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36)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36화(136/392)
< 해가 지지 않는 나라 (2) >
“현재 만주를 지배하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가? 북양군벌이네.”
리훙장(이홍장)에게.
그가 죽은 후에는 위안스카이(원세개)에게.
충성을 바쳤던 자들.
그런 거대 사적 군사조직을 언급하며, 나는 그들에 관한 정보를 월터에게 살짝 공개했다.
“북양군벌은 중원 대륙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네. 더하여 군대 기강도 꽤 괜찮지.”
“예. 저 또한 그리 알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북양군벌 세력이 다스리는 지역은 치안이 굉장히 좋네. 청에 다녀온 내 부하들이 증언했으니 믿을 만한 정보라고 확신할 수 있네.”
아편 전쟁 이후, 중국은 급격하게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거대한 중앙 집권 국가가 휘청거리자 내부에 모리배들이 준동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청나라 민중들은 이중으로 수탈당하게 된다.
이에 중원 대륙은 인구 감소를 맞게 된다.
민생이 어려워졌으니까.
하지만 이런 추세 속에 예외적인 지역이 하나 존재했는데, 바로 그곳이 만주 지역이었다.
봉금령 때문에 워낙 사람이 적게 살기도 했고, 농사지을 땅이 많이 남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되었기에, 중원 백성들이 다들 만주 지방으로 몰린 거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왕자님······.”
월터 로스차일드는 자신이 입수한 정보를 거론하며 내게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작은 불똥이 거대한 들판을 태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근래 들어 크고 작은 민란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맞다.
민란은 현재에도 발생하고 있었다.
그 점에는 동의했기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월터가 살짝 자신감을 보이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청 당국이 가까스로 이를 진압하고 있다지만, 점점 그 수나 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니······. 언젠가는 청 조정이 감당하지 못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 예상보다 더 빠르게 말인가?”
“예.”
월터 로스차일드는 곧 다가올 청나라의 혼란을 예견했다.
영국에게 있어.
더불어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있어.
중국은 인도만큼이나 중요하고 거대한 시장이다.
그렇기에 남작 역시도 거액의 돈과 다수의 사람을 풀어 가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겠지.
물론 미래를 알고 있는 나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겠지만, 청 왕조의 붕괴가 시간 문제라는 의견을 이리 내놓을 정도면.
제법 현재 중원의 상황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왕자님.”
“말하게.”
“전 세계에서 민족주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 왕자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지.
영국이 뒤에서 열심히 이 붐을 일으켰지 않았던가?
“이 바람은 곧 청에도 불 것입니다.”
이는 영국이 원치 않는 방향이지만, 모든 것이 다 영국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니까.
나는 월터의 경고에 동의하는 모습을 먼저 취했다.
“하긴, 청 황제는 만주족인 데 반해 청나라 백성들은 한족이니까.”
“예. 그렇습니다.”
“자네 주장대로 청이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르게 멸망한다면, 그 시작은 저기 북경에서 멀리 떨어진 광동이나 사천이 되겠군.”
“예. 이 두 지역은 청 왕조의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지역들이니까요.”
근심 가득한 월터의 어깨를 토닥이며 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불안하지 않네.”
“어째서입니까?”
“청이 감당하지 못해도······ 청 다음으로 집권할 세력이 이를 감당할 것이니까.”
나는 비릿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감당하지 못한다면 감당하게끔 만들면 되고.”
나는 또다시 어깨를 으쓱이며 별거 아닌 듯이 다음 말을 했다.
“뭐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상황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를 이끌어 줄 것일세. 우린 그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면 되네.”
“······.”
“생각해 보게. 청 왕조의 뒤를 이을 후속 세력은 다들 대명, 대청의 정통 후예를 자칭할 것이네.”
집권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분명 그리 행동할 테다.
청 뒤를 바로 이을 다음 집권 세력은 그 권력 기반이 기존 청 왕조보다 빈약할 것이니까.
여기저기 군벌이 난립한 상황 속에서.
청나라의 잔존 집권 세력이 아직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하나로 권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모든 제스처는 다 취해야 할 텐데.
그런 악조건 속에 기존 왕조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외세를 적으로 돌린다?
그건, 바보 멍청이나 하는 짓이지.
“그런 그들이 우리와 청이 맺은 조약을 과연 뒤엎을 수 있겠는가? 그리되면 다시금 중원에 혼란이 찾아올 텐데?”
