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38)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38화(138/392)
< 해가 지지 않는 나라 (4) >
“흠······.”
남작의 표정이 심각하게 바뀌어 갔다.
처칠은 이에 의아해했다.
지금까지 남작이 흥미를 보일 만한 말들을 잔뜩 떠들고 있었는데, 그가 생뚱맞게 뚱한 표정을 지어 댔기 때문이다.
처칠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남작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그게······.”
로스차일드 남작은 눈알을 뱅글뱅글 굴리며 처칠의 눈치를 살살 보았다.
그리고는 아까 처칠이 던졌던 질문을 슬그머니 다시 끄집어냈다.
“조금 전, 장관님께서 영국의 배에는 영국의 기름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제가 소유한 카스피해-흑해 소유의 유전으로는 대영제국 해군의 석유 수요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이강이 투자한 로열 더치와 비교하면 남작의 ‘카스피해-흑해 사’는 그 규모가 꽤 작았다.
로열 더치는 유럽 내에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과 유일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기업이었지만, 남작의 석유 회사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로스차일드의 또 다른 경쟁사인 노벨 브라더스 사보다도 그 규모가 작다.
유럽 내에서 3~4위 하는 기업이었기에, 남작은 슬그머니 자신의 석유 회사가 타사 대비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필했다.
석유 회사도 어찌 되었든, ‘규모의 경제’ 이론이 적용되는 산업이었으니까.
“흠.”
처칠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카스피해-흑해 사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중소형 석유사들이 최근에 경영난으로 카스피해나 흑해 인근 유전을 팔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것들을 한번 인수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로스차일드 또한 이를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남작은 추가 투자를 주저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면, 투자보다는 사업 철수가 더 합리적이었으니까.
남작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처칠의 제안을 완곡히 거절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부족할 것입니다. 생각보다 채산성이 높은 매물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렇군요.”
처칠이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금 꾀를 내어 보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로군요.”
“뭡니까?”
“다른 영국 석유 기업과 합작하는 것뿐이겠네요.”
“다른 영국 회사요?”
처칠이 빠르게 그 대상을 언급했다.
“예. 최근에 앵글로-페르시아가 마스제드 솔레이만(Masjed Soleiman)에서 원유 시추를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아, 아! 그렇지요. 앵글로-페르시아가 있었군요.”
앵글로-페르시아.
원 역사에서는 브리티시 페트롤(BP)룰의 전신이 되는 거대 석유 회사로 1908년부터 이란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었다.
거대 유전에 세워진 시추 장비에서 하루가 다르게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
남작은 입가에 도는 군침을 냉큼 삼키며, 긍정적인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저희 카스피해-흑해 사와 앵글로-페르시아가 합병한다면 규모 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습니다.”
“예. 해군 측 수요는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의 늘어나는 석유 수요까지 충당할 수 있을 것이외다.”
“그렇지요. 전 세계 자동차의 수요 역시 점점 늘고 있고, 무엇보다 이 왕자가 밀고 있는 비행기 역시 석유를 대량 사용하고 있으니 석유 수요는 폭증할 것입니다. 그걸 우리 영국이 장악한다면, 또 다른 전쟁 억지력 카드를 하나 쥐는 셈이겠군요.”
“내 말이 그 말이외다.”
처칠과 로스차일드는 만족스러운지 서로 껄껄 웃으며 앞에 놓인 밀크티를 연신 홀짝였다.
“하지만 처칠 장관.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내 로스차일드 남작이 다시금 정색했다.
늙으면 참을성이 늘어난다던데.
남작은 오늘따라 어린아이처럼 표정이 확확 바뀐다.
처칠은 이번에는 또 뭐냐는 표정을 지으며 남작을 바라보았다.
“또 무엇입니까?”
이에 로스차일드는 자신의 오랜 골칫거리를 슬그머니 처칠 장관에게 호소했다.
“러시아 내 반유대 감정이 엄청나게 싹트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바쿠 유전의 비중이 어느 정도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란의 사막에 계속해서 크고 작은 유전이 발견되며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으나, 카스피해 바쿠에 자리한 거대 유전은 아직 세계에서 제일가는 유전이었다.
처칠은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파악했는지, 로스차일드에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남작의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반(反)유대 정서가 러시아 내에서 그리도 심각합니까?”
“예. 제가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폭도들이 카스피해-흑해 회사 생산 시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저런, 망할 놈들. 러시아 정부는 뭘 하고 있답니까?”
“말로만 대책을 취하겠다고 할 뿐, 그저 방관할 뿐입니다.”
“저런.”
처칠은 현재 상무장관(Board of Trade)이었다.
