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seon prince went to America and did not return RAW novel - Chapter (139)
조선왕자가 미국갔다 안 돌아옴-139화(139/392)
< 삼촌과 외조카 (1) >
오늘은 버킹엄 궁에 공식 방문하는 날이다.
“부인, 갑시다.”
“예. 왕자님.”
현재 대영제국은 세계에서 제일 강한 국력을 자랑했다.
최강국의 수장을 만나는 일이기에, 간만에 긴장이 올라왔다.
그 때문에 몸이 살짝 무거워졌는데, 에델이 이런 내 모습을 보고는 옆구리를 살짝 툭 쳤다.
“떨지 말아요, 왕자님. 평소답게만 행동하세요.”
“고맙소, 부인.”
나는 눈웃음치고 있는 에델과 시선을 교환한 후, 타고 온 자동차에서 막 내렸다.
영국 왕과 왕비는 막 하차한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환대했다.
“어서 오시오. 이 왕자.”
“안녕하십니까? 대영제국의 수장이시여.”
영국은 의회 중심 국가다.
하지만 영국 왕은 입헌 군주로서 총리에게 약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거부권이나 각료 임명 승인권 등 약간의 권력이 아직 남아 있기에, 나는 에드워드 7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오호? 이 왕자의 품 안에 아주 귀여운 아이가 숨어 있었구려.”
에드워드 7세가 이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이에 답했다.
“아주 소소한 선물을 몇 가지 준비해 보았습니다.”
“오! 우리를 위해 요 귀여운 것들과 함께 대서양을 건넌 것이오?”
“예.”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나와 에델이 각자 한 마리씩 안고 온 강아지들도 그 선물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수강아지가 [쇼]란 아이오?”
“그렇습니다.”
“오른편에 있는 암컷의 이름은 [데이]고?”
“정확히는 [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와 ‘쇼’.
두 네눈박이 흑구를 바라보며 에드워드 7세가 아빠 미소를 지어댔다.
“어머머······ 너무 귀엽네요.”
에드워드 7세보단, 그의 부인이자 왕비인 알렉산드라가 더 기뻐하는 듯했지만.
어찌 되었든.
요 조그마한 강아지들로 영국 왕실 일원의 호의를 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가성비 좋은 외교적 선물을 준비한 것 같다.
왕비인 알렉산드라가 열심히 두 강아지를 에델과 함께 쓰다듬는 가운데.
에드워드 7세가 슬그머니 내게로 다가오며, 내게 들고 온 다른 선물을 빠르게 확인하고자 했다.
“듣자 하니 이 왕자께서 내게 따로 선물하고자 하는 물품이 하나 더 있다고 하던데······.”
“아, 그렇지요. 지금 당장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영국에 방문하기 전에, 에드워드 7세에 관한 상세 정보를 꽤 많이 수집했다.
그 결과.
내 앞에 있는 늙은 영국 왕은 쾌락을 굉장히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배.
술.
사냥.
여자.
도박 등.
이름만 들어도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상남자다운 취향을 지녔는데.
나는 이에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馬) 시장으로 향했다.
좋은 말을 사들이기 위해서다.
에드워드가 이 모든 취미 중 경마를 제일 좋아했기 때문이다.
“오오······.”
역시나.
경마를 좋아하는 에드워드답게 명마를 보자마자 눈빛이 확 달라진다.
에드워드는 살짝 낯가림하는 암말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간 후, 그녀의 털을 슬쩍 만져댔다.
“아름다운 말이구려. 겉으로 슬쩍 보아도 엄청나게 좋은 품종이라는 것이 한눈에 드러나는군.”
에드워드는 밝게 웃은 후, 내가 선물한 말에게서 이내 떨어졌다.
이후 나를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댔다.
“이 왕자가 선물해 준 말이, 경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하는군. 허허, 그나저나 내가 말을 좋아하는 것은 어찌 알아서 이런 선물을 해 준 것이오?”
에드워드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갑자기 친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 왕자의 따뜻한 호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해 두겠소. 아, 이 암말. 이름이 뭐요?”
“세크리테리아(Secretariat)입니다.”
“오, 이름 또한 아름답구려.”
1970년대 유명했던 경주마 이름을 따 붙였다.
이놈 또한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네.
에드워드는 내가 지어 준 이름에 마음이 들었는지 연신 세크리테리아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서 사람을 찾았다.
“호른, 호른.”
“예, 전하. 부르셨습니까?”
니코틴이 당긴 모양인가?
에드워드 7세는 재빨리 사람을 호출한 후, 시가를 가지고 오게 했다.
그러자 곧, 쿠바산 최고급 시가를 우리 둘 앞에 가져왔다.
에드워드는 아주 자연스럽게 시가가 든 상자에서 이를 하나 꺼낸 후, 호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를 꺼내 가까이에 붙였다.
후-
폐 속 깊숙이 시가를 빨아들인 후, 다시금 내뱉는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한 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댄다.
“아, 이 왕자는 별로 안 당기시나 보오.”
“저는 시가나 담배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어째서?”
