사 투자를 권유하지 않았습니까?”
집사의 이야기에 남작이 지난 기억을 회상했다.
그래, 맞다.
록펠러 그놈이 이강에게 열심히 펌프질했었지.
“설마 그놈이······ 남의 손을 빌려서 나를 쳤단 말인가?”
“예. 그럴 수도 있지요. 록펠러 역시 모건만큼 비열한 놈입니다.”
모건은 최근에 사람을 고용해 남작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웃긴 게.
고용한 사람이 아시아인, 그것도 조선인이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누가 봐도 이강과 남작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런 모건만큼 록펠러 역시 영악한 놈이었기에, 남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
7인회 구성원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다.
석유 산업에서는 록펠러를 견제하려고 로스차일드와 모건이 협력한다.
미국 금융계에서는 황제인 모건과 맞서기 위해 록펠러와 로스차일드가 손을 잡고 있고.
로스차일드가 미국 정계 쪽에 관심을 보이면 모건과 록펠러가 서로 연합해 로스차일드의 미국 진출을 막는 움직임을 취했다.
애증에 관계였던 이 세 세력은 현재 이강을 통해 팽팽했던 균형추를 조금씩 깨려고 하고 있었다.
다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려고 유도 중이었기에, 이강의 가치는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어쨌든 이강 그놈 때문에 이번에 그려 놓았던 큰 그림이 엉클어졌군.”
남작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감쌌다.
“모건이 최근 석유 산업에 관심을 보이던데, 그자는 분명 우리가 팔려는 바쿠 유전의 가치를 후려칠 것이 뻔할 거야. 하! 이강 그놈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군.”
남작은 이번에는 이강의 얼굴을 떠올렸다.
작은 눈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맹렬한 기운을 내뿜고 있던 사내.
남작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강이 위험하다는 것을.
“참 필요하면서도 눈엣가시 같은 존재야. 록펠러가 채 가기 전에 이놈을 끌어안았어야 했는데······.”
인제 와서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차는 이미 떠났는데.
“그래도 이 왕자에게는 약점이 여럿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본국 문제도 있고······ 자산 배분 문제도 그렇고. 공략할 건더기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
완전무결한 이는 없다고.
이강에게는 몇 가지 약점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한제국이었다.
“일본에 다시금 슬그머니 자금을 지원해 볼까?”
일본 제국은 현재 숨을 헐떡이는 상황이다.
가쓰라 다로에서 다시금 사이온지로 정권이 이양되었지만,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왕자가 이를 알면 분개할 텐데요.”
“그렇지?”
이강과는 아직 협력해야 한다.
남만주 쪽 만철 부설 사업에 한 다리 걸치려면 총책임자인 이강의 눈 밖에 났다가는 큰일 나니까.
“그래도 좀 몰래 지원했으면 하는데.”
어쨌든 이강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긴 했다.
이러다가 더 커지면 모건이나 록펠러처럼 제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이강의 자산은 얼마지?”
“추정되기론 약 1억 달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 년 전 공개했던 투자 자산을 기초로 예상해 본 것이라서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예.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전까지는 여러 산업에 분산 투자하며 꽤 뛰어난 투자 식견을 보여 줬지만, 최근에는 석유회사에 너무 집중하며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호······.”
로스차일드 남작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강을 견제할 만한 좋은 카드가 방금 막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 로스차일드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