자국 회사의 교역 쪽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 그의 업무이기도 했기에, 처칠은 남작의 어려움을 경청하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반유대주의 때문에 우리 영국의 석유 회사가 공격을 당한다······.”
잠시 혼자 뭔가를 주억거리던 처칠이 무언가 해결책이 떠올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작을 바라보았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군요.”
“해결 방안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어떻게 말입니까?”
처칠이 살짝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로스차일드에게 자신의 비책을 말했다.
“우리 영국 정부가 합병된 회사의 주식 일부를 인수하면 해결될 것이 아닙니까?”
러시아는 영국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그레이트 게임을 해 가며 서로 앙숙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하나로 통일된 독일이 유럽에서 최강자로 부상하기 시작하며.
그들은 1907년 영·러 협상을 통해 독일에 대항하는 동맹을 체결했다.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폭도들이 영국의 국영 회사를 위협하게 된다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된다면, 그동안 방관하고 있던 러시아 정부 역시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지만은 못할 것이다.
“구, 국유화를 진행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남작의 얼굴색이 급격히 어두워져 갔다.
이 시대 자본가들의 최고의 지향점은 ‘독점화’다.
그렇다면, 반대는?
그야 당연하게도 ‘국영화’다.
“아, 합리적인 가격에 이를 인수할 것이니 그런 표정은 짓지 마십시오.”
“······기존 주주들이 이에 동의하겠습니까? 대량의 지분을 사들이는 행위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유상 증자를 통해 해당 지분을 인수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강의 로열 더치 주식 인수가 인상 깊었나 보다.
처칠은 이강과 동일한 방식으로 합병사의 지분 일부를 보유할 생각이었다.
“우리 영국 정부는 지분을 인수해서 좋고, 기존 주주들은 거액의 투자금이 생겨서 좋고. 양쪽 다 만족할 만한 제안이지 않습니까?”
대규모로 투자를 감행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처칠은 이를 언급하며 자신의 국영화 논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로스차일드의 표정이 복잡해져 갔다.
처칠의 해결책이 자신에게 이득이 될지 빠르게 머릿속으로 유불리를 따져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리 행동하면 러시아 또한 폭도들을 가만히 두지는 못하겠군요.”
치열한 계산 속에 손익이 대충 머리에 그려졌나 보다.
남작은 자신의 석유 회사가 국영화된다면, 러시아 내에서 좀 더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기에.
처칠의 의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누가 감히 우리 대영제국 소유의 재산에 흠집을 낸단 말입니까?”
“그렇지요.”
두 거물은 미래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의 뜻은 서로 조금 달랐다.
남작과 상무장관.
이 둘이 생각하는 최종 미래는 비슷했지만, 묘하게 어긋나 있으니까.
“아! 이번 이 왕자와의 대화에서 보니, 남작께서는 이 왕자와 꽤 친분이 있나 봅니다.”
“······.”
처칠의 마지막 말에 남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무슨 뜻으로 자신과 이강의 친분을 들먹였는지 가늠이 안 가서였다.
“이 왕자의 혜안은 우리 영국에게도 가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해가 될 수도 있고요.”
“······.”
“그러니, 계속 친하게 지내십시오.”
옆에서 지내며, 잘 감시하라는 뜻일까?
로스차일드는 처칠의 말을 그리 해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처칠 장관.”
* * *
“전하.”
“말하게.”
처칠과의 회담을 마치고 내가 머물던 숙소에 도착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사람이 주변에 없나 확인한 최현우는 내게 다가온 후 조심스럽게 한 가지를 질문했다.
“의아한 것이 있어서, 무례를 무릅쓰고 전하께 이를 물어보고자 합니다.”
가만히 최현우를 바라보았다.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암묵적인 승낙과도 같은 행위였기에.
최현우가 입술을 떼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조금 전에 영국의 상무장관과 대담을 나누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 처칠이라는 자 말인가?”
“예.”
최현우는 오늘 점심에 있었던 장면을 회상하며 내게 질문했다.
“평소 전하의 모습답지 않게, 그자와 기 싸움을 너무 세게 하셨나이다.”
“뭐, 자네가 그리 느꼈다면 그랬다고도 볼 수 있겠군.”
최현우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처칠의 배경을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 상무장관에 오른 자입니다. 역량도 뛰어나겠지만, 뒷배경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실제로 처칠의 가문은 영국의 왕실보다도 역사와 전통이 더 긴 가문이다.
원 역사의 다이애나비 가문과도 연결이 되어 있던 귀족 가문.
나는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되물었다.
“그래서 자네 말은, 왜 져 주지 않고 한동안 도발했냐는 말인가?”
“예.”
뭐, 그 대답은 간단하다.