큰일이 나기라도 한 표정을 지으며, 에드워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재차 내게 담배를 권했다.
“진정한 사내라면 담배 태우는 맛을 아는 법이라오. 여기 있는 제품들은 다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것들이니 한번 시도해 보시오.”
콜록콜록-
에드워드가 말하다 말고 기침을 한다.
폐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 담배 연기의 영향인지 뭔가 별로 건강하지 않은 기침 소리 같았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아픈 표정을 지어댔다.
“예부터 기관지가 좋지 못해서······ 담배나 시가는 저와 궁합이 좋지 못합니다.”
“아······.”
에드워드 7세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탄식했다.
“이 즐거움을 평생 느낄 수 없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 시대 남자들은 담배를 참 좋아했다.
담배의 위해성이 아직 만천하에 공개되지도 않았고.
담배 태우는 모습을 그렇게 남자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에는.
다들 상남자답게 행동하곤 했다.
그랬기에 가능한 일.
하지만 나는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 건강을 우선시했기에 담배는 의도적으로 멀리했다.
“그럼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소. 내 친히 버킹엄 궁 전반을 안내해 주리다. 이 왕자와 아름다운 이 왕자비를 위해서 말이오.”
강아지와 경주마 선물이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다.
에드워드 7세는 뒤룩뒤룩 찐 자신의 똥배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나와 에델을 그의 궁궐 안으로 초대했다.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며 20세기 초, 버킹엄 궁은 어떻게 생겼나 감상해 보았다.
* * *
와.
과연 대영제국의 수장이 사는 곳답게 버킹엄궁은 엄청나게 크고 화려했다.
사치의 끝판왕인 베르사유 궁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처음 오는 방문객이 입을 떡 하니 벌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왕자.”
“말씀하십시오.”
배불뚝이 호색한인 에드워드 7세는 자신의 시중을 드는 아름다운 메이드의 몸매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이내 내게로 고개를 돌리며 낮술을 권했다.
“한잔하겠소?”
“예. 영국 음식은 영 아니어도 영국의 술은 꽤 맛있지 않습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다 봅니다만.”
조금 친해졌기에, 살짝 풍자 개그를 시도했다.
버킹엄궁에서 영국을 모욕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지만, 영국 음식은 예외니까.
이는 영국인들도 자신들의 전통 음식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하······ 그렇지. 영국 음식이 맛없긴 하지.”
나의 재치 넘치는 도발에 에드워드는 뭐 그럴 수 있지 하는 반응을 보이며 내게 독한 위스키를 따라 주었다.
이후 그는 애연가답게 다시금 담배를 찾았는데, 어찌나 줄담배를 피우는지 에드워드의 집무실이 금세 너구리굴이 되었다.
“이 왕자.”
“말씀하십시오.”
“내 의회의 청원 때문에 이 왕자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나 할까 하는데 말이오.”
에드워드 7세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달에 있을 일 하나를 언급했다.
“내달 독일에서 리&라이트 사의 신형 비행기 시연을 하지 않소?”
“예.”
“이후 독일제국과 군 납품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에 에드워드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부탁했다.
“혹시 이 계약을 물러 줄 수 있소이까?”
에드워드의 요청을 단박에 거절하는 것은 자칫 무례한 행동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째서 제게 그런 부탁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 이유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나는 이를 요청한 배경부터 알려 달라고 했다.
“뭐 알 만한 지식인들은 모두 느끼고 있지만, 현재 유럽 대륙에는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소. 그것도 아주 크고 무시무시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지.”
이는 나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세계대전이 코앞까지 다가오긴 했으니까.
앞서 애드워드가 부탁했던 것을 생각해 보며, 나는 그가 경계하는 대상을 쉽게 유추해 보았다.
“그 중심에 독일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소.”
에드워드 7세는 재차 담배에 불을 붙이며 연기를 내뿜어댔다.
“내 외조카 놈이 황위에 앉은 후, 비스마르크 수상을 쫓아내지 않았소? 그 이후부터 그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소이다.”
유럽 왕실은 서로 혈연으로 맺어져 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각국 왕실에 자신의 딸들을 시집보냈는데.
그 덕분에 영국은 독일 왕실과도 접점이 생겼다.
‘빌헬름 2세와 에드워드 7세는 3촌 관계로 삼촌과 조카 사이지.’
방금 그가 언급했던 외조카는 독일의 카이저를 뜻했다.
나는 조용히 에드워드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계속 경청했다.
“내 여러 유럽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중재를 하고 있긴 하나 문제는······.”
영국 왕은 들고 있던 술잔을 비운 후, 입맛을 다셨다.
“내 건강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이지. 내가 죽은 후에는 양 세력 사이에서 이런 중재자 역할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야.”
하긴.
에드워드의 말이 옳다.
여자관계가 많이 복잡했기에, 사생활로는 좋은 남편은 아니었지만.
에드워드가 유럽 내에서 중재자 역할을 꽤 잘 수행하긴 했으니까.
원 역사에서도 그가 사망한 후에,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지 않았던가?