나는 피식 썩은 미소를 날리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기존 우리의 권리를 보장할 테니까.”
“······.”
월터는 아직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댔다.
나는 이에 그를 다그쳤다.
“왜 그러는가? 아직도 불안한가?”
나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한 국가를 예로 들었다.
“혹시 뤼순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일본 관동군 때문인가? 그들이 우리 사업을 방해할까 봐?”
맞나 보네.
흠칫.
저리 반응하는 것을 보면.
“하하, 걱정도 팔자군. 록펠러 대표와 모건 대표 그리고 남작까지, 이 세 세력이······. 일본이 발행한 채권의 8할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데 말이야.”
나는 주요 채권자 명단을 입으로 말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그들의 목줄을 꽉 쥐고 있네. 그런데 설마하니 일본 놈들이 감히 우리에게 이빨을 드러내겠는가?”
“······.”
“최근 들어 일본이 막 나가고 있다지만, 그 정도로 무분별하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일세. 적어도 우리에게 진 빚을 다 갚기 전까지는 조용히 앉아서 눈치나 보고 있을 것이야. 그러니 너무 염려 말게.”
일본이 열강의 반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국이나 영국을 적대할 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일본이 순 채권국으로 변신하려면 아직 먼 상황.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나 순 채무국에서 순 채권국이 된다.
나는 그 점을 속으로 생각하며 월터를 안심시켰다.
“혹시 만철 병행 노선 부설 투자가 내키지 않는다면,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게나. 내 당장에라도, 자네 가문에 할당한 지분을 내 투자 자금으로 메우겠네.”
호기로운 표정으로 나는 내 유동 자금이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을 자랑했다.
이에 월터가 살짝 기묘한 표정을 지어댔다.
“아, 아닙니다. 어찌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단 말입니까?”
당황한 척하고 있지만, 뭔가 중요한 정보를 포착한 맹수 같은 표정이었다.
‘남작에게 이를 보고할 생각이군.’
연이은 투자로 뉴욕이나 런던에서는 내 유동 자금이 말라 버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리 자신감을 드러냈으니, 유용한 정보를 알아냈다고 생각한 모양이네.
“그럼 나는 이만 올라가겠네. 임신한 아내를 오랜 시간 혼자 두는 것은 좀 위험하니까.”
“아, 예. 올라가십시오. 이 왕자님.”
대충 흘려야 할 정보는 거의 다 흘린 것 같다.
음흉한 남작이 내가 던진 여러 정보를 어떻게 분석할지 궁금하네.
뭐, 그 결과는 한 달 정도 뒤에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너무 골 아프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되겠고.
“그럼, 내일 아침에 보세.”
나는 월터를 뒤로한 채 에델에게로 다가갔다.
그 후, 잘 꾸며진 크루즈 일등석 객실에서 오랜만에 편한 휴식을 취했다.
* * *
네덜란드에서 떠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일행은 런던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청 가깝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유럽으로.
먼 거리를 횡단하고 다녀서일까?
이 정도의 시간은 그때와 비교하면 찰나의 순간 같다.
“왕자님.”
“듣고 있소. 부인.”
에델이 한 걸음 다가오며 팔짱을 껴 댄다.
그 후 그녀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지금이 몇 시인가요?”
나는 회중시계를 꺼내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오후 3시쯤 되오.”
“그래요?”
에델이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했다.
“의외네요.”
“의외?”
“예. 저는 저녁인 줄 알았어요. 날이 너무나도 어두컴컴해서요.”
“아마도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그럴 것이오. 구름도 많고.”
에델은 갑자기 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댔다.
“그보다······ 공기 질이 최악인 것 같아요.”
그렇다.
흡사 21세기 베이징의 공기 같다.
아니다.
정정한다.
그보다 심하다.
그 정도로 런던항 인근의 공기 질은 최악이었는데, 나는 얼른 가지고 있는 손수건을 꺼냈다.
이후 차가운 생수로 손수건을 적신 후, 이를 에델에게로 건넸다.
“이것을 코에 갖다 대시오. 도움이 될 거요.”
“고마워요.”
나는 옆에 서 있던 월터를 보며 한탄했다.
“날씨가 너무나도 우중충하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은 분위기야.”
에델은 내가 건넨 손수건으로 코를 가린 후, 코맹맹이 소리로 월터에게 물었다.