처칠이 먼저 날 도발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모습에 남작이 어떻게 반응하나 지켜보고 싶었고.’
지난번에 모건도 그렇고.
익문사에서 속속 들어오는 정보도 그렇고.
로스차일드 남작은 자꾸 나를 견제하는 행동을 자주 해 댔다.
물론 그의 아들인 월터가 나와 친한 사이이긴 하지만.
월터 역시도 미래 잠재 경쟁자이기에, 언제 한번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을 빼 놓아야 하긴 했다.
‘처칠을 발판 삼아 아주 큰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처칠은 원 역사에서도 영국 해군 군함의 내연 기관 교체를 주도했다.
내가 그를 도발하며, 동시에 이를 언급한다면?
처칠은 분명.
주요 석유 공급 루트를 자국의 회사 중심으로 짜려고 할 것이다.
원래 역사보다도 더.
‘때마침 로스차일드는 아직 석유 회사를 소유하고 있지.’
‘러시아’ 바쿠 유전을 아직도 들고 있지 않은가?
그가 만약 이를 매각하지 않고 계속 들고 있다면?
동시에, 러시아에 붉은 혁명이 터져 소련이 결국 생긴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최현우와 우현식에게 알릴 수 없었기에 나는 살짝 이를 가공하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처음 악수 때 그자가 내게 도발을 하더군. 아주 거칠게 내 손을 꽉 쥐며 기 싸움을 시작했네.”
“아, 그랬습니까?”
“그래.”
나는 티를 하나도 안 냈었다.
내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최현우나 우현식이 이를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리 먼저 싸움을 걸어오는 이에게 꼬랑지를 내리면 나중에도 기세등등하게 내게 도발을 할 것이네.”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가 영국의 총리였다면 한 번쯤 참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처칠은 일개 장관이네. 그것도 해군장관이나 외무장관 같이 권력이 강한 내각 일원이 아니야. 상무장관 주제에 날 도발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네.”
두 측근이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댔다.
나는 계속하여서 하던 말을 이어 갔다.
“아마, 내가 가만히 있었다면, 총리나 영국의 다른 왕족들도 나를 우습게 보았을 것이네.”
“그, 그렇겠네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차후에 독일에 판매할 비행기 거래 건도 시시콜콜 트집 잡으며 어깃장을 놓을 거다.
지금도 그런데.
얕보인다면 더더욱 그러겠지.
“이전에 나는 헨드릭의 지분 처리를 도와주며 영국에게 한 번 양보를 했네. 저놈들이 여기서 만족할까? 아닐세. 저들은 언제고 내게 다시금 양보를 요구할 것이네.”
“그래서 살짝 무리했지만 처칠 장관과 기 싸움을 하신 것이로군요.”
“그래.”
처칠은 원 역사대로라면 미래의 거물이 될 인물이다.
그런 그와 나쁜 관계를 맺는다면, 내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좀생이에 고집불통처럼 보여서······ 이미 망한 것 같지만.’
관계 개선의 여지가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처칠은 한참 잘 나가다가 해군장관을 역임하며 나락에 빠지지 않던가?’
처칠은 원 역사에서.
자국 군인 25만 명을 갈아 넣으며 수렁에 빠진다.
이 사건 때문에 한동안 우울증에 빠지며 정계까지 은퇴하게 된다.
‘이번에도 갈리폴리에서 삽질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오늘 확인하지 않았던가?
일국의 왕자인 내게 먼저 도발을 걸어올 만큼 오만한 자다.
더불어 대화를 나누며 그가 혜안은 있지만 굉장히 고집불통이라는 것도 알아낼 수 있었고.
‘원 역사에서 처칠은 군략 쪽에 별로 부각을 보이지 못했어.’
고집불통이면서 독선적인데 군사적으로 무능한 자가 해군장관이 된다면.
갈리폴리에서 삽질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크게 사고를 칠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은퇴는 예상된 일.
‘처칠이 힘들 때, 그를 살살 달래며··· ···그의 재기를 도와준다면?’
첫인상은 개 같아도 그 이후 관계는 개선되겠지.
그렇기에 나는 이번에 조금 무리해서라도 처칠을 도발했다.
‘내 계획대로 일이 잘 진행되고 있겠지?’
약을 아주 잔뜩 올렸으니까.
둘이 작당하고 나를 골탕 먹이려고 계획을 짜고 있겠네.
‘그런데 어떡하나?’
나는 미래를 아는 빙의자란 말이다.
씩-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로스차일드 남작이 기거하는 본채 건물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처칠은 로스차일드 남작과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수행원이 본채 건물 마당에 보였다.
나는 팔짱을 끼며 한동안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 해가 지지 않는 나라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