“결국 두 세력은 충돌하게 될 것이오. 빠르면 오 년 후, 늦어도 십 년 후에는 그리되겠지.”
에드워드는 외교 쪽에 탁월한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흠칫 놀라며 나 역시 들고 있던 잔을 비웠다.
“그렇군요. 제게 납품 중지를 요청하신 것 또한 그런 큰 맥락 가운데 하나입니까?”
“그렇소.”
에드워드는 다시금 진지한 표정으로 미래를 예측했다.
“외조카 놈이 크나큰 오판을 할까 봐 나는 두렵소.”
“흠······ 전하께서 무슨 이유로 제게 이런 부탁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에드워드의 분석은 아주 정확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 원인은 잘 분석했지만, 그것을 풀어 가는 방책이 틀렸다.
“하지만 조금 아쉽군요.”
“아쉽다?”
“분석은 정확하지만, 해결 방법이 틀리셨기 때문입니다.”
“그렇소?”
“예. 제가 만약 독일제국에 비행기 납품을 철회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나는 팔짱을 끼며, 이에 관한 가정을 해 보았다.
“독일군이 우리 회사의 제품을 사려고 배정해 두었던 예산 말입니다. 이것이 붕 뜨겠지요?”
“그렇겠지.”
“이 돈이 어디로 갈까요? 복지? 산업 인프라 쪽? 아닙니다. 그 예산은 결국 해군력 증강에 다시금 투입할 것입니다. 카이저의 성향에 비춰 보면 말입니다.”
“······.”
에드워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한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빈자리는 결국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총명하신 전하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나는 진정한 해결책을 하나 제시했다.
“전 유럽이 참여하는 군축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전하께서 걱정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군축 협상이라······ 쉽지 않은 길이로군.”
내 주장이 인상 깊었는지 에드워드는 한동안 입을 다물며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하하! 하하하하!”
그러다가 그는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역시 소문대로이구려.”
“예?”
“항간에는 이 왕자가 아주 혜안이 있는, 미래를 예측하는 자라던데. 그 말이 맞는 듯해서 내 웃었소.”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어찌 보면 무례할 수도 있는 나의 부탁을 이리 완곡하게 잘 거절한 것만 보아도 그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
에드워드 7세는 다음 말을 내뱉으며 내 주장에 동의했다.
“그래. 이 왕자가 납품하지 않는다고 해서 독일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암······ 그렇고말고.”
그는 재차 술을 내게 따르며 사과의 말을 했다.
“괜히 내가 무거운 주제를 꺼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구려. 자자, 술이나 다시 마시는 것이 어떻소?”
에드워드는 이후 더는 리&라이트 사의 신형 비행기 독일 판매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주장이 맞기도 했고.
아직은 대영제국의 군사력이 독일제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행기의 유용성에 관한 사전 정보가 아직은 그의 머리에 없었기에 그냥 넘어가는 듯했다.
“아, 그리고 말이오.”
“말씀하십시오.”
“저녁에 있을 연회 건 말이오.”
왕가 일원이 상대국에 방문하면, 당연하게도 환영 연회가 열린다.
“그 자리에, 벨기에 국왕의 참석을 불허했소. 혹시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함이지.”
현 벨기에 국왕인 레오폴드 2세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유명한 놈이다.
콩고인 오백만 명을 학살한 미친 사이코패스로도 악명이 나 있는 놈이고.
이 소식이 전 유럽에 퍼져 있는 상황이었기에, 레오폴드 2세는 유럽 왕가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사회였지만.
레오폴트 2세는 도를 넘는 수준이었기에, 다들 거리를 두는 것이다.
“듣자 하니 레오폴드 2세가 그대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모양이더군.”
“어째서 제게?”
“그대의 친우인 허스트 사장이 레오폴드에 관한 기사를 좀 끄적여서······ 사적으로 무언가를 부탁할 모양이더군.”
레오폴드 2세와 나는 접점이 하나도 없는데.
그가 왜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대충 이해가 되는 것 같다.
허스트 사의 비판 기사를 좀 내려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 나를 찾는 것이겠지.
에드워드 7세는 이를 사전에 차단해 주며, 내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그 무도한 자와 어울리게 되면, 이 왕자의 평판만 나빠질 뿐이오. 그래서 내 사전에 이를 차단했소.”
“감사합니다.”
“아니오. 왕자 또한 내게 호의를 베풀었으니까. 나 또한 그리 호의를 베풀어야겠지.”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될 수 있으면 만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기에, 나는 에드워드 말에 동의하며 술잔을 들었다.
“술맛이 참 좋지 않소이까? 역시 술은 영국에서 만든 술이지.”
“그렇지요.”
맞다.
영국 음식과는 다르게 영국 술은 참 맛있다.
나는 에드워드와 다시금 술잔을 기울이며 못다 한 이야기를 다시금 하기 시작했다.
취기가 올랐는지, 그는 내 농담에 잘 반응하며 맞장구쳐 주었다.
< 삼촌과 외조카 (1) > 끝