“런던은 항상 이런가요?”
“아, 예. 이 왕자비님. 그렇습니다. 우중충한 날씨에 퀴퀴한 냄새. 런던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월터는 살짝 씁쓸한 표정으로 가까워져 가는 런던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우리 대영 제국의 불명예스러운 것 중 하나입니다. 음식과 더불어서요.”
“으······.”
에델이 진저리를 친다.
아이를 이곳에서 낳아야 했기에,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월터가 에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빠르게 다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왕자비께서 머무르실 남부 콘웰 별장은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해풍 덕분에 여기 런던과는 다르게 날씨도 온화하고 공기 또한 상당히 맑습니다.”
“다, 다행이네요.”
배에서 내린 후,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빗방울 한 방울이 방금 내 손등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월터 역시 이를 느꼈나 보다.
그는 우리 부부를 빠르게 자신의 가문이 준비한 자동차로 안내했다.
“흠. 날씨가 심상치 않군요. 비를 맞으실 왕자비께서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서두르심이 어떠십니까?”
그래.
산성비를 맞는 것보단 살짝 걸음을 빨리하는 게 더 좋지.
나는 첫인상이 제법 구질구질한 20세기 런던의 모습을 내 눈에 담으며, 월터가 준비한 자동차로 올라탔다.
우리 부부가 모두 타자마자, 자동차는 빠르게 움직였다.
남작이 사는 저택으로 이동한 것이다.
* * *
“안녕하십니까, 이 왕자님.”
“남작. 오랜만이오.”
로스차일드 남작의 저택에 막 발을 들였다.
버킹엄 궁에 바로 가지 않고 남작의 집으로 향했는데, 이는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영국 왕실과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오히려 총리나 남작과 더 할 말이 많다.’
이는 정치 체계가 달라서다.
네덜란드는 아직도 여왕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지만, 영국은 그야말로 의회 중심 국가니까.
그렇기에 네덜란드에 막 도착해서 나는 곧바로 헤이그 궁으로 향했다.
헨드릭과 인연도 인연이지만.
무엇보다 네덜란드는 여왕의 영향력이 대단히 강해, 그녀 가까이에 거주하는 것이 내 사업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로스차일드 남작의 별채에서 좀 더 오랜 시간 머물 것이다.
“이 왕자님이 영국에 머무르실 동안 저희 가문이 최선을 다해 이 왕자님을 보좌할 것입니다.”
“고맙소.”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제게 말씀해 주시지요.”
“그리하도록 하겠소.”
남작은 그동안 잡아 둔 내 일정을 슬쩍 내게 통지해 주었다.
“모레, 버킹엄 궁에 입궁하시게 될 것입니다.”
“모레?”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늘 저녁과 내일 저녁이 비게 되는데.
이때는 누구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될까?
“다우닝가의 주인은 언제쯤 만날 수 있소?”
미국의 대통령이 백악관에 거주한다면, 영국의 총리는 다우닝가 관저에 머문다.
일국의 수반을 언제쯤 만날 수 있냐 물어보았는데, 남작이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아리송한 답변을 내놓았다.
“왕궁에 방문한 후, 그 뒤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늘이나 내일이 아니고, 그 이후라······.
정확히 통지하지도 않고.
이거.
유럽 순방 첫 국가로 영국에 들르지 않았다고 뒤끝을 보이는 건가?
‘이놈의 영국 놈들은 속이 밴댕이 같단 말이야.’
“그전에······.”
남작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달랬다.
“내각의 일원 중 한 사람을 만나 간단하게 논의할 관련 현안을 잠시 나누십시오.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내각 일원이라······.”
어떤 인물이 나오려나?
권력의 중심에 있지 않은 겉절이가 나온다면, 진짜로 나를 기만하려는 모습일 텐데.
나는 목에 제법 힘을 주며 물었다.
“남작.”
“말씀하십시오. 이 왕자님.”
“혹시 소개해 줄 일원, 그자가 누구인지 내게 알려 줄 수 있소?”
로스차일드 남작이 눈알을 살짝 굴리며 내일 밤에 찾아올 손님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대영제국 의회에 떠오르는 별입니다.”
“떠오르는 별?”
“예. 현 상무장관을 역임하고 있는 처칠 경이라고······ 아! 이 왕자님께서도 혹시 처칠 경의 이름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 해가 지지 않는 